|
이미 PSP로 두 번 선보였던 탈출 퍼즐 게임 ‘EXIT’가 DS로 등장했다. 비상구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게임은 비록 화면은 PSP 버전보다 작지만 두 개의 이점을 살려 상단 화면에는 미니맵을, 하단 터치스크린에서는 진행을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3D에 카툰 렌더링을 사용했다는 느낌보다 더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은 주인공 미스터 이스케이프(Mr.Esc)를 움직여 다양한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 출구로 내보내주는 것이 목표로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 눈 앞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형식의 게임이다. 하지만 조난자들이 탈출구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Mr.Esc만 움직여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직후에는 조난자들까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물론 이러한 조난자들의 조작도 게이머가 직접 한다. 즉, 협동 모드 퍼즐이 포함되어 있다. Mr.Esc는 두 블럭 크기 이상의 상자를 혼자 힘으로 밀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한 이동 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가장 좋다. 환자(페이션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조난자들은 아이템을 주울 수 있다는 것 외에 뭔가 도움을 줄 능력을 갖고 있다.
환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Mr.Esc이 업고 지나갈 길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들(영)은 Mr.Esc가 가진 만큼의 힘을 갖고 있고 이동은 평균 수준. 어린이(키드)는 최소한의 이동 능력, 몸집이 커다란 어른(어덜트)은 가장 큰 상자를 혼자 밀 수 있지만 이동 능력은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좁은 공간을 통과할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
개(독)는 아이템을 주울 수 있고 가장 멀리 뛰지만 한 블럭 이상의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특정 지점에 이동 가능 여부, 뭔가를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 혼자는 할 수 없지만 둘이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는 일 등 다양하게 주어지는 상황 속에 푸는 퍼즐의 여건이 다채롭다.
위험 상황은 스테이지 10개 단위로 바뀌므로 익숙해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혹한으로 얼어붙은 쇼핑몰 스테이지 10개, 유람선 침몰 위기 10개 등 다양한 상황이 있고 그 상황에는 다른 위기 상황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장애물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얼어붙어 미끄러지는 바닥은 쇼핑몰에서만 볼 수 있고, 잠수하거나 수영으로 지나가는 물길은 유람선에서만 볼 수 있다.
아이템이 순서대로 놓여 있는 것도 아니고,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상자가 순서대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순서도 찾아야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보다 한참 낮은 수준의 다양한 이동 능력을 가진 조난자(개 포함)들이 이동할 경로까지 마련해야 하니 시행착오 회수를 평균 최소 5회 정도는 고려하고 진행해야 한다. 한 화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고민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각 스테이지에는 제한 시간이 있어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지나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동안 진행과 상관이 있지만 문제 해결과는 상관없는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바로 DS 특유의 진행 방식인 화면 터치 조작 방법이다. 매뉴얼에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한 번 훑어보면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대충 머리 속에 담을 수 있고, 연습용 퍼즐을 통해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는데 글로 설명되어 있는 것을 직접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조작이 몇 가지 있다.
이동 방향이라든가 순서 정하기 등은 쉬운 조작에 속하지만 때로는 그렇지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경우에는 별다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몇 단계를 알아서 지나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며 경로를 재설정해달라고 화면을 향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층으로 알아서 이동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아래 또는 위에서 지정한 포인트 부근에서 서성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예기치 못한 추락 사망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이동 경로 지정과 관련된 문제는 번거롭지만 보다 세부적으로 구분하거나 재설정으로 해결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보다 더 불편한 문제가 있으니 바로 시점.
선택된 모든 캐릭터는 화면 중앙에 표시된다. 만약 이동할 목표 지점이 캐릭터가 중앙에 표시된 상태로 볼 수 없다면 방향키로 카메라를 움직여 해당 지역이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한 화면에 들어올 수 없는 거리라면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으며 쉴 틈 없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화면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여러 모로 불편한 몇 가지 인터페이스를 보면, 게이머는 각 스테이지 완료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만든 게임에서 정작 게임 개발사는 덜 고민하고 덜 생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 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조금 괘씸한 생각이 든다. 깔끔하면서 명쾌한 사운드 효과에 움직이지 않을 때엔 종이조각처럼 보이다가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실제 사람의 실루엣처럼 매우 사실적이면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캐릭터의 동작 하나하나가 볼만해 신기함으로 상한 기분을 풀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을 해야만 진행할 수 있는 퍼즐이지만 여기에 더해 감정의 다양한 변화까지 경험할 수 있어, 감정에 메말라 있다거나 한 경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구성 덕분이다. 동작 실행을 취소하는 옵션이 존재하지 않아 길을 찾아내더라도 최후의 단 1회 실수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다. 즉, 통쾌함, 허탈함, 안타까움, 안도감 등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 다른 레벨에 비해 2-3배는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각 상황의 마지막은 오히려 쉬운 편이고, 항상 중간 어디쯤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 레벨을 끝내야만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여유 레벨을 선택 가능한 상태로 열어놓는 배려가 있어 벽 앞에 주저앉게 되는 상황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풀어내는 그 자체에서 의의를 찾는 퍼즐 게이머라면 반드시 해보아야 할 게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