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모니터나 TV 등 디스플레이와 연결하는 방법이 몇 가지나 될까? 대강 생각나는 것만 꼽아도 한 손으로는 모자란다. 우선 가장 초기 방법인 D-SUB를 시작으로 디지털 단자인 DVI, 최근 가장 널리 쓰이는 HDMI를 비롯해 DVI의 발전형인 디스플레이 포트가 먼저 떠오른다. 한동안 일부 노트북에 달렸던 슈퍼비디오나 콤포지트도 있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PC와 가전 개발자들은 무선으로 연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무선 USB인 UWB는 USB 포트에 연결해 화면을 전송한다.>
가깝게는 윈도우와 TV 사이에 콘텐츠를 공유하는 DLNA가 있다. 삼성의 올쉐어(all share)나 LG전자의 스마트쉐어(smart share) 등이 있다. 이 방식은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 콘텐츠를 담고 있는 디바이스와 디스플레이가 같은 네트워크 안에 묶여 있을 때 쓰는 것으로 사실 화면을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전송해 디스플레이가 직접 영상이나 사진, 음악 등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PC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능은 없다.
<가장 진보된 형태인 무선 디스플레이 타입은 WHDI 기술이다. 유선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화질과 속도를 보여주지만 가격대가 높다.>
케이블을 대체하는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은 인텔의 WiDi와 USB를 무선으로 만든 UWB, 디스플레이 포트를 무선으로 만든 WHDI 등이 손꼽힌다. 이 중 성능은 WHDI가 화질이나 반응 속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고 장비 또한 안테나 등으로 다소 복잡하다. UWB는 아직 USB 2.0이 많아 대역폭의 한계가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인텔의 WiDi 역시 수신 셋톱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노트북에는 별도로 꽂는다거나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간편하다 할 수 있다.
WiDi는 WiFi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구현이 간단하다. 무선랜은 이미 150Mbps 이상의 속도를 내기 때문에 영상을 전송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선보인 1세대에서는 1280x720 해상도에 머물렀지만 올해 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등장한 2세대 WiDi는 1920x1080의 이른바 풀 HD 해상도의 영상을 무리 없이 재생한다. 이 WiDi를 직접 써봤다.
WiDi를 쓰려면 이 기술을 쓸 수 있는 노트북과 수신 어댑터만 준비하면 된다. 연결은 마치 무선랜 액세스 포인트에 접속하듯 어댑터에 연결하면 된다. 리뷰에 쓴 어댑터는 D-Link의 것으로 HDMI와 컴포넌트 단자를 갖추고 있다. 어댑터 크기는 우리가 흔히 쓰는 유무선 공유기와 비슷한 크기, 모양새를 하고 있다. TV와 HDMI 케이블 하나만 연결하면 바로 화면이 뜬다.
화면 출력은 일반 모니터와 다를 바 없다. 노트북과 똑 같은 화면이 출력되는 미러링 모드와 바탕화면 확장 디스플레이로도 쓸 수 있다. 무선이라 해서 연결된 뒤에 쓰는 용도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일반 모니터 연결처럼 픽셀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화면이 이미지로 변환되어 뿌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니터에 화면이 가득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 WiDi 제어판에서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맞추면 된다. 이 때문에 이미지는 별 문제 없지만 글자는 약간 흐리게 보이지만 1920x1080 해상도도 잘 낸다.
연결 거리는 약 20미터 정도 떨어져서도 된다. 인텔은 10미터 내외에서 쓰라고 하지만 이는 무선랜 처럼 하드웨어 성능에 따라 더 멀리서도 되는 듯하다. 무선랜이 닿는 정도 범위라면 거리나 연결되는 화면의 질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영상은 전혀 끊어짐 없이 매끄럽게 잘 흐른다. 1920x1080 해상도에서 동영상을 재생해도 끊어지지 않는다. 무선이라고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만큼 화질도 괜찮다.
<연결은 아주 쉽다. 무선 공유기에 접속하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다만 반응 속도는 약간 떨어졌다. 화면의 정보를 이미지처리해서 넘기는 방식이다 보니 그런 것인데 원격 지원이나 원격 제어를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몇 초씩 느린 것은 아니고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빠른 반응 속도가 필요한 게임은 어렵다. 하지만 동영상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 쓰기에는 딱 좋다.
무선 디스플레이는 어떤 하나의 표준이 잡히는 대신 당분간은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WiDi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야는 1인 작업보다는 가족이 모여 TV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감상한다거나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다. LCD TV나 빔 프로젝터에 직접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빠르고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널리 퍼지면 발표 자료를 발표장에 있는 PC로 옮기지 않아도 되고 파일 경로가 틀리거나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지 않아도 내 PC를 직접 붙일 수 있으니 좋다. 아직 애플 노트북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맥 OS나 리눅스에 이 기술을 이용하면 꼭 윈도우가 아니어도 편하게 쓰는 컴퓨터로 발표할 수 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 하나 꺼내 WiDi로 연결하고 PC 수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일은 아닐 것이다.
2세대 WiDi 노트북은 꽤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20만원 가까운 수신 어댑터 가격부터가 부담이다. 본격적으로 WiDi가 대중화가 되려면 TV, 모니터, 빔 프로젝터 등 디스플레이에 기본으로 수신기가 들어가 요즘 어디서든 무선랜에 쉽게 연결하는 것처럼 널리 퍼져야 할 것이다. 반응 속도와 화면의 또렷함 등은 개선될 계획이다. 다음 세대에서는 2560x1600 수준의 해상도와 120Hz 재생으로 3D 블루레이 영상도 전송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할 계획이다.
아직은 첫발을 뗀 정도 수준이지만 WiDi는 눈에 띌 만큼 성장했고 이제는 쓸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선 없이 디스플레이를 연결하는 컴퓨터, 모두가 꿈꾸던 것 아닌가?
미디어잇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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