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이상훈] 프로젝터는 오랫동안 업무용 프로젝터와 홈씨어터용 프로젝터 2가지로 구분돼 왔다. 업무용 프로젝터는 밝은 환경에서도 또렷하게 화면을 볼 수 있어 회의자료 시연에 적합한 반면, 홈씨어터용 프로젝터는 업무용 보다 다소 어둡지만 보다 정확한 색상과 높은 명암비, 빠른 화면 전환에 능해 동영상 감상에 적합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2가지 제품군 외에 새로운 프로젝터 제품군이 등장,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피코 프로젝터 '전성시대'
새롭게 등장한 프로젝터는 초소형 프로젝터다. 업체들은 이 새 제품군에 ‘피코’라는 명칭을 붙였다. 피코(Pico)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나노(nano)보다 작은 단위로, 1조분의 1을 의미한다. 피코라는 명칭이 붙은 만큼, 피코 프로젝터는 3관식 CRT 프로젝터와 비교하면 정말 작아서 “저게 정말 프로젝터 맞어?” 라고 의심할 정도다.
본래 피코 프로젝터는 옵토마 등 대만 업체들이 일찌감치 주도했고 뒤이어 삼성전자가 프로젝터 기능을 내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다만 그러한 제품들이 지나치게 작은 크기에 집중하느라 프로젝터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기능 대비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자리 잡는데 실패했다.
▲ 초소형 크기를 자랑하는 스마트큐빔 피코 프로젝터
이번에 소개하는 티오이십일콤즈의 ‘스마트큐빔’ 피코 프로젝터는 아이도 한 손으로 쥐기 편할 만큼 크기가 작으면서 미라캐스트, DLNA, 소프트 AP를 지원, 무선으로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큐빔의 첫인상은 ‘장난감’이었다. 제품 크기가 루빅스 큐브(큐빅 퍼즐)보다 작은 정육면체 기였기 때문에 프로젝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로/세로/안길이 모두 6cm 수준이다. 무게도 200g밖에 안 됐다.
▲ 제품 후면에는 아날로그 AUX 단자, 마이크로 HDMI 단자, 어댑터 단자, 전원 버튼 등이 빼곡히 자리했다.
이렇게 작은 제품이지만 이 제품은 3400mAh 배터리를 내장해 최대 5시간까지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어댑터를 연결해 충전을 겸할 때의 사용시간이다. 어댑터를 연결하지 않고 연속 사용할 경우에는 2시간 남짓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 사용시간으로는 상영시간이 긴 블록버스터 무지 한 편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렵다. 차라리 외장 배터리로 수명을 좀 더 연결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제품 하단에는 스크래치 방지를 위한 고무 재질 받침판이 네 군데에 마련됐고 중앙에는 카메라 삼각대를 연결할 수 있도록 동일한 지름의 표준 마운트가 설치됐다. 필요에 따라 삼각대를 사용해 원하는 곳에 투사하기 편리하다.
제품 양쪽으로는 2W의 스피커가 마련됐다. 음성 출력을 위해 측면에는 미세한 구멍이 타공돼 있는데, 스피커 유닛이 작은 큐브 안에 있다 보니 볼륨을 높이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음성 면에서는 깨끗하고 풍성한 소리를 바라기 힘든 수준. 이를 위해 제품 뒷면에 아날로그 AUX 단자가 마련됐다. 이 단자를 통해 헤드폰과 연결하거나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다. 최근 배터리를 내장한 포터블 스피커들도 많이 출시됐으니 함께 사용하는 편이 좋다.
제품 상단에는 초점을 조절할 수 있는 포커싱 레버가 마련됐다. 그런데 이 레버를 움직일 때 단계에 따른 체결이 없어 섬세한 초점 고정이 어렵다. 그저 육안으로 화면을 보며 레버를 위아래로 조절하다 가장 선명하다 싶을 때 손을 떼면 된다.
미라캐스트·MHL 등으로 간편하게 연결 가능
▲ 안드로이드폰으로 미라캐스트 접속해 무선 재생도 가능하다.
영상 재생은 미라캐스트와 제품에 마련된 마이크로 HDMI 단자를 통한 연결 2종류로 연결했다. 마이크로 HDMI 케이블은 동봉돼 있어 노트북과 연결해 재생하기 쉽다. 가정에서도 게임 콘솔이나 DVD 플레이어와 연결해 재생하기 좋지만 프로젝터보다 부피가 큰 기기와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점은 아쉽다.
미라캐스트는 출시된 지 1~2년 된 고사양 안드로이드폰 상당수가 지원하는 기능이다. LG전자의 옵티머스G와 G프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3, 팬택의 베가 No.6부터 지원된다. 운영체제 버전은 안드로이드 4.2 젤리빈부터 이를 지원하고 있다.
▲ 밝기가 낮은 만큼 실사 영상보다는 원색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재생이 한결 보기 좋다.
실제 미라캐스트 연결은 갤럭시 S3로 해봤다. 신호가 잡히긴 하지만 연결이 빠르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선 연결이 가능해 스마트폰의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도 무선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낮은 밝기·해상도에도 불구하고 제법 볼 만한 화면 투사
스마트큐빔의 영상 해상도는 854x480. 16 : 9 화면비율을 제공하지만 HD 해상도라 부르는 1280x720에 한참 못 미친다. 갤럭시 S의 해상도 수준이다. 게다가 밝기는 50안시루멘으로 매우 어둡다. 일반적인 홈씨네마용 프로젝터는 800~2000안시루멘 정도의 밝기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실제 영상을 재생했을 때 스펙의 차이보다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프로젝터는 직시형 디스플레이 기기와 달리 선명도 저하에 따른 디테일 저하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소프트한 영상이 재생되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기기를 통한 야외에서의 영화감상이라면 충분히 감상할 만한 수준이다.
▲ 어두운 실내 장면도 볼만한 수준으로 재생한다. 60인치 이내라면 프로젝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제품의 밝기도도 매우 약한 듯하지만 주변이 어두운 상태에서라면 적당히 큰 화면으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제조사에서 최대 120인치까지 즐길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그렇게 키우게 되면 밝기와 해상도가 대폭 떨어지게 되니 최적의 화면 크기는 60인치 이내라 생각하는 게 좋다.
스펙 면에서, 특히 해상도와 밝기 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러한 단점은 제품의 가격이 상쇄시켜 준다. 성능이 뛰어난 프로젝터를 구매하려면 최소 100만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스마트큐빔은 소비자가격이 29만 원 선이다. 여기에 각종 할인을 적용하면 그 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티오이십일콤즈 관계자는 이 제품은 100% 한국에서 생산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저가의 중국 제조 제품보다 품질 면에서 좀 더 안심이 된다. 그렇지만 스마트큐빔과 유사한 스펙의 피코 프로젝터가 시중에 무수히 많기 때문에 특장점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적어도 차기작에서는 가격을 조금 더 올리더라도 밝기와 해상력을 높여 타사 제품들과 차이를 갖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