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오픈 월드 게임이 될 것을 약속하면서 2007년 여름 처음 발표되고 2008년경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 합병 문제로 유통사가 변경되는 진통을 겪는 와중에 발매가 연기됐다가 올해에야 나온 ‘프로토타입’.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은 게임 발표 시 언급된 바 있지만 예기치 못한 발매 연기와 DC 코믹스의 프로토타입 미니 시리즈 발표 등으로 스토리가 약간 달라진 듯 하다.
초반에는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지만 서서히 하나 둘 익히게 되는데 게임이 시작된 직후 일종의 튜터리얼 형식으로 갖고 있는 몇 가지 능력을 맛볼 기회를 얻게 된다. 완성된 상태의 주인공이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회상하고 있는 현재까지 진행되는 것이어서 몇 가지 능력을 사용해본 뒤에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부터 사용하게 되는데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빨라 스토리 미션을 조금 진행하면 거의 모든 공격 능력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게 된다.
능력은 일종의 경험치 역할을 하는 진화 포인트(EP: Evolution Point)로 구입하게 되는데 스토리 미션을 1개 진행할 때마다, 그리고 일정 수준의 진화 포인트가 누적될 때마다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의 종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포인트 획득도 쉬운 편이어서 조금만 신경 쓰면 극초반만 조금 지나도 웬만한 기본 상태는 거의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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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다른 사람을 흡수하는 능력을 통해 지식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얻는 능력도 있다. 진화 포인트로 얻는 능력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다른 것으로 변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다른 사람을 흡수하는 것은 기술적인 능력들이 대부분이며 예를 들면 헬리콥터 조종, 탱크 조종, 그리고 각종 무기 사용 능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먹과 발을 이용한 가장 원초적인 전투 능력부터 시작해 병사들이 떨어뜨리는 크고 작은 무기 활용, 신체의 일부를 활용하는 특별한 전투 능력에 다양한 방어 능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고 다른 사람을 흡수해 겉모습을 바꾸는 위장 능력까지 있어 어지간한 슈퍼 영웅보다 더 막강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덕택에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업그레이드 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액션'으로 분류되는 장르의 다른 어떤 게임보다 화끈한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능력의 유형이 많은 덕분에 화끈한 전투로만 게임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해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게임 진행에서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 미션에서 반드시 정해진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과격한 방법으로 적들과 부딪히면서 진행하거나 병사의 모습으로 위장해 일종의 잠입 액션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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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공격 능력을 바꾸는 키를 이용해 메뉴를 열면 일시적으로 슬로우 모션이 발동한다는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무기를 이용한 다채로운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또 개별 유닛을 처리하는 공격 능력에 더해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다수의 적에 큰 피해를 입히는 데베스테이터 능력 또한 다양해 한 번 전투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대난동 수준으로 끌고 가는 것도 가능, 1당100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늘을 날아다닐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 않은 점프 능력과 달리기 속도, 그리고 공중에 보다 오래 떠 있을 수 있게 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미끄러질 수 있는 글라이드 능력,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대쉬 하는 능력 등을 함께 사용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 기동력까지 뛰어나고 채찍 모양의 공격 능력을 이용해 하늘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를 탈취해 전투 지역을 신속하게 빠져나가거나 비행하면서 지상을 공격하기도 하는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전투를 손쉽게 구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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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월드 게임이기 때문에 별다른 로딩 없이 항상 거대한 맵을 배경으로 하고 돌아다니는 데다 대난동 수준의 대규모 전투를 진행한다는 것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스크롤 속도 저하 현상인데 놀랍게도 거의 없다. 개별 유닛의 그래픽 디테일은 썩 좋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픽 수준을 조금 낮추는 대신 화면 상에서 움직이는 객체 수를 대폭 늘릴 수 있었다.
덕분에 대규모 전투가 아닌 일반 상황에서도 항상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과 자동차를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대도시의 정경을 잘 표현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보다 넓은 지역을 시야에 두는 경우 약간의 저하 현상이 발생하긴 하지만 문제삼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음산한 분위기의 메인 메뉴 배경 음악부터 시작해 상황에 맞게 준비된 서로 다른 분위기의 배경 음악이 진행 분위기를 잘 살리고 다양한 폭발음, 여기저기서 들리는 괴성이라든가 비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로 혼잡한 상황임을 귀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운드 부분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컷씬에 사용된 성우들의 음성 연기도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진행 중 사운드로 인해 어색함을 느낀다거나 부족함을 느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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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고 어떤 사람들이 보호복을 입고 부검을 하려던 중 갑작스럽게 깨어난 알렉스 머서라는 사람으로 플레이 하면서 자신이 왜 그런 곳에 누워 있었는지, 누군가가 왜 자신을 죽이려 드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의 조각을 하나 둘 끼워 맞추는 과정도 재미있다.
기억의 조각은 스토리 미션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출 수 있긴 하지만 쉽게 얻은 만큼 깊이는 없다. 게임을 홍보하는 많은 매체를 통해 게임에 대해 얻는 인상은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과격한 액션 게임' 정도지만 기억의 조각을 얻다 보면 준비된 것이 상상한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이렇게 잘 준비된 스토리 설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위험한 상황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른 적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사람들을 흡수하는 일종의 '아이템 수집'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자그마치 131명의 기억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오픈월드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이템 수집 컨텐츠로 간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좀 아쉽다. 또한 이들 기억의 조각을 획득하면 총 아홉 가지 분류로 '음모의 단편' 맵에 기록이 되는데 각 분류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시 확인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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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 지도가 포함되어 있지만 목표 지점을 설정할 수 없고 특정 보조 임무의 위치를 미니맵에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벤트 메뉴를 경유해야 하는 등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고, 바닥에 굴곡이 있는 경우 캐릭터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된다거나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간판의 텍스쳐가 깜박이는 증상, 장시간 진행을 하는 경우 특정 상황에서 캐릭터가 보이지 않게 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진행 중 가장 불편했던 것은 몇 가지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되는 미션인 경우 중간중간 주어지는 임무의 설명이 명확하게 겉으로 표시되지 않아 체크포인트에 도달했다는 메시지가 표시될 때마다 메뉴의 로그 항목을 열어 확인해야 했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큰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역시 한글화가 되지 않은데다 바이러스라는 의학적 주제 때문에 전문 용어가 다수 사용되고 있어 영어에 약한 게이머는 스토리의 많은 부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스토리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과격한 액션이라는 것도 가치 있는 경험이 될만한 게임이다. 다만 과격한 만큼 잔인한 표현이 많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흡수하거나 병사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무기에 맞게 준비된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 이런 것에 거부감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글화라든가 잔인성 등의 약점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면 놓치면 후회할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