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여러 모로 규모 면에서 가장 클 것 같이 보이는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을 소재로 삼은 ‘베이징 2008’은 올림픽 게임 중 가장 많은 종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체전을 제외한 1인 경기로 총 38가지 종목을 단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커리어 모드를 통해 하나씩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어 진행 자체는 꽤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커리어 모드를 시작하면 대회 첫 날부터 하루 단위로 시간이 지나가며 순서대로 몇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종목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커리어 모드 도입부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경험치 포인트를 선수들의 몇 가지 능력에 할당하고, 각 대회에서 일정 순위에 할당된 포인트를 얻어 그것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속도, 민첩도, 힘 등의 능력과 관련된 항목과 특별한 조작이 필요한 경기에 한해 활용하게 되는 슬로우 모션 기능의 개선 등에도 포인트를 할당할 수 있다. 하지만 포인트를 모두 능력 개선에만 할당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은 아니어서 포인트 할당에 약간의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첫 날에는 선수의 피로도가 '0(제로)'지만, 첫 날 경기를 지나고 나면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것을 낮추는 것도 같은 경험치 포인트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은 완전히 다른 종목을 경험하게 되므로 첫 날 얻은 피로도가 다른 종목의 선수들에 이어진다는 것이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게임 진행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루 동안 경험하는 경기 모두에서 순위권에 들어야 한다거나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종목이 설정되어 있지는 않아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고, 쉬면서 넘어가도 되지만 본 경기와는 상관없이 게이머의 기량을 측정하는 챌린지 모드가 선택적으로 등장하는 등 커리어 모드 전체의 구성은 상당히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문제는 커리어 모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사전 작업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

각 종목에서 선수를 제어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포기할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설 정도로, 조작에 대해 알려주는 도움말 기능이 너무 부족하다. 게임 패키지 내에는 매뉴얼 외에 각 종목의 조작법을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것처럼 보이는 가이드 북이 포함되어 있는데, 내용 면에서 실제 조작과 일치하는 면이 거의 없고, 일부 조작은 설명이 제외되어 있어 즉석 가이드북 용도로 사용할 수가 없다.

가이드북은 모든 부분을 그림으로 처리한 반면 매뉴얼은 말로 풀어낸 설명이 담겨 있는데, 일부는 실제 조작과 일치하지만, 일부는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게임 구성 상 가장 처음에 만나게 되는 100m 달리기. 가이드북에는 'L2 또는 R2'뿐이고, 매뉴얼에는 X와 O를 번갈아 누르거나 '오른쪽 스틱을 움직여 속도를 높이라'고 되어 있다.

L2 또는 R2는 출발선에서 파워를 조절하고 출발까지의 역할만하니 가이드북만 따로 떼내면 방법을 알아낼 수가 없다. 매뉴얼 역시 X와 O를 번갈아 누르라고는 되어 있지만 버튼 연타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닌데, 다행히 오른쪽 스틱을 움직이라니 사용해보고 싶지만 아무렇게나 움직여서는 빨리 달려주지 않아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도 움직여보고 저렇게도 움직여보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00m 달리기와 아주 비슷한 400m 달리기는 같은 조작을 사용하니 다행이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탐구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로 연습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트레이닝 모드를 진행하면서 화면 상에 표시되는 도움말을 보게 되지만, 이것 역시 매뉴얼에서 다룬 것처럼 두리뭉실한 설명일 뿐 구체적으로 일러주지는 않는다. 익히기 어렵다는 것을 제작사도 알고 있었는지 트레이닝 모드는 한 게임을 끝내면 별도의 메뉴 표시 없이 곧바로 다음 경기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복잡한 과정이 없는 몇 가지 종목은 내용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르긴 해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몇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시도해야 겨우 대강의 방법만 알아낼 수 있는 종목도 몇 가지 있었다. 그래픽은 상당한 수준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차세대 게임기용으로는 무난해 보이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 보게 되는 베이징 2008 로고와 메인 메뉴 화면에서 둥글게 처리된 도형과 살짝 기울어진 사각형 외곽선에 보이는 엄청난 수준의 계단 현상이 눈에 거슬리지만 실제 게임에 들어가면 그렇게 두드러지게 표시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선수들의 동작이 실제로 해당 대회 선수들의 모션을 캡쳐해 만들어서 그런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는 것이 가끔 눈에 띄는 계단 현상을 잊게 만들었다. 게임 특성 상 사운드는 그다지 특이할 만한 사항은 없다.

그 외에 불편했던 점은 하루 동안 할당된 경기 중 하나라도 불만스럽다면 처음부터 해야 하고, 하루가 끝나기 전에는 저장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했다. 트레이닝 모드에서 만족스러워 다른 경기를 끝낸 뒤에 즐기려고 했으나 출발 실수를 저지른다거나 해서 다시 하고 싶다면 다른 모든 경기까지 다시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아 원하는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치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해당 일자의 목표만 달성하면 나머지 경기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할 수 있어 다행이다.

즐기라고 넣어놓은 38가지의 다양한 경기를 실제로 즐기기 보다는 방법을 알아내고 익숙해지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구성을 좋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아주 짧은 며칠 동안의 경기를 위해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된 훈련의 과정을 겪은 선수들의 준비 과정을 간접 체험하는 것으로 생각해 게임을 이해하는 방법도 가능하긴 하다. 단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를 해줄지는 미지수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