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개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린세스를 소재로 한 몇 편의 게임이 만들어졌다. 이들 시리즈는 특정 소재를 다루면서 동시에 연애 모드를 삽입한 것이 특징인데 여태까지의 프린세스 게임들은 연애 모드와 핵심 모드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거나 진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완전히 별개의 요소처럼 느껴졌다는 것이 좀 안타까운 점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프린세스’는 연애 모드와의 연관성이 잘 어우러져 있어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는 현실 세계의 평범한 여학생. 어느 날 옷장 속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모습과 동일한 공주님으로부터 신기한 이야기와 제안을 듣고 공주님 대신 옷장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되어 공주님이 그렇게 하기 싫어했던 댄스 학습과 무도회 준비를 하게 된다는, 꽤 전형적인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 왕궁에서 열리는 무도회까지 남은 기간은 30일. 그 사이 다양한 음악에 맞춰 댄스를 익힘과 동시에 함께 춤을 출 대상을 고르는 일도 해야 한다.
이 게임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애초부터 2회차 플레이를 고려하고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댄스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는 왕자 캐릭터 중 한 명은 1회차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등장하지 않으며, 1회차에 선택할 수 있는 곡이라든가 다양한 드레스를 선사하는 악세사리 역시 1회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댄스 배경 음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음악은 분류별로 두 곡씩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처음 진행에서는 그 중 왼쪽에 있는 곡만 언락 되고, 2회차가 되어야 오른쪽에 있는 곡들까지 언락 된다.
숙소에 돌아가 잠들기 전까지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는 모든 장소를 돌아다니며 이벤트를 찾아 상대방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거나 아이템 획득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퍼센티지로 표시되는 상대방과의 관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파트너 신청을 하거나 신청 제의를 받게 되는 기회를 얻는다. 파트너가 된 캐릭터는 저마다 다른 이벤트를 보여주는데 한 번 선택한 파트너는 끝까지 가게 되므로 파트너로 선택된 상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감안하면 있어 몇 번을 다시 플레이 하더라도 파트너 가능한 캐릭터의 수만큼 신선할 수 있다.
진행의 중심이 되는 댄스 부분은 DS의 터치 기능을 이용한 간단한 규칙을 활용한다. 음악이 시작되고 상단 화면에서 춤추는 장면이 연출되면 하단 화면에 다양한 모양이 등장하는데, 특정 지점에서 특정 지점으로 연결되는 선을 자동으로 움직이는 원형 커서에 맞게 모양에 맞게 터치펜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커서가 움직이는 속도와 반드시 동일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해당 모양이 화면에 사라지기 전에는 움직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느긋할 수만은 없다.
터치펜이 닿는 부분은 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어서 쉽게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렵지만, 간혹 예상치 못한 속도로 등장한다거나 다음 순서를 잠시 착각한다거나 해서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실패로 기록되고, 이런 실패가 연속으로 몇 회 이상 반복되면 해당 곡의 진행이 중단된다. 연속으로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웬만해서는 진행 실패가 될 걱정은 없지만 보다 높은 점수로의 도전 욕구가 생기기 시작하면 그것도 꽤 거슬리는 일이다.
중간 실패 없이 제대로 진행하면 각 음악에 배정된 난이도와는 상관 없이 가장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실패가 조금 섞인다거나 하면 그보다는 적지만 일정 수준의 경험치를 얻게 된다. 경험치를 모아 레벨을 높이면 새로운 악세사리를 얻거나 선택 가능 음악이 추가되기도 하고, 주인공의 체력이 좋아진다. 실패를 하든 그렇지 않든 한 곡에 소모하는 체력은 한 칸. 레벨이 높아지고 체력이 좋아질수록 레벨업 또는 아이템 획득 기회가 더 많아지는 셈이다.
하루가 시작되면 이벤트를 먼저 찾아 다니든 댄스 연습을 먼저 하든 순서에 상관이 없고 한 곡 단위로 계속 이어서 할 것인지 물어보기 때문에 댄스 연습을 하는 중간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상관이 없어 자유롭다. 대신 체력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는 하루를 마감할 수 없기 때문에 댄스 연습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연애 부분과 댄스 연습이 완전히 융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택된 파트너의 여러 상황에 따라 댄스 연습 부분에 지장이 생겨 예고 없이 중단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서로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댄스 연습곡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곡들은 클래식 등의 음악 중에서 쉽게 귀에 감기는 곡들이고 진행을 위해서는 그러한 음악의 리듬에 어느 정도는 흥을 실어주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즐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듣기 좋은 음악들이고 귀에 익은 것들이어서 그렇게 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용량 때문인지 한 번의 진행에 겨우 10곡 밖에는 경험할 수 없고 2회차를 하더라도 20곡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처음 게임팩을 기기에 넣으면 메인 메뉴에서 춤을 감상하는 모드를 보게 되어 왜 이렇게 따로 빼놓은 것인지 궁금해 할 수 있지만 진행을 하다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상단 화면에서 열심히 춤을 추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터치를 시작하고 속도에 맞춰 움직이려다 보면 상단 화면에 눈길이 쉽게 가지 않아 춤추는 장면을 보게 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다음 순서에 등장할 모양 역시 상단 화면에 나열되기 때문에 진행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런 순서를 직접 기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소소한 불편함.
춤추는 장면을 2D 그래픽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DS의 3D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은 3D 그래픽으로 되어 있어 춤을 추는 장면을 따로 감상하더라도 크게 감흥을 얻지는 못하게 된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악세사리와 옷차림이 있어 2D로 만든다면 지금도 계속 제작 중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국내에 정식 발매되는 DS 게임이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한글화가 되어 있으며 심하게 유치하다거나 억지스러운 대화가 별로 없고, 나아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대화를 선택적으로 접할 수 있으며 그런 선택으로 파트너 가능 대상 인물들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이것이 차후 진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선택 가능 파트너에 대한 것도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얼핏 생각하게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감상 모드는 단순히 게임 진행 중에 경험했던 것을 그대로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춤의 스탭을 볼 수 있도록 캐릭터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스텝 진행 순서를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또 일종의 도전 모드가 되는 댄스 연습은 일련의 곡들을 진행한 후 목표 점수를 넘어서면 스토리 모드에서 얻을 수 없는 악세사리를 제공하기도 해 댄스 파트에 보다 집중적으로 파고들만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2회차를 하게 되는 경우 스토리의 큰 줄기는 1회차와 동일하지만 파트너와의 관계와 관련된 이벤트가 달라지는 일도 있고 엔딩 부분에서의 선택 역시 두 가지로 구분되게 만들어 단조로움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발매됐던 다른 프린세스 시리즈 떄문에 '또 하나의 그런 게임’으로 생각하기가 쉬워진 상황이지만, 기존 시리즈에 대한 이미지를 갈아 엎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게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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