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메르세데스 벤츠 A200 CDI입니다. 프리미엄 세단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A 클래스와 같은 소형 해치백 모델까지 생산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A 클래스는 해외 시장에서 160만대 이상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A 클래스는 1997년 출시되었으며 2세대 모델(W169)은 2004년 출시되었습니다. 2세대 모델부터 A 클래스 플랫폼을 사용한 B 클래스가 새롭게 추가되어 2012년 2세대 모델로 진화하였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B 클래스 대신 마이비라는 명칭으로 2007년 수입되었으며 2세대 모델 역시 풀체인지 주기에 맞춰 국내 정식 출시된바 있습니다.
합리적인 성향의 유럽 시장과 달리 프리미엄 시장에서 보수적인 컬러가 강한 국내 시장에서 A 클래스는 '시장성이 없는 대표적인 모델'로 간주, 2세데 모델까지는 정식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2년 아우디가 소형 해치백 모델인 A3을 국내 출시했고 2013년초, BMW 코리아가 골프와 경쟁하기 위해 1시리즈 해치백을 들여오자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A 클래스 3세대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 럭셔리 브랜드 간의 C 세그먼트 경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A 클래스에는 항상 '대중적인', '가장 저렴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1.8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한 4.3m 길이의 소형 해치백임에도 3,490~4,350만원이나 하는 자동차를 '가장 저렴하면서 대중적인 자동차'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겠으나 대중적 브랜드 대비 2-3배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주력 모델들과 비교할 때 '만만해 보이는 가격 조건'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사이즈를 비롯해 파워트레인, 각종 편의 장치 등에서 덜어낸 부분들이 많이 메르세데스 벤츠 특유의 '프리미엄'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는 점 역시 엔트리 모델다운 모습입니다.
뉴 A200 CDI의 차체 사이즈는 길이 4,305mm, 폭 1,770mm, 높이 1,445mm, 휠베이스 2,699mm이며 공차 중량은 1,475kg입니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B200 CDI의 경우 길이 4,360mm, 폭 1,790mm, 높이 1,580mm, 휠베이스 2,699mm로 길이, 폭, 높이가 좀 더 큰 반면 휠베이스는 동일합니다.
경쟁 모델인 BMW 1 시리즈 해치백의 경우 길이 4,324mm, 폭 1,765mm, 높이 1,421mm, 휠베이스 2,690mm, 공차 중량 1,345kg으로 A 클래스와 외형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공차 무게가 130kg 차이나고 아우디 A3 해치백의 경우 길이 4,292mm, 폭 1,765mm, 높이 1,423mm, 휠베이스 2,578mm, 공차 중량 1,555kg으로 A 클래스의 사이즈가 약간 큰 대신 공차 무게는 80kg 정도 가볍습니다.
C 세그먼트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폴크스바겐 골프의 경우 길이 4,255m, 폭 1,799mm, 높이 1,452mm, 휠베이스 2,637mm, 공차 중량 1,410kg으로 역시 A 클래스와 대동소이 합니다. 국산차 가운데서는 현대자동차 i30와 사이즈가 비슷합니다. i30의 경우 길이 4,300mm, 폭 1,780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650mm, 공차 무게 1,231kg으로 차체 사이즈만 놓고 보면 A 200CDI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A200 CDI는 3가지 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 모델인 CDI에는 제논 라이트가 빠지고 썬루프와 데시보드 LCD 모니터가 제외되어 있으며 시트 디자인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스타일과 나이트의 차이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메모리 패키지, 후방카메라 유무, 16인치/18인치 휠 차등 적용 정도입니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중간 트림인 스타일입니다.
판매 가격은 CDI 모델이 3,490만원, 스타일 모델이 3,860만원, 나이트 모델이 4,350만원입니다. 기본 모델인 CDI의 가격이 경쟁력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해치백'이라고 볼 수 없을만큼 구성 및 편의 장치가 조잡하고 4,350만원에 판매되는 나이트 트림은 가치 대비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큽니다. 따라서 A200 CDI의 주력 트림은 3,860만원에 판매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A200 CDI에는 1.8리터 직렬 4기통 직분사 디젤 터보 엔진을 장착하였으며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변속기로 상품성을 높였습니다. 기본적으로 B200 CDI와 엔진, 변속기를 공유합니다. 벤츠의 기존 OM651 2리터 디젤 엔진에서 배기량을 줄이고 전륜 구동 구조에 맞게 가로 배치로 설계를 변경한 1.8리터 디젤 터보 엔진은 3,600rpm~4,400rpm에서 최고 136마력을 내고 1600rpm~3000rpm에서 최대 30.6kg.m의 토크를 발휘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 시간은 9.3초이며 최고 속도는 210km/h입니다. 공인 연비는 18km/l(복합 연비 기준, 도심 16ㅏkm/l, 고속도로 21.3km/l)입니다.
경쟁 모델인 BMW 1 시리즈 해치백의 경우 2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 최고 143마력, 최대 32.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어반 라인과 최고 184마력, 최대 38.7kg.m 토크를 발휘하는 스포츠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인 연비는 각각 18.8km/l, 18.5/l인 점을 감안하면 배기량 차이를 감안해도 A200 CDI의 파워 트레인의 효율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상황입니다.
골프 2.0 TDI의 경우 2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 최고 150마력, 최대 32.6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공인 연비는 16.7km/l로 배기량 대비 효율을 감안하면 A200CDI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나 판매 가격이 3,370~3,780만원으로 A 클래스 대비 경쟁력이 높습니다. 또 브랜드 밸류 면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앞서지만 C 세그먼트 부분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골프의 상품성을 감안하면 A200의 상품성이 골프를 압도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일단 배기량 대비 동력 성능은 넘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이라 보여집니다. 실용 영역에서 두텁게 발휘되는 토크와 듀얼 클러치 기반의 7단 DTC 변속기의 높은 효율로 제원에서 기대되는 성능을 거의 그대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초기 응답력은 기민한 편이고 가속력, 고속 주행시 안정감 등에서 배기량 대비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에 소요된 시간은 9초(3회 평균)으로 제원에서 명시된 것보다 좀 더 빨랐으며 일반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역인 80~120km/l 구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160km/h까지는 큰 스트레스 없이 가속이 진행되었으며 160km/h 이후부터 속도 상승 곡선이 둔화되지만 180km/h까지는 무난한하게 속도계를 높여줍니다.
평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약 212km/h 내외(속도계 기준)로 제원에서 명시한 210km/h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180km/h 이상부터 속도 상승력이 크게 둔화되고 200km/h를 넘기면서부터는 거의 1km/h 단위로 속도가 서서히 상승하기 때문에 도로 여건이 충분하게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최고 속도 경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배기량에서 기대되는 것을 뛰어넘을만큼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도심에서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소형 해채백으로는 불만이 느껴지지 않을만한 출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메르세데스 벤츠를 가리켜 '고속도로의 제왕'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동력 성능의 우수함이 아닌, 고속 주행시 안정감이 탁월함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무엇보다 메르세데스 벤츠 엔진의 셋팅은 초반 응답력이 다소 느린 대신 두터운 토크 밴드와 배기량 대비 마진이 충분한 설계로 인해 고회전 영역에서 끈기 있게 밀어주는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생긴 별칭이기도 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독특한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멀티 링크 방식은 바퀴 축을 여러 개의 링크로 연결하여 제어하는 방식으로 1982년 메르세데스 벤츠에 의해 처음 고안된 방식입니다.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구조가 복잡(당연히 제작비도 비쌉니다)하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반면, 지면과 캠버 변화를 최소화하여 우수한 조향 안정성과 세련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으며 높은 강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현재는 벤츠 외에도 여러 제조사에서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브랜드마다 링크의 수, 방식 등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으며 독립적인 멀티 링크 방식보다는 맥퍼슨 스트럿, 위쉬본 타입에 링크를 추가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고급 대형 세단이나 SUV의 후륜에 사용되는게 일반적입니다만, 메르세데스 벤츠는 C 클래스부터 전륜, 후륜 서스펜션을 모두 독립적인 멀티 링크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 때문에 저속에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신 중고속에서의 안정감 및 조정 안정성은 경쟁 대상이 없다고 할 수 있을만큼 탁월합니다.
A 클래스는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 이상의 모델과 달리 전륜 구동 방식이며 전륜에 스트럿 위쉬본, 후륜에 위시본, 트레일링 암 방식이 사용되어 있습니다. 전륜 구동 소형 해치백다운 기민한 움직임을 확보하고 작은 차체 사이즈에서 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셋팅입니다.
서스펜션 셋팅이 고급스럽지는 않습니다만, 부드러움과 하드함 사이에서 적정 포인트를 잘 찾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일단 시내 주행시 소형 해치백으로는 무난한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부드럽거나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정속 주행은 물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시내에서도 불편감이 느껴지지 않을만큼의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고속 코너링에서 전륜 구동 모델 특유의 언더스티어 성향이 분명하지만 회전 구간이 많은 곳에서의 롤링은 B 클래스에 비해 한결 정제된 느낌이고 급격한 방향 전환시 자세를 추스리는 능력도 소행 해치백답게 깔끔합니다. 기본적으로 와인딩에 적합할만큼 단단한 하체 셋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데일리카로 손색이 없는 승차감과 단단한 하체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답력 사이의 접점을 잘 찾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고속 주행시 안정감이 돋보였습니다. 제원에서 명시된 최고속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는 크루징이 가능함은 물론 고속에서 빠른 방향 전환을 할 때에도 이렇다할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A200 CDI의 고속 안정성은 동급 모델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수준을 보여주었는데, 스프링 일체형 서스페션이 적용된 소형 해치백임을 감안하면 A200 CDI의 고속 주행 안정감은 대단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진동, 소음 억제력 역시 무난한 수준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차시 또는 저속 주행시에는 디젤 엔진 특유의 '겔겔겔' 거리는 소음이 명확하지만, 60km/h 이상의 속도에서는 가솔린 엔진 탑재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숙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부에서 노면 소음이 다소 유입되고 해치백 특성상 고속 주행시 풍절음이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서 동급 모델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A200 CDI에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새롭게 개발한 7G -DCT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폴크스바겐 골프의 DSG를 시작으로 BMW, 아우디, 포르쉐, 현대 자동차 등 많은 제조사들이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을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구조나 특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듯 하지만 자동차에 익숙치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의 효율과 자동 변속기의 편리함을 조합한 변속기입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홀수 기어와 짝수 기어에 두 조의 트랜스미션 유닛과 클러치를 배치, 물려 있는 기어와 인접한 기어를 미리 준비해 놓고 있다가 변속 시점이 되면 클러치 연결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변속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동 변속기에 비해 변속 과정이 매우 빠르고 출력 손실, 연비 저하 현상도 훨씬 적어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기어 연결축이 별렬(홀수, 짝수 샤프트의 회전 중심이 같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로 놓이기 때문에 변속기가 작아 엔진룸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장점입니다. 현재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대표적인 제조사는 폴크스바겐에 DSG 기술을 제공한 보그워너, 벤츠, BMW, 페라리 등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폭넓게 공급하는 게트락, 포르쉐에 PDK를 공급하는 ZF 프리드리히샤펜이 대표적입니다.
A200에 탑재된 7G -DCT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습식 구조이며 무게는 86kg, 최대 허용 토크는 30,6kg.m입니다. 듀얼 클러치 방식답게 기본적인 성능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변속 타이밍, 변속 속도, 변속 충격, 직결감 등에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메뉴얼 모드에서의 반응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는데 역동적인 주행 감성보다는 연비 효율을 강조하기 위한 셋팅으로 이해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주행 상황에 맞게 변속 타이밍, 스티어링 답력 등을 조절해 주는 드라이빙 셀렉트 기능을 제공하는데, 기본적으로 컴포트, 메뉴얼, 스포트 3가지 모드로 구성되지 않고 이코노미, 메뉴얼, 스포츠 모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포츠 모드는 보다 높은 엔진 회전 속도에서 기어 변경이 이루어지며 메뉴얼 모드는 운전자 위주의 능동적인 드라이빙을 원할 경우 패들쉬프트, 또는 변속 레버를 이용하여 변속을 진행할 수 있게 합니다. 이코노미 모드는 연비 위주의 주행을 통해 높은 경쟁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주행 모드 조작 버튼의 위치가 애매하여 주행시 버튼을 조작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A200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8km입니다. 시승 기간동안 약 30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하였고 3번의 최고속 테스트, 3번의 제로백 테스트를 포함, 특별히 연비 주행 없이 급출발, 급정거 등을 편안하게 사용하면서 시승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트립 컴퓨터상의 누적 연비는 12.6km/l 정도였으며 실제 사용한 디젤 기준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가혹한 주행 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는 시승 환경과 달리 일반 운전자들이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리터당 15km 내외의 실연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연비 효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디젤 엔진 기반의 컴팩트 해치백으로는 만족스러운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여지지 않는군요.
제동 성능 부분에서 불만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패달 답력이 날카롭거나 예민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초반부터 후반까지 제동력이 고르게 유지되면서 신뢰감 있는 동작을 나타냈으며 고속에서 급제동시 안정감, 제동 유지력, 반복 제동시 디스크 열화 제어력 등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A200 CDI의 외형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 구성, 총평, 개선점은 시승기 2부에서 다루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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