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언제일까? 여름이라고 대답하기가 쉽다. 햇볕이 쏟아지는 멋진 해변 도로에서 지붕을 연 채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은 상상 만으로도 즐거우니까. 하지만 국내에서 오픈카를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십중팔구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차라리 겨울에는 지붕을 열고 탈 수 있어도, 한여름 뙤약볕만은 당해낼 수가 없더라고.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아이러니하지만, 찜통더위 속에 뜨거운 햇볕까지 내리 쪼이는 날씨라면 여느 차들과 마찬가지로 지붕을 닫고 에어컨을 틀 수 밖에 없는 것이 오픈카의 현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난히 길고 무덥게 느껴졌던 이번 여름을 전후해 수입 오픈카들의 출시가 줄을 이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차가운 날씨에 지붕을 열고 난방장치로 바람을 달래며 달릴 때의 색다른 낭만을 잘 알고 있는 벤츠는 바로 그러한 주행을 보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에어스카프’를 마련했다. 난방장치의 따뜻한 바람을 시트의 머리받침 아래에 배치된 송풍구를 통해서 내보내주는 시스템으로, 그 이름처럼 마치 스카프를 두른 듯 탑승자의 목 부근을 따뜻하게 보호해준다.
그런가 하면 E 350 카브리올레에 세계최초로 적용된 ‘에어캡’은 지붕을 열고 달릴 때의 난기류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차량 실내의 보온성을 높여주는 첨단 장비다. 앞 유리 상단의 ‘윈드 디플렉터'와 뒷좌석 머리 받침 사이의 드라프트-스탑(draught-stop)으로 구성되는데, 지붕 개폐 레버 부근에 있는 에어캡 버튼을 누르면 두 장치가 함께 솟아오른다.
뒷좌석 헤드레스트와 드라프트 스톱은 처음 작동시 중간위치,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할 경우 가장 높은 위치까지 솟아 오른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조작을 통해서도 오르내리도록 할 수 있는데, 지붕을 씌운 상태에서는 여전히 후방 시야가 좁다. 유리 면적이 좁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시승차처럼 밝은 색상인 경우에는 탑 커버가 뒷유리에 반사돼 시야를 더욱 가리기도 한다. 뒷좌석은 겉보기보다 좁지 않고 지붕을 씌웠을 때도 비교적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다. 앞좌석 등받이를 숙이면 시트 전체가 자동으로 앞으로 전진해 편리하다.
안전벨트는 처음 채울 때 자동으로 타이트하게 한번 당겨졌다가 풀어지면서 탑승자 사전보호 시스템인 프리-세이프(PRE-SAFE)의 존재를 암시해준다. 문짝이 길게 생긴 이런 차들은 -안전벨트가 시트에 내장되어 있지 않은 이상은- 벨트를 잡기가 아주 멀게 느껴지곤 하는데, 도어를 닫았을 때 어깨 뒤쪽의 지지대가 자동으로 전진해 안전벨트를 가까이 밀어주니 아주 편리하다. 벨트 피더(belt feeder)라고 하는 이 기능은 1980년대의 벤츠 쿠페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가제트 팔(?)은 안전벨트를 채우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위치 되는데, 운전석의 것은 센터페시아의 버튼을 눌러 다시 튀어나오도록 할 수 있다.
전동식으로 개폐되는 지붕은 변속기 뒤편의 레버를 이용해 20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고 주행 중에도 40km/h까지는 작동이 가능하다. 레버는 작동이 완료될 때까지 조작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트렁크 덮개가 닫힐 때는 조금 큰 소리가 난다. 이 레버는 콘솔 박스 앞에 있는 작은 덮개 안에 숨어있는데, S클래스의 전화기 숫자패드가 연상된다. 유리창 4개를 한 번에 내릴 수 있는 버튼과 에어캡 작동버튼도 여기에 함께 자리했다. 레버 안쪽으로는 조명도 켜진다. 덮개가 없었다면 지붕개폐레버를 전동주차브레이크레버로 착각할 수도 있었겠다. 주차브레이크는 발로 밟고 손으로 푸는 방식. 경사로에서는 물론 밀림 방지 기능이 작동한다.
지붕을 닫았을 때는 밀폐성이 워낙 뛰어나 하드 톱 오픈카는 물론 쿠페 조차 부럽지 않을 정도다. 소프트탑 안쪽에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조용한가 싶을 정도. 가만 보면 문 여닫을 때조차 범상치가 않다. 앞좌석 유리창을 살짝 내려보면 알 수 있는데, 뒷좌석 유리창이 함께 뒤로 밀려나는 구조다. 즉, 도어를 닫을 때도 숏드롭 기능으로 살짝 내려갔던 앞유리만 원위치 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났던 뒷유리가 앞으로 전진해 달라붙는 동작을 하나 더 거친다. 안에서 도어를 열 때는 이 과정으로 인한 지체가 두드러지는 편이지만, 결국은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도 좋은 셈이다.
트렁크 공간은 하드톱 오픈카와 달리 지붕을 접어 넣었을 때도 그대로 유지된다. 지붕 수납시의 적재용량 자체가 하드톱 모델들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지붕을 씌운 상태에서는 추가로 90리터의 공간을 더 쓸 수 있어서 최대 적재용량은 390리터가 된다. 3시리즈 컨버터블처럼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수는 없지만 스키스루는 가능하다.
타이어는 앞 235/40R18, 뒤 255/35R18 사이즈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컨택3로, 휠 크기나 편평비를 의식하지 않을 만큼의 완숙한 거동을 보여준다. 시내의 잔요철에서는 몸이 들썩거리지만 하체의 묵직한 느낌은 일전에 탔던 E 300 아방가르드 세단보다 낫게 느껴졌다. 다만, 평상시의 무게감에 비해 고속 주행 때의 안정감은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한동안 CLK라는 이름을 썼다가 C클래스 급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아왔던 이 모델은 이번에 E클래스 카브리올레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플랫폼은 여전히 C클래스의 것을 활용하고 있지만 실내나 사양은 E클래스 세단의 고급형에 필적한다.
전동으로 조절되는 운전대는 당연히 이지 액세스 기능을 제공한다. 스티어링휠은 E300 아방가르드나 E 350 쿠페처럼 아래쪽을 평편하게 깎지는 않았지만 엄지부분을 크게 파 과격한 인상. 그에 비해 직경은 큰 편이고 조향감도 부담스럽지 않다. 쿠페와 달리 변속패들도 빠져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이용하면 오디오나 핸즈프리뿐 아니라 차량설정 등 다양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는데, 설정에서 주간주행등을 켜니 여전히 범퍼 아래쪽의 LED 대신 전조등이 켜졌다.
B필러가 없는 카브리올레 모델이지만 측면 충돌 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헤드백을 도어 패널에 장착하는 등 안전에도 타협은 없다. 사이드 에어백은 물론 무릎 에어백도 갖추었고 전복사고 때는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가장 높은 위치에 고정된다.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 액티브 라이트 시스템 등 섬세한 안전 기능들도 갖추었다. E클래스 세단과 마찬가지로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기능도 탑재했는데, 운전 중 정말 심하게 졸았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실망했다. 너무 심하게 졸아서 시스템의 경고조차 듣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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