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게이머들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의 게임들이 최근의 게임들보다 더 낫다’는 말이다. 비록 과거의 기억이 미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보다 높은 사양과 제작비로 웅장한 스케일은 물론이고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재미에 있어선 과거의 게임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커서인 듯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게임들도 많고 홍수처럼 나오고 있는 요즘 게임들과 그 수가 확연히 적었던 과거의 게임들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만큼 올드 게임에는 지금의 게임들에서 볼 수 없었던 그 무엇이 있었다고 할까. 그렇기에 과거의 명작들이 여전히 사랑 받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추억의 게임이 돌아오다 |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근래 들어 불고 있는 고전 게임의의 리메이크 바람은 가히 태풍급이라 할 만 하다. 필자가 다른 리뷰에서도 종종 언급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모습이랄까. 특히나 반가운 것은 리메이크의 영역이 FF 시리즈와 같은 명작 게임 중심에서 어린 시절 게임센터에서 플레이 했던 게임이나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한 개성 있는 게임들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현 시대에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올드 게이머에게는 즐거움이 한층 커졌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디쉬 – 다크 레버넌트(이하 레버넌트)’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등장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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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쉬 시리즈는 독특한 시스템과 도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해(당시로서는 퀄리티도 높고 노출도도 높은 캐릭터였다) 제법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니악한 모습과 아쉬운 부분들로 인해 명작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부족했던 게임이다. 열악했던 초중기 국내 게임 시장의 상황에서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플레이 해보려 했던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정도의 포스는 없었다는 말이다.
▲ 나름대로 인기도 많았던 아가씨다 |
하지만 국내에 제법 PC가 보급되었던 1990년에 발매가 되었고, SFC 등의 게임 콘솔로 컨버전 되어 비디오 게임으로도 만날 수 있었으며, 1996년에는 정식 패키지 판매까지 이루어지다 보니 나이가 30줄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법한 게임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에는 일본 PC 게임을 일반 게이머들이 접하기가 힘들었던 만큼 소수의 인원만이 플레이 해볼 수 있었지만, 정식 발매 후에는 팔콤이라는 제작사의 네임 밸류로 인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했다. 그 때문인지 90년대 후반까지 총 4편에 이르는 시리즈가 발매되기도 했으나, 국내에는 3편을 제외한 3개의 시리즈만이 정식으로 출시되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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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은 그대로, 재미는 커졌다 |
이처럼 긴 역사를 가진 게임이지만 4편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지 않은 만큼(팔콤이 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브랜디쉬 시리즈는 그 것으로 끝났다고 보는 편이 옳을 듯 싶다), 브랜디쉬 팬들에게는 이번 레버넌트의 등장이 더욱 기쁘게 느껴질 것 같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게임이 브랜디쉬 프랜차이즈의 오리지널 게임이 아닌 단순 리메이크이다 신선함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발매된 사실 자체만으로 만족스러운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레버넌트는 4개의 시리즈 중 최초로 선 보인 1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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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게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래픽의 보정이 제법 이루어진 모습인데 2D에서 3D로 변모하면서 섬세하고 깔끔하게 구현된 맵이나 캐릭터는 물론이고 각종 이펙트에 있어서도 진화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캐릭터 컷 신은 기존 브랜디쉬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풍 일러스트로 구현되어 더욱 완성도를 높여 주고 있다.
사운드 또한 기존 음악을 어레인지 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지만, 원작의 음악이 그립다면 오리지널 배경 음악으로 플레이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향상된 비주얼이나 오디오와는 달리 게임의 실질적인 재미를 담당하는 시스템과 관련한 부분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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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워낙 오래된 만큼 그 차이를 명확하게 기억하기는 힘들지만 조작도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구현한 듯 하고 각종 시스템들 역시 거의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페이스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해치지 않으려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나마 맵 마킹 시스템을 도입해 미니 맵에 여러 가지 마킹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 플레이 시 유용했으며, 한 번 클리어 한 후 도라로 다시 플레이 할 때 아레스와는 다른 맵 세팅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도 그다지 변화가 없는 게임에 있어 추가적인 재미를 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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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던전형 RPG |
그런데 레버넌트는 과연 어떠한 게임일까. 색다른 재미를 주는 RPG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나온 지가 워낙 오래 되다 보니 원작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이 점이 가장 궁금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레버넌트가 기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장르는 던전형 RP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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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형 RPG는 일반적인 RPG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데, 여타의 게임들이 퀘스트를 해결하고 필드를 이동하면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식이라면 던전형 RPG는 던전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거나 한 층 한 층 클리어 해 나가는 형태의 구성을 취한다. 레버넌트의 경우 1층부터 시작해 차례차례 각 층을 클리어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각 층을 클리어 한다는 것은 출구를 찾는 것이고 이동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곳곳에 함정과 퍼즐들이 숨어 있어 출구를 찾기까지 다양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특정 발판을 밟아야 열리는 문이나 열쇠를 찾아 문을 여는 것 같은 단순한 것에서부터 정해진 마법을 사용해야 풀리는 퍼즐과 파괴 가능한 벽을 찾아 이를 파괴하고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등의 복합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까지 다양한 퍼즐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풀어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어떤 함정에 빠지면 아래층으로 떨어지기도 하고(이 경우 당연히 다시 올라가야 한다) 벽에 있는 석판을 통해 퍼즐을 푸는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점프 기능을 사용해(점프를 사용하면 한 칸을 건너 뛸 수 있다) 함정을 피하고 주어진 퍼즐을 풀 수도 있고 빠른 반사 신경을 요구하는 퍼즐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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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RPG라는 장르의 특성 상 한 없이 퍼즐만 푸는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적들과의 전투도 필수적인데, 다양한 퍼즐과 함정을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인지 전투 방식은 상당히 간단하다. 검 공격을 예로 들면 적을 정면으로 보고 단순히 공격 버튼만 누르면 되며, 전투뿐 아니라 모든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만큼 아이템 창을 여는 순간에도 적이 공격할 수 있고 휴식을 취하다 기습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퀵 슬롯이 존재해 빠르게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캐릭터의 성장은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성장하는 능력치가 달라지는 식이다. 검을 많이 사용할 경우 완력이 증가하고 마법을 사용하면 마력이 증가한다(때문에 두 종류의 무기를 골고루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외에 내구성이 없는 무기도 있지만 대체로 존재하는 만큼 맨손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물론 데미지는 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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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할 만한 게임은 아니지 않을까 |
게임 자체가 다소 매니악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 폭 넓은 인기를 얻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퍼즐을 풀어나가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높은 몰입도로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다. 리메이크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이며, PSP라는 휴대용 기기와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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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브랜디쉬 시리즈를 경험했던 게이머들이 일차적인 타겟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 시대에 어울리는 비주얼로 재탄생한 만큼 과거에 시리즈를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기자기한 던전헝 RPG를 좋아한다면 실망할 만한 게임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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