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차, 큰기쁨? 그런건 X나 줘버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여러모로 특별합니다. 길이는 5미터가 넘고 폭은 2미터가 넘으며 높이는 1.92미터로 어지간한 농구선수 키만할 정도로 거대한데다 기름을 흘리고 다닌다고 할 수 있을만한 6.2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22인치나 되는 거대한 휠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녹색 성장을 부르짖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름 많이 먹고 자리 많이 차지하는 에스컬레이드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단아임에 틀림 없습니다.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작은 배기량에서 높은 출력과 뛰어난 연비를 뽑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작은 차체에서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에서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거대하고 소모적이며 필요 이상의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제한된 수입을 쪼개고 쪼개서 생활비, 교육비 지출하고 적금에 보험까지 들면서 부모님 용돈까지 빠뜨리지 않는 서민들의 일상을 안스럽게 바라보는 고소득층의 거만함이 비춰진다고 할까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대부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 때에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소비를 일삼는 사람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면서도 내심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넉넉한 생활을 영위하는 부유층의 환경을 동경하듯, '고유가 시대에 저런 소모적이고 과시적인 차량을 왜 만들며 저런 차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냐'라고 손가락질 해대는 사람들도 내심 '환경만 허락한다면 한 번 소유해보고 싶은 차량'이라는 속내를 감추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에컬레이드는 그리 특별한 모델이 못됩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과 같은 초고성능 스포츠카에 적용된 특별한 기술력이나 신소재, 새로운 동력원을 탑재한 차세대 모델과 같은 혁신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글로벌 브랜드라면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차량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스컬레이드는 평범과는 거리가 멉니다. 단순히 덩치가 크고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대형 SUV라서가 아닙니다.
캐딜락은 미국 프리미엄급 세단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와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지금의 캐딜락은 부의 상징과는 관계 없는 평범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만, 오랫동안 캐딜락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해왔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의전 차량이자 엘비스 프레스리를 비롯한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캐딜락은 가장 미국적인 컬러의 자동차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90년대를 지나면서 세대 교체에 실패한 캐딜락은 모그룹인 GM과 함께 암흑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인의 , 미국 자동차의 역사이자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최고의 브랜드라지만, 못생긴 외형에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 극악의 연비를 보이면서도 가격은 무척이나 비쌌던 캐딜락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인들에게 외면을 당했습니다. 미국 외의 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캐딜락이 세계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자, 세계 시장은 더 이상 캐딜락에게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을만큼 캐딜락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캐딜락 모델 가운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모델이 바로 에스컬레이드입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최고의 보안과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헐리우드의 스타를 비롯하여 타이거 우즈, 웨인 루니, 하인즈 워드 등 스포츠 스타들이 애용하는 SUV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흑인 레퍼, 뮤지션들의 에스컬레이드 사랑은 유별납니다. 거대한 체인 금목걸이와 휘황찬란한 크롬휠로 장식된 에스컬레이드는 '미국에서 성공한 흑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차량 사이즈나 외형, 성능 등 외적인 부분은 어지간한 브랜드면 흉내낼 수 있지만 에스컬레이드가 담고 있는 상징성과 안전에 대한 신뢰, 소유에 따른 감성적인 만족도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기 때문에 에스컬레이드는 특별한 SUV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인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매우 높습니다. 차량 판매 대수에서도 선호도를 짐작할 수 있지만 에스컬레이드는 가장 많이 도난 당한 차로도 유명합니다. 2008년에 작성된 통계에 따르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가장 많이 도난 당한 차종 중 1위(에스컬레이드 esv 버전)와 3위(에스컬레이드)를 마크했는데요, 에스컬레이드 esv의 경우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에 비해 도둑맞을 확률이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에스컬레이드가 미국 차 도둑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이유는 '비싼 부품과 악세서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시승기 주인공은 캐딜락이 새롭게 선보인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입니다. 알번 에스컬레이드에 호사스러운 옵션이 추가된 플래티넘 에디션은 브라운 시트와 베이지색이 가미된 내장재, 올리브 에시 원목의 고급스러운 우드그레인, 메탈 트림 등으로 멋을 냈고 최고급 테하마 가죽이 사용된 시트를 비롯하여 데시보드 상단, 인스트루먼트 패널, 센터 콘솔 등도 가죽으로 마감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배가하였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롬 휠은 22인치의 특대 사이즈로 차량 덩치에 걸맞는 위압감을 줍니다. 판매 가격은 1억 2900만원입니다.
먼저 차량 성능 부분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에스컬레이드는 배기량 6200cc의 풀사이즈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로 알루미늄 소재 V8 볼텍 엔진과 GM의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원하는 경우 매뉴얼 변속 모드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드라이버 쉬프트 컨트롤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최고 403마력을 5700rpm에서 내며 최대 57.6kg.m의 토크를 4천400rpm에서 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상당히 높은 출력에 해당합니다만, 일반 중형 세단의 3배나 되는 6.2리터급 엔진이 내는 성능으로는 평균 이하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리터당 평균 80마력 정도의 출력과 10kg.m 정도의 토크를 내고 있는 자연 흡기 엔진의 추세에 비춰보면 기본적으로 500마력 정도, 62kg.m 내외의 토크를 내야하지 않나 싶군요.
혹자는 미국 지형상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를 결정짓는 최고 출력보다는 순간적으로 차량을 밀어주는 강력한 견인력(토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된 셋팅'이라는 사족을 달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 언덕이나 굽이친 도로가 많은 상황이라면 모를까, 가도가도 같은 길이 필쳐질만큼 광활한 땅덩이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배기량 대비 마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빠르고 쾌적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E63AMG에 탑재된 6.2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보면 최고 출력은 120마력이나 뒤쳐지며 토크도 6.8kg.m가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에스컬레이드의 6.2리터 볼텍 엔진의 성능은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우선 낮은 회전수부터 강력한 출력이 발휘되어 전 영역에 걸쳐 꾸준하게 밀어주는 힘이 일품입니다. 특히 캠샤프트가 엔진의 크랭크축 옆에 위치한 푸쉬로드(PUSH ROD) 헤드 구조임에도 가변 밸브 타이밍(VVT) 방식을 적용하여 전 영역에서 고른 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에스컬레이드를 움직임은 기대보다 경쾌합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 시간은 약 8초 정도로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3리터급 세단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세단의 두 배 가까운 육중한 덩치를 감안하면 평범하지 않은 성능에 해당합니다. 특히 80km 구간에서 160km 구간에서 지치는 기색 없이 꾸준히 상승하는 가속력을 보여주었는데요, 2.6톤이나 되는 거구치고는 꽤나 인상적인 움직임입니다.
무엇보다 무거운 차체로 인해 한 번 속도가 붙으면 가속 패달에서 발을 떼도 좀처럼 속도가 줄지 않는다는 점도 에스컬레이드만의 특징입니다. 물론 6.2리터 엔진을 탑재한 세단이라면 문자그대로 '미친듯이 튀어나가는 가속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배기량입니다. 따라서 공차 중량이 2.6톤이나 나가는 풀사이즈 SUV라해도 6.2리터 자연흡기 가술린 엔진이 탑재되어 있으니 빠른 응답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엄밀히 따져서 전구간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만, 등을 떠미는 식의 인상적인 가속력을 보여주지도 못합니다.(회전수 제한, 배기량 대비 떨어지는 출력 등의 한계로 인해) 크고 무거운 덩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괴력'을 내는듯한 착각이 들게하는 경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기판 RPM 게이지에는 레드존 없이 6000rpm까지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시승자는 차량을 처음 접하면서 '고속 회전시 진동이나 소음 특성이 있어서 회전수 제한을 걸어 놓은 것이 아닌가?'의심을 했습니다만, 에스컬레이드 엔진의 진동, 소음 특성은 나무랄데 없어 훌륭했습니다. 저회전은 물론 고회전 영역에서도 진동 없이 부드러운 회전력을 보였으며 정숙성 부분에서도 만족할만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엔진 사운드와 배기 사운드는 박력있게 셋팅되어 있습니다. 아메라칸 머슬카처럼 좌웅을 압도할 정도로 우렁차지는 않지만 시동을 걸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엔진 사운드가 울려퍼지며 주행중 가속 패달에 힘을 주면 어김 없이 터프한 배기음이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일반적으로 엔진이나 배기구에서 발생하는 소음과는 차원이 다른데요, 6.2리터의 대배기량 엔진에서 정갈하고 여유있게 뿜어져 나오는 엔진 동작음과 배기음은 굵은 톤의 매력 있는 음성을 내는 덩치 큰 남성을 연상시키기 충분합니다. 충분한 흡음재를 사용하여 외부의 소음은 훌륭하게 차단하면서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와 배기음만 걸러내 준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만합니다.
에스컬레이드의 공인 연비는 5.9km/l입니다. 6.2리터 엔진, 2.6톤의 풀사이즈 SUV로는 당연한(?) 수치라 하겠습니다. 차량 덩치에 걸맞게 연료 탱크는 99L입니다. 극악의 연비지만 특대 사이즈의 기름통 덕분에 가득 채운 상태로 580km 정도는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제 연비는 어느 정도를 나타냈을까요? 시승 기간동안 차량 운행 거리는 925km 정도였고 유류비로 투입된 비용은 38만원 정도입니다. 리터당 1850원으로 계산하면 약 205리터의 가솔린을 주유한 셈입니다. 시승 내내 특별히 연비 주행을 하지 않았으며 시내 : 고속도로를 20 : 80 비율로 주행하였습니다. 고속 주행시 120-150km/l 사이를 유지하였으며 서너 차례 제한 속도인 170km/l 가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시승이 종료된 시점에서 925km를 중행한 후 트립 컴퓨터는 110km를 더 주행할 수 있음을 지시하였습니다. 따라서 205리터의 가솔린으로 약 1030km 내외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리터당 거리로 환산하면 5km/l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에서는 3km/l에서 4km/l 사이를 나타냈으며 급가속을 반복하면서 터프하게 주행할 경우 2km/l대까지 연비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에스컬레이드가 '연비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대인배용 SUV'라해도 시대를 역행하는 연료 소모량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에 탑재된 엔진에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ctive Fuel Management, AFM)라는 기능을 추가하였습니다. AFM은 저속에서는 4개의 실린더를 사용하다 고속으로 넘어가거나 강한 견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8개의 실린더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스위칭 기능으로 트립 컴퓨터를 통해 작동 여부가 표시됩니다. 상황에 따라 엔진 실린더를 분할 사용하는 AFM은 메르세데스 벤츠 S600을 비롯해 대배기량 프리미엄 세단에 이미 적용된바 있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가솔린 대신 저렴한 E85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성의도 보였습니다만, 불행하게도 국내에서는 공식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의 떡입니다. 결론적으로 나날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유류 가격을 고려하면 실로 부담스러운 차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고가 1925mm나 되고 최저 지상고도 일반 세단의 두 배 이상이며 물컹물컹한 세스펜션이 특징인 미국 SUV이니만큼 코너링이 불안하고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무거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출렁거릴게 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겁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예상보다 야무지면서 안정적인 하체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급차선 변경을 하거나 코너를 돌아나갈 때 높은 차체가 기우뚱 하는가 싶더니 이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 시승자를 사뭇 놀라게 했는데요, 에스컬레이드가 껑충한 자세임에도 안정적인 하체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비결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기능에 있습니다. MRC는 마그네슘을 포함한 마세 입자를 액체 형태로 댐퍼 안에 채우고 자성에 마그네슘 분자 배열이 단단해지는 성질을 이용해 댐퍼 압력을 조절하는 가변 압력 조절 시스템입니다. 자동차의 속도와 진행 반향, 제동력 전달, 스티어링휠 조작 등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하여 1/1000초 단위로 최적의 세스펜션 압력을 계산해 내는 장치로 콜벳, CTS-V 등 고가 모델에만 적용되어 있습니다. 에스컬레이드의 MRC는 운전자가 임의로 셋팅값을 조절하거나 차고를 변경하는 고급 기능이 제외되어 있습니다만, 차고가 높아 전복 위험이 높은 SUV를 보다 안전하게 제어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장치라 하겠습니다.
에스컬레이드의 하체 셋팅은 하드한 편에 속합니다. 일반 주행시에는 부드럽고 무난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과속 방지턱을 넘거나 고르지 못한 노면을 지날 때에는 노면의 상태를 운전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을만큼의 반응이 전달됩니다. 물론 이는 하체 셋팅이 하드하다기 보다는 22인치나 되는 대구경 휠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워낙 덩치가 큰 관계로 회전 반경이 넓어 불편할 때가 많은게 흠입니다.
에스컬레이는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인 AWD를 기본 장착하고 있습니다. 전륜과 후륜에 4:6 비율로 동력이 전달되며 수동 모드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은 없습니다. 후륜쪽에 좀 더 높은 토크가 실리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후륜 구동 차량에서 발견되는 특성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브레이크는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속까지는 무난한 제동력을 보여주지만 일단 고속에서 급제동시 차체 밀림 현상이 꽤 크게 발생합니다. 에스컬레이드에는 비례제동방식이 적용되어 있어 속도에 맞게 제동력이 자동 조절되기는 합니다만, 현재의 브레이크 셋팅은 빠른 속도로 주행시 육중한 차체를 신속하고 부드럽게 정지시키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보입니다. 급제동시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는 발에 큰 힘을 주게 되는데요, 디스크 구경을 키우고 4 피스톤 이상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티넘 에디션에는 V 스포크 타입의 22인치 휠이 기본 장착되어 있습니다. 세단이라면 20인치만 되어도 휠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휠이 부각되지만 V 스포크 타입의 에스컬레이드 22인치 기본 휠은 흡사 일반 SUV의 18인치 휠 정도의 사이즈로 보입니다. 기존 에스컬레이드 오너들이 24인치까지 휠 싸이즈를 튜닝하는 것이 드믈지 않은 일인지라 22인치임에도 과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타이어 제원은 285/45 R22로 전륜과 후륜이 동일합니다.
에스컬레이드에는 GM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드라 메틱(Hydra-Matic) 6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시프트레버는 일반 스틱 타입이 아닌 스티어링휠 컬럼에 부착된 방식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와 비슷한 위치입니디만, 에스컬레이드는 전자식이 아닌 로터리식이 적용되어 있습니다.수동 모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스티어링휠 뒷편에 쉬프트 패들로 달아놓았다면 모를까, 스틱 타입에 비해 사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거의 효용성이 없습니다.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과 적당한 반응 속도를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입니다. 최근 7단 이상의 다단 변속기로 주행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작업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대배기량의 넉넉한 힘과 여유로운 컨셉의 에스컬레이드과 하이드라메틱 6단 자동 변속기는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하이드라메틱 6단 자동 변속기는 대배기량의 강력한 힘을 효율적으로 잘 제어해줍니다.
일상적인 용도를 넘어 다양한 레저 활동에서도 적극 활용되는 에스컬레이드의 성격에 맞춰 견인 모드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캠핑카나 요트 등을 견인하기 적합하도록 차량을 셋팅해줍니다.
에스컬레이드는 차체 길이가 5140mm이고 폭은 2010mm이며 높이는 1925mm입니다. 휠베이스는 2946mm입니다. 현대 베라쿠르즈가 길이 4840mm, 폭 1945mm, 높이 1750mm 정도이니 에스컬레이드의 덩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실제 차량을 비교해 보면 수치에서 느껴지는 정도보다 훨씬 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는데요, 차량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사이즈에 깊은 인상을 받을 정도로 에스컬레이드는 당당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면적의 주차장에서 두 차 사이에 주차를 하는 일이나 회전 각도가 큰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게 꽤나 곤욕스럽습니다. 특히 지붕이 낮은 주차장을 들어갈 때면 루프 부분이 닿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 들기도 합니다.
일반 승용차를 미니카로 만들어 버리는 스타크래프트 밴과 나란히 세워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군요.
전면부는 오히려 에스컬레이드가 스타크래프트밴을 압도합니다.
일반적인 용도로 이용되는 평범한 모델이 아닌만큼 외형 디자인 부분에서도 다수의 취향을 고려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부분이 거대하고 과시적이며 특징적입니다.
캐딜락을 이끌어가는 플래그쉽 모델(물론 전통적으로 캐딜락에서는 DTS(드빌)가 플래그쉽 모델로 전면을 장식해 왔습니만, 현재 캐딜락에서 에스컬레이드는 실질적인 플래그쉽 모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답게 곳곳에서 캐딜락 고유의 상징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캐딜락 특유의 수직 헤드 램프와 얇고 긴 바 형태의 리어 램프를 비롯하여 당당한 느낌을 주는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 칼로 자른듯한 직선으로 남성다움을 강조한 바디 라인 등은 그 어떤 차에서도 보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함을 선사합니다.
아주 고급스러운 내장재가 사용된 것도 아니고 가장 럭셔리한 브랜드도 아니며 성능도 최상급과는 거리가 멀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왠지 자신이 부유층 인사가 된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에스컬레이드는 갖고 있습니다.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는데다 뭐든 큼지막한 사이즈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높은 포지션으로 앞 차를 내려다보며 운전할 수 있을만큼 넓은 시야를 확보주니 운전석에 앉으면 이유 없는 자신감(?)이 들만도 합니다. 과장을 좀 섞자면 에스컬레이드에 사용된 금속을 녹이면 경차 5대쯤은 거뜬히 만들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사이드 미러의 사이즈도 거대합니다. 14.1인치 노트북 PC와 비교한 모습입니다. 화장실 거울로 사용해도 될만한 크기입니다. ^^;
측면부의 모습입니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풀사이즈 SUV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에는 장착조차 불가능한 22인치 크롬휠이 에스컬레이드에서는 소박해 보이기까지 하는군요.
후면부의 모습입니다. 캐딜락의 전형적인 디자인 요소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클리어 형태의 긴 직사각형 리어램프와 얇은 바로 루프 상단 전체를 덮고 있는 제동등, 견인 고리를 갖추고 있는 리어 램프, 트렁크 도어와 개별적으로 개방되는 후면 글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치 방식으로 개폐되는 트렁크 도어는 전동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높은 운전석을 쉽게 오르 내릴 수 있도록 하단의 슬라이딩 발판을 배치하였습니다. 도어를 열면 이 부분이 전동 방식으로 나왔다가 탑승하고 도어를 닫으면 다시 전동 방식으로 접혀 들어갑니다. 물론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실내 구성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줄 압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의 실내을 보면서 구성력 있는 독일 브랜드의 SUV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는데요, 스케일이 크고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듯 합니다. T자 형의 단순하지만 시원하게 뻗어 있는 데시보드와 가죽, 고급스러운 우드게리인, 알루미늄 트림을 적절히 사용하여 멋을 낸 에스컬레이드의 실내 인테리어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를 대표하는 럭셔리 SUV로 손색이 없습니다.
데시보드 상단과 하단부를 질좋은 가죽으로 마감하여 고급 모델다운 품위를 연출한 점도 마음에 듭니다. 독일 브랜드의 럭셔리 SUV의 경우 1억을 호가하는 값비싼 모델임에도 데시보드나 도어 안쪽을 우레탄 재질로 성의 없이 마감하여 감성적인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입니다.
올리브 에시 원목의 고급스러운 우드그레인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실내 장식에 우드그레인이 사용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만 에스컬레이드에 사용된 우드그레인 정도라면 언제든 환경입니다.
산타페시아 중앙 패널 상단부입니다. 아날로그 시계를 최상단에 배치하고 모니터 좌우로 통풍구를 넣었으며 중앙 부분에 8인치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배치하였습니다.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10인치 디스플레이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만합니다.
사제품이긴 하지만 네비게이션을 기본 제공하고 있으며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순정 유닛이 아닌, 국내에서 별도 작업된 에프터마켓용 유닛입니다.
덩치에 어울리는 사이즈의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에스컬레이드의 스티어링휠은 가벼운 조작감을 보여줍니다. 정시 상태나 저속에서는 가볍게 동작하지만 속도가 상승하면서 압력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속도 감흥형이라 고속 주행시 안정감도 무난한 수준을 보입니다.
우드그레인이 겉면을 두르고 있는 독특한 형태이며 열선을 내장하고 있어 편리합니다. 좌측에는 크루즈 콘트롤 기능을 제어하는 버튼이, 우측에는 오디오 관련 기능을 제어하는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스티어링휠은 전동식으로 상하 조절이 되는 반면 앞뒤로 위치를 바꿔주는 텔레스코픽 기능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대신 가속 패달과 브레이크 패달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패달의 조작 범위가 꽤 커서 신장이 작은 오너나 여성 오너들도 체형에 맞게 운전석을 셋팅할 수 있습니다.
스티어링휠 컬럼 좌측 부분에 부착되어 있는 윈도우 와이퍼, 방향 지시등 조작 레버입니다. 우적 감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티어링휠 좌측 하단 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라이트 조절 다이얼, 계기판 밝기 조절 다이얼, 작은 수납함의 모습입니다. 등화 장치 조작 다이얼은 독일차의 표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1억 2900만원의 고급 차량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오디오, 에어컨디셔너 패널입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답게 부품 규격화를 통해 제조 단가를 낮추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캐딜락을 대표하는 기함인 에스컬레이드에서 하위 차종과의 부품 공유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2000만원대 엔트리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저렴한 스타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버튼 배치도 아무렇게나 되어 있어 직관적인 사용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오디오 명품 브랜드인 보스 스피커를 갖추고 있으면서 어째서 오디오 유닛은 이런 싸구려 스타일을 넣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시동키도 리모트 콘트롤러가 달린 막대기형입니다. 리모트 콘트롤은 봐줄만한데 소형차에나 어우릴법한 시동키는 도무지 봐줄 수가 없군요. 스마트키가 아니더라도 차의 격에 맞는 시동키 디자인이 시급합니다. 현재의 시동키는 캐딜락의 엔트리 모델에나 어울릴만한 모습입니다.
중앙 패널 좌측 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버튼부입니다. 상단의 아이콘을 보고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이 들어갔는가 싶었는데, 그냥 게기판 정보 검색용 버튼들이었습니다.
계기판은 수수합니다. 두 개의 큰 원형 게이지와 작은 원형 게이지, 그리고 네모난 정보 표시 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려하거나 첨단 기술력이 투입된듯한 느낌은 전혀 없지만 아날로그식 감성을 풍깁니다.
비상등은 스티어링휠 컬럼 상단에 배치하였습니다. 미국차의 경우 비상등을 난해한 곳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무래도 미국인들은 비상등을 사용할 일이 그다지 없는게 아닌가 싶군요. ^^;
에어컨디셔너 패널 아래로는 시거잭과 재떨이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알루미늄 커버로 깔끔하게 덮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밑으로는 두 개의 컵홀더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컵홀더 바닥면도 금속재로 덮혀져 있는데요, 이는 컵을 데우고 식히는 냉온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컵홀더 좌우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차례로 냉온, 상온, 보온으로 전환되어 음료를 취향에 맞게 조절해 마실 수 있게 합니다. 물론 냉온 정수기 수준으로 차고 뜨겁게 음료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시원하거나 따듯한 음료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시켜 음용하기 좋은 상태로 유지시켜줍니다.
중앙 콘솔도 차량 사이즈에 걸맞게 큼지막합니다. 가죽과 알루미늄 트림으로 멋을 냈으며 중앙 부분에 휴대폰을 비롯한 작은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바닥을 고무 패딩 처리하여 사용감을 높였습니다.
사물함은 이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리모컨이나 각종 작은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1차 공간의 모습입니다.
아래 부분까지 열만 깊은 사물함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넓지는 않습니다만 활용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시거잭과 USB 단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글로브 박스의 모습입니다. 차량 사이즈에 비해 글로브 박스 내부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선루프는 일반적인 사이즈입니다. 승용차의 일반 선루프와 비교하면 큰 사이즈이지만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아무래도 파노라나 선루프가 유행하고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실내등, 선루프 조작 버튼부입니다. 오디오, 에어컨디셔너 패널부처럼 이 부분도 저렴한 티가 납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 대부분이 이러한 세심한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에스컬레이드도 이 부분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룸미러 윗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안전 밸트 경고등은 안쪽이 함몰되어 있어 부실한 조립 완성도를 느끼게 합니다.
2, 3열 탑승자를 위한 루프 모니터입니다. 파나소닉 제품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리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기능적인 부분이니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룸미러 안쪽을 보면 케이블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커버처리하여 깔끔하게 수납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죠.
도어 안쪽 부분의 모습입니다. 도어 트림의 마감은 무난합니다. 상단 부분을 가죽으로 감쌌고 하단은 베이지 마감재로 덮었습니다. 넓은 도어 하단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마감에서는 큰 불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어 개방 레버와 시트 메모리 버튼, 사이드 미러 각도 조절, 접고 펴기 버튼, 윈도우 조작 버튼, 도어 잠금/해제 버튼부의 모습입니다.
시트 구성도 무난합니다. 가죽의 질감이나 마감도 좋고 쿠션도 적당하며 지나치게 크지 않아 동양인의 체격에도 잘 맞습니다. 위치와 허리 받침대 조절 등 전동식으로 기본 조작이 가능합니다.
2열 시트의 경우 '1등석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캐딜락은 주장합니다만, 이는 과장입니다. 보통 세 개의 좌석이 들어갈만한 공간에 두 개의 좌석을 넣어 중앙 통로 부분에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만, 시트가 도어쪽에 너무 붙어 있는데다 비행기 1등석을 연상시킬만큼 안락하고 편한 구조도 아니여서 기대보다 착석감은 많이 떨어집니다. 물론 일반 세단이나 SUV, 미니밴 등과 비교하면 넓고 쾌적한 공간인 것은 분명하지만 보다 구성력 있고 안락하게 설게할 수 있는 공간을 낭비한듯한 느낌이 듭니다.
3열 시트 부분은 사정이 더 않좋습니다. 풀사이즈에 해당하는 시트가 장착되어 있고 3명이 탑승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만, 2열 공간을 너무 넓게 잡아 놓어 3열 시트쪽에는 레그룸이 충분치 않고 바닥 부분도 낮아 엉거주춤 앉아야 하는 형태입니다. 특히 좌우 부분의 공간 활용이 거의 되어 있지 않으며 팔을 놓을만한 공간도 적당치 않습니다.
2열 탑승자를 위해 에이콘디셔너, 오디오 조작 패널과 AV 출력 단자, 두 개의 컵폴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정용으로 사용해도 될만한 소화기가 트렁크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트렁크는 공간 활용도가 매우 뛰어납니다. 우선 3열 시트를 위와 같이 접어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3열 좌석을 아예 위로 올리면 큰 사이즈의 짐을 싣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3열 시트는 하단의 레버 조작으로 간단하 탈부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좌석이 꽤 무겁기 때문에 여성 오너의 경우 혼자서 좌석을 탈부착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3열 시트를 제거하면 작은 냉장고도 들어갈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됩니다.
3월 시트를 모두 제거하고 2열 시트까지 앞으로 접으면 일반 SUV의 실내 공간에 해당할만큼 광활한 면적을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좀 과장해서 이사용 해도 될만합니다. 2열 시트는 전동 방식으로 위와 같이 접힙니다.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것은 수동 방식입니다.
예비 타이어는 바닥면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최저 지상고가 높아 예비 타이어를 바닥면에 부착하고서도 꽤 많은 공간이 남습니다.
총평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해 묘한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쓸데 없이 크고 기름 많이 먹는데다 가격까지 비싼 차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있죠. 두 세 식구로 단촐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60평대 이상의 아파트나 고급 빌라에서 사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 누리는 당연한 특권'으로 보면서 에스컬레이드처럼 크고 기름 많이 먹는데다 가격이 비싼 대형 SUV를 타는 사람들은 '허영이 심하거나 과시욕에 가득찬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선입견을 갖습니다. 자동차를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소비재로 보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과는 달리 아직도 비싼 차를 사치재, 개인적인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에 기인한 편견입니다.
특히 밤마다 이중 주차에 시달리는데다 단 몇 십원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실속파들에게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차량은 '줘도 안타는 흉물'에 해당할겁니다. 1리터 디젤로 20km를 갈 수 있네없네를 따지는 현시점에 에스컬레이드가 어울리지 않음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기름 많이 먹는데다 쓸데 없이 덩치만 크다"
"내가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차다"
"품질 떨어지는 미국차를 사느니 국산차를 사는게 더 낫다"
위와 같은 선입견을 지운 상태에서 본다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차량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거대하고 육중한 덩치를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름을 많이 먹는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할 수 밖에 없으며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을 얻기 위해서는 사이즈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이 재테크의 주요 수단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우리나라에서 중소 도시 소형 아파트 값도 안되는 1억 2천만원대의 차량 가격이 '있는 사람'임을 나타내주는 척도 역시 되지 못합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미국차라지만, 캐틸락의 기함답게 에스컬레이드는 가격대에 걸맞는 마감과 내장재로 충분한 만족감을 주며 비교 가능한 경쟁 모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껑충하고 높은 포지션임에도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고 2.6톤에 달하지만 스포츠 세단과 함께 달릴 수 있을만큼 날쌔기도 합니다. 어디를 가던지 그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 주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답답한 시내 도로에서 딱트인 시야로 시원한 느낌을 제공해줍니다. 2열과 3열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여유롭고 높은 지상고 덕분에 어지간한 비포장 도로나 험로에서도 거침 없이 달릴 수도 있습니다. 1억 2천 900만원의 차량 가격과 2리터급 중형 세단 두 배 정도에 해당하는 유류비, 대 배기량에 따른 세금과 보험료 등 각종 부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에스컬레이드는 과시나 허영이 아닌 '자기 만족'을 위해 구입을 고려해 볼만한 차량이라는 것이 시승자의 결론입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고속에서 밀리는 브레이크 성능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브레이크 시스템으로는 고속 주행시 안정감 있게 차체를 제어하는데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룸미러 부분에 노출된 케이블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세심하지 못한 마감 문제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캐딜락을 대표하는 럭셔리 SUV인만큼 세세한 부분에서도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오디오, 에이컨디셔너 패널부가 챠랑과 겉돕니다. 쉽게 말해 이 부분에서 싼티가 많이 나는데다 직관적인 조작성도 떨어집니다. 보다 고급스러운 재질과 사용하기 편한 구조로 변경될 필요가 있습니다.
2열 시트의 복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트를 도어 방향으로 너무 붙여 놓은 점과 3열 시트 부분이 생각보다 편하지 않은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3열 시트의 경우 풀사이즈임에도 레그룸이 좁고 바닥이 낮아 간이 시트와 같은 착석감이 느껴집니다. 3열 좌우 부분에 제법 많은 공간이 남음에도 이 부분을 효율적인 수납공간으로 활용하지 않고 대충 마무리한 점도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최상의 편의성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모델임에도 스마트키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텔레스코픽 기능의 부재, 사용하기 불편한 수동 모드, 배기량에 비해 떨어지는 출력 등도 차후 모델에서는 개선을 요합니다.
어떤 오너에게 어울릴까?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고 연비 따위는 신경쓰지 않으며 SUV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사이즈에 넓고 편안한 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인배라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도전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마도 '미국차는 후지(?)다'라는 편견이 단 번에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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