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어제 SBS 여덟시 뉴스에 소개된 셀프세차장과 카샴푸 거품에 대한 뉴스를 주의깊게 보셨을 것같습니다. 지상파에서 다루는 세차 이야기라 저 역시도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는데요, 주된 내용은 세차장에서 사용하는 카샴푸의 거품과 세정력은 무관하며,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세차할 때 거품, 세정력과 무관... 환경엔 '독'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581436
거품, 세정력과 무관한 것은 맞는데...
거품의 양과 세정력이 무관하다는 것은 이미 디테일링 매니아들은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헹굼이 쉽거나 필요치 않도록 거품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세정력을 높인 각종 린스리스 전용 샴푸를 떠올려봐도 알 수 있고 오토글림 바디워크 샴푸 컨디셔너와 같은 제품은 세정력이 뛰어나면서도 거품은 적은 대표적인 카샴푸이기도 하죠.
한편으론 단순히 거품의 양만을 놓고 비교를 해본다면 디테일링 매니아들이 즐겨 사용하는 버킷 세차보다 셀프세차장의 세차솔이 훨씬 더 많은 거품을 발생시킵니다.
△ 버킷에 희석한 카샴푸로 세차를 하는 경우(위)와 셀프세차장의 세차솔로 세차를 하는 경우(아래), 세차장의 세차솔이 훨씬 더 많은 거품이 발생됩니다.
그런데 거품과 세정력은 하등의 상관이 없으니 거품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일까요? 케미컬중 카샴푸를 포함한 각종 세정제류를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속성으로 세정력과 함께 Dwelling Time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 딱히 어울릴만한 단어를 찾지 못해 'Dwelling Time'이라는 원어 그대로 사용했는데요, 풀어서 말씀드려보면 세정제가 차량에 적용된 후 증발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합니다. 세차솔을 이용하든 스폰지나 워시미트를 이용하든 차량 한대를 모두 닦는데는 대략 5분 남짓 소요될텐데요, Dwelling Time이 충분하면 차량을 다 닦을 때까지 카샴푸가 마르지 않는 반면, Dwelling Time이 부족하면 먼저 작업을 시작한 곳은 도장면에 샴푸가 말라붙어 그 자체로 물얼룩 등 2차 오염을 남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거품은 도장면을 거품막으로 감싸 Dwelling Time을 보다 길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그리고 도장면을 풍성한 거품막으로 감싸게 되면 미트질로 인한 스월 등 차량 데미지를 방지하기 위한 윤활유 역할도 하게 되니 거품의 양과 세정력간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서 거품이 세차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존재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거품이 문제?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문제?
그럼 거품은 왜 문제가 될까요? 방송에서도 나왔습니다만 거품이 많은 세정제의 경우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함유하고 있을 확율이 높고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수질의 주요 오염원중 하나이므로 셀프세차장의 수질기준을 통해 5PPM 이하로만 배출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이미 퍼펙트샤인에서 먼저 이야기가 된 내용입니다.
- 계면활성제의 종류와 셀프세차장 ABS 검출 http://cafe.naver.com/perfectshine/348121
- 퐁퐁과 ABS, 세차장에서 퐁퐁을 쓰면 안되는 이유 http://cafe.naver.com/perfectshine/350398
- 음이온 계면활성제와 세차장 수질 기준 http://cafe.naver.com/perfectshine/351098
종합해보면 거품 보다는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문제인데요, 방송에서는 음이온 계면활성제 보다는 거품 자체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위 링크에도 있습니다만, 계면활성제는 네가지 계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음이온, 양이온, 비이온, 양쪽성)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카샴푸의 거품을 풍성하게 내는 방법은 꽤 있습니다. 디테일링 매니아들이 즐기는 폼랜스를 이용한 스노우폼 샴푸를 도포하는 세차방법의 경우 세차솔이나 미트질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거품이 많이 발생되고 단순히 거품의 양만으로 보면 셀프세차장에서는 해서는 안되는 세차방법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셀프세차장에 따라서는 폼랜스와 스노우폼 샴푸를 대여해주거나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며 적극적으로 폼랜스 사용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스노우폼 샴푸들이 기본적으로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함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차 폼랜스 사용을 허용하거나 사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설비를 갖추는 셀프세차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할 숙제
그런데 사실 폼랜스를 이용한 스노우폼 세차를 셀프세차장에서 허락해준다고 하여 무작정 안심하고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매니아들 스스로 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방송에서 마트에서 판매중인 카샴푸의 음이온 함유량을 측정해본 결과 몇개 제품에서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검출되었듯이 스노우폼 샴푸의 경우에도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버킷 세차보다 서너배 정도 사용량이 많은 스노우폼 세차의 특성상 음이온 계면활성제로 만들어진 스노우폼 샴푸는 셀프세차장의 수질기준인 5PPM을 초과할 확율이 높음은 물론 환경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사용하고자 하는 스노우폼 샴푸의 MSDS를 통해 어떤 종류의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요, 아쉽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케미컬을 제조하거나 유통하시는 분들께서 MSDS 공개를 많이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수입품의 경우 해외 사이트를 통해 MSDS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도 공개가 되어 있지 않거나 공개되었더라도 영문으로 된 화학 제품명을 보고 어떤 계열의 계면활성제인지 확인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죠.
여기에 해외의 수질기준이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느슨한 경우도 있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측정결과 음이온 계면활성제를 잔뜩 함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퍼펙트샤인을 기준으로 지금껏 MSDS(물질안전보건자료)가 오픈된 카샴푸 또는 스노우폼 샴푸는 몇개 되지 않습니다. 맥과이어스, 소낙스, 오토스마트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MSDS 정보를 게시하고 있구요, 매니아들 사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RX6의 MSDS 시트는 제조사에서 퍼펙트샤인에 오픈했죠. 간혹 MSDS 시트를 요구하면 유통사인 관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본사에 문의해서 주겠다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MSDS 시트는 케미컬을 제조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문서로 케미컬의 국내 유통업자가 MSDS 문서를 현재 가지고 있지 않다 이야기한다면 거짓말일 수밖에 없죠.
※ 네이버 카페 퍼펙트샤인에 유저들의 노력으로 모아진 각종 케미컬들의 MSDS 정보
"거품, 세정력과는 상관 없지만 세차를 하는데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행여라도 셀프세차장에서 폼랜스를 쏘는 것자체가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언론에서는 정확히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알리고, 디테일링 매니아들은 셀프세차장의 수질 기준에 충족하고 환경에도 안전한 제품들을 소비하려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테일링 케미컬을 제조하거나 수입하시는 분들께서는 제품의 안전과 관련해 구매자들이 알 수 있도록 MSDS 등 최소한의 정보는 오픈을 하는 것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