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는 그 어떤 회사보다 프랜차이즈를 잘 활용하는 회사이지만, 또한 그 어떤 회사보다 후속작을 잘 내놓지 않는 회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기를 내놓을 때마다 마리오가 나오는 타이틀을 꼭 내놓지만, 놀랍게도 2라는 숫자를 붙인 정통 후속작 형태로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의 경우에는 3편까지 내놓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숫자가 이어지는 후속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메트로이드 프라임’이라던가 ‘피크민’, 혹은 ‘마리오 파티’처럼 숫자가 이어지는 후속작들을 내놓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해도, 그보다는 새로운 부제를 붙여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그러던 닌텐도가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를 내놓았다. 2년 반 만에 내놓은 이 후속작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3D 액션의 끝을 보여주었던 타이틀에서 얼마나 더 보여줄 것이 있길래 후속작을 내놓았을까? 그렇게 완전해 보이던 타이틀에도 보완할 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또 더 새로운 부분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에서 가장 내세우고 있는 것은 3D 액션에 대한 적응이다. 닌텐도는 ‘슈퍼 마리오 월드 64’에서 이미 3D 액션의 완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3D 액션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일본에서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 세계적으로는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킨 타이틀이지만, 일본에서는 기대 만큼의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3D로 전향한 젤다의 전설 시리즈 역시 구미권에서의 놀라운 반응에 비해 일본에서는 그렇게 인기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게임큐브로 나온 ‘슈퍼 마리오 선샤인’의 경우 역시 일본 내에서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마리오라는 프랜차이즈 자체에 한계가 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패미컴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의 GBA 복각판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새로운 감각의 2D 마리오를 선보인 NDS판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거의 600만에 달하는, 가공할 만한 판매 실적을 올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미국에서도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인기는 좋았지만, 일본에서 유난히 더 좋은 실적을 얻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NDS 게임들의 판매 실적이 뛰어났던 일본 특유의 분위기에 편승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Wii판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역시 400만개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3D 마리오 시리즈가 100만개 전후로 팔릴 때, 2D 마리오는 몇 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여전히 3D 보다는 2D 특유의 감각을 선호하고 있다고 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혹은 패미컴판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 대한 향수가 너무 강해서, 3D로의 전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완성도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3D 마리오 시리즈이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는 획기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닌텐도 입장에서 문제였을 것이다. 그저 잘만 만들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3D 마리오를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를 선보인 게 아닐까 싶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는 전작에 비해 유난히 튜토리얼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 패키지에 조작 방법과 플레이팁을 소개하면서 보여주는 DVD를 첨부할 정도였다. 이미 3D 조작에 익숙할 만큼 익숙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 시점에, 튜토리얼 DVD를 첨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시 한번 3D 액션이란 것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뿐 아니라, 게임 내에서 막힐 것만 같은 곳에는 힌트TV가 마련되어 있어서, 정석 플레이 방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루이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마리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이 점프를 할 수 있고, 브레이크 동작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대체로 능력이 더 뛰어나며, 일반적인 스테이지 보다 조금 더 어려운 곳들에는 루이지가 자신으로 플레이를 해달라면서 서 있을 때가 많았다. 이 역시 튜토리얼을 겸한 과잉 친절 시스템의 일례라 할 수 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의 친절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정한 장소에서 너무 많이 실패하게 되면, 도움마녀가 등장해서 아예 그 스테이지를 대신 클리어 해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대신 클리어 해준 스테이지는 파워스타가 아니라 브론즈스타를 얻은 것이 되어서, 별의 숫자가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다음 행성으로 갈 수 있는 루트가 열리게 된다. 특정 스테이지의 높은 난이도 때문에 게임을 포기하는 걸 막는 시스템이다.
스테이지 선택 방식도 전작과는 다르다. 전작은 슈퍼 마리오 월드 64와 같은 스타일의 스테이지 선택 방식이었다. 라운지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스테이지로 갈 수 있는 관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라운지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도움말도 듣고, 라운지가 확장되어 가는 그 느낌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스테이지를 쉽고 빠르게 찾아가기는 어려운 구조이기도 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는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New 스타일로 복귀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 슈퍼 마리오 월드 64, 그리고 최근의 뉴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월드맵 구조를 가져왔다. 한 눈에 스테이지가 보이는 식으로, 전체적인 스테이지 구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롤백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역시 이러는 편이 마리오 다우면서도 직관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라운지를 완전히 없애버린 것은 아니다. 3D 조작 감각을 익힐 수 있는 라운지는 별도로 마련, 연습을 할 수 있게 해두었으며, 월드맵 선택화면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발판도 라운지에 배치했다. 아주 직관적으로 간다면 라운지를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3D 조작에 대한 연습 공간이란 측면에서는 계속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2라는 숫자가 붙은 후속작인만큼,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은 전작을 계승하고 있다. 중력이 강조된 행성 이동 방식의 맵구성이라던가 각종 장치들이 모두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전작에 비해서 한 스테이지의 길이가 짧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각 행성을 조금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편이며, 너무 길게 늘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밸런스가 절묘해졌다.
게다가 각 행성들은 컨셉이 거의 겹치지 않아, 진행 스타일 역시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임 시스템이긴 하지만, 변신 아이템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게임 감각 역시 새롭게 느껴진다. 꿀벌마리오, 유령마리오, 용수철마리오, 파이어마리오, 무지개마리오는 전작에도 있었던 케이스. 이들과 묘하게 용도가 겹친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이스마리오와 플라잉마리오는 2에서는 삭제된 대신 구름마리오와 구르는돌마리오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구름마리오는 공중에 발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총3개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이동 능력만 보면 이리저리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는 꿀벌마리오가 더 다양한 장소에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 제약이 많아 의외로 구름마리오의 발판이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때가 많다. 긴 점프와 같이 활용하면 단축 플레이가 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다.
구르는돌마리오는 주로 적을 제압하면서 지나가는 스타일로, 소닉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변신 아이템 외에도 드릴을 이용한 독특한 입체 액션이 가능하며, 리모컨을 이용한 스타피스 동작들 역시 여전하다. 2인 플레이 시에는 리모컨으로 할 수 있는 도움 동작들의 폭이 한층 넓어지기도 한다.
2편의 추가 요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요시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요시를 타고 다닐 수 있으며, 그 때의 감각은 이전 타이틀들과 비슷한데, 과일을 먹거나 적을 먹을 때 리모콘 포인터를 이용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단지 요시를 타고 다니기만 하는 것이라면,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 볼 때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요시가 먹을 수 있는 과일들 중에서 특수한 효과를 지닌 과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 감각이 많이 달라졌다. 풍선이 되어 공중을 떠다닐 수도 있고, 어두운 곳에서는 빛을 내면서 길을 찾아갈 수도 있다. 고속이동도 할 수 있는데, 고속이동 과일을 먹으면 물 위를 뛰어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슈퍼마리오갤럭시는 이미 1편에서 게임 디자인의 완성을 보여준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2는 거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재미를 집어넣었다. 스테이지의 길이를 조절하여 조금 더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며, 스테이지 선택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하고, 초보자를 위한 배려도 매우 섬세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난이도를 떨어뜨리는 형태로 방향을 잡지도 않았다. 2편인 만큼 1편을 즐긴 이들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쉽지만은 않은 타이틀이지만, 어려워서 진행하기 힘든 타이틀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숨겨진 요소들을 갖춘 타이틀이기도 하고, 어려워야 할 때는 확실하게 어렵기도 한 타이틀이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는 이미 완벽하다고 볼 수 있는 타이틀을 더욱 완벽하게 만든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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