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드 게임 부루마불. 온 세계를 여행하며 호텔을 짓고, 우주여행도 할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던 그 게임이다. 이 막강한 아이템을 게임에 적용시킨 것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2월 부루마블이 첫 출시된 후 2005년, 2007년, 2008년, 2009년까지 2006년을 제외하고 햇수로는 6년동안 매년 시리즈가 버전업을 계속하며 이어져 오고 있다. 게다가 매회 출시될 때마다 안정적인 게임성으로 인해 순위권에 올라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2009 부루마불게임'은 기존의 2D가 아닌 3D로 입체화 된 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시리즈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 부루마불게임 |
▲ 부루마불게임 2005 |
▲ 부루마불게임 2007 |
▲ 부루마불게임 2008 |
▲ 부루마불게임 2009 |
기억날듯 말듯, 부루마불게임 |
기존 시리즈를 한번도 플레이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어릴 적 즐기던 부루마불게임이 아련한 기억 저편에만 남아 있어 주사위를 굴리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건 알겠는데 기본 규칙이 어떠했는지 가물가물할 수도 있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사위 2개를 한꺼번에 굴려 나오는 수만큼 앞으로 진행한다.
해당 나라에서는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상대방 유저가 이곳을 지나가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같은 숫자가 2개 나오면 '더블'이라 해서 주사위를 한번 더 던질 수 있다. 무인도에 갇히면 더블이 나오기 전까지는 3번을 그 자리에서 쉬어야 한다. 이렇게 상대방이 파산할 때까지 계속 주사위를 굴리며 세계를 여행하는 게임이 바로 부루마불이다.
규칙을 잊어버렸는데 잘 할 수 있을까? |
규칙을 잊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나리오모드를 플레이 하면 요정부루마불이 알아서 코치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빈정거리기도 하면서 도와주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선 상대를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 플레이 할 때는 비싼 호텔을 살지, 싼 별장을 지을 지가 고민 될 텐데, 초반에는 돈이 얼마 없으니 싼 별장부터 짓는 것이 좋다. 비싼 호텔을 사서 한 방을 노릴 수도 있지만 이는 위험한 플레이이다.
▲ 이렇게 친절하다가도 지면 쟤가 1줄 하는 동안 머했냐며 핀잔을 준다 |
2009 부루마불게임만의 특징 |
숲, 얼음, 동전, 통나무의 4개 맵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루마불게임 2009의 표면적 특징이지만 맵이 게임 플레이에 미치는 요소는 전혀 없는 듯 하고, 부활 카드나 건물 업그레이드 카드 등으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해도 무조건 건물을 많이 지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보니 이 역시 큰 상관은 없다 하겠다. 한 땅에 건물 3개를 지으면 특별한 건물이 등장해서 신기하긴 하지만 3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고 해서 게임의 재미가 배가 되지는 않는다.
과거의 시리즈를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일견 조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007 정도의 맵 그래픽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 국기를 발판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인지 금방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2009는 맵이 4가지나 된다고 하지만 별 의미가 없고, 2D일지라도 눈에 잘 들어오는 맵이 보다 편리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게임 모드는 스토리모드와 규격모드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본편은 스토리모드(테일즈마블)이고, 게임에 이기는 조건을 시간으로 하고 싶다거나 아이템의 사용/미사용 등 어떤 조건을 설정하고 플레이 하는 것이 규격모드(커스텀마블)이다. 커스텀마블 모드는 스토리모드를 1개 이상 진행해야 열 수 있는데, 스토리모드만으로도 엄청난 플레이 시간을 요구한다.
▲ 스킬카드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
퀄리티 높은 그래픽과 사운드 |
2009에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3D 그래픽이다. 게임 진행 시에도 맵 뿐만 아니라 NPC, 플레이어 효과 등등 모든 면에서 그래픽적인 우위가 느껴진다. 미니게임천국과 같은 깔끔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2004년부터 개발사가 닦아온 실력을 그대로 드러나는 듯 하다.
깔끔한 그래픽을 이용한 기교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상대방으로부터 통행료를 받으면 폴짝폴짝 뛰며 한껏 기쁜 모습을 드러내는데, 단순히 뛰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중심으로 해서 던전앤파이터의 크리티컬 타가 들어갔을 때처럼 화면을 클로즈업 시켜 더욱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1P와 2P의 구분도 명확하다. 맵의 각 나라마다 파란색(유저)과 분홍색(상대방) 풍선을 두어 누구 소유의 나라인지 명확히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 주사위를 굴릴 때는 '달가닥' 하는 소리를, 땅에 부딛혔을 때는 진동 효과를 주고 '더블'이면 팡파레가 터진다. 그래픽, 사운드에 이어 체감까지 입체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
▲ 전편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그래픽 / 빙고의 맛! |
눈에 보이는 아쉬운 점들 |
가장 불편했던 건 전체 맵을 항상 볼 수 없다는 점. 개발진은 유저들이 주사위를 굴릴 때 전체 말판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주사위를 굴릴 때는 전체 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체 맵이 보여질 때는 해당 숫자만큼 이동할 때 잠깐뿐이다. 어디엔가 전체 맵을 볼 수 있는 메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살펴봐도 현재 위치만 표시되고 전체 화면을 볼 수가 없다. 주사위를 던지기 바로 전 잠깐 전체 맵이 보여지는가 싶더니 그것도 일부가 가려져 온전한 전체 맵을 보기 힘들다.
두번째는 조작감과 효과음. 실제로 유저의 동작이 필요한 것은 분기점이다. 주사위를 굴려라, 살거냐 말거냐, 어떤 걸 살거냐만 선택하면 그 외에 유저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프라인에서 말판을 옮기는 것도, 상대방이나 은행과 돈을 주고 받는 일도 COM이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사위를 굴릴 때와 숫자가 나왔을 때처럼 '확인' 버튼이 필요 없는 시점에 확인을 눌러줘야 하고, 또 플레이어들이 기뻐하는 순간 잠깐이지만 1-2초 동안 그 모습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점이 게임의 맥을 끊는다. 효과음도 많이 빠져 있어 심심하다. 나라를 이동할 때는 '한칸, 두칸,....' 소리를 내면서 탁탁 짚어가며 움직이듯 '탁,탁,탁'하는 효과음이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기뻐할 때도 슬퍼할 때도 효과음이 없다 보니 맹숭맹숭하다.
슬퍼해야할 곳에서 기뻐하는 일도 있다. 시작점을 지나 월급을 30만원 탔지만 그 자리는 상대방의 자리로 200-300만원을 내야 한다면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게임에서는 일단 월급을 타서 한번 웃어주고, 300만원을 낼 때 울어준다. 돈 계산해서 나갈 돈이 더 크면 울어주는 것까지는 계산이 안 되는 모양이다. 또 상대방의 실수는 나의 행복인데 상대방이 건물 관리비로 100만원이 들어가서 슬픈 표정을 지으면 플레이어는 '아싸'라고 한 마디 정도는 해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너는 알지만, 나는 모른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오프라인이라면 상대가 어떤 카드를 사용하는지 바로바로 눈에 보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카드 중에서 '월급 10번 미리 타기' 카드가 있는데, 한 판 돌아가면 30만원의 월급을 타니 10번이면 총 300만원을 탈 수가 있다. 파산 직전 만나는 이런 행운은 판세를 뒤엎을 수는 없어도 엄청난 위안이 된다. 문제는 상대가 이 카드를 서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거의 파산 직전이었는데 자꾸만 어디선가 돈이 생겨난다.
▲ 최초 500만원을 가지고 시작한다 저 많은 스테이지를 언제 넘기려나? |
부루마불은 땅장사 게임 |
부루마불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다. 주사위를 던진다는 행위 자체가 운과 관련된 것이고, 카드를 고를 때도 운이 따라야 한다. 카드를 뽑았는데 '뒤로 3칸 가시오'라는 말에 뒤로 갔다가 상대방의 나라여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불운'도 있고, 상대가 2-3회 기부한 돈을 플레이어가 가져오기도 하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좀 더 행운이 따른다면 더블이라서 한번 더 던졌는데 또 더블이 나올 수도 있다.
'나라에 도착하면 무조건 가장 싼 '별장'부터 산다'는 원칙만 세워두면, 그 다음부터는 운에 좌우된다. 카드를 뽑을 때 본인 카드만 가로세로 연속 3줄이 되면 '빙고'로 100만원을 가져올 수 있다는 등의 자잘한 지식만 있으면 더 이상 유저에게 선택의 분기는 없다. 그저 주사위만 잘 굴리면 되는 것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게임성 자체가 없어진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한번 말리기 시작하면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활 아이템으로 살아나고 1000만원을 준다 하더라도 이미 상대방은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자신의 나라로 만든 상황이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만 늘어날 뿐 사실 상 역전은 불가능하다. 혹시나 싶어 월급 10번 미리타기 3회를 모두 소진해 봤지만 역전도 힘들 뿐더러 이 카드는 한 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전 시나리오모드에 적용되는 것이라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는 쓸 수가 없다.
'나오는 숫자의 2배 가기'를 사용하여 월급을 조금 더 많이 탈 수는 있지만 그렇게 유용하지는 않다. 전체 맵의 60-70%만 차지하면 거의 이겼다고 봐야 하는데, 상대를 완전히 파산시킬 때까지 게임을 진행해야 하니 후반부에는 진행이 루즈해질 수도 있다. 참고로 진 상태에서 다시 도전하려고 해도 다시 시작하기 기능은 없다.
▲ 스테이지에 따른 변화는 별로 눈에 확 띄는 데인저~ |
부루마불의 명가로 태어나기 바라며 |
어쨌든 예상했던대로 이 게임은 보드 게임 부루마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지적한 전체 화면 보기, 사운드 효과 등 자잘한 몇 가지 요소만 보완한다면 완벽한 부루마불로 태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테트리스와 미니게임천국 시리즈로 코스닥에 간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만으로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는 게임빌처럼, 2004년부터 계속된 부루마불 시리즈로 엠앤엠게임즈도 명가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 호텔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