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을 좋아한 경험이 있다면 셜록 홈즈나 아루센 뤼팽이 등장하는 소설을 적어도 한번 쯤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두 캐릭터의 지명도와 실력이 워낙 출중하다 보니 탐정 대 괴도로 두 사람이 마주치게 되면 과연 누가 이길지 상상해 보기도 했을 테고 말이다(이러한 팬들의 바람대로 기암성에 홈즈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슷한 분야에서 쌍벽을 이루는 두 캐릭터는 그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항상 비교가 되기 마련이고 이들이 함께 부딪히는 모습을 내심 그려 보게 만든다. 특히 그들이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21세기의 두 명탐정이 만나다 |
‘명탐정 코난 &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 우연히 만난 2인의 명탐정’ 이라는 길고 긴 이름을 가진 이 게임은 코난과 김전일이라는 일본 만화 속 양대 명탐정을 소재로 삼았다. 두 사람 모두 사건을 풀어 나가는 방식에 있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분위기도 사뭇 차이가 있지만 현 시대를 대표하는 탐정으로서 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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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립된 이야기 속에서 별개로 존재해 왔던 세기의 두 명탐정이 바야흐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각자의 명성이 있는 만큼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리는 없는 법. 일단 게임은 두 탐정이 서로 도와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두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게이머는 각 장에 따라 코난 팀과 김전일 팀 위주로, 또 어떨 때는 자신이 원하는 팀을 선택해 해당하는 팀의 시점으로 준비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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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원작이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져 있다 보니 등장 인물들을 얼마나 원작에 가까운 느낌으로 만들었는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론적으로 서로 다른 그림체를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다 보니 약간 수정이 있는 듯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이 애니메이션에 가깝게 만들어져 있어 이질감 자체는 크지 않다(개인적으로 김전일보다는 코난 쪽 인물이 싱크로율이 더 높아 보인다).
등장 인물 자체는 코난 쪽이 더 많지만 김전일 쪽은 주요 캐릭터가 대부분 등장하고 있는 반면 코난의 경우 다소 비중이 높은 캐릭터들만 등장하고 있으며, NDS의 한계 때문인지 비용 문제가 걸렸는지 아니면 라이센스 때문인지 음성 지원이 전혀 없고 삽입 영상 또한 컷신 이어 붙이기 형태로 되어 있는 부분은 사뭇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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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탐정의 관점으로 사건을 진행 |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은 육지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석암도(우리나라 말로 땅거미 섬 정도의 의미)라는 이름의 작은 섬. 코난 일행은 그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종 사건의 조사와 관광을 위해, 김전일 일행은 김전일의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날아온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석암도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두 탐정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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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두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오리지널 스토리로 되어 있다. 통상 코난에 비해 김전일 쪽이 조금 더 그로테스크 하고 잔혹한 사건을 다루어 왔지만 게임의 분위기는 이들의 특징을 잘 절충시킨 모습이다. 두 팀을 이어주는 것은 길에서 주은 소년 탐정단의 배지. 이를 통해 두 팀은 서로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해 사건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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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기본 전제인 만큼 장르는 자연스럽게 어드벤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각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장소를 조사해 사건에 관련된 단서를 찾아나가는 평범한 방식이며, 시간 제한이 없고 게임 자체도 거의 획일적인 코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곳 저곳을 다니며 반복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주변을 조사하면 클리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보니 언어의 압박이 상당히 심하다. 일본어를 모를 경우 진행이 힘든 경우도 있고 게임을 통해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단순히 두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감이 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플레이 하기 전 이 점을 꼭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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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를 모아 범인을 찾아내자 |
코난과 김전일이 살인 사건을 추리해 가는 게임인 만큼 게임 플레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단서(키워드)를 찾는 것이다. 각 단서들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을 수도 있고 지역을 조사해 입수할 수도 있는데, 입수한 단서는 별도의 메뉴를 통해 간편하게 열람할 수 있다.
단서와 단서를 조합해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러한 단서들이 모여 범인을 찾아내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단서가 어느 정도 모였다고 해서 바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것처럼 게임 진행과 상관 없이 얼마나 빨리 진범을 찾아내는지도 재미의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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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를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간간히 벌어지는 특수 조사 이벤트이다. 이 특수 조사 이벤트를 통해 사건 현장을 고찰하거나 특정 증거물을 보다 심도 있게 조사해 보는 것이 가능한데, 게임을 풀어가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자신이 실제 탐정이 된 듯한 느낌까지 주기 때문에 재미나 만족감이 상당하다.
게임 플레이 도중 간간히 등장하는 미니 게임 또한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간단한 미니 게임 수준이기는 하지만, 추리 어드벤처라고 하는 정적인 느낌의 게임을 어느 정도 액티브 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를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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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차트를 완성해 나가며 사건을 정리하는 요소는 지금까지 비슷한 장르로 만들어진 여타의 게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시스템이다. 다른 게임들이 단순히 선택문을 따라가거나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단서를 모으면 자연스럽게 결론에 도달하는 식이었다면 이 게임은 지금까지 모아 온 단서를 대입해 플로우 차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만약 올바른 추리를 하지 못 했을 경우 로직 포인트(LP)가 감소하며 포인트가 0에 이르면 게임오버가 된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는 않기 때문에 게임오버가 될 일은 별로 없지만 랭크에 영향을 미치니 가능한 명석한 추리로 S 랭크의 명탐정을 노리는 것도 재미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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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겉으로 보기에는 코난과 김전일이라는 양대 명탐정이 등장하는 캐릭터 성 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여타의 어드벤처 게임들과 비슷한 구성을 취하면서도 플로우 차트나 특수 조사 이벤트 같은 독특한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사건을 해결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인기 있는 두 원작의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켜 몰입도 또한 대단히 높다. 장소 이동식 어드벤처 게임의 전형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빈번한 이동과 대화 노가다 같은 부분은 이 게임에도 존재하지만,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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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비단 원작의 팬이 아니더라도 추리 소설 스타일의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의외로 완성도가 높고 재미 요소도 풍부하다. 자신의 힘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 생각만 해도 짜릿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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