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출시된 스카이디지탈 '엔키보드 엔키-1'은 일반적인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지만, 키감이 뛰어나고 여분의 오렌지색 무각 키캡을 제공해 자주 쓰는 버튼이나 특정 버튼을 눈에 띄게 변경할 수 있었다.

여기에 게임 진행 시 방해가 될 수 있는 윈도 키를 일시적으로 불능 상태로 전환하는 기능과, 무한 동시입력 기능으로 게이밍 키보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세월이 흘러 이제 엔키보드 엔키-1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고, 더욱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한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가 출시되었다. 엔키보드 엔키-1의 기능과 성능을 그대로 갖추면서 매크로라는 더욱 유용한 기능을 더한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를 살펴보자.

■ 엔키보드 엔키-1의 유전자를 이어받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엔키보드 엔키-1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손잡이처럼 움푹 들어간 양쪽 측면이나 특수키의 위치, LED 인디케이터 등도 모두 그대로다. 다른 점이라면, 엔키보드 엔키-1은 모든 키캡이 검정색이면서 추가로 제공하는 무각 키캡만 주황색이었지만,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뉴메릭 키패드 전체를 청색 키캡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뉴메릭 키패드의 NumLock 키에는 계산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는 최근 살펴본 바 있는 엔키보드 메카닉에도 본 바 있는 것으로, 해당 키를 빠르게 두 번 누르면 윈도의 계산기가 자동으로 실행된다.

뉴메릭 키패드 위쪽에는 엔키보드의 특징인 'G 버튼'과 볼륨조절 버튼이 있다. G 버튼을 누르면 푸른색 LED 인디케이터가 켜지면서 윈도 키가 일시적으로 잠긴다. 게임 도중 실수로 윈도 키가 눌려도 바탕화면으로 빠져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의 Lock 인디케이터는 키보드의 왼쪽 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청색 뉴메릭 키패드처럼 LED 역시 청색이 사용되었다.

■ 청색의 무각 포인트 키캡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와 함께 제공되는 추가 키캡은 뉴메릭 키패드와 동일한 청색이다. 교체를 원하는 위치의 키를 리무버로 간단하게 뽑아낸 뒤, 여분의 청색 키캡을 끼워넣으면 된다.

키캡의 고정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교체 또한 간단하며, 보강판이 일체화된 구조 위를 키캡이 완전히 덮는 형태이기 때문에 생활방수도 지원된다. 키 위에 쏟아진 물은 보강판 하단으로 나있는 배수구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며, 일부 수분이 키캡 사이로 들어가더라도 방수 처리된 멤브레인 필름이 효과적으로 오동작을 막는다.

다음은 방향키와 ESC 키를 청색 무각 키캡으로 교체한 모습이다. 이렇게 자주 쓰이거나 특징적인 키를 청색 키캡으로 바꾸면 더욱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약 4도 가량 경사진 형태로 되어있다.

바닥면에는 각도조절 레버가 있으며, 각도를 높여주면 기본 4도에서 4도가 추가되어서 약 8도의 각도를 만들어준다.

바닥면 아래쪽으로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고무패드가 부착되어 있어 키보드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준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에는 손목받침대가 함께 제공되어 타이핑 시 손목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준다. 손목받침대는 탈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붙이거나 떼어내고 사용할 수 있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에는 키스킨도 함께 제공된다. 필자처럼 PC를 사용하며 간식을 즐기는 사용자라면, 키스킨으로 키보드를 더욱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 매크로 기능의 추가

여기까지 보면,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엔키보드 엔키-1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다른 점이라면 뉴메릭 키패드가 푸른색이라는 것과 계산기를 불러내는 핫키 기능이 있다는 정도?. 물론, 인터페이스가 PS/2에서 USB로 변경된 것도 큰 특징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비밀은 제품명에 숨어있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 아닌가? 그렇다. 이 제품은 매크로에 특화된 제품이다.

얼마 전에 살펴본 바 있는 엔키보드 메카닉 로봇의 경우 매크로를 위한 전용 버튼이 추가된 형태였지만,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표준 106키에 추가된 것이라곤 G 키와 볼륨조절키 뿐이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전용 버튼 대신 G 키와 뉴메릭 키패드를 활용해 매크로 기능을 사용하게 된다. 뉴메릭 키패드의 색상이 다른 키캡과 다른 이유가 역시 있었던 것이다. 우선 뉴메릭 키패드를 확인해보자.

뉴메릭 키패드의 키캡에는 숫자와 각종 수학기호 및 화살표 이외에 푸른색으로 인쇄된 Q1/Q2/Q3, T1/T2/T3, L1/L2/L3, A1/A2, 그리고 MR 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지난번 엔키보드 메카닉 로봇 리뷰(여기)를 보았다면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Q와 T, L, 그리고 A가 바로 매크로 기능을 나타내는 문자로, Quick, Timing, Loop, Auto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매크로 설정법은 엔키보드 메카닉 로봇과 다르지 않다. 우선 MR 버튼을 누르고 매크로 버튼 중 하나를 누른 다음, G 버튼의 LED가 깜박거리는 동안 매크로로 지정할 키를 눌러주고 다시 한번 MR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엔키보드 메카닉 로봇과 다른 점이라면,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매크로 설정용 전용 버튼이 아닌 뉴메릭 키패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G키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럼 각 기능을 다시 한번 간단히 확인해보자.

※ 퀵 매크로

퀵 매크로는 지정한 문장을 빠르게 입력해주는 기능으로, 반복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문장 등을 저장해놓고 꺼내 쓰거나,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와 암호 등을 저장해 놓으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개인정보 유출 등 이유로 인터넷 사이트의 암호를 자주 변경하고, 아주 복잡하게 지정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매크로 기능이 더더욱 빛을 발한다.

※ 타이밍 매크로

퀵 매크로와 같이 일정한 텍스트를 저장해 놓고 꺼내쓰는 기능이지만, 타이밍 매크로는 사용자가 입력한 타이핑 속도까지 그대로 재현해낸다. 게임에서 복잡한 커맨드를 오묘한 타이밍에 맞추어 재현해야 하는 경우라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루프 매크로

루프 매크로는 쉽게 말하자면 타이밍 매크로를 무한반복하는 기능이다. 타이밍 매크로처럼 키 입력 속도까지 그대로 재현해 자동 입력해주며, 타이밍 매크로를 계속 누르는 것처럼 무한 반복으로 입력해준다.

■ 매크로로 날개를 달다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크게 변경되지 않은 외형에 기능은 대폭 강화된 모델이다. 무한동시입력을 지원하면서도 PS/2에서 USB로 변경된 것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PS/2 등 레거시 포트를 지원하지 않는 메인보드도 상당수 출시돼 있음을 고려하면 이같은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여기에 윈도 키를 비활성화시키는 G 키를 제공하고, 볼륨 컨트롤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다. 여기에 다른 키보드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매크로 기능까지 지원해 사무나 게임, 그래픽 작업 등 다방면의 작업에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엔키보드 메카닉 로봇 같은 고급 키보드도 있지만, 체리사의 스위치를 채용한 탓에 마니아가 아니면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엔키보드 엔키 매크로는 무한동시입력과 게임전용 G 키, 볼륨컨트롤에 매크로 기능까지 모든 기능을 멤브레인 방식으로 구현함으로써 가격대를 충분히 수긍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 제품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리뷰 원수연 테크니컬라이터

기획/진행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상품지식 전문뉴스 미디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