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장치로서 하드디스크의 장점은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저렴한 가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터를 이용해 자기디스크인 플래터를 돌리고 그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성능의 한계, 발열, 전력소모 등 여러가지 단점도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에 물리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모터와 플래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충격에 약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하드디스크나 최근 선보이는 3.5형 제품은 어느 정도 충격 방지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도 데이터를 100% 지켜주지 못한다. 휴대가 좋은 2.5형 모바일 하드디스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동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완전히 보완하는 대체 상품으로는 현재 SSD가 유일하다. 반도체 기반의 저장매체로 빠른 반응 속도와 저장 성능, 충격에도 강해 모바일 환경에 가장 어울리는 저장 매체로 꼽힌다. 실제로 데스크톱 및 서버, 노트북 등에 SSD를 채용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제품의 신뢰도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단 하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저장 용량당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가격 안정화가 이뤄진 하드디스크에 비해 반도체 부품으로 구성되는 SSD는 가격에 민감하다. 최근 하락세를 보인다고 해도 하드디스크와 비교해 여전히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꾸준히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 SSD의 성장 가능성을 대변해준다.
SSD를 내놓고 있는 수많은 제조사 중에서 소비자들에게 크게 인정 받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인텔이다. 초창기 X-25 시리즈에서 보여준 성능은 과연 인텔이 CPU 만들던 회사인가라는 것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뛰어났다. 이후 많은 반도체 기반 제조사들이 연이어 SSD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 들었다.
반도체 기술력이라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 정도로 실력 있는 삼성전자 또한 SSD를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기업 시장에 맞는 제품을 선보였을 뿐, 국내 일반 PC 시장에 제품을 제대로 판매한 적은 극히 드물었다.
이제는 다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명가로 불리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SSD '470 시리즈'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MLC 방식인 470 시리즈는 SATA 3.0Gb/s를 지원하고 뛰어난 제원을 갖추고 있어 SSD를 꿈꾸는 유저들의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470 시리즈 2.5형 64GB SSD 제품 사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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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
SATA 3.0Gb/s |
연속 읽기 |
250MB/s |
연속 쓰기 |
170MB/s |
무작위 읽기 |
31,000 IOPS |
무작위 쓰기 |
11,000 IOPS |
전력 소비 |
최대 0.24W / 대기 시 0.14W |
안정성 |
150만 시간 |
크 기 |
9.5 x 69.8 x 100 mm |
무 게 |
68g |
특 징 |
- 세련미와 견고함을 갖춘 메탈 디자인 |
삼성 470 시리즈 SSD의 디자인은 타 제품과 차별성을 띈다. 알루미늄 베이스의 메탈 디자인은 세련미와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고, 오렌지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다소 밝은 색상의 사용으로 묵직한 느낌은 다소 떨어지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감상은 얼핏 SSD라기보다 카드형 USB 메모리나 잘 다듬어진 외장 하드디스크의 느낌이 강하다. 삼성전자가 그 동안 여러 제품에 디자인을 가미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 제품에도 차가운 IT 감성에 부드러운 감성을 첨가한 것에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 메탈 커버와 오렌지 컬러로 포인트를 줘 고급스럽고 젊은 느낌을 준다
SSD는 2.5형 규격으로 일반 데스크탑 PC 및 노트북에 쓸 수 있다. SATA 3.0Gb/s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있어 구형 제품이 아닌 경우에는 호환에 큰 문제가 없다.
최근 SATA 6.0Gb/s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하드디스크나 SSD가 많아지고 있는데, 470 시리즈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 부분은 조금 아쉬운 요소로 남을 수 있으나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안정적인 SATA 3.0Gb/s 인터페이스를 채용함으로써 최신이라는 이름으로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무난하게 성능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에 따른 호환성 문제는 아쉽다. 최근 데이터 케이블이 쉽게 빠지지 않도록 클립 방식이 쓰이고 있는데, 이 제품에서는 클립식 데이터 케이블이 장착되지 않는다. 상단 프레임부에 클립이 들어 갈 여유가 없기 때문인데, 향후 제품에서는 이를 보완하면 좋겠다. 클립 방식이 아닌 일반 케이블이라면 이 제품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
▲ SATA 방식을 쓰지만 상단 프레임 공간이 넉넉치 않아
클립형 케이블이 연결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용량은 64GB, 128GB, 256GB 세 종류로 구분되어 선보이게 된다. 현재 제공된 제품은 64GB 용량을 가진 것으로 넉넉한 용량을 쓰는 사용자에게 다소 아쉬움이 남는 수준이다. 윈도우7 운영체제에 주요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작업이 많은 사용자에게는 128GB 이상 용량을 가진 제품을 추천한다.
64GB 용량은 윈도우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간단한 작업과 함께 외장하드를 주로 활용하는 사용자에게 알맞다. 또는 데스크톱에 윈도우 운영체제만 설치해 부팅용으로 쓰거나 이동성이 강한 소형 PC 등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470 시리즈의 큰 특징이라면 먼저 삼성 DDR 낸드 플래시가 쓰였다는 점이다. 도시바와 삼성이 낸드플래시 업계의 쌍두마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과 안정성은 어느 정도 입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트리플 코어 기반의 독자 개발 컨트롤러가 호흡을 맞춘다. SSD에서 컨트롤러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의 컨트롤러는 어떤 성능을 보일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캐시 메모리는 DDR2 256MB를 얹어 고속 데이터 처리에 대응하도록 했다.
이는 반도체,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에 강한 제조사가 만든 SSD 제품이기 때문에 과거 SSD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을 깔끔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프리징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트리플 코어 기반의 칩셋을 탑재 했다는 점이다.
▲ 자체 제작한 트리플 코어 컨트롤러와 256MB DDR2 메모리가 호흡을 맞췄다
프리징 현상은 플래시 메모리가 겹쳐쓰기 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저장 공간이 비워져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를 비우고 다시 기록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넉넉한 캐시 메모리와 컨트롤러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대부분 저가 제품은 이 구조가 매끄럽지 못해 프리징 현상이 발생한다. 일시적으로 데이터 저장 프로세스가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이 제품에서는 트리플 코어 컨트롤러와 256MB DDR2 고속 캐시 메모리를 써, 최대한 프리징을 억제하려는 개선책을 썼다.
윈도우7의 트림(Trim) 기능과 폐영역 회수(Garbage Collection) 기능도 돋보인다. 트림 기능은 윈도우가 SSD를 인식하면 알아서 삭제해야 할 데이터의 양을 줄이고 쓰지 않는 데이터를 줄여 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SSD의 웨어링과 티어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빠른 사용이 가능하다. 폐영역 회수는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공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홈페이지(www.samsung.com/ssd)에서 내려받아 쓸 수 있는 매지션(Magician)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지원도 확실하게 이뤄진다.
삼성전자 자료에 의하면, 세가지 핵심 요소가 뭉친 결과로 최대 읽기 성능은 초당 250MB, 쓰기 성능은 170MB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64GB 제품 기준으로 128GB 이상 제품은 최대 읽기 성능이 초당 250MB, 쓰기가 220MB에 달한다. 꽤 파격적인 성능으로 실제 자료에 가까운 성능을 내는지는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SSD 성능을 가늠하는 무작위 읽기/쓰기 성능도 64GB 기준, 무작위 읽기는 31,000 IOPS고 무작위 쓰기 성능은 11,000 IOPS다. 128GB의 경우 무작위 읽기는 64GB 제품과 같지만 무작위 쓰기가 20,000 IOPS, 256GB는 21,000 IOPS로 뛰어난 수준이다. MTBF 시간도 150만 시간으로 타 제품을 압도할 정도이기 때문에 성능이나 신뢰성 모두 만족할 수준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470 시리즈 SSD 64GB 제품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인텔 코어 i5 2500K와 아수스 P8P67 디럭스 메인보드, DDR3 1,333MHz 4GB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제품의 성능을 가늠해봤다. 운영체제는 윈도우7 얼티밋K 64비트에서 진행됐다.
테스트는 타 제품과의 비교보다 제품 자체의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주로 윈도우 운영체제 부팅 시간과 몇 애플리케이션 실행 성능으로 확인했다.

▲ HD Tune 읽기/쓰기 테스트
우선 HD Tune에서 읽기/쓰기 성능을 테스트 했다. 읽기는 평균 초당 150MB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고 쓰기는 초당 100MB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자료의 초당 250MB의 읽기, 170MB의 쓰기 성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다소 아쉬운 느낌이다.
Crystal Disk Mark에서는 HD Tune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상황에 따라 100MB, 1GB, 4GB 등으로 나눠 테스트한 결과, 100MB~1GB 구간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제원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줬다. 쓰기의 경우 최대 초당 246MB, 쓰기는 초당 137MB다.
4GB 쓰기에서는 수치가 초당 142MB 수준으로 크게 줄었지만 쓰기는 초당 136MB로 성능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다. 4K 쓰기와 읽기 구간 성능도 읽기의 경우 초당 126MB 이상, 쓰기 41MB 이상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실제 체감 성능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체감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몇몇 상황에 대한 로딩 속도를 테스트 했다. 윈도우 설치 및 부팅 속도 외에 로딩이 많이 필요한 아이온이나 크라이시스2 등 게임에 대해서 어느정도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 해보자.
먼저 윈도우 설치와 부팅 속도는 고성능 SSD답게 빠른 성능을 보였다. 약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운영체제 설치를 마쳤다. 부팅은 첫 시도시 약 34초 가량(CMOS 부팅 포함)으로 뛰어난 수준이다.
게임 로딩 성능은 어떨까? 가장 긴 로딩 시간을 갖는 온라인 게임 아이온의 경우 약관 동의 화면이 등장하기까지 52초의 시간이 소요됐다. 일반 하드디스크는 1분도 더 걸리는 작업을 삼성 470 시리즈 SSD는 1분도 안돼 완료한 셈이다. 테라 또한 캐릭터 선택 화면까지 35초면 충분했다.
크라이시스2도 게임 로딩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됐다. 게임 첫 시작 전 로딩에서 9초, 이미 한 게임을 다시 불러오는데 11초가 걸렸다. 일반 하드디스크면 모두 10~20초 가량 걸리는 작업을 50% 이상 단축시켰다. SSD의 위력을 다시 입증한 계기가 됐다.
SSD의 위력은 새삼 느끼는 것이 아니지만 삼성 470 시리즈 SSD의 경우는 보여지는 것과 달리 체감 성능이 뛰어나 테스트 내내 만족감을 줬다. 단순 체감 성능으로만 따지면, 타 고성능 SSD와 견줘도 손색 없을 정도의 성능을 보여준다 평가할 수 있겠다. 빠른 반응 속도와 데이터 읽기/쓰기 성능은 데스크탑 외에도 노트북과 같은 모바일 PC 환경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데스크탑에서 활용하기에 64GB라는 용량은 아쉬움이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이에 고성능 데스크탑에서 SSD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128GB 이상 제품을 고려하는 쪽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이나 울트라씬과 같이 기동성을 중시하는 쪽은 64GB로 충분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성능 모바일 PC로 업그레이드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일반 시판용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470 시리즈 SSD. 64GB 제품이 16만원대, 128GB 제품이 33만원 수준으로 하드디스크와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지지만 안정성과 빠른 반응성과 읽기/쓰기 성능에 대해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디스크의 답답함에 SSD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필수 아이템으로 삼성 470 시리즈 SSD가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Brian Kang 테크니컬라이터
기획 및 진행 / 다나와 홍진욱 기자 honga@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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