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그것이 특별한 행운이 될 줄 몰랐다.
BMW Z4 sDrive 35is. 그런데 이름 끝에 겨우 소문자 s가 하나 더 붙었을 뿐인데, 과연 특별하긴 한 걸까? 내 외관의 차별화된 터치와 지난 세대 M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가진 로드스터임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M로드스터와는 어떤 관계가 되는 걸까? 그 드라마에서 당당히 최우수 조연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 하얀색 오픈카, 하지원이 제대로 스포츠카처럼 몰았던, 김주원이 길라임의 집 앞에서 밤을 세워 기다릴 때도 (바보처럼) 지붕을 덮지 않았고, 비가 쏟아져도 지붕을 덮지 않던 바로 그 오픈카가 BMW Z4 sDrive 35is, 내가 시승했던 바로 그 차다. 그러니까 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현빈과 하지원이 앉게 된 것이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공식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현빈과 하지원, 그리고 내가 전부다. 현빈과 하지원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지만 나로서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차 이름 끝에 붙은 그 ‘s’는 시크릿 가든의 ‘s’?
이제 본격적으로 시크릿 가든의 최우수 조연, BMW Z4 sDrive 35is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일까? 최근, BMW는 참 많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연 흡기 엔진의 대명사였던 BMW 엔진들은 이제 고성능 터보 엔진의 대명사가 될 판이다. 로터스와 포르쉐 다음으로 뛰어난 로드 그립을 자랑하며 탄력 있는 주행 성능을 과시했던 BMW는 최근 5시리즈를 필두로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짜릿한 고성능 직렬 6기통 엔진을 자랑했던 M3는 더 파워풀한 V8 심장을 이식 받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은 진정한 최고를 찾아 나아가는 BMW의 다양한 노력들 중의 하나이지 종착점은 아닌 듯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더 얼마나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줄 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노력들이 BMW를 더 강한 브랜드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하겠다.
Z4에 하드탑 컨버터블이 장착된 건 사실 시장에서 환영 받는 변화였다. 매력적인 로드스터와 쿠페를 동시에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혼은 길라임인데, 육체는 김주원인 뭐 그런 상황이랄까? 상상해 보건 데, 정말 짜릿하지 않을까? 아니, 영혼이야기 말고, 로드스터와 쿠페를 동시에 가지는 것 말이다. 여담이지만 오히려 3시리즈 컨버터블마저 하드탑 컨버터블을 채용하면서 Z4가 설 자리가 좁아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BMW M 로드스터
BMW Z4 M 로드스터
이제 하드탑 컨버터블 Z4의 M 버전이 등장해야 할 차례인데, BMW는 M 대신 스페셜한 s 모델을 먼저 선보였다. 하지만 성능은 이미 선보인 Z4 M 로드스터를 넘어선다. 35i의 3.0 트윈터보 엔진을 손봐 최고출력을 M 로드스터보다 높은 340마력으로 높인 것이다.
스타일에서는 Z4 M로드스터 분위기가 묻어난다. 앞뒤 범퍼 아래 에어 인테이크와 서커트는 Z4 M 로드스터의 것을 다듬어 일반모델에 비해 스포티하고, 사이드 미러는 차체 색상에 관계없이 모두 은색으로 꾸몄다. 실내외 곳곳에 ‘M’로고도 박았다. 하지만 옆구리에 붙어 있는 ‘Z4 sDrive 35is’ 로고에서 작은 ‘s’자 하나는 쉽게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알로이 휠에도 예리함이 살아있다. 타이어 사이즈는 앞 225/35R19, 뒤 255/30R19다.
특별한 가치를 담아 잘 꾸민 실내에 앉으면 특별한 대우를 받는 느낌이다. 그 땐 몰랐지만 지금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면, 마치 현빈이나 하지원이 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시승차의 흰색 차체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 가죽 내장과 우드 그레인 대신 자리한 카본 느낌의 밝은색 트림은 스포티하면서 세련되었다. 스티어링 휠과 풋 레스트, 그리고 도어 스커프에는 반짝이는 M로고를 넣었고, 바닥 매트에는 아예 이름을 바느질해 장식했다.
강력한 심장이 뿜어내는 성능을 바늘로 보여주는 계기판은 입체감을 더하고 로고를 넣어 특별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다듬었어도 좋을 뻔 했다. 최근 시승한 렉서스 IS-F 같은 경우엔 아예 회전계를 중앙에 크게 강조했었다. 계기판의 숫자에서 얻게되는 쾌감을 감안하면 숫자도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이스틱 같다고 여러 번 표현했던 시프트 바이 와이어 변속기 레버는 이제 충분히 익숙해져서 작동이 즐겁다. 주차할 때도 레버를 움직일 필요 없이 레버 위의 버튼만 눌러주면 끝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재미있는 인터페이스로 평가 받을 만하다. 레버 아래쪽에 있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기어가 D에 있는 상황에서도 편하게 정차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다른 모델들처럼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풀리면 더 편할 듯하다.
직렬 6기통 3.0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340마력/5,900rpm으로 높아졌고, 최대토크는 불과 1,500rpm에서 45.9kg.m를 뿜어낸다. 거기다 오버부스트 기능이 있어 오버부스트 시에는 51.02kg.m까지 치 솟는다. 이런 강력한 파워는 파워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서 전달돼 성능이 더 강력해졌다. 0~100km/h 가속은 4.8초에 끊는다. 예전 같으면 슈퍼카란 소릴 들을 만큼 강력한 성능이다.
변속은 55, 100, 150, 195, 240km/h에서 각각 이루어지는데 레드존인 7천rpm 가까이까지 치닫기가 순식간이다. 회전 상승 질감은 지극히 매끄럽고, 기어를 내릴 때는 매력적인 사운드와 함께 회전수를 맞춰 준다.
변속기 레버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하면 로드스터는 더욱 자극적으로 변한다. 엔진 사운드가 증가하고 반응이 거칠어 진다. 굳이 수동모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낮은 기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편하면서도 더욱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여닫히는 하드탑 지붕은 아늑한 실내 공간을 연출하기도 하고, 상쾌한 바람을 마음껏 맞을 수 있는 바람 언덕을 선사하기도 한다. 당연히 지붕을 열었을 때, 가속감이나 사운드가 더 짜릿하다. 지붕을 닫으면 상당히 조용해, 엔진이 레드존 근처로 갈 때만 강렬한 엔진 사운드가 살아나는 정도다. 최대의 단점이라면 수납공간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차체 앞머리가 길고, 운전자는 꽁무니 쪽에나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운전하는 스포츠카, 로드스터. 많은 짐을 챙기지 않고, 단 1명의 동행과만 즐기는 자유로움,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충분한 안락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Z4 sDrive 35is는 슈퍼카를 꿈꾸는 완소 로드스터다. 가격은 1억에 조금 못 미치는 9,590만원이다.
하지만 그 특별함과 가치는 시크릿 가든의 최우수 조연이라는 타이틀과, 이름 끝에 시크릿 가든을 뜻하는 ‘s’를 가졌다는 점에서 더 빛난다. 과거 BMW X5가 ‘원빈 차’로 불렸던 것처럼, 이제 Z4 sDrive 35is는 ‘현빈 차’로 불리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