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신작이 빨리도 등장했다. 데빌서머너 쿠즈노하 라이도의 신작이 그것이다. 세일즈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 완성도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해 추락한 타이틀. 하지만 그래픽, 세계관, 음악 모두 나무랄 곳이 없는 게임이었기에, 그렇게 사라져간 것이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모처럼 내놓은 데빌서머너 시리즈의 신작이었지만 그다지 큰 반향이 없었고, 결국 아틀러스의 주력 타이틀은 국내에도 정식 발매된 페르소나 4로 이어졌다. 페르소나 4의 경우 꽤 좋은 반응이 나왔기에, 쿠즈노하 라이도는 그 자체로 잊혀져 버린 타이틀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신작을 내놓았다.
타이틀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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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사무실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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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 퀘스트도 존재한다. |
세계관은 전작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인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배경이 되는 장소들도 전작과 이어진다. 그렇기에 전작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편이 게임을 한결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전작의 세이브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얻을 수 있는 특전들도 존재한다.
이 게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탐정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턴 시절의 데빌서머너도 탐정을 다루고 있었지만 스토리 진행에서는 그다지 연관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탐정물이란 인상이 확연한 것이 강점이다. 소재를 찾아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런저런 의문 사항들을 따로 모아두기도 한다. 그리고, 진구지 사부로 같은 탐정 게임에서 나왔던 사건 정리 연출도 인상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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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물다운 연출
▲ 전작의 등장인물들이 계속 나온다. |
악마들은 전투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관여하는 것이 전작의 특징이었는데, 이와 같은 특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독심술을 사용할 수 있는 악마를 소환한 후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읽어보거나 하는 형태로 이런저런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의 여신전생 타이틀이 그저 전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마가 존재했다면, 쿠즈노하 라이도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악마가 세계관에 스며들어 있는 셈이다. 특정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악마가 동료로 있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평소에 충분히 악마들을 동료로 만들어두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 중에 특정 능력을 가진 악마를 얻기 위해 길을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탐정사무소로 한번에 돌아가는 메뉴를 마련해두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조사 중에 특정 능력이 없어서 다시 돌아가는 건 귀찮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초반에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에는 새로운 악마들을 많이 모아두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아틀러스의 악마 관련 타이틀 중에는 소지할 수 있는 악마의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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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드에서 악마를 불러서 데리고 다닐 수 있으며, 독심술 등의 특기를 사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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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전생 특유의 월드맵 |
▲ 악마들의 충성도를 높이면 보다 많은 악마를 데리고 다닐 수 있다. |
데빌서머너는 사실 가장 여신전생의 후속작 다운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진 여신전생 3에서 선보였던 전투 시스템은 페르소나 3, 4로 계승되었고, 데빌서머너의 최신작인 쿠즈노하 라이도는 트러스티 벨을 즐기는 듯한 액션 전투 시스템을 채용하였다. 악마 합체라던가, 악마들에 대한 세계관은 여신전생답지만 전투에 관해서는 완전히 다른 노선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전작인 대 초력병단에서 처음으로 액션 전투 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 데빌서머너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시스템이어서 그런지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악마를 활용할 필요도 없었는데다가, 이런저런 추가 전투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다. 그저 기본 공격 버튼만 연타하면 대부분의 적을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환할 수 있는 악마의 수도 하나였기에 전투가 단조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멋진 세계관, 음악, 그래픽을 갖춘 게임이었지만 단조로운 게임이 되어버렸다. 대 아바돈왕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투 시 소환할 수 있는 악마의 수가 늘어난 것이다.
필드 지도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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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감각의 전투. 동료 악마 관련 컨트롤은 쾌적한 편 |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게 전부이지만 덕분에 적들의 공격 패턴도 조금 더 복잡해졌으며, 전략도 다양해져서 단순히 공격 버튼을 연타하는 것만으로는 진행이 어려워졌다. 기술들은 MAG를 소비하게 되는데, MAG를 채울 수 있는 수단이 그리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MAG 관리를 보다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전투 중에 MAG를 얻으려면 약점을 공격한 후 무기 공격을 연타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동료 악마들의 마법 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전작에 비해 난이도도 높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여신전생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악마와의 대화도 건재한데, 동료 악마들이 대화에 관여할 수도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대화가 이전에 비해 수월해진 편이라 할 수 있다. 악마 합체 시스템 역시 남아있으며, 주인공의 무기도 아이템 합체를 통해 강화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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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전생을 대표하는 시스템. 악마 합체 |
▲ 전투 중 악마와의 대화. 여신전생 대표 시스템 |
전반적으로 전작의 세계관과 시스템을 계승한 후속작인 쿠즈노하 라이도이지만 전작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요소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기본적으로는 전작을 즐겨본 이들을 위한 타이틀이겠지만, 여신전생 시리즈 특유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전작의 단조로움에 실망한 플레이어에게도 일단은 추천할 수 있는 타이틀로 페르소나 3에서 4 만큼의 거대한 변화는 아니지만, 세계관을 확실하게 유지한 상태에서의 후속작이라는 점도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큰 물량을 투입하지 않은, 지나가는 타이틀이란 인상도 강하지만,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 투입되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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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애니메이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