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게임의 최고봉? '그란투리스모' 리뷰인가라고 생각하신 독자라면 PS3를 보유한 분일 것이고 '포르자' 리뷰인가라고 생각하신 독자라면 분명히 Xbox 360을 보유한 분일 것이다. PS3와 Xbox360, 두 진영의 국가 대표급 레이싱게임들이기 때문에 항상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비교되고 팬들간의 토론과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게임이 바로 '그란투리스모'시리즈와 '포르자 모토스포츠' 시리즈이다.

내년 3월에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그란투리스모5'가 발매되니, 각 진영별 ‘본좌’들끼리의 결승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결승 레이싱 스타트라인에 먼저 등장한 '포르자 모터스포츠3' (이하 포르자3). 이제 '포르자3'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가늠해보도록 하자.

'니드포스피드'나 '릿지레이서'와 같이 아케이드적인 요소에 많은 게임성을 투자한 일명 ‘쏘는’ 레이싱 게임이 차세대기의 화려한 그래픽을 날개 삼아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있었을 때였다.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라는 그럴싸한 장르로 홀연히 등장한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레이싱 게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면서 레이싱게임의 ‘본좌’로 순식간에 자리 매김 하였다.

이번에 발매된 '포르자3'는 PS진영의 '그란투리스모'에 정확하게 대항하는 위치를 지닌 Xbox 진영의 레이싱 게임이다. 2005년에 최초 1편이 발매되었고 2년의 간격을 두고 각각 2007년 2편이, 그리고 2009년 3편이 발매되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래픽은 더욱 정교해지고, 사운드는 더욱 사실적이 되었으며 레이싱 코스는 극한의 리얼리티를 지향하게 되었다.

레이싱 게임을 하나의 직선을 긋고 양 끝점을 기준으로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눈다면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케이드적인 느낌을 강조한 '니드포스피드'나 '릿지레이서'가 왼쪽 끝에 위치해있고 리얼리티를 강조한 '그란투리스모'시리즈가 가장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는 모양새가 될 것 이다. 왼쪽에 있는 게임들은 오른쪽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고 오른쪽에 있는 게임들은 왼쪽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즉, 너무 캐주얼한 게임은 나름의 매니악한 요소를 가미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고, 너무 사실적인 게임들은 캐주얼적인 요소를 넣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처럼 ‘우린 게임이 아니에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랍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면서 게이머들에게 ‘라이센스’ 획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포르자3'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오른쪽 끝에 함께 있던 '그란투리스모'를 뒤로 하고 왼쪽방향으로 한걸음 옮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복잡한 자동차 튜닝 / 세팅 시스템 등의 매니악한 요소를 유지하면서, 레이싱을 가볍게 즐기고 싶은 초심자들을 위한 장치를 여기저기에 배치해 두었다. 한마디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서 '그란투리스모'와 같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가 될 수도, '릿지레이서'와 같은 경쾌한 아케이드 게임으로 바뀔 수가 있다는 것이다.

'포르자3'에는 게이머의 눈길을 끄는 몇 가지 재미있는 기능들이 탑재되어있다. 첫번째가 [되돌리기] 기능이다. 레이싱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Back 버튼으로 발동되는 [되돌리기]기능을 사용해보자. 특정 시간만큼 레이싱을 뒤로 돌릴 수 있다. 주행 중에 벽이 충돌하거나 코스를 이탈했을 때 몇 번이고 원하는 시점까지 [되돌리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한 번 코스를 이탈했을 때 ‘악!’ 소리를 내면서 ‘처음부터 다시’를 눌렀던 기억이 있었던 게이머라면 두손두발 다 들고 환영할 기능이지 싶다.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튜닝과 업그레이드도 손쉬워 졌다.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배기/흡기/타이어 특성과 같은 튜닝 시스템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토크곡선이 어떻게 변하고, 타이어 마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이 없다면 [빠른 업그레이드]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현재 보유한 CR(포르자3에서 돈의 단위)의 한도 내에서 가장 적합한 업그레이드를 추천해준다. 사용자는 추천된 업그레이드 항목을 보고 결정만 해주면 되므로, 복잡한 세팅 없이 간단하게 자동차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의 난이도는 한번 결정되면 게임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포르자3'의 경우는 각 레이싱별로 여러 가지 옵션으로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추가 기능을 지원한다. 경쟁차량 AI의 수준도 결정이 가능하고, 브레이크 잠김 방지, 스태빌리티 컨트롤, 기어변속 시스템, 연로 소모, 자동차의 손상 시스템 적용 여부를 항목별로 세팅이 가능하다. 물론 보조 세팅을 Off로 설정하고 AI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얻게 되는 보상도 늘어난다. 특히 초심자가 환영할만한 세팅 값 두 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권장 주행로 표시 기능이고 두 번째는 오토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권장 주행로 기능은 코스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최적의 라인을 표시해주는 기능인데 가속 해야 하는 시점과 감속 해야 하는 시점을 녹색과 붉은색으로 알려줘서 편리하다. 오토 브레이트 시스템은 감속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게이머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감속을 해준다.

모든 운전 보조 장치를 활성화하고 레이싱에 나서면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을 하듯이 손쉽게 스릴 있는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실수를 하더라도 처음부터 레이싱을 리스타트 할 필요 없이 [되돌리기] 기능을 사용하면 그만. 사실적인 레이싱 게임을 추구하는 '포르자3'시리즈에서는 기대도 못했던 사치인 셈이다.

'포르자3' 시리즈는 대부분의 레이싱 게임과 유사한 게임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다. 시즌플레이 모드에서는 이벤트 경기가 펼쳐지고 이벤트 경기가 끝나면 시즌 레이싱이 펼쳐지고 계속 반복이 되는 구조이다. 게임의 진행은 매우 단순해서 처음부터 쉽게 몰입이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RPG게임처럼 경험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험치는 드라이버 경험치와 자동차 경험치가 존재하는데 레이싱 경기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고 우승을 하면 드라이버 경험치가 올라가고 특정 레벨이 되어야 다음 단계의 레이싱에 도전이 가능하다. 레벨업이 되면 자동차 업체가 스폰서가 되서 해당 업체의 자동차를 상품으로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자동차 경험치는 업체로부터 받은 자동차나 직접 게이머가 구입한 자동차로 레이싱에 출전해서 얻게 되는데 해당 경험치를 쌓으면 해당 자동차 제조사의 튜닝 파츠를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란투리스모'의 라이센스를 대체하는 기능으로 볼 수 있는데 '그란투리스모'의 경우 본 게임 과 라이센스 취득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떨어져있어서 전체적인 게임의 템포에는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포르자3'는 시즌 플레이모드를 진행하면서 드라이버와 자동차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구조이므로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다 높은 경지로 다다를 수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에 있어서는 당대최고라고 감히 말해도 되겠다. 1080p까지 지원하는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리얼리티는 요 근래 게임에서는 따라올 상대가 없다고 판단된다. 깔끔한 자동차 모델링과 주변사물이 자동차에 비쳤을 때의 반사 효과, 손상된 차량에서 떨어진 부품과 충돌했을 때의 상호 작용 등은 만점 수준이고 고해상도 텍스쳐로 작업된 주변 사물들은 200Km로 질주하는 자동차를 잠시 멈추고 감상하고 싶을 정도. 여유가 된다면 60프레임으로 재생되는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치열한 레이싱 중에 놓쳤던 아름다운 배경들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운전자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내부 모델링의 디테일적인 부분이나 질감 부분인데 자동차 외부 그래픽이 워낙에 발군이라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정도이므로 몹쓸 편은 아니다.

자동차마다 다르게 제공되는 엔진사운드와 주변 사물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사운드 효과 역시 몰입감에 일조한다. 또한 포스 피드백 휠이 아닌 XBOX360의 컨트롤러를 사용하더라도 레이싱 게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진동 피드백이 제공된다. 노면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전달되는 진동과 기어 변속시 잠시 느껴지는 변속충격까지 재현된다.

‘꿈의 질주가 시작되는 곳’

'포르자3' 패키지 뒷면에 쓰여있는 문구다. 본 게임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현실적인 드림카인 현대 제네시스 쿠페를 첫번째 차로 사버렸다. 이왕 꿈의 질주인데 조금 더 쌔게 지를걸 그랬나.. )

전작에 비해 더욱 편해진 시스템과 강력해진 그래픽 효과와 사운드 효과는 ‘꿈의 질주’를 보다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400여대의 자동차와 100개가 넘는 트랙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볼륨감에 현실적인 그래픽이 만나서 당분간 누구도 쳐다볼 수 없는 최고의 레이싱 게임으로 등극하였다. 이제 남은 승부는 내년에 발매되는 '그란투리스모5'와 펼치게 될 것 이다. 09년과 10년을 빛낼 차세대기 최종 레이싱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을 기다려보도록 하자.

리뷰어: H.S/ kimhs0823@hotmail.com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