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서기. 모바일 게임에서는 보기 드물게 3편까지 출시된 RPG이다. 게임의 재미는 일반적인 액션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게임성도 순전히 노가다). 그런데 어떻게 이 게임이 3편까지 출시될 수 있었을까?
그 원인을 찾아 보면 아이템 현금거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 자체가 네트웍을 지원할 뿐 아니라 각종 거래 사이트에 영웅서기 2편과 3편의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게시물이 즐비하게 올라와 있다.
[영웅서기3, 아이템 사고 팝니다]
게임을 즐기는 다수의 이용자가 학생일 터인데, 현금거래가 독버섯처럼 퍼지는 현상을 EA의 이름을 달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눈쌀을 찌푸리게 하지만 어쨌든 게임의 재미는 일반적인 액션RPG에 준한다.
'영웅서기3-대지의 성흔'은 EA모바일코리아가 이 시리즈의 개발사인 핸즈모바일코리아를 지난 5월 인수한 뒤 처음으로 출시한 작품이다. 본작의 배경은 '영웅서기2-빙해의 검사' 이후 6년 뒤의 시점이고, 1편 '솔티아의 바람'에서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 또 외전 격인 '영웅서기zero-진홍의 사도'편에서 사라졌던 네트웍크도 지원되어 길드전과 공성전이 가능하다.
대립되는 세력, 솔티아와 아스크라 |
게임을 시작하면 MMORPG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세력부터 정하게 된다. 영웅서기3에서는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솔티아와 총기류를 사용하는 아스크라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설정이 재미있다.
각 국가마다 서로 다른 주인공과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솔티아로 플레이 하다가 등장하는 적 캐릭터 아스크라의 캐릭터를 보다보면 '적'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지만, 반대로 아스크라로 플레이를 해보면 '아, 내가 솔티안일 때 봤던 녀석이 지금 내가 되어 있구나', '이런 상황이라서 적이 이렇게 행동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팍 온다.
게다가 이런 장면이 하나가 아니라 스토리가 이어지는 한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한 국가만 플레이 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로 플레이 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의 액션RPG라면 동일한 상황에서 난이도만 높아지면서 재탕을 하지만 영웅서기는 이런 면에서 재미를 준다.
러브 스토리는 게임의 양념 |
웅장한 스토리가 있어도 러브 스토리가 빠지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영웅서기3는 이런 유저들의 기분을 이해한 듯 국가별로 쌍쌍 커플을 배치시켜 놓았다.
우선 솔티안에는 케이와 시엔이 있다. 케이는 네오솔티아의 평범한 청년으로 19세가 되자 솔티아 정규군이 되어 전쟁을 끝낼 영웅이 되기를 꿈꾼다. 여성 캐릭터 시엔은 케이를 모험으로 이끄는 조교역의 정체불명의 소녀다. 겉보기에는 별로 특이할 게 없지만 강력한 마법력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케이보다 먼저 출발하지만 다시 마주치는 극악의 길치라는 것이 최대의 약점이자 강점(시엔이 길치가 아니었더라면 케이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이 두 캐릭터가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만나는 적군이 바로 리츠와 일레느다. 리츠와 일레느는 동네 친구로 거의 몇 십년만에 재회를 한다. 당연히 케이 일행보다는 10살 정도가 더 위인 셈이다. 리츠는 아스크라의 떠돌이 용병으로 가디언의 힘에 극도의 거부감을 가져 대륙 서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솔티아의 전쟁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일레느는 총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기 공업자 노엔의 딸로 철기 개발의 전문가이다. 반항기 많은 리츠를 고분고분 길들여서 영웅으로 만드는 조교 역할을 한다.
[솔티안 커플, 케이와 시엔]
[아스크라 커플, 리츠와 일레느]
[노땅(?)들의 대결]
캐릭터에 따른 스킬스탯, 레벨업의 묘미 |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메이플 법사 스탯이나 던파 거너 스탯의 정석을 알려달라는 식의 질문이 쏟아진다. 영웅서기3에서도 캐릭터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스탯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어중간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강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어 육성법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영웅서기3의 스킬은 일반 MMORPG와 비슷할 정도로 많으며 패시브와 액티브스킬로 나누어서 사용할 수 있다.
[캐릭별이 아닌 무기별 스킬]
솔티아의 캐릭터로는 버서커, 데스나이트, 섀도우워커, 가디언나이트, 소울마스터, 아스크라의 캐릭터에는 어썰트워리어, 디스러버, 건슬링어, 나이트템플러, 크레이지암즈가 존재한다.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무기가 다 다른데, 하나의 무기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2개의 무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레벨업 시에는 4개의 스탯이 주어지므로 레벨업마다 어떤 것을 찍어줄 것인가 하는 판단에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키우던 캐릭터가 좀 아니다 싶을 때는 3개의 슬롯 중에서 다른 하나의 슬롯을 선택해서 다른 국가의 캐릭터로 플레이하기가 용이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장을 하게 되면 그 슬롯 내에서만 저장이 되며 다른 슬롯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콤보로 SP를 모아서...]
[스킬을 사용하자]
너무 게으른 동네의 NPC들 |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마을이 꽤 등장하는데 한 마을에서 퀘스트를 주는 NPC는 1-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메인 퀘스트를 제외하면 1개가 있을까 말까하니 퀘스트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퀘스트를 해도 엄청난 아이템을 주는 건 아니고 약간의 경험치 뿐이다.
하지만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나리오를 빨리 클리어 하는 것도 좋지만,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재미도 액션RPG의 재미 중 하나인데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여관에 있는 NPC나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별 이야기 안하는 NPC들, 출연료 값을 하려면 퀘스트를 달라~
공성전도 가능한 네트웍 메뉴 |
영웅서기3에서는 싱글에서 키운 캐릭터를 이용해 네트웍상에서 다른 유저들과 대전을 펼칠 수 있다. 삼국지무한대전 이후 보편화된 시스템이지만, 영웅서기3에서는 길드를 만들어 7개의 유적지로 구성된 공성전을 펼칠 수도 있다. 이 외에 유적지에서 파티를 구성하여 보스 사냥을 즐길 수도 있다. 비스트레이드라는 이 모드에서는 보스를 쓰러뜨리면 레어급 아이템과 재료를 드랍하기 때문에 매니악 유저들의 많은 참여가 예상된다.
팬에게는 GOOD, 일반 유저에게는 그냥저냥 |
오로지 남들보다 높은 레벨, 빠른 엔딩을 위해 달리는 유저에게는 어떤 스킬이 좋은지 테스트 해볼 스킬도 많고, 찍어야 할 능력치도 있고, 가장 중요한 레벨업을 위한 노가다도 건재하다. 특히 한방에 즉사시켜 버리는 극악의 보스들은 노가다가 귀찮은 유저들을 한방에 손들게 할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끝으로 사소한 부분이지만 NPC 가까이 가서 클릭을 해도 반응이 없었는데 정확하게 조준해서, 가장 가까이 가서 클릭해야 그제서야 대화가 시작되는 부분은 개발사의 배려가 덜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영웅서기 시리즈를 즐겨온 팬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게이머에게는 지금까지의 액션RPG와 다를 바 없는 게임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