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HG240입니다. 1986년 처음 등장한 그랜저(일명 각그랜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급 세단이자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5세대를 거치면서 현재에는 중산층에서 가장 많이 애용하는 자동차로, 프리미엄 이미지보다 대중적인 이미지가 좀 더 강해졌습니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이 등장했고 1992년 2세대 모델, 1998년 3세대 모델, 2005년 4세대 모델에 이어 2011년 현행 모델인 5세대에 이르렀습니다. 그랜저가 보다 대중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 계기는 2005년 출시된 4세대 그랜저 TG부터입니다. 1세대 에쿠스가 1999년 출시되면서부터 그랜저는 프리미엄 세단의 위치에서 내려와 보다 젊은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고 디자인, 동력 성능 면에서 기존 세대 대비 현격한 발전을 이루었던 4세대 모델은 그랜저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시켰습니다. '우리집차 그랜저다'라는 말 한마디면 주변 정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었을만큼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던 그랜저가 길거리에서 가장 흔한 차 중 하나가 되어버린 계기이도 합니다.
5세대 그랜저는 4세대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는데,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세단이 에쿠스와 그랜저 사이에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외형 역시 현대차가 대중적 모델에만 적용한 플루이딕 스컬프쳐 I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전면부는 상당 부분 쏘나타와 이미지를 공유합니다. 5세대 그랜저는 제네시스 못지 않은 편의 장치가 적용되어 있는 반면, 방음을 비롯해 오디오 시스템과 같은 프리미엄 사양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습니다. 그럼 서론은 이쯤에서 갈음하고, 시승기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격 부분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그랜저는 엔진 배기량에 따라 HG240, HG300, HG330으로 나뉩니다. 각 모델명은 가솔린 4기통 2.4 리터, 가솔린 V6 3.0 리터, 가솔린 V6 3.3 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먼저 HG240 모델은 모던 단일 트림만 판매되며 가격은 2,976 만원입니다. 옵션 품목은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가 104 만원(블루링크 포함시 138 만원), 파노라마 썬루프가 110 만원, 드라이버 패키지 69 만원, 스마트 패키지(전자 파킹 브레이크 슈퍼 비전 클러스터) 59 만원, 스타일링 패키지(HID 18인치 휠)이 90 만원에 판매됩니다. 엔트리 모던 트림을 풀 옵션으로 구성할 경우 3,408 만원(블루링크 포함시 3,442 만원)으로 가격이 오릅니다. 시승차가 바로 2012년형 모던 트림으로 옵션 추가 없는 기본형입니다.
HG300 모델은 프리미엄 트림과 익스클루시브 트림으로 나뉩니다. 프리미엄 트림은 3,273 만원에 판매되며 옵션으로는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가 104 만원(블루링크, 어라운드뷰 모니터 시스템 포함시 217 만원), 파노라마 썬루프가 110 만원, HID 헤드 램프 49 만원, 스마트 패키지(전자 파킹 브레이크 슈퍼 비전 클러스터 오토 홀드) 59 만원에 판매됩니다. 프리미엄 트림을 풀옵션으로 구성할 경우 3,595 만원(블루링크, 어라운드뷰 선택시 3,708 만원)으로 가격이 오릅니다.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3,422 만원에 판매되며 옵션은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가 104 만원(블루링크, 어라운드뷰 모니터 시스템 포함시 217 만원), 파노라마 썬루프 110 만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를 추가할 경우 3,636 만원(블루링크, 어라운드뷰 모니터 시스템 포함시 3,749 만원)으로 가격이 오릅니다.
HG330 모델은 셀러브리티 트림 단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판매 가격은 3,945 만원입니다. 선택 가능한 옵션은 파노라마 썬루프 110 만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152 만원,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블루링크) 어라운드 뷰 모니터 193 만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를 모두 포함할 경우 4,401 만원으로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현대차는 그랜저 보도 자료를 통해 프리미엄급 세단 못지 않은 첨단 옵션이 적용되어 있어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상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블루링크, 어라운드 뷰 시스템 등 고급 옵션들은 모두 선택 사양으로 빼 놓았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은 HG240에서 선택할 수 없고 어드벤스드 스마트 콘트롤은 HG330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 놓는 등 반소비자적 마케팅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해 드린 것처럼 시승차는 기본형인 HG240이며 추가 옵션 없는 기본형입니다. 판매 가격은 2,976 만원입니다.
HG240에 탑재된 2.4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쎄타 2)은 최고 201마력을 6,300rpm에서 내고 최대 25.5kg.m 토크를 4,250rpm에서 발휘합니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며 연비는 복합 기준 11.3km/l(도심 9.6kg/l, 고속도로 14.4km/l) 입니다. 참고로 HG300에는 최고 270마력(6,400rpm), 최대 31.6kg/m(5,300rpm) 토크를 발휘하는 3리터 직분사 엔진을 탑재(연비 10.4km/l)하며 HG330에는 최고 294마력(6,400rpm), 최대 35.3kg.m(5,200rpm) 토크를 발휘하는 3.3리터 직분사 엔진을 탑재(연비 10km/l)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이는 신차에 탑재되는 엔진 제원을 보면 터보 차저, 수퍼 차저와 같은 과급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세계 정상급에 해당하는 출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성능은 스펙에 명시된 것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는 현대차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직분사 엔진의 최대 출력이 가용 영역과는 거리가 먼 6,300rpm 이상에서 발휘되며 토크 밴드 역시 두텁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제원에서 기대되는 수준을 밑돕니다.
시승차인 HG240의 경우 길이 4.9m에 달하는 준대형 세단을 능동적으로 제어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출력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랜저 HG의 공차 중량이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가벼운 수준인 1,525kg정도이기 때문에 도심은 물론 고속 주행 부분에서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주행시 HG240에 탑재된 직렬 4기통 2.4리터 직분사 엔진은 특별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V6 엔진에 비해 다소 가벼운 구동음을 특징으로 하지만, 일반적인 4기통 엔진에 비해 좀 더 정제된 회전 질감을 보여주었으며 성능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초반 응답력은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굼뜨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80~140km/h 구간에서도 최고 201 마력의 엔진에서 기대되는 수준의 성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속이 진행되는 내내 경쾌한 느낌보다는 답답하지 않을만큼의 체감 성능을 보였는데, 공차 무게 대비 출력을 감안하면 다소 불만스러운 모습입니다.
정숙성 부분에서는 저속과 고속 영역에서의 만족도가 엇갈립니다. 일단 80km/h 이하에서는 프리미엄급 세단 못지 않을만큼 조용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80km/h 이상부터는 4기통 엔진 특유의 거친 소음이 커지면서 140km/h 이상부터는 제법 거슬리는 소음이 유입됩니다. 80km/h 이하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 대비 최고 수준인반면, 80km/h 이상에서는 경쟁 모델 대비 정숙성이 특별히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고속 주행시 풍절음을 비롯해 하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은 적절하게 잘 차단되어 있습니다.
변속기는 현대 파워텍 6단 자동입니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어 편안한 주행감을 제공하는데 일조하는 반면, 킥다운시 반응이나 수동 모드에서의 직결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랜저의 하체는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방식, 후륜이 멀티 링크 방식입니다. 서스펜션 역시 부드럽고 편안함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스포츠 주행에는 그리 접합지 않은 특성을 보여줍니다. 일단 100km/h 이하의 속도로 차량 흐름에 맞춰 주행할 경우 그랜저의 하체는 편안한 승차감과 안정적인 답력을 유지합니다만 고속 영역으로 들어서면 무른 하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너링시 언더스티어 성향이 명확하고 빠른 거동시 롤링, 쏠림 현상이 도드라집니다. 현대차답게 140km/h 이상의 고속 주행시 차체가 뜨는듯한 느낌을 비롯, 안정감을 크게 상실하는 모습 역시 그대로입니다.
MDPS 방식의 스티어링 답력 역시 준대형 세단으로는 가볍다는 느낌을 줍니다. 편안함과 부드러운 조작감을 장점으로 하지만 고속 주행시 무게감이 다소 부족한데다 무딘 성향의 핸들링이 더해져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그랜저 HG240의 연비는 복합 기준 11.3km/l(도심 9.6kg/l, 고속도로 14.4km/l) 입니다. 시승 기간 동안 오토기어 매뉴얼에 맞춰 주행을 해본 결과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리터당 7.2km였으며 주행 거리당 소모된 가솔린을 기준으로는 리터당 6.8km 정도의 누적 연비를 보였습니다. 시승 환경에 비해 편안하게 이루어지는 일반 운전자의 환경을 상정할 경우 리터당 8km 내외의 평균 연비가 예상되는데, 배기량 대비 차체 사이즈를 감안하면 평균적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는 전륜, 후륜 모두 디스크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제동력이나 급제동시 차체 제어력, 패달 답력 부분에서는 큰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반복 제동시 열화에 의한 제동력 저하 부분은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브레이크의 낮은 한계점이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현대 자동차 산업에서 효율적인 원가 절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브레이크는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만큼 지금보다 내열성이 강한 디스크를 사용했으면 합니다.
성능 부분을 대충 점검하였으니 외형 디자인 및 내부 구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모델이기 때문에 특징적인 부분만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으로 분류됩니다. 차체 사이즈는 길이 4,910mm, 폭 1,860mm, 높이 1,470mm이며 휠베이스 2,845mm, 공차 무게 1,640kg입니다.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의 경우 길이길이 4,990mm, 폭 1,890mm, 높이 1,480mm이며 휠베이스 3,010mm, 공차 중량 1,900kg이니 제네시스보다 한치수씩 덩치가 작은 정도이며 중형 세단인 쏘나타의 경우 길이 4,820mm, 폭 1,835mm, 높이 1,470mm이며 휠베이스 2,795mm, 공차 중량 1,415kg이니 쏘나타보다는 한치수씩 덩치가 큽니다. 포드 퓨전의 경우 길이 4,870mm, 폭, 1,850mm, 높이 1,485mm이며 휠베이스는 2,850mm, 공차 중량은 1,645kg이니 외형만 놓고 보면 퓨전과 비슷한 급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그렌저에 '웅장한 비행기가 활공하는듯한 유려한 이미지'를 담아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쏘나타의 전면부를 베이스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측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반적인 밸런스도 좋습니다.
그랜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I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아반떼나 쏘나타보다 파격의 수위를 한 단계 낮춰 준대형 모델다운 품위를 잘 살렸으며 30대 젊은층에서부터 40-50대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비자들을 아우를 수 있을만한 멋과 품격이 잘 녹아들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전면 그릴에서 이어지는 후드의 두 갈래 선은 쏘나타와 비슷합니다. 쭉 ?어진 전조등은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주며 면발광 LED를 넣어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출시 초기에만 해도 쏘나타 그릴을 연상시키는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만, 눈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랜저 특유의 화려한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랜저 HG 디자인에서 가장 특징적인 후면부입니다. 4세대 모델인 TG와 비슷하게 후미등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인데 멀리서도 그랜저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개성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랜저 로고는 후미등을 연결하는 중앙에 각인돼 있으며 트렁크 상단쪽을 살짝 부풀려서 리어스포일러 효과를 준 부분도 감각적입니다.
범퍼 일체 타입의 듀얼 머플러팁 역시 고급스럽고 깔끔합니다. 출시 초기, 일체형 머플러 구조로 인해 트렁크를 통해 실내로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문제점을 노출하여 '가스렌저'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측면 펜더를 깊게 파고 들어가 있는 헤드 램프가 인상적인 측면부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그랜저 HG 외형에서 가장 호감도가 높은 부분으로 꼽고 있기도 합니다. 헤드 램프 윗 선을 따라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는 크롬 라인과 캐릭터 라인, 2열 도어 상단에서 후면 펜더 상단으로 부풀어 올라 있는 엣지부 등 크게 3개의 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라인이 너무 많아 복잡한 느낌이 든다는 지적도 많습니다만, 면과 선이 균형감 있게 조화되어 있고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도 비교적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준대형 세단이지만 쿠페룩을 적용하여 젊은 느낌을 표현하였고 적당한 볼륨감과 디테일의 조화가 제법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HG240 모델에는 다이아몬드 컷의 17인치 알로이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 차체 사이즈 대비 휠 사이즈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림이 얇고 스포크가 시원하게 뻗어 있어 체감 사이즈는 18인치와 비슷합니다. 스타일링 패키를 선택하면 HID 헤드 램프와 18인치 휠이 제공됩니다. 타이어 규격은 255/55/R17로 전륜과 후륜이 동일합니다.
사이드 미러 디자인 및 후방 시인성도 훌륭합니다. 사선으로 날렵하게 배치된 방향 지시등(리피터) 역시 고급스러운 마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면 펜더를 따라 역동적으로 부풀어 있는 엣지와 리듬감 있게 솟아 있는 C 필러부도 세련된 느낌에 일조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랜저 HG는 아반떼 MD와 함께 현대가 출시한 전체 모델 가운데 가격 대비 디자인 만족도가 가장 높은 모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론에서 그랜저가 초기의 프리미엄 이미지에서 대중적 이미지로 전환되었음을 언급했는데, 그랜저 HG의 실내 구성은 '대중화된 그랜저'의 면모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아반떼의 실내 구성을 약간 고급스럽게 꾸민게 쏘나타 실내라면 쏘나타 실내를 약간 고급스럽게 꾸며 놓은게 그랜저 실내입니다. 즉 현대의 대중 라인업이 아반때로 시작해 쏘나타를 거쳐 그랜저로 마무리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센터페시아 구성입니다. 상단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조기, 오디오/에어컨디셔너 패널, 수압함, 변속기 박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Y자 형태의 센터페시아 구성은 아반떼, 쏘나타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과도한 우드 그레인 사용으로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었던 기존 모델과 달리 그랜저 HG는 한층 젊어진 실내 구성을 장점으로 합니다.
유광 플라스틱을 비롯해 마감재의 질이 '명성'에 다소 못미친다는 점이 아쉽지만, 구성 면에서는 기존 모델과 확실히 차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조작부가 구성력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작관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버튼이 작고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어 디지털 기기 조작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들은 세부 기능을 익히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듯 합니다. 버튼 역시 V 라인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못하는 느낌입니다. 보기에도 좋고 사용 편의성도 높은 배치를 좀 더 고민했으면 합니다.
데시 보드 상단을 비롯해 실내 마감재, 버튼 재질 등은 가격 대비 좋은 수준도 그렇다고 질이 떨어지는 수준도 아닙니다. 3,000만원 초반대 트림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처럼 보일만한 정도이고 그 이상의 트림에는 가격 대비 아쉬움이 느껴지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감재의 아쉬움을 다채로운 구성으로 상당부분 커버한다고 할까요? 각 부분을 뜯어보면 소재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실내 구성이 잘 되어 있어 소재의 아쉬움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상단 1/3이 좀 안되는 부분은 우드로 마감되어 있고 그 외 부분은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파이는 다소 큰편이며 편안한 조작감을 특징으로 합니다. 4 스포크 타입이고 좌우에 필요 이상으로 많아 보이는 리모트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틸트, 텔레스코픽은 수동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전동식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은 HG300 모델부터 기본 제공됩니다.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 크루즈 콘트롤 기능, 핸들 열선, 디스플레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버튼입니다.
스티어링휠 왼쪽에 배치되어 있는 오디오 콘트롤 버튼, 음성 명령 버튼, 핸즈 프리 버튼의 모습입니다. 버튼이 위 아래 스포크로 이원화 되어 있어 복잡한 느낌을 주며 운전시 각각의 버튼을 사용하기에도 불편한 구조입니다.
계기반의 모습입니다. rpm 게이지, 속도계로 구성된 두 개의 큰 원을 중심으로 중앙 부분에 긴 형태의 LCD 정보창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인성이 좋고 정보 표시도 잘 되어 있어 기본 계기반에 대한 불만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59만원에 판매되는 스마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전자 파킹 브레이크와 4.6인치 컬러 LCD를 포함한 슈퍼 비전 클러스터 계기반이 제공됩니다.
스티어링휠 컬럼 우측에 배치되어 있는 윈도우 와이퍼 조작 레버입니다.
스티어링휠 컬럼 좌측에 배치되어 있는 등화 장치 조작 레버입니다.
스티어링휠 우측 부분에 계기반 조도 조작 버튼과 액티브 에코 시스템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동 버튼의 모습입니다. 준대형 모델답게 전모델에 스마트키 시스템을 적용하였으며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시동을 걸거나 도어를 열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수납함이 구석 구석 잘 마련돼 있습니다. 기어 앞부분과 뒷부분 모두 컵홀더와 자질구래한 물건들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전면 수납함 안쪽에는 DC 아웃 단자와 USB 단자, AUX 단자가 배치되어 있어 외부 기기 연결이 용이합니다.
센터페시아 하단 뒷부분에 작은 수납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구성은 볼보의 특징이기도 한데, 그랜저 역시 전륜 구동 구조의 장점을 살려 실내 수납함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이 부분에도 DC 아웃 단자를 배치하여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변속 박스 좌우에 차량 자세 제어 장치 on/off 버튼, 리어 파크 센서 on/off 버튼, 시트 열선 버튼(2 단계 조절 방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컵홀더는 콘솔 앞에 있습니다. 기어 박스와 분리되어 있고 커버로 덮어 놓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암레스트는 중앙 레일과 부드러운 각도를 이루고 있어 안락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팔을 편안하게 거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암레스트 수납함입니다. 넓고 깊어 활용도가 좋습니다.
글로브 박스 수납 공감입니다. 적당한 사이즈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1열 시트의 모습입니다. 적당한 착석감과 쿠션을 갖추고 있으며 시트 디자인이나 마감도 무난합니다. 장시간 착석시 시트 늘어짐 현상도 크지 않아 시트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시트 포지션은 전동 방식으로 조작되며 메르세데스 벤츠 세단과 비슷한 시트 모양의 조작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어 안쪽 부분에 가죽 트림을 넓게 사용한 점을 비롯해 도어 손잡이를 따라 역동적으로 배치된 우드 트림, 암레스트 마감 등 전반적으로 좋은 마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대형 세단답게 2열 시트 공간은 넉넉합니다. 성인 남성 3인이 탑승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만큼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며 쿠페 스타일의 차체 구조를 감안하면 헤드룸 공간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평소 시승자(181cm, 86kg)가 운전하는 위치로 1열 시트를 맞춰 놓은 다음 2열 시트에 앉아보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약 12-13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2열 시트 활용도가 높은 모델답게 2열 암레스트부의 편의 장치도 잘 되어 있습니다. 암레스트 전면부에 오디오 조작 패널, 시트 열선 버튼 등을 배치하였고 수납함 안쪽에도 DC 아웃 단자를 넣어 놓았습니다.
트렁크는 상당히 넓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쏘나타보다 골프백 하나는 더 들어갈만큼 공간을 잘 뽑아냈습니다.
트렁크 하단에는 예비타이어와 공구가 들어가 있습니다.
총평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저는 아반떼와 함께 1, 2위를 나눠 가질만큼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년 누적 판매량이 9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그랜저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한 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을 정도로 귀한 몸이었던 그랜저가 이제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차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랜저의 상품성이 뛰어나서 잘 팔린다기 보다는 국내 시장 여건상 3,000~4,000 만원대 준대형 모델 가운데 '그랜저'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확실한 경쟁 모델이 없다고 보는게 맞을듯 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에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거주성, 프리미엄 모델 못지 않은 편의 장치, 준대형 모델로서의 당당함 그리고 28년간 꾸준히 지켜져 온 '브랜드 밸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출시 초기부터 경쟁 모델들과 현격한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랜저의 상품성은 단순히 자동차 본연의 가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반세기 가깝게 국내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유지 보수 부분에서도 가장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고 이는 자동차 중고 가격과 직결됩니다. 미국 시장처럼 다양한 브랜드의 대표 차종을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 보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한, 적당한 가성비에 적당한 상품성을 갖춘 그랜저와 같은 모델로 소비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구입 후 타는 동안 '유지 관리면에서 가장 용이'하고 차량 교체시 높은 중고가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그랜저 판매에 큰 힘을 보태줍니다. 트렁크를 통해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된다는 뉴스를 접해도, 총 7군데에서 누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구입시 셀프 세차장에서 '누수테스트'를 해보는 사람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려도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그랜저에는 총 9개의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지만 탑승자의 위치와 안전밸트 착용 여부 등을 감안하여 전개되는 스마트 에어백이 아닌,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 자동차 에어백에 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제조사가 앞장서 가격이 비싼 스마트 에어백을 적용할리 없겠으나, 제네시스, 에쿠스, K9을 비롯한 고급 차종을 비롯해 체어맨, SM5,MS7, 말리부, 알페온 등에도 스마트 에어백이 기본 적용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에 탑재된 2세대 에어백은 매우 불만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에어백은 탑승자의 몸무게까지 감지하여 폭발력을 조절하는 4세대 에어백(어드밴스드)까지 출시되어 있는 상태이고 북미 시장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수입차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태여서 2세대 에어백을 그랜저에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재고가 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현기차는 국내에서는 에어백 규제가 없지만 미국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는 반드시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출용과 내수용에 에어백에 차이를 둘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자국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 상황만을 고려하는 제조사를 탓해야 하는건지,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정경 유착의 결과이든) 정부 부처를 탓해야 하는건지.. 그저 씁쓸할 따름입니다.
그랜저 정도의 등급이면 운전의 필수품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8인치 최신 시스템으로 일괄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 모델에도 7인치 내비게이션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옵션으로 제공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대비 조악한 수준이여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니다. 현대차가 수입차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완벽하게 호환되는 효율적인 내비게이션인데, 여전히 이를 옵션 장사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니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의적인 대접을 받지 못할 수 밖에요. HG240에 전자식 파크 브레이크를 옵션으로 빼놓은 부분이나 계기반을 이원화 하여 옵션 장사를 하는 부분, 유용한 옵션과 쓸모가 떨어지는 옵션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관행도 소비자를 짜증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버튼 배치와 너무 많아 복잡한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휠 리모트 버튼 구성도 좀 더 효율적이면서 직관적으로 변경되었으면 합니다. 반복 제동시 열화 현상으로 밀림이 발생하는 브레이크 부분도 역시 내열성 강한 부품으로 교체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동차일까?
예전의 그랜저는 중장년층과 잘 어울릴만한 세단이었으나 4세대를 거쳐 5세대로 진화한 그랜저는 30대 초반의 젊은층부터 50-60대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비자층을 커버할 수 있을만큼 대중적인 모델로 진화하였습니다. 물론 최소 3,000 만원에서 풀옵 구성시 4,400 만원대까지 가격이 오르는 모델이기에 그랜저의 주요 고객층은 1-2명의 자녀를 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사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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