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최초의 전기차인 i3가 국내 시장에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초기 250대 정도의 물량이 5월 수입될 예정이며 i3를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6월부터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판매 가격은 하위 트림인 룩스가 5,800만원, 가운데 트림인 솔이 6,400만원, 최상위 트림인 비스가 6,900만원이며 배터리 보증 기간은 8년, 10만km이고 소모품 무상 교환은 5년, 10만km까지 지원됩니다.
배터리 충전용으로 사용되는 650cc 2기통 가솔린 엔진 탑재의 '레인지 익스텐더' 모델은 국내 출시에서 제외되었습니다. BMW 코리아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이 순수 전기차에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레인지 익스텐더 모델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의 경우 정부 지원금 1,5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800만원의 혜택을 받아을 수 있지만, 제주도 실거주 1년 이상, 다자녀 가구 우선 등 조건이 까다롭고 그 외의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보조금이 관용 및 리스용 구입에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실질적인 보조금 혜택은 없는 상황입니다.
BMW i3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3,999mm, 폭 1,775mm, 높이 1,578mm, 휠베이스 2,570mm이며 공차 무게는 1,300kg입니다. 측면과 후면은 시트로엥 DS3와 유사해 보기이도 하는데, 시트로잉 DS3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3,950mm, 폭 1,720mm, 높이 1,480mm, 휠베이스 2,465mm, 공차 무게는 1,205kg로 i3가 약간씩 큰 편이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니 컨트리맨의 경우 길이 4,097mm, 폭 1,789mm, 높이 1,561mm, 휠베이스 2,595mm이며 공차 무게는 1,335kg로 i3가 길이만 98mm 짧고 폭, 높이, 휠베이스 공차 무게 등은 미니 컨트리맨과 비슷합니다.
'환경 보호'라는 대 명제하에 '차세대 동력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감안, BMW는 i3의 친환경성 부각하는데 주력하였습니다. 차체를 구성하고 있는 알루미늄 가운데 80%가 재생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재료로 사용되었고 차대를 구성하고 있는 탄소 섬유 제작 공장 역시 100%수력 발전을 기반으로 한 공장에서 생산되었으며 i 시리즈 생산 공장은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50% 수준, 물 사용량은 70% 정도 줄이는 등 '친환경' 요소를 최대한 부각시켰습니다.
디자인은 차세대 전기 자동차답게 충분히 미래지향적입니다. 해치백 구조이지만 일반 해치백과 확연하게 구별될만한 개성 및 독창적인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으며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뭔가 다른 차'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특별해 보입니다.
i3는 BMW 특유의 디자인과 i 시리즈의 미래지향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BMW측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엔진 후두에서 루프를 지나 테일게이트까지 이어지는 블랙 밸트와 물결이 흐르는듯한 스트림 플로우 라인은 BMW i를 대표하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전면과 후면,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U자로 디자인하여 i 시리즈만의 일체감을 높인 점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전면 유리는 시인성을 극대화하였고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는데, 이는 겨울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디자인 뿐 아니라 소재 부분에서도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차체를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하였고 드라이브 모듈 대부분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64km/h 속도의 전면 충격은 물론 전면과 후면에 충격 흡수 장치를 보강하여 승객과 배터리를 사고 충격으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외부 공기 흡입이 필요 없는 전기 자동차이기 때문에 그릴부는 막혀 있습니다.
i3의 도어는 독특한 방식으로 열립니다. 실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B 필러를 없애고 1열 도어와 2열 도어가 서로 마주 보는 형태(수어사이드 도어라고도 불립니다.)로 열립니다. 도어가 열리는 방식도 독특하지만 1열 도어를 열어야 2열 도어를 열 수 있고 반대로 2열 도어를 먼저 닫아야 1열 도어를 닫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2열 도어 크기는 작지만 B 필러가 없는데다 운전석 도어와 마주 보는 형태로 열리기 때문에 2열 시트에 탑승하는 과정이 한결 수월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구조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가령 조수석 뒷 부분에 카시트를 장착한 상태에서 운전자 혼자 이동할 경우 아이를 내려주려면, 운전석에서 먼저 내려 주소석 도어를 열고 2열 도어를 열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차체 내부 역시 플라스틱 소재는 재생 PET를 사용하고 우드그레인은 일체 화학적 가공을 하지 않은 유칼립투스 나무를 사용하였으며 천연 가죽 소재의 경우 물푸레 나무 추출물을 사용하여 독특한 표면 가공을 하였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소재에 이르기까지 '친횐경'을 강조하고 있기에 '천연 가죽' 사용 부분에서 다소 의아함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런 부분까지 따지고 들자면 타이어를 비롯해 각종 케이블 피복, 환경 공해의 또 다른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은 폐배터리 문제 등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겠지요?
실내는 일반 내연 자동차와 상당히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한 눈에도 나무를 그대로 가공해 얹어 놓은듯한 우드그레인에 깔끔한 가죽 소재로 데시보드를 덮었고 양모, 재생 가능한 친환경 소재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패널 형태의 계기반과 AV 모니터, 간결하게 구성된 센터페시아 패널 역시 전기차만의 개성을 부각시켜 줍니다.
변속기가 탑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데시보드 하단에는 변속기 터널이 없어 넓은 거주성 및 시원한 개방감을 특징으로 합니다. 가운데 걸리는 부분이 없어 운전자가 좌우로 자유롭게 내릴 수 있다는 점도 i3의 실내 구성의 장점입니다.
유칼립투스 나무를 일체 화학적 가공 없이 그대로 사용한 우드그레인의 모습입니다. 나무의 거칠거칠한 질감과 특유의 컬러가 그대로 살아 있어 '친환경 자동차'다운 분위기를 고조시켜 줍니다.
모니터부의 모습입니다. 패널 타입의 모니터 형태도 독특하지만 역동적인 곡선으로 모니터 하단을 받쳐주는 유칼립투스 우드그레인도 여느 자동차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요소입니다.
계기반 모니터도 패널 타입이며 풀 디지털 방식입니다.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5.5인치로 전기 자동차에 맞는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계기반 주위를 섬세한 디자인의 스태치 가죽으로 마감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습니다.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2스포크 타입으로 두툼한 그립감과 외형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특징으로 합니다. 좌우 스포크에 BMW 최신 구성의 리모트 버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타트 버튼을 포함하고 있는 작동 레버입니다. 스티어링휠 컬럼 우측에 부착되어 있으며 일반 자동차와 조작 순서가 좀 다릅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 엔진과 일반 자동차용 변속기가 적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처럼 변속 개념이 없습니다만, 일반 변속 레버와 마찬가지로 D는 주행 모드, N은 중립모드, R은 후진 모드, P는 파킹 모드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2열 시트 중앙 부분에는 BMW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주인터페이스인 iDrive(터치패드 기능 포함)가 배치되며 그 옆에는 드라이빙 셀렉트 버튼, 파킹 센서 버튼, 전자식 사이드 브레이크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에 보이는 동그란 부분은 컵홀더입니다.
하위 두 모델에는 직물에 가죽으로 포인트를 준 시트가 기본 제공됩니다. 직물 시트이기는 하지만 소재, 디자인 등에서 만족도가 높아 보였습니다.
도어 안쪽의 마감도 독창적이면서 차량 분위기에 잘 맞아 보입니다.
상위 모델은 가죽 시트로 차별성을 부여하였습니다. 기본 시트 디자인은 동일합니다. 반면 i3의 시트는 전 모델이 수동 조절 방식입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수동 시트라니, 다소 어색한 구성이로군요.
2열 시트 공간은 생각보다 넓은 편이었습니다. 성인 남성 2인이 앉기에 큰 불편(넉넉하지는 않지만)이 없어 보였고 무릅 공간, 머리 공간도 외부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여유가 있었습니다.
썬루프도 독특합니다. i3의 썬루프는 일반적으로 좌우로 넓게 개방되어 있는 구조와 달리 두 개의 작은 창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B 필러를 없애 약화된 차체 강성 부분을 루프 중앙 레일로 보강한듯 합니다.
트렁크는 해치 도어 방식이며 소형 해치백 모델과 비슷한 260리터의 적재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2열 시트 등받이가 접히기 때문에 필요시 트렁크 공간을 1,10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차체 바닥면에 배터리가 넓게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트렁크 하단은 위와 같이 예비 타이어 없이 막혀 있습니다.
엔진과 변속기 대신하는 전기 모터는 후륜 구동축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후륜 구동 방식입니다.
배터리는 평판 구조로 차체 바닥에 넓게 펴진 상태로 부착되어 있습니다. 무거운 배터리가 하부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합니다. BMW는 i3의 무게 배분을 50:50으로 설계, 최적의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고 강조합니다만, 일반 내연 자동차와 달리 전기 자동차는 전후 무게 배분이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전륜 서스펜션의 모습입니다. 맥퍼슨 스트럿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륜 서스펜션의 모습입니다. 멀티 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가 장치는 프리미엄 컴팩트 모델의 전형적인 셋팅입니다.
전면에 보강되어 있는 알루미늄 충격 흡수 장치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두꺼우면서 견고한 구조로 제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면에도 알루미늄 소재의 충격 흡수 장치가 부착하여 탑승자의 안전 및 배터리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해 폭발할 위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안정성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i3의 경우 배터리를 단단한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감싸 측면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9인치 휠/타이어의 모습입니다. 휠 사이즈 대비 타이어 폭이 좁기 때문에 편평비가 높음에도 스포츠 타이어처럼 날렵해 보이는군요. 차세대 전기차답게 휠타이어 규격 도 독특합니다. 하위 두 개 트림에는 19인치 휠과 155/70/R19(전륜) 165/60/R19(후륜) 타이어가 기본 제공되며 6,900만원에 판매되는 최상위 트림에는 20인치 휠과 155/60/R20(전륜), 175/55/R20(후륜) 타이어가 기본 제공됩니다.
최상위 모델에 탑재되는 20인치 휠/타이어의 모습입니다.
타이어 접촉면의 모습입니다. 자동차 타이어라기보다는 고성능 바이크 타이어에 더 가까운 모습이로군요.
충전 단자부의 모습입니다. i3는 콤보 방식(Type1)을 사용합니다.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을 모두 지원하며 급속 충전은 80% 충전에 30분이 소요되고 완속 충전은 100% 충전에 3시간이 소요됩니다. 개인 소비자들을 위한 BMW i월박스(Wallbox) 가정용 충전기 역시 3시간이면 완전 충전이 되고 RFID 카드로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220V 전압을 사용하는 비상용 충전기를 역시 기본 제공되는데, 비상용 충전기를 사용하면 충전에 8~10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i3는 내연 자동차 출력 환산 최고 170마력을 내고 최대 25.5kg.m의 토크를 발휘합니다. 출발과 함께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출력이 서서히 상승하는 가솔린/디젤 엔진과 달리 전기자동차는 전원이 전기모터에 공급되면서부터 모터의 최고 출력이 발휘되기 때문에(전기 모터의 회전 과정을 연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겁니다.) 일반 내연 모델 대비 우수한 체감 성능을 발휘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7.2초이고 최고 속도는 150km/h에서 제한됩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능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스파크 EV(제로백 8.5초, 최고 속도 145km/h) 대비 확실한 성능적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 좋은데 1회 충전당 주행 거리가 132km?
BMW i3는 완충 상태에서 132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에너지 절약 모드인 에코 프로 모드를 사용하면 20km가 늘고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를 사용하면 20km가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BMW는 2007년부터 프로젝트 i를 수립, 본격적인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i3 개발을 위해 전세계 600만명 이상의 대도시를 선정, 각 분야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패턴과 미래 동력원에 대한 실질적인 욕구를 면밀히 연구 검토한 결과 각 도시별 교통 환경 및 자동차를 이용하는 환경은 큰 차이가 있었지만, 전기차가 2명 이상의 탑승 공간과 실용적인 수납 공간, 한번 충전으로 최소 100km 이상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어느 정도 일치했다고 합니다.(실제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이동 거리는 50km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실험을 통해 얻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i3의 항속 거리는 다양한 대도시 생활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면밀히 추적, 분석한 뒤 최적의 주행 거리를 환산한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차세대 동력원 또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러한 BMW의 주장이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 최적의 이동 수단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보다, 현재 내연 기관 위주의 자동차 산업 구조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기업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을 쉽게 간파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이미 잘 알려진바와 같이 전기차는 내연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단순하면서 뛰어난 효율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기 모터와 배터리는 이미 새로울 것이 없을만큼 일반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2만여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된 내연 자동차 대비 부품수도 매우 간촐하고 전자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직관적인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차대를 만들고 조향 장치와 현가 장치, 차축을 조립한 다음 전륜 또는 후륜에 전기 모터와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만 넣으면 핵심 장치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내부를 현행 자동차와 비슷한 형태로 꾸미기만 하면 전기자동차는 간단히 완성됩니다. 수많은 부품들로 정교하게 설계/제작되는 엔진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변속기, 연료 공급 장치를 비롯한 다양한 펌프 라인, 복잡한 흡배기 구조, 냉각 순환 장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내연 자동차와 비교하면 전기차는 그야말로 '덩치 큰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직관적이고 단순한 생산 과정을 장점으로 합니다.
전가차 역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상용화된 기술만으로도 내연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만큼 실용적인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전기 모터의 주 원료(영구 자석)인 희토류 역시 대표적인 희소 자원이고 가격 변동폭이 매우 큰 물질이라는 점을 들어 전기차 대중화에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디스프로슘'을 비롯한 대체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규격의 전기 모터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테슬라 역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유도 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주 동력원인 배터리 역시 테슬라처럼 '18650'으로 알려진 일반적인 규격의 배터리셀 수천개를 직렬/병렬로 연결하여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평판 구조로 라미네이트 된 셀을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할 문제이지 새로운 규격의 고효율 배터리 개발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전기차에는 우리가 소형 가전, 노트북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리튬 이온 또는 리튬 폴리머 전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고용량 배터리를 구축하는 기술력'이 아니라 '고용량 배터리의 생산 단가를 끌어 내'리는데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이미 내연 자동차로 충분한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는 차체, 현가 장치, 조향 장치, 휠/타이어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조합된 새로운 파워 트레인을 입히기만 하면 전기차가 완성됩니다. 물론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 역시 만만치는 않습니다. 우선 효율적인 재생 에너지 활용 기술을 비롯해 한정적인 배터리 출력으로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야 하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충전 인프라 확보 및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량 생산 기반'을 확충해야 합니다. 또 폭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끌어 올리는데 역점을 두어야 하며 배터리 교체 주기로 인해 쏟아지는 폐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해결이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가 당면한 문제점들은 내연 자동차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내연 자동차 대비 1/10에 불과할 정도로 단순한 구조의 전기차는 설계, 제조 공정이 단순할뿐 아니라 유지 보수 비용이 저렴하고 핵심 기능들이 펌웨어로 제어되기 때문에 예방 정비 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바닥에 배터리를 깔고 있어 무게 중심이 낮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시동을 걸고 일정 수준으로 회전수를 높여야 하는 가솔린/디젤 엔진과 달리 전기차의 주 동력원인 전기 모터는 전원이 걸리자마자 최고 출력을 내기 때문에 효율면에서도 내연 자동차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구동 효율 부분에서도 전기자동차는 내연자동차를 앞서며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통해 가격이 저렴한 심야 전기나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할 경우 전기차의 구동 효율은 내연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아집니다.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하여 효용성을 얻으려면 전기차의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최소 300km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 역시 전기차의 확산에 따른 배터리 생산 시설 확충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이자 IHS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의 다니엘 어진은 그의 저서인 ‘더 퀘스트’(The Quest)에서 '전기차 산업은 국가간 게임이며 배터리는 과거 석유와 같은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기술의 승자가 세계 경제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이 전기차 성장 분야에서 재비적 위치를 확보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로 전기차 및 전기차 소재 산업은 포스트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현재 나라마다 제각각인 충전 규격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공용 복합 충전기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현재 전기차는 차데모 방식과 콤보 방식, 교류 3상 방식으로 충전됩니다. 차데모는 'Charge+move = CHAdeMO' 즉 충전과 이동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복합어로 일본 업체들이 사용하는 충전 규격입니다. 차데모 방식은 급속 충전은 직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완속 충전은 교류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레이 EV도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 국내 전기차 시장 대부분을 레이 EV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공용 전기차 충전기 대부분이 차데모 방식입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콤보 방식을 사용합니다. 콤보 방식은 차데모와 달리 한 개의 컨넥터로 급속, 완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콤보 방식을 충전 표준으로 채택했으며 유럽 역시 2019년부터 콤보 방식을 단일 표준으로 사용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프랑스 르노가 개발한 교류 3상 방식을 사용하는 SM3 전기차도 출시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차 표준 규격이 규정조차 되어 있지 않으며 차데모, 콤보 방식, 교류 3상 등 ?제 표준에 해당하는 충전 규격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전기차 생산을 위해 설립된 기업인 태슬라와 BMW를 비롯한 기존 내연 자동차 기업간의 '전기차'에 대한 입장 차이는 매우 분명합니다. 태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차인 모델 S는 한마디로 기존 내연 자동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만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 60kWh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조차 한번 충전으로 330km를 달릴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60마일(96km/h)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5.9초에 불과합니다. 85kWh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42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제로백은 5.4초이고 파워모드 85kWh 배터리를 선택할 경우 430km 이상 주행은 동일하고 제로백이 4.2초로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냅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바 있지만, 전기차의 체감 성능이 내연 자동차의 수치에서 예상되는 체감 성능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솔린이든 디젤이든 하이브리드든, 내연 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우 출발과 함께 엔진이 회전수를 높이면서 변속이 진행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고 출력이 발휘되는 시점까지 속력이 서서히 오르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반면 전기차는 전력이 전원을 넣자마자 전기 모터가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출발부터 최대 토크 수치만큼의 힘이 그대로 발휘됩니다. 내연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간의 체감 성능 차이는 같은 사이즈의 아날로그 TV와 디지털 TV간의 화질 차이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좋을듯 싶습니다.
<참고>
테슬라 모델S 시승기 : http://www.autogear.co.kr/xe/index.php?mid=board_bjfW68&page=3&document_srl=64867
레이 EV 시승기 : http://www.autogear.co.kr/xe/index.php?mid=board_bjfW68&page=2&document_srl=76604
동력 성능 외 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모델 S는 '혁신'이라 할만한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복잡한 아닐로그식 버튼들을 없애고 센터페시아에 17인치 터치 패널을 넣어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펌웨어로 제어하며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상시 정비가 가능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현재 모델 S의 판매 가격은 배터리 옵션에 따라 6만 9,900달러에서 9만 3,400 달러(주마다 보조금 금액 및 Sales Tax에 차이가 있어 최종 구입 비용은 이와 차이가 있습니다.)로 전기차 가운데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점이 문제이지만, 비슷한 성능을 내는 프리미엄급 내연 자동차의 가격 또한 모델 S 이상임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테슬라는 최근 두 번째 양산형 전기차인 모델 X를 출시할 계획임을 밝힌바 있습니다. 모델 X는 세단인 모델 S와 달리 SUV 형태의 크로스오버 모델로 듀얼 모터와 사륜 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메르세데스 벤츠 SLS처럼 팔콘윙(Falcon wing) 도어 구조로 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된바 있습니다. 배터리 구성, 주행 거리 동력 성능 등은 모델 S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판매 가격은 기본 모델 기준 4만 9,900불로 모델S에 비해 낮게 형성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출시와 함께 자동차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내연 자동차 제조사들이 선보이는 전기차들은 하나같이 기존 내연 자동차를 보조하는 '서브카' 또는 '도심 전용 친환경 자동차' 개념에 불과합니다. 레이 EV, 쏘울 EV, SM3 EV, 스파크 EV 등 기존 가솔린 엔진 모델에서 엔진, 변속기를 떼어내고 전기모터와 배티를 넣은 급조형 전기차에서부터 BMW i3, 닛산 리프처럼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전기차 본연의 설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전기차들은 '내연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원이 아닌, '차세대 이동 수단을 한 발 앞서 맛'보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기차의 실용성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행 거리는 양산차를 개조한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당 100km 내외이고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닛산 리프가 1회 충전당 150km 내외(미국 환경 보호국은 리프의 주행 거리를 121km로 규정)이며 BMW가 새롭게 발표한 i3가 130~150km 사이에 불과합니다. 온도, 주행 환경, 에이컨디셔너 사용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 제조사 거리 대비 실제 주행 거리가 70~80% 수준임을 감안할 경우 전기차는 그야말로 '단거리 출퇴근용'에 지나지 않을만큼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우수한 주행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에도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준중형급 가솔린/디젤 모델에 해당하는 동력 성능만 구현하고 있어 '전기자동차 특유의 성능적 장점'을 누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기존 내연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이는 전기차 효율 및 성능이 테슬라 모델 S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기술력'에 기인하지 않습니다. 전기차는 내연 엔진 자동차에 비해 제조 공정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단순한데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용량이 성능을 결정하는 직관적인 구조인만큼 10년 남짓한 짧은 경력의 테슬라보다는 최소 반세기에서 1세기 이상 축적된 노하우와 우수한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한 내연 자동차 업체에게 더 유리한 아이템입니다. 그럼에도 기존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대중화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 내연 자동차와 너무도 다른 전기차의 특성 때문입니다.
화석 연료를 폭발시켜 얻은 회전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내연 자동차와 배터리의 전력을 기반으로 회전하는 전기 모터 방식의 전기차는 외형만 비슷할 뿐 핵심을 이루는 동력원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상이합니다. 즉 내연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은 '자동차 산업'의 근원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 자동차 업체에게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단기적으로 전기차의 확산은 내연 자동차를 기반으로 성장을 해온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수익 감소'라는 고민을 안겨주는데, 단순히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따른 내연 자동차 매출 감소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수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진 내연 자동차는 판매로 인한 수익만큼이나 유지 보수에 따른 수익이 큽니다. 주기마다 각종 오일류와 소모품을 교환해주어야 하고 엔진 및 구동축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마모 주기에 맞춰 메인터넌스를 진행해야 하는 내연 자동차는 복잡한 부품 구조만큼이나 높은 유지 보수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는 서비스 센터를 통해 부품 및 정비 기술을 공급하는 각 메이커의 주요 수익원에 해당합니다. 타이어를 비롯한 몇몇 소모품을 제외하면 폐차시까지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전기차의 비중이 커질수록 내연 자동차 유지 보수에 따른 업체의 부가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높은 에너지 효율, 관리의 용이성, 높은 경제성을 갖춘 전기차의 대중화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최종적으로 내연 엔진의 퇴출로 이어질께 뻔하고, 이는 곧 엄청난 규모의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존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수 많은 내연 기관 관련 부품 업체, 정유사, 내연 엔진 유지 보수 업체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게 자명합니다. 내연 자동차 생산, 판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량 실직 사태를 비롯해 세수의 상당 부분을 자동차에서 거두어 들이는 각 나라 정부에게도 큰 고민을 안겨주게 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토요타,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현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 모델 S'를 능가하는 뛰어난 성능의 전기차를 당장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과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1회 충전에 100~150km 내외의 '마실용 전기차' 내놓으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기차와 큰 관계가 없는 '친환경 차체', '친환경 마감재 사용', '친환경 생산 공장' 등 부가적인 부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BMW i3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BMW는 i3를 제작하기 전, 최적의 전기차 생산을 위해 다양한 대도시의 생활 패턴을 면밀히 조사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 LA는 도로 조건이 좋고 대중 교통이 다양하지 않아 자동차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었고 런던은 중심가로 진입하는데 혼잡세를 내야 했으며 일본은 대중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자동차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고 맥시코는 정신 없이 바쁜 곳이여서 안전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 되는 등 각 도시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환경과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최대한 공통 분모를 찾아 다수가 만족할 수 있을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제작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인 i3가 1회 충전으로 130km 밖에 달릴 수 없는데다 전기 모터의 장점인 뛰어난 동력 성능을 스펙상 2리터급 디젤 터보 엔진 탑재의 컴팩트 세단보다 떨어지는 수준(전기차 특성상 초반 가속 성능은 훨씬 뛰어나지만, 최고속을 150km/h로 제한했으므로)으로 묶어 놓았다는 점은 실로 마뜩찮은 부분입니다. 재생 알루미늄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알루미늄을 80%나 썼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법한 물푸레 나무로 가죽 표면을 마감했으며 코알라가 즐겨 먹는줄로만 알고 있었던 유칼립투스 나무로 우드그레인을 구성한 부분, 제조 공장의 물사용/전기 사용을 크게 줄여 친환경에 크게 기여하고자 애쓴 부분은 칭찬받을만하나, 정작 소비자들이 전기차에서 간절히 원하는 고성능, 1회 충전당 최소 3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효율을 갖추지 못한 5,800만원~6,900만원짜리 전기차에 큰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비단 이는 BMW i3만이 아닌, 닛산 리프를 비롯해 내연 자동차 업체가 선보이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자동차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BMW i3의 겉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에 친환경 소재로 이루어진 작고 특별해 보이는 i3가 5,800만원~6,400만원에 걸맞는 상품성 및 차세대 전기자동차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시승'이 필수이겠지요. 프리뷰부터 i3를 비롯한 현행 전기차의 문제점으로 기사를 채웠으니, 이번 i3 역시 시승차를 협찬받기는 어렵겠고, i3 시승을 위해서라도 제주도 방문을 한 번 더 계획해야 할듯 싶군요.
<저작권자(c) 오토기어(www.autogear.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오토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