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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 '용사주제에 건방지다or2' 한글판 리뷰 (PSP) 동영상 있음

게임샷
2009.02.02. 16:13:31
조회 수
30,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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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마물들과 평화롭게 지하세계에서 살고 있던 마왕은 그저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
세상을 정복하여 자신의 왕국을 만들고자 합니다.

 

하지만, 경험치와 돈에 눈을 번뜩이는 무서운 용자들이 나타나 마왕의 뜻을 방해합니다.
그들은 무자비하고 잔인하며, 마계에서 잘 나간다는 마물들을
손가락 하나로 제압 해 버릴 정도로 너무 강력했습니다.


더군다나 떼거지로 몰려오기도 해 더욱 더 마왕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로 무리였지요.

이에 마왕은 곡괭이를 든 파괴신을 소환하여
던전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 용자들을 무찔러달라고 요청합니다.

(주: 필자가 느낀대로 재구성한 서두입니다.)

 

 

 

독특한 컨셉의 서두로 시작되는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 or2'가 정식 발매 되었다. 전작인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가 국내에 출시 되지 않아 아쉬웠던 필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나 정의의 용사의 편에 서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마왕을 도와 용사를 물리친다'는 다소 불순한 컨셉의 이 게임은 과연 어떤 게임일까? 또, 이러한 컨셉에 끌린 '불량한' 게이머들은 과연 어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 빰빠바밤~ 바바바밤 바바바밤 빰~♪

 

 

창조주의 마음으로

 

파괴신(플레이어)이 하는 일은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곡괭이로 특별한 땅을 파면 마물이 태어나게 되는데, 마물들 간에 성립되어있는 '먹고 먹히는 관계'를 통해 보다 강한 마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처럼 강한 마물을 직접 만들어 던전에 배치 하거나 조종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 하다는 말이다.

 

 

 

그저 마물들이 생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들을 어떤 방향으로 진화시킬 것인지, 또 어떻게 용사를 물리치게 할 것인지 궁리하고 지켜보는 것 뿐이다. 직접적으로 용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면 지진을 일으켜 용사를 잠깐동안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것 정도 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생태계는 만만하지 않다!

 

맨 처음 양분 Lv1의 땅을 파면 가장 하급의 마물인 '꿈틀이끼'가 나오는데, 꿈틀이끼는 땅속의 양분을 나르는 역할을 한다. 꿈틀이끼가 열심히 양분을 나르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보면 양분 Lv2의 땅이 생기는데, 여기를 파면 '잘근잘근벌레'가 나오게 된다. 만약 이 때 땅을 파지 않고 냅두다 보면 제일 최상위인 양분 Lv3의 땅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서는 '도마뱀남'이 태어나게 된다.

 

 

 

이 '꿈틀이끼'와 '잘근잘근벌레', '도마뱀남'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성립된다. '잘근잘근벌레'는 '꿈틀이끼'를 먹으면 '잘근플라이'라는 종으로 진화하게 되며, '도마뱀남'은 '잘근잘근벌레' 혹은 '잘근플라이'를 먹으면 알을 낳고 번식할 수 있는 식이다. 참고로, 상급 마물은 먹이가 되는 마물이 없으면 굶어죽게 되므로 상급 마물과 먹이 마물 간의 밸런스를 잘 조절해주어야 한다.

 

또, 땅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양분외에도 '마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마분'은 용자가 마법을 쓰거나 죽었을 때 근처의 땅에 흩뿌려 지는 것으로, 마분 Lv1의 땅에서는 마분을 나르는 습성을 가진 '엘리먼트'가 태어나고, 마분 Lv2의 땅에서는 '릴리스'가, 마분 Lv3의 땅에서는 '드래곤'이 태어난다.

 

 

 

고급 마물을 만들어 보자

 

여기에 더하여 각 개체들은 '돌연변이'를 통해 이상종, 거대종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물은 1.먹이가 되는 마물이 적거나 2.천적이 더 많은 '나쁜 환경'이 되면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는데, 2번의 경우엔 이상종으로 변하게 되며, 1번의 경우엔 거대종으로 변하게 된다. 참고로 하나의 마물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그 이후에 태어나는 마물은 모두 변이 된 종으로 태어난다.

 


 

▲ '잘근잘근벌레'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데스잘근잘근'이 탄생했다!

 

 

또, 양분이든 마분이든 Lv3의 땅이 되면 '마법진'을 만들어 고급 마물을 소환할 수도 있다. Lv3의 땅 주위를 모두 파고 마지막으로 Lv3의 땅을 파면 마법진이 생기는데, 이 마법진을 바로 두드리면 '데몽'이 출현하지만, 마법진에 엘리먼트를 흡수시켜 색이 변하면 '삿한'을 출현시킬 수도 있다.

 

참고로 마법진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나오는 마물이 달라지는데 1계층에는 '데몽'이, 2계층에는 '골렘'이, 3계층에는 '애쉬레이디'가, 4계층에는 위 세 종류를 선택해서 소환할 수 있는 마법진이 생기게 된다. 특히 이런 고급 마물은 다른 마물들의 방어력이나 공격력 등 능력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므로 강력한 던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파고보면' 낭패보기 일쑤

 

플레이어가 운영해야 하는 던전은 이렇듯 간단해 보이면서도 심오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를 이해 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가 자동으로 시작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어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서 하도록 되어 있다보니, '일단 시작하고 보면 알게 되겠지' 하고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보통 스테이지 2에서 용사 패거리들에게 좌절하게 된다.

 

실제로 필자도 트레이닝 모드를 건너뛰고 스토리 모드 부터 하다가 '아악, 이 징글징글한 용사 놈들~'이라고 외치며 PSP를 집어던질 뻔 했다. 그러므로 처음 게임을 접하는 플레이어라면 '꼭, 절대로, 당연히' 트레이닝 모드를 통해 게임의 구조를 이해하고 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용자들을 처치하러 나설 것을 권한다.

 

참고로, 아무리 파괴신이라도 던전은 무한대로 팔 수 없다. 땅을 한 칸 팔 때 마다, 지진을 한 번 일으킬 때 마다 '굴착 파워'를 소비하게 되는데, 신나게 땅만 파다가 정작 마물을 내보내지 못하는 끔찍한 사태를 면하려면 가끔씩 살펴 봐줘야 한다. 또, 한 판이 끝날 때 마다 남은 굴착 파워로 마물을 강화 시킬 수 있으며, 그래도 남은 굴착 파워는 다음 판에서 추가로 쓸 수 있게 되므로 알뜰하게 사용해야 한다.

 


 

▲ 남은 굴착 파워로 마물의 레벨을 업!

 

 

갈 수록 무서워지는 용사들

 

던전을 만들고 나면 용사가 쳐들어온다. 용사는 혼자 혹은 파티(최대 3인)를 맺고 들어오는데, 처음엔 정말 우스울 정도로 쉽게 무찌를 수 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무서워지게 된다.  용사가 쳐들어오기 직전에 보이는 '각오 한말씀' 장면에서 보이는 용사의 레벨을 확인하면서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던전에 대해 새삼 걱정이 드는 것은 과연 필자 뿐일까. 특히, 서서히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매 스테이지를 넘을 때 마다 급격히 상승하는 용사의 레벨은 더욱 더 파괴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용사는 체력과 마력, 그리고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잘 이용하여 용사를 쓰러뜨리는 것이 관건인데, 체력과 마력은 화면 상단에 표시되고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은 생긴 모양, 즉 전사형은 마법 방어력이 약하고, 마법사형은 물리 방어력이 약하다는 정도로 대략 구분 할 수 있다. 그러나 마법사형인데 물리 방어력이 마법 방어력 보다 높다는 식으로 틀린 경우도 많고, 보다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파괴신들을 위해 한 화면에 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용사는 마분을 뿌리는 것 외에도 세이브 플래그, 음식, 나무통 같은 것을 흘려놓기도 한다. 이렇게 흘려놓은 것들은 대체적으로 던전을 유지하는 것에 위해를 가하는 것들이지만, 곡괭이 질 한 번, 지진 한 방으로 없앨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저 용사가 무엇을 뿌리지 않았는가만 주의해서 지켜보면 그만이다. 참고로, 용사가 죽으면 뼈다귀가 되는데, 이 뼈다귀를 한번 건들면 스켈레톤으로 변신, 마왕군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외양만 그럴싸해 보일 뿐 별 쓸모는 없다.

 

 

다양한 재미의 게임 모드

 

제공하고 있는 게임 모드는 총 네 가지로, 트레이닝 모드와 스토리 모드, 챌린지 모드, 그리고 '마왕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레이닝 모드는 마물을 만드는 법을 포함한 게임 플레이 방법과 팁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스토리 모드는 본격적으로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용자들을 무찔러나가는 통상적인 게임 플레이 모드이다. 참고로 스토리 모드를 진행 해 나가야 트레이닝 모드와 챌린지 모드의 스테이지들이 점차 해제된다.

 

 

 

챌린지 모드는 특정 상황 내에서 여러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모드로, 퍼즐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어진 시간내에 리자드남 10마리 만들기라던가, 굴착파워가 8 밖에 없는 상태에서 이를 재주껏 사용해 용사를 물리쳐야 한다던가, 마왕군 전투력 100 이하의 마왕군으로 용사를 쓰러트려야 하는 등 독특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마왕의 방'은 한 마디로 '마음껏 팔 수 있는 던전'으로, 던전의 깊이나 양분, 마분, 굴착 파워를 플레이어가 조절할 수 있는 던전이다. 주로 어떤 상황이 되면 어떤 마물이 나오는지와 같은 생태계 실험이나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양분을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 던전을 마음대로 만들고 용사를 불러 실험 해 볼 수 있다!

 

 

센스가 넘치는 대사와 도감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 or2'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센스 만점의 대사와 도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던전을 만들까 궁리하느라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긴장'한 파괴신의 마음을 마왕과 용사들이 대사를 통해 순간순간 '웃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마왕은 정중하면서도 깔보는 태도로, 혹은 찬미하면서도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파괴신인 플레이어를 대하는데, '감히 마왕 주제에 파괴신님께 이래라 저래라야!'라는 마음이 들다가도 '멍석말이 당하게 해서 미안해 ㅠ_ㅠ'라는 등 왠지 모르게 '신'인데도 불구하고 마왕과 '환상의 커플'이 되고 싶어진다.

 


 

▲ 우리 귀여운 마왕의 정보는.. 어디 보자..

 

 

도감에서 게임에 나오는 것들 하나하나의 설명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마왕군 뿐만 아니라 용사, 던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생물체 등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그야말로 '던전에 대한 A to Z 백과사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우리의 귀엽고 세련 된 마왕군에 대한 이야기는 파괴신으로 하여금 미소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차기작이 나온다면 어떠한 센스만점의 텍스트들이 파괴신을 반가이 맞이 해 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편, 이런저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패러디도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트레이닝01 던전 시작했습니다' 중에 마왕은 "저의 전투력은 제로입니다. 530000 정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라고 말하는데, 바로 드래곤볼의 프리더를 패러디 한 대사이며, 스토리 모드의 스테이지 1-3의 부제인 '0016 골드 핑거즈'는 '007 골드 핑거'의 패러디인 것이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이게 과연 패러디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없겠지만, 이러한 패러디를 하나하나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것이다.

 


 

▲ 위의 부제는 무슨 패러디일까요?

 

 

얕잡아 보면 큰 코 다친다!

 

80년대 고전 게임을 보는 듯한 그래픽과 사운드 등 겉보기에는 굉장히 쉽고 간단해 보일 것 같지만, 얕잡아 보고 시작하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예상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인데, 특히 메인 디쉬인 스토리 모드는 트레이닝 모드를 꼼꼼히 클리어 했다고 해도, 스테이지 3 이후로 넘어가면 반복되는 게임 오버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 맨 처음, '에게게 이게 뭐야~ 금방 깨겠군'

이라고 했던 말은 취소!!!

 

 

더군다나 한 스테이지에서 마지막 판에 마왕이 붙잡혔다고 해도 첫 판 부터 다시 해야 하니 그럴 때는 정말 '울고 싶을 지경'이다. 그러나 높은 난이도 만큼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을 때의 쾌감은 다른 게임에서 쉽게 맛볼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다른 사람들의 공략이나 팁을 참조하면서, 그것을 응용하고 연습해 비로소 클리어 했을 때의 즐거움이란 정말 달디 단 열매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번쯤 플레이 해보라 권하고 싶다. 생태계를 꾸려나가는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재미이지만 구석구석 넘쳐나는 센스와 위트는 얼핏보면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계속 불평해 온 '난이도'가 좀 걸리긴 하지만, '개그물을 좋아하고 참을성 있고 머리쓰기 좋아하고 옛날 게임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게이머라면 자연스레 손이 갈 수밖에 없게 되는, 제목 만큼이나 도발적인 게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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