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현대차가 새롭게 출시한 아슬란 3.3 익스클루시브입니다. 아슬란은 현대차가 수입차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잡겠다는 의도로 내놓은 모델입니다. 아슬란은 그랜저를 베이스로 제작되어 있고 디자인과 실내 구성은 LF 쏘나타와 2세대 제네시스의 특징들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현대차의 타깃은 '그랜저 HG를 사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2세대 제네시스를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입장'의 소비자들을 겨냥했다고 밝힙니다. 현대차 의도대로 아슬란의 디자인, 옵션, 가격 역시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정 가운데 위치해 있습니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그랜저 HG급까지는 국산차를 선호하다가 그 이상의 차종을 찾을 때에는 수입차와 제네시스 이상의 프리미엄 모델간의 저울질을 시작한다는 점, 최근 30-40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입 중형 세단을 구입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껴 만든 모델이기도 합니다.
아슬란은 철저하게 국내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며 출시 당시 '글로벌 시장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습니다만, 아슬란이 해외 시장에서 판매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에 대한 언급도 있었으나 이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한마디로 아슬란은 자동차 구입에 4,000~5,000만원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소비층에게 '넓은 실내 공간'과 '풍부한 옵션' 그리고 국산차 특유의 메인터넌스 용이성을 장점으로 어필하기 위한 틈새 모델이며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간극을 메워 수입차로 빼앗기는 소비자들을 하나라도 더 잡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아슬란은 가솔린 3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하위 모델 G300 모던 트림이 3,990만원에 판매되고 3.3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G330 프리미엄 트림이 4,190만원, 최상위 트림인 G330 익스클루시브가 4,590만원에 판매됩니다. 상품성과 함께 가격도 그랜저 3,024만원~4,391만원, 제네시스 4,660만원~6,960만원 사이에 걸쳐 있습니다.
아슬란의 가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G300 모던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120만원),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80만원), 컨비니언스 패키지(85만원), 블루링크 패키지(115만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UD를 기본 적용한 대신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어댑티브 헤드램프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과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를 포함하고 있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I를 선택할 수 없도록 제약해 놨습니다.
제네시스급 옵션이라고 강조하는 아슬란의 고급스러움을 누리려면 G330 모델을 구입해야 합니다. 3.3 모델은 프리미엄 트림과 익스클루시브 트림으로 나뉩니다. 프리미엄 트림은 4,190만원에 판매되며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120만원),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105만원) 정도로 구성하면 4,415만원으로 가격이 오릅니다. 여기에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80만원), 19인치 휠 + 미쉐린 타이어(70만원), 이그제큐티브 패키지(60만원), 블루링크 패키지 I(115만원)을 모두 선택하면 최종 가격은 4,740만원이 됩니다. 3.3 프리미엄 역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I를 선택할 수 없게 제약을 뒀습니다.
최상위 모델인 G330 익스클루시브 모델의 경우 전자제어 서스펜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어댑티브 헤드램프 등 프리미엄급 중형 세단에 해당하는 고급 옵션이 기본 적용되어 있으며 판매 가격은 4,590만원입니다. 여기에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120만원), 블루링크 패키지(115만원), 19인치 휠 + 미쉐린 타이어(70만원),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I(170만원)을 모두 추가하면 최종 가격은 5,065만원이 됩니다. 시승차는 3.3 익스클루시브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이 탑재되어 5,065만원에 판매되는 모델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방어용으로 내놓은 아슬란이 지향하는 목표는 일단 BMW 520d와 메르세데스 벤츠 E200 또는 220CDI, 아우디 A6 2.0 TDI 등으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잡겠다는 의도입니다.
BMW 520d의 경우 6,390~6,990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BMW 가격 정책상 약 1,000만원 가량의 할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하위 라인업이 아슬란 3.3 풀옵션 모델과 경쟁이 될만하고 메르세데스 벤츠 E200(6,030만원), E220CDI(6,200만원) 역시 구입 조건에 따라 500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상황이여서 아슬란의 가격대와 간극이 크지 않습니다. 아우디 A6 2.0TDI 역시 5,850~6,230만원을 형성하고 있는데, 할인폭을 감안하면 아슬란 3.3 익스클루시브와 비슷한 선상에 놓고 고민할 수 있을만한 대상이라고 현대차는 보고 있습니다.
아슬란은 출시와 함께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며 '쟁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랜저를 베이스로 일부 디자인을 변경하고 옵션을 추가한 것이 무슨 신차냐', '수입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단지 몇 가지 고급 옵션이 목말라서인줄 착각하느냐?'라는 식의 비아냥과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독일 브랜드도 기본 모델을 베이스로 다양한 변형 모델들이 나오는 판에 아슬란만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은 억지다', '제네시스급으로 편의 장치가 좋아졌으니 그랜저보다 1,000만원 더 비싼건 당연해 보인다'라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습니다.
출시와 함께 논란이 되었던 모델이니, 각 부분에 대한 특징이나 상품성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외형 디자인은 다수의 소비자들로부터 호감을 받고 있습니다. 아슬란은 기존 그랜저에 신형 제네시스, 쏘나타에 적용한 플루이딕 스컬프쳐 2.0 디자인을 섞어 놓은 형태인데, 두툼한 볼륨감과 준대형 세단의 존재감을 잘 표현한 그랜저 외형에 현대적인 요소가 조화된 제네시스, 쏘나타 전면, 후면부 디자인이 더해지니 신차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은 물론 볼륨감과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되어 꽤 괜찮은 대형 세단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슬란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4,970mm, 폭 1,860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45mm이며 공차 중량은 1,670~1,690kg입니다. 베이스 모델인 그랜저의 경우 길이 4,920mm, 폭 1,860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45mm, 공차 중량 1575~1590kg이고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는 길이 4,990mm, 폭 1,890mm, 높이 1,480mm, 휠베이스 3,010mm, 공차 중량 1,900~2,000kg입니다.
그랜저보다 길이가 50mm 더 길다는 점을 제외하면 완전히 그랜저와 판박이입니다. 외형은 다르지만 아슬란은 기본적으로 그랜저와 거의 동일한 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혹자는 길이가 늘어났으니 트렁크 공간도 아슬란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만, 실제로는 아슬란의 트렁크 적재 공간은 446리터로, 그랜저 HG의 469리터보다 약간 작습니다. 이는 트렁크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아슬란의 2열 좌석의 편의성이 좀 더 고려되어 트렁크 공간이 살짝 줄어든 경우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슬란은 차폭, 휠베이스를 비롯해 트렁크 구조까지 동일한 클론 모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길이 차이는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 변경에 따른 차이입니다. 전면 범퍼와 후드 길이를 늘려 차급을 달리했습니다. 이런 편법의 원조는 르노 삼성입니다. 닛산 티아나를 베이스로 출시되었던 2세대 SM5의 전면, 후면 범퍼 길이를 늘려 준대형 모델인 SM7을 만들어 냈는데, 애석하게도(기본 베이스가 된 티아나의 상품성이 꽤 괜찮아서인지)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런 잔머리는 소비자 차원에서 징벌(구매 거부)이 이뤄져야 하는데 말이죠.
아슬란 역시 르노 삼성의 2세대 SM5, SM7과 큰 차이가 없는 구성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신차 코스프레를 납득시키기 위해 꽤 많은 성의를 보였습니다. 일단 전면부 디자인과 측면부, 후면부의 주요 특징들이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베이스가 되는 차체 구조는 전혀 변경되지 않았지만(사실 신차라는 명칭을 당당하게 부여하려면 플랫폼까지 변경이 이뤄져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아슬란과 그랜저는 전혀 다른차로 보일만한 시각적인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그랜저 HG 디자인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존재감이 확실한 전면부와 그랜저 특유의 일체형 테일램프, 역동성과 볼륨감이 잘 조화된 측면부 등이 잘 조화되어 있고 전륜 구동 준대형 세단 특유의 넓은 실내 공간과 우수한 정숙성,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준대형 세단으로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연비 등으로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아왔습니다.
속된말로 '본판이 예뻐야 성형 효과도 좋다'고 했던가요? 현대차 역대 디자인 가운데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그랜저 HD를 기본으로 주요 부분 몇 군데 터치를 바꿔주니 그랜저와 전혀 다른 느낌의 세단이 되었는데, 이는 아슬란 디자인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기본이 되는 그랜저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기 ?문에 얻어진 수혜입니다.
전면은 제네시스보다 쏘나타쪽에 더 가까운 형상입니다. 특히 그릴 가운데 부착된 현대 로고로 인해 아슬란을 처음 접한 사람 중 2/3 정도가 쏘나타로 오인을 하더군요.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즈가 확대되어 있고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트랜드에 맞춰진 날렵한 헤드 램프가 나름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기는 하지만 그랜저 윗급의 준대형 세단으로는 무게감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중앙에 곡선을 준 LED 상시등 역시 아슬란의 개성을 표현한다기 보다는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의 시각적 요소와 흡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범퍼 하단 안개등의 크롬 테두리가 전면 그릴의 중앙 안쪽까지 파고 들었으며, 상단의 헤드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과 정렬되어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창의적인 디자인 측면에서보면 '뻔한 구성'에 해당하고 아슬란의 무게감을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랜저의 편의성을 높여 고급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의도로 출시된 아슬란 입장에서는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겠지요. 일단 전체적인 조화 측면에서는 무난해 보입니다.
측면부 역시 그랜저와 다른 라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엔진 후드에서 루프,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은 변화가 없으며 1열 윈도우에 맞춰 얇은 엣지로 포인트를 준 부분 역시 그랜저와 같습니다. 반면 전면 펜더의 크롬 라인과 후면 펜더 상단에서 역동적으로 상승했던 볼륨을 없애고 제네시스 스타일의 차분한 느낌으로 마감을 했습니다.
사이드 미러의 모습입니다. 그랜저와 기본적으로 디자인이 같습니다. 어라운드 뷰 기능을 위해 사이드 미러 하단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아슬란 3.3 익스클루시브 트림에 기본 제공되는 휠입니다. 터빈 형태이며 19인치 사이즈입니다. 차급에 맞는 사이즈이며 디자인도 무난합니다. 참고로 3.0 모던 트림과 3.3 프리미엄 트림에는 18인치 휠타이어가 기본 제공됩니다.
후면부 디자인 역시 LF 쏘나타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차급을 고려하면 쏘나타보다 제네시스 후면부 디자인을 모티브로 하는 것이 맞을텐데, 현대차는 쏘나타의 느낌을 아슬란에 좀 더 많이 차용했습니다. 소비자들도 이 부분을 다소 혼란스러워 합니다.
아슬란이 제네시스보다 쏘나타쪽에 디자인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가 됩니다. 일반 대중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쏘나타의 경우 이미지 혼용에 따른 소비자 이탈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까다로운 성향을 갖고 있는 고급 소비자들의 경우 이미지 혼용에 따른 저항감이 큽니다. 큰 돈 들여 개발한 글로벌 신차도 아닌 아슬란에 제네시스 이미지를 어설프게 입혀 놓을 경우 현대차가 큰 공을 들인 '제니시스' 고객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으니, 현대차가 모험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실내 디자인 역시 그랜저, 쏘나타, 제네시스의 특징들이 섞여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세 차종의 세부 특징들을 거부감 없이 잘 조화시켜 놓았다'고 볼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세 차종의 실내를 짬뽕시켜 놓았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승자는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파생 모델 제조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여지는데, 각각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세 차종의 실내를 섞어 놓았지만, 혼용에 따른 거부감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슬란을 위해 디자인된 실내처럼 이렇다할 부조화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세 차종을 섞어 놓았으니, 아슬란만의 개성이나 독창성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됩니다.
계기반과 데시보드 상단, 도어로 이어지는 라인, 변속기 및 주변부 등은 그랜저의 것을 사용했고 센터페시아 구성은 LF 쏘나타의 레이아웃을 사용했으며 스티어링휠과 고급 편의 장치는 제네시스에 적용된 것을 상당 부분 적용했습니다. 시트는 제네시스의 것을 사용해 차별을 뒀습니다.
디자인을 섞어 놓은 것도 아슬란의 포지션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슬란의 차량 가격과 편의 장치 적용 수준을 고려하면 제네시스 실내를 모티브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방어용으로 급조한 모델에 현대차 대표 모델의 레이아웃을 적용해 '제네시스' 고객들을 서운하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보다는 고객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세 차의 특징을 거부감 없이 섞어 놓아 '아슬란식 실내'라고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사실 자동차 각 부분의 특징들을 꿰고 있지 않은 이상, 아슬란 실내에 각 부분이 어디에서 가져온 형태인지를 짚어낼 수 있는 소비자들이 많지도 않을테니, 이와같은 구성이 (인터넷 공간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센터페시아 중앙 패널입니다. 상단에 8인치 터치 모니터가 중심을 잡아주며 모니터 좌우를 대칭 구조의 통풍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오디오 패널, 에어컨디셔너 패널 순의 일반적인 배치입니다. 6각 형태의 패널부는 LF 쏘나타의 레이아웃입니다.
8인치 터치 모니터입니다.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내비게이션은 국내 실정에 최적화되어 있고 사용 편의성도 우수하며 맵 데이터, 정확도 역시 뛰어납니다.
현대차의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분들 중 상당 수가 '수입차에 제공되는 부실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다 속터져 죽는줄 알았다'고 답답함을 호소하시기도 하는데, 현대차의 상품성을 높여주는 확실한 장점입니다. 인포테인먼트 펌웨어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세부 기능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 단계들이 잘 조율되어 있으며 모니터의 터치감도 우수했습니다.
오디오 패널과 에어컨디셔너 패널, 하단 버튼부는 BMW 레이아웃을 연상시키는군요. 현대 자동차 시장에서 좋은 부분들을 서로 벤치마킹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으니 색안경을 끼고 볼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오디오 패널, 에어컨디셔너 패널의 버튼들이 직관적으로 배치되어 사용 편의성이 좋았고 버튼의 플라스틱 질감도 그랜저보다 한층 나아보이는 등 센터페시아 구성을 위해 나름 신경을 많이 썼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디오 시스템은 3.0 모던 모델의 경우 12 스피커 구성의 엑튠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 제공되고 3.3 프리미엄 모델은 12 스피커 구성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80만원에 구입 가능하며 3.3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가 기본 제공됩니다. 시승차는 3.3 익스클루시브 트림이기 때문에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기본 탑재돼 있습니다.
오디오 성능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출력, 우퍼 음압, 해상력 등에서 엔트리급과 확실히 차별되는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3.0 모던 트림에 탑재되는 엑튠 사운드 시스템이 어느 정도 성능을 내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카오디오 성능에 민감한 분이라면 적어도 3.3 모델 이상을 구입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3.0 모던 트림에서는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수 없도록 제한해 놨습니다.)
스티어링휠은 제네시스 부품을 사용했습니다. 디자인은 물론 버튼 구조, 마감까지 제네시스 스티어링휠 그대로입니다. 4스포크 방식으로 블루투스 핸즈프리, 인포테인먼트 조작부,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조작버튼들이 탑재돼 있습니다. 기능상으로 충분하지만, 프리미엄급 세단의 스티어링휠로는 특별한 개성이 엿보이지 않습니다. 패들 쉬프트는 제외되어 있으며 틸트, 텔레스코픽은 전동 방식으로 조절됩니다.
계기반은 그랜저 4.2인치 클러스터 타입을 사용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랜저 계기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특별히 거슬리거나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이 되는 컬러 방식이고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표시해줍니다.
아슬란에는 모든 트림에 HUD(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습니다. HUD는 현대차가 2세대 제네시스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편의 장치입니다. HUD는 2005년 출시된 BMW E60 M5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 기술입니다. '전투기 기술을 응용했다'고 거창하게 광고를 합니다만, 소형 프로젝터를 이용해 유리에 몇 가지 데이터를 전사해 주는 단순한 기술입니다. 아슬란의 HUD는 기능적으로 제네시스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어드밴스드 크루즈 콘트롤 정보를 비롯해 사각 지대 경고 기능, 내비게이션, 속도 제한과 같은 도로 정보, 톨게이트 등 다양한 데이터를 표시해줍니다.
아슬란에 탑재되어 있는 사각 지대 경고 장치입니다. 사이드 미러 끝 부분에 아이콘 발광 방식으로 작동하며 HUD를 통해서도 사각 지대에 차량이 진입하면 경고 아이콘을 띄워 줍니다. 사각 지대 경고 장치는 볼보가 BLIS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최초로 고안해낸 안전 장치입니다. 거울을 사용하는 현 자동차 사이드 미러는 디자인, 미러 사이즈에 따라 크고 작은 사각 지대가 발생하는데, 차선 변경시 사각 지대에 진입해 있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빈도가 생각보다 높습니다.
카메라 또는 레이저 센서를 통해 사이드 미러가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 진입한 차량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운전 편의성을 크게 높여주는 부가 장치입니다. 아슬란의 경우 전면 범퍼 좌우측에 탑재된 카메라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입니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기술로 사각지대 경고 기능과 같은 카메라를 사용하여 주행중 방향 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이탈할 경우 계기반에 경고 아이콘을 띄우면서 스티어링휠에 미세한 진동을 줍니다. 볼보,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해당 기능에 더해 스티어링휠을 반대로 돌려 차선을 10~30초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만, 아슬란의 차선 이탈 시스템은 아이콘 표시와 경고용 진동 기능만 지원합니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은 3.0 모던 모델에서는 선택할 수 없고 3.3 프리미엄 트림에서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105만원)를 구입해야 됩니다.
어드밴스드 크루즈 콘트롤 기능은 3.0 모던 트림, 프리미엄 트림은 선택할 수 없고 최상위 모델인 3.3 이그제큐티브 트림에서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어드밴스드(어댑티브로도 불립니다.) 크루즈 콘트롤은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I를 170만원에 구입해야 얻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작동 방식은 타 브랜드와 같습니다. 앞차와의 간격을 3단계로 조절해 주며 30km/h 이상의 속도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아슬란의 경우 속도 설정은 30km/h부터 할 수 있으나 그 이하의 속도에서도 어드밴스드 크루즈 콘트롤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차간 거리를 조절해 주는 자동 주행 장치는 고속도로에서도 편리하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보다 낮은 속도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만족스러운 부분인 반면, 측면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을 인식하는 기능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스티어링휠 우측 부분에 계기반 조도 조작 버튼과 사각 지대 경고 장치 버튼, 차선 이탈 경고 장치 버튼, 차량 자세 제어 장치 버튼이 배치돼 있고 하단에는 트렁크 버튼과 주유구 오픈 버튼이 배치돼 있습니다. 버튼 구성은 다르지만 마감, 버튼 재질은 그랜저와 같습니다.
시동 버튼의 모습입니다. 준대형 모델답게 전모델에 스마트키 시스템을 적용하였으며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시동을 걸거나 도어를 열 수 있습니다.(1열 도어만 가능)
내부에는 수납함이 구석 구석 잘 마련돼 있습니다. 변속기 레버 앞부분과 뒷부분 모두 컵홀더와 자질구래한 물건들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전면 수납함 안쪽에는 DC 아웃 단자와 USB 단자, AUX 단자가 배치되어 있어 외부 기기 연결이 용이합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작은 수납함이 별도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랜저 베이스답게 전륜 구동 구조의 장점을 살려 실내 수납함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변속 박스 아래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레버와 드라이브 모드, 오토 홀드, 주차 경고, 주차 보조 기능 버튼, 어라운드뷰 카메라 버튼, 시트 열선/통풍, 스티어링휠 열선 버튼, 후면 윈도우 햇볕 차단막 버튼이 차분하게 나열돼 있습니다.
주차 보조 기능은 최상위 모델인 3.3 이그제큐티브 트림에서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좌우 평행 주차 모드와 직각 좌우 주차 모드를 지원합니다. 주차에 능숙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해당 기능만 저렴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면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기능도 지원합니다. 물론 기본 스펙이 아닌 블루링크 2.0(115만원) 옵션을 구입해야 얻을 수 있는 옵션입니다. 다행히 블루링크 2.0 옵션은 3.0 모던 트림에서도 선택이 가능합니다.
후방과 어라운드뷰, 후방, 후방과 좌측면, 후방과 우측면 등 총 4가지 영상이 나옵니다. 전면, 후면, 사이드 미러 좌우측 4개의 카메라가 주변 영상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공중에서 내려다보이는 효과를 내주기 때문에 운전자는 영상을 보면서 좁은 틈을 빠져나가거나 주차를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이 기능은 닛산이 FX 시리즈를 통해 최초로 선보인 기술인데, 현재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많은 제조사들이 차용하고 있습니다.
컵홀더는 기어 박스 옆 부분에 커버로 덮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암레스트는 중앙 레일과 부드러운 각도를 이루고 있어 안락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팔을 편안하게 거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암레스트 수납함입니다. 넓고 깊어 활용도가 좋습니다.
글로브 박스 수납 공간입니다. 적당한 사이즈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1열 시트의 모습입니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출시하면서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나파 시트입니다. 이 시트는 3.3 모델 이상부터 기본 적용됩니다. 중앙의 마름모꼴의 퀼팅 문양을 적용해 디자인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현대차 시트는 현대다이모스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네시스 출시 이후 고급 차량에 적용되는 시트의 품질이 많은 성장을 거뒀습니다. 편의성, 디자인 등에서 최상급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모델과 견줘서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만큼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트 포지션은 전동 방식으로 조작되며 메르세데스 벤츠 세단과 비슷한 시트 모양의 조작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어 안쪽 부분에 가죽 트림을 넓게 사용한 점을 비롯해 도어 손잡이를 따라 역동적으로 배치된 우드 트림, 암레스트 마감 등 전반적으로 좋은 마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열 시트 공간은 넉넉합니다. 성인 남성 3인이 탑승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차체 길이가 50mm 더 길기 때문에 2열 시트 무릎 공간이 그랜저보다 넓을 것으로 기대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만, 기본적으로 그랜저와 큰 차이 없는 공간입니다.
평소 시승자(181cm, 86kg)가 운전하는 위치로 1열 시트를 맞춰 놓은 다음 2열 시트에 앉아보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약 12-13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암레스트 전면부에 오디오 조작 패널, 시트 열선 버튼 등을 배치하였고 수납함 안쪽에도 DC 아웃 단자를 넣어 놓았습니다. 2열 시트 활용도가 높은 모델답게 2열 암레스트부의 편의 장치도 잘 되어 있습니다만 그랜저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급이 높은 차종으로서 차별화가 다소 아쉽습니다.
2열 시트 안락감을 높이기 위해 트렁크 사이즈가 그랜저에 비해 약간 줄어들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넓고 실용적인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트렁크 하단에 들어가 있던 예비 타이어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아슬란의 동력 성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인 3.0 리터, 3.3 리터 가솔린 모델로 나뉩니다. 3.0 모델은 최고 270마력을 6,400rpm에서 내고 최대 31.6kg.m 토크를 5,300rpm에서 발휘하며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5km/l(도심 8.1km/l, 고속11.8km/l)입니다. 3.3 모델은 최고 294마력을 6,400rpm에서 내고 최대 35.3kg.m 토크를 5,200rpm에서 내며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5km/l(도심 8.1km/l, 고속11.9km/l)입니다.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이전 그랜저 3.3리터 모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초반 응답력이 답답하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답력보다는 부드러운 특성이 강조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300마력에 근접하는 출력을 갖추고 있어 전반적인 체감 성능은 무난하지만, 2,000~3,000rpm에서의 반응은 기대보다 좋지 않습니다. 저회전 영역보다는 3,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에서의 움직임이 한결 활발한데, 부드러운 승차감과 편안한 탑승감이 강조된 아슬란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셋팅이라 보여집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소요된 시간은 8.2초(3회 평균)로 출력에서 기대되는 것보다는 떨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출발에서 180km/h까지는 답답함 없이 속도를 올려주며 이후 속도 상승이 한템포 꺾이지만 220km/h까지는 꾸준히 밀어주는 특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승기간동안 낼 수 있었던 최고 속도는 230km/h(계기반 기준)으로, 출력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수준에 해당하지만, 준대형 세단으로 적정 수준의 성능이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아슬란의 하체는 전륜이 맥퍼슨 스트럿 방식, 후륜이 멀티 링크 방식으로 그랜저 HG와 동일합니다. 서스펜션 역시 그랜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구조도 동일하지만, 셋팅 역시 그랜저에서 아슬란에 맞는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부드럽고 편안함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스포츠 주행에는 그리 적합지 않은 특성을 보여줍니다.
100km/h 이하의 속도로 차량 흐름에 맞춰 주행할 경우 그랜저의 편안한 승차감과 안정적인 답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고속 영역으로 들어서면 단단하지 못한 하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너링시 언더스티어 성향이 명확하고 빠른 거동시 롤링, 쏠림 현상이 도드라집니다. 대배기량 엔진 탑재로 인해 차체 무게가 증가한 탓에 고속 주행시 안정감 저하는 그랜저 2.4, 3.0 모델에 비해 덜하지만 여전히 160km/h 이상의 고속 주행시 차체가 뜨는 듯한 느낌을 주며 고속에서의 급격한 방향 전환시 안정감을 크게 상실하는 모습 역시 그랜저에서 보던 그대로입니다. 엔진 배기량 확대에 따른 성능 향상 부분을 제외한 전반적인 주행감은 그랜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그랜저 3.3과는 거의 동일합니다.)
그랜저에 사용되고 있는 6단 자동 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한 부분도 아쉽습니다. 최근 전륜 구동용 8단 변속기가 출시된 시점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신차에 6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현대차가 국내 고급차 대상 소비자들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아슬란이 연비 효율 부분에서 타 브랜드 경쟁 모델 대비 한 세대 떨어지는만큼, 8단 변속기를 적용해 연비 효율을 높이고 체감 성능 부분에서도 그랜저와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아슬란의 연비를 살펴보겠습니다. 아슬란의 공인 연비는 3.0 모델이 복합 기준 9.5km/l(도심 8.1km/l, 고속도로 11.8km/l)이며 3.3 모델 역시 복합 기준 9.5km/l(도심 8.1km/l, 고속도로 11.9km/l)입니다. 3.0 모델을 기준으로 보면 같은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 3.0에 비해 연비 효율이 10% 가량 낮습니다.(그랜저 3.0 모델의 연비는 복합 10.4km/l(도심 8.8km/l, 고속도로 13.2km/l)입니다.
3.3 모델은 제네시스 복합 9.4km/l(도심 8.1km/l, 고속도로 11.7km/l)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3.3 모델은 제네시스에 비해서 200kg 가까이 무게가 차이 나는데 연비가 0.1km/l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시승 기간 동안 약 450km 거리를 주행했고 시내와 시외 비율은 약 5:5 정도이며 3번의 제로백 테스트, 3회의 최고속 테스트를 포함 오토기어 매뉴얼에 맞춰 주행을 해 본 결과 트립 컴퓨터가 표시한 누적 연비는 약 5.4km/l 였고 실제 사용한 가솔린을 기준으로는 약 5.2km/l의 연비 효율을 보였습니다. 심한 정체 구간에서는 리터당 연비가 4km 내외까지 떨어졌고 흐름이 좋은 간선 도로를 오가는 주행시에는 리터당 8.7km 정도를 나타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사용 용도를 감안해 볼 때 리터당 6km~7km 사이(연비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의 평균 연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자동차 시장에서 연비 효율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2,000~4,000만원대 차종은 물론 1억이 넘는 고성능 스포츠카에서조차 연비 효율은 중요한 항목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비 효율은 비용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활 도구들이 구입후 일정 기간 이후에 유지 관리 비용이 들어가고 사용에 따른 비용(가령 전기료, 배터리, 촉매 등)이 투입되지만, 자동차만큼 유지 관리 비용이 크게 들어가는 항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지 관리 비용의 높고 낮음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등 다양한 미세 먼지들이 환경 오염, 각종 질병 유발 등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효율적인 구동 장치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 자동차 분야에서 시도되는 친환경 동력원에 대한 노력은 '다운사이징'입니다. 더 작은 배기량의 엔진으로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해 더 큰 힘과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한다는 것이 '다운사이징'의 목적입니다. 때때로 큰 차체에 작은 엔진을 달아놓고 '다운사이징 트랜드에 맞춰 내놓은 모델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단순히 엔진 사이즈를 줄였다고 해서(문자적 의미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오늘날 자동차 업계에서 통용되는 '다운사이징'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아슬란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는 동떨어진 모델입니다. 효율적인 다운사이징은커녕 기존 그랜저의 차체 일부를 보강해 공차 중량이 오히려 늘었고 그랜저(2013년형까지)와 제네시스에 사용되었던 3.3리터 가솔린 V6 엔진을 그대로 얹어 놓았기 때문에 연비 효율 부분에서는 타 브랜드의 주력 차종에 비해 적어도 한 세대 뒤져 있습니다. 아슬란이 국제 시장에서 '신차' 명찰을 달고 판매되기 어려운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브레이크 부분에서도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슬란의 브레이크는 전륜, 후륜 모두 디스크 방식으로 그랜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제동력이나 급제동시 차체 제어력, 패달 답력 부분에서는 큰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초반 답력을 후반까지 꾸준히 끌고가는 느낌이 부족하며 반복 제동시 열화에 의한 제동력 저하 부분도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출력이 높은 3.3리터 가솔린 엔진과 차체 중량 증가에 맞춰 제동력 부분의 성능 향상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총평
결론적으로 말해 아슬란의 상품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국내 대형 세단 시장에서 선택지 하나가 늘어났고 수입차 수준의 최고급 편의 장치 및 전륜 구동 특유의 넓은 실내 공간의 장점을 감안하면 아슬란의 가격 대비 경쟁력은 무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랜저의 차체를 사용하고 LF 쏘나타의 디자인과 실내 레이 아웃을 차용한 다음 제네시스의 일부 고급 편의 장치로 포장을 했으나, 아슬란 안에 세 차종의 특징들이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들어 있다는 점은 현대차의 차 만드는 솜씨가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실감케 합니다.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아슬란의 출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아슬란식 성장'에 대한 강한 회의감 때문입니다. 자동차 시승기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민감한 얘기일 수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성과 위주의 왜곡된 문화가 팽배해 있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치중하다보니, 각 분야의 근간이 되는 기본, 철저한 책임 의식 결여에 따른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성장 역시 우리나라 특유의 '성과 주의'와 궤를 같이 합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연간 80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자국 소비자들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은 범국민적 봉사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 역시 기업이 지켜야할 사회적 책임입니다. 이는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국민자동차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에게 가장 목말라하는 부분입니다.
산타페 누수 문제, 그랜저 배기 가스 유입 문제 등 품질에 대한 쟁점, 북미 시장과 국내 시장의 역차별 문제, 시세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매입을 결정한 삼성동 부지 구입건 등 현대자동차에 대해 불만스러운 시선이 팽배해 있는 시점입니다. 연속되는 스캔들로 자국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던만큼,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다운사이징' 트랜드에 맞는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차체 강성을 갖춘 차세대 성장 동력을 통해 떨어진 이미지를 만회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당장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돈이 될만한 급조 모델인 아슬란'을 내놓고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곱게 볼 사람이 많지 않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현대차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수입차 유입 고객 지키기' 역시 아슬란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유입되는 고객의 절대 다수가 30-40대에 집중돼 있고 이들은 '화려한 옵션'보다는 명확한 장점을 보여주는 파워트레인과 브랜드 밸류에 더 큰 매리트를 느끼는 그룹입니다. 따라서 그랜저에서 디자인을 일부 수정하고 제네시스 수준의 옵션을 넣어 상품성을 높였기 때문에 아슬란이 수입차로 빠져나가는 고급 소비자들 중 상당수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대차의 기대는 충족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슬란이 기대할 수 있는 수요는 제네시스급 고급 세단을 구입하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흔한 그랜저 HG를 운영하기에는 아쉬운 법인의 중진 임원들(이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또는 국산차의 유지 관리 효율성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는 50-60대 장년층 가운데 차량 구입에 너무 많은 비용을 사용하기 꺼려하는 소수 그룹입니다. 아슬란의 상품성 역시 이 그룹의 특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결국 현대는 아슬란으로 제네시스 쉐어든 그랜저 쉐어든 같은 브랜드 내에서 '제로섬 게임'을 펼칠게 뻔한 상황입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LF 쏘나타와 비슷한 전면부 디자인으로 인해 '쏘나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슬란이 아직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형과 대형 세단간의 확실한 격차가 느껴질만한 시각적인 차별성이 아쉽습니다. 소나타 대비 두 배 가까운 가격을 지불한 고객들에게 '쏘나타'로 오인되는 상황은 마뜩찮은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8단 변속기를 적용하지 않은 부분도 불만입니다. 그랜저와 차별되는 '전륜 구동 고급 대형 세단'을 지향했다면 적어도 파워트레인 부분에서 '변속기 부분의 경쟁력'까지는 높여주는게 맞다고 봅니다. 그랜저 플랫폼에 같은 파워트레인(2015년형 그랜저에 3.3 모델을 없애 나름 차별을 두기는 했지만)을 적용했다는 점은 '신차'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새로운 명칭까지 부여한 차량답지 않은 무성의한 구성입니다.
아슬란에서도 현대차 특유의 옵션 장난이 여전합니다. 3,990만원에 판매되는 3.0 모던 트림의 경우 19인치 휠 타이어를 비롯해 차선이탈, 전방 추돌 경보, 스마트 하이빔, 진동 경고 스티어링휠, 어대비트 헤드램프 등을 포함하고 있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I(105만원)와 어드밴스드 크루즈 콘트롤, 어드밴스드 주차 보조 시스템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I(170만원)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또 4,190만원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트림 역시 아슬란에서 강조되는 옵션인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 II 선택이 불가합니다. 또 각각의 옵션들은 개별 구입이 불가능하고 적게는 2 개, 많게는 5 개씩 옵션을 묶어 판매하는 관행도 여전합니다. 그랜저를 활용해 상품성을 높인 파생 모델에까지 옵션 선택을 두고 소비자들을 곤란스럽게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군요.
그랜저보다 약 1,000만원이 비싼 고급 세단인만큼 세부 마감 부분에서 그랜저 대비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스티어링휠 관련 부품이 훤히 드러나 있는 데시보드 하단부를 비롯해 저렴해 보이는 트렁크 바닥면 소재 등 보이지 않는 부분들의 마감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차체 중량이 증가했음에도 그에 맞게 성능이 보강되어 있지 않은 브레이크 부분도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자동차일까?
아슬란의 가격대, 차량 포지션상 약 70~80% 정도가 법인차로 구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대를 접하게 되는 그랜저 HG를 선택하기는 싫고 제네시스를 비롯해 수입 세단을 고르기는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나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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