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레코딩 엔지니어의 사상(思想)에 충격을 준 TB2S-A
웨만해선 모델 체인지가 드문 PMC에서 새로운 스피커가 왔다고 해서 시청실에 올라가니 평소보던 우드 재질이 아닌 블랙 애쉬 색상의 합성수지 인클로저를 지닌 북쉘프 스피커 한 조가 스탠드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업무용 모니터입니다.
레코딩 현장의 현역기를 가정에서 사용한다는 발상은 이미 오래 전 JBL에서부터 하이파이 마니아를 중심으로 유행하였습니다. 일단 우중충(?)한 외관에 대한 저항감만 극복한다면 꿀처럼 달콤한 사랑의 아리아에서 목치 터져라 질러대는 록커의 샤우팅까지 현장 그대로의 음향을 가장 정직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스튜디오 모니터라는 걸 야마하 NS-1000M의 사용자인 필자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팝 뮤직의 레코딩과 관련한 자료를 검색해보면 많은 곳에서 PMC스피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스티비 원더와 같은 팝 뮤직의 거장들 역시 PMC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듯이 현대 대중가수들의 음반 제작에서는 레퍼런스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놀라운 성량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였던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델 역시 그녀의 초 히트작 Rooling in the deep이 담긴 앨범을 PMC 프로페셔널 스피커로 녹음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뮤지션과 녹음 엔지니어에게 TB2S+는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을까요?
Golden Age Music의 홈페이지엔 작곡가이자 녹음 프로듀서인 Ian Wallman이 두 종의 PMC를 구입한 경위를 간략히 소개하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음악 교육자 이언 월먼은 두 세트의 버밍엄에 소재한 그의 프로젝트 스튜디오에 쓸 두 종의 PMC 모니터 스피커 TB2S-A 니어필드 한조와 풀레인지급 IB1S를 구입했다. 월먼은 이 스피커를 구입하여 사용한 후 “이 PMC 스피커들은 무엇이 좋은 모니터가 되는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말로 바꾸어 버렸다.”라고 말했다.
‘얼마만큼의 임팩트를 가했기에 작곡가이자 녹음 프로듀서의 스튜디오 모니터에 대한 관념을 바꾸었다는 건가?’
TB2S+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던 필자는 그 발언의 진위를 가려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PMC(Professional Monitor Company)
녹음 분야에 일면식이 있는 분이라면 워낙 유명한 브랜드라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겠지만, 간단히 그네들의 내력을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 설립 후, 일류의 영화사나 음반사, 광고제작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를 공급하고 있는 PMC는 업무용 기기의 노하우를 이식한 민수용 하이파이 제품으로도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인클로저와 드라이버의 체적을 상회하는 저역을 이끌어내고 부드러운 저역 롤오프를 실현하여 결과적으로 악기와 보컬을 왜곡시키는 불필요한 착색을 걸러주며 감도 또한 상대적으로 높여주는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은 PMC가 자랑하는 기술(이자 노하우, 과거 TDL사에서도 이런 스피커를 제작하였으나 이를 정교한 측정 장비와 시뮬레이션, 청감 테스트와 설계기법으로 완성도를 높인 것임)입니다.
그런데 같은 가정용라도 프로용 기기와 구조상 특징을 공유하는 기종들이 있는 한편, fact나 Twetny Series처럼 순전히 홈용으로 특화시켜 제작한 라인업들도 존재합니다.
프로용이 유닛의 강도와 리조넌스, 플랫한 주파수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컨슈머 버전은 원목 인클로저를 채택하여 고급스러운 외관을 띄고 있으며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도록 사운드를 튜닝하였습니다.
여기서 도출되는 TB2S+의 컨슈머 버전과의 차이는 첫째, 인클로저의 재질 둘째, 착색을 극력 배제한 정직한 사운드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니어필드 스튜디오 모니터 TB2S+
이 TB2S+의 그 기본 구조는 이미 10년도 더 된 TB2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 2001년에 나온 Soundonsound의 리뷰는 “콤팩트 시스템이 진정한 레퍼런스급 모니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멋진 제목을 달아 놓았듯이 스튜디오에서 맹활약을 펼쳤으며, 녹음 현장에서의 명성에 힘입어 민수용으로 컨버전되어 인기몰이를 했고 이는 TB2i와 TB2i Signature까지 이어졌습니다.
롱런을 거듭한 본기는 이번에 플러스라는 명칭을 쓰면서 또다시 트위터, 크로스오버, 그리고 PMC의 트레이드마크인 트랜스미션 라인의 댐핑까지 일신시켰습니다.
전작의 발전적 계승이라는 관점 외에 공시적으로는 더 작은 DB1S+와 유사한 설계상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음질에 민감한 방송 및 녹음 프로듀서 그리고 중립적인 니어필드 리스닝 스피커를 찾는 오디오파일에게 접합하도록 제작되었다고 설명됩니다.
여기에 확장된 저역과 좀 더 선예감있는 윤곽, 파워풀한 음압 레벨(SPL: Sound Pressure Level)을 보여주며, 이 때문에 DB1S+보다는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듣기에 적합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PMC 본사에선 본기를 서라운드 모니터링 패키지로 구사하려는 유저를 위해 TLE1S 액티브 서브 베이스 유닛을 별도로 조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히는데, 이점은 홈시어터를 구상하는 분이라면 서브 우퍼와 센터 스피커를 추가하여 5.1채널을 구성하는 데에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청음
필자는 쟝르별 정합성, 음색의 정확성에 주안점을 두고 팝 보컬, 성악, 기악 앙상블, 대편성을 골고루 섞어서 테스트에 사용할 음반을 다음처럼 선정했습니다.
재생음반
Concert Life in 18th Century Berlin(Ensemble IL GARDELLINO, MARCEL PONSEELE)/ LISZT AND ENESCO RHAPSODIES(LSO, Antal Dorati)/ Bob Dylan, Under the red sky/조수미, Ben Canto(English Cahmber Orchestra)/멘델스존,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안네 조피 무터, 카라얀,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아울러, TB2S+를 가정에서 운용할 유저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중급 레벨의 앰프와 고급형 미니앰프를 매칭하였습니다.
데논 PMA-2020AE, 데논 DCD-2020AE, 오라노트 V.2, 레가 Brio-R, 로텔 RCX-1500
결과적으로 비교적 출력이 낮은 레가 Brio-R에서 200W급 스위칭 파워까지 구동력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대편성 오케스트라에서 깊이있는 저역을 감상하기 위해선 출력이 높은 솔리드 스테이트 타입이 잘 어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데논 PM-2020AE와 DCD-2020AE의 조합: 아티스트의 존재감
먼저 들어본 데논 PM-2020AE와 DCD-2020AE의 조합에선 화려하지는 않지만 끝이 궁그스름하고 따뜻한 온도감과 배음, 풍성한 중저역이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였으며, 필요할 때엔 표효하는 거친면도를 언뜻언뜻 내치쳤습니다. 오늘 비교 기종 중 가장 신뢰할만한 에너지원이었습니다.
조수미가 부른 로시니의 Semiramide에서 Bel raggio lusinghier는 하이 소프라노에서 조차 모음이 강조된 듯하여 더욱 유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이는 데논 DCD-2020AE의 맑고 청아하게 조율된 음조의 영향으로 보여지며, 반면 기악파트에선 힘있고 맑지만 굵직한 음상을 그려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스피커의 영향보다도 음반과 녹음의 성향으로 읽혀졌는데, 왜냐하면 밥딜런의 음반에선 직진성이 강한 사운드로 포워드하게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밥딜런의 Wiggle Wiggle에서 드럼 악기의 강력한 비트는 후련할 정도로 힘있고 또렷하고 정위감 있게 터져 나옵니다. 매우 기민하고 단단한 저음부가 인상적입니다. 일렉 기타보다 타악기의 존재감이 두드러집니다. 적당히 채색한 음이 아닌 모니터 본연의 다이렉트한 음도 골수 팝보컬 애호가에겐 매우 환영받을 요소입니다. 여기선 가히 스튜디오 모니터의 본류라 할 만 합니다. 음상도 큼직큼직 굵고 대범하지만 테두리가 흐릿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광야의 상처 입은 야수처럼 그르렁대는 밥딜런의 목소리는 마치 그와 함께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광야에서 한바탕 질주를 한 기분입니다.
생생하고 포워드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량은 음반 비평가를 위한 평가의 툴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확실히 정교하게 정련된 데논 소스/앰프의 조합이었음에도 기악보다는 보컬에, 클래식 음악보다는 팝뮤직에 더욱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오라노트 V.2: 실랄한 선예감
조수미의 로시니의 Semiramide에서 Bel raggio lusinghier는 합주시 배경은 데논 듀오보다 클리어하진 않지만 대역의 요철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특히나 바이올린과 같은 고음 악기 표현에서 실랄할 정도로 선예감있게 표현했습니다.
밥딜런의 Wiggle Wiggle에서 타격감 있는 중역과 저역에 늘어짐이 없는 점은 비트감을 중시하는 팝음악 애호가에게 환영받을 요소로 보여집니다.
J.G. Janitsch의 오보에, 바이올린, 비올리와 콘틴누오를 위한 4중주에서 뉘앙스나 정보량 면에서 데논 앰프 시디플레이어 세트에 비해 살짝 단조로워졌지만 바로크 정격 악기의 음이 너무 여위지 않게 표현된다는 점은 영국제 PMC의 미덕일 것입니다.
어린 안네 조피 무터가 독주 바이올린을 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오라노트 V.2가 얼마나 바이올린의 소리에 실력을 발휘하는지 또 PMC의 중고역이 얼마나 요염해질 수있고 또 날카로운 첫키스처럼 실랄하게 파고드는 지를 극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저역의 양감은 데논보다 플렛하게 절제되어 있어 비교적 윤곽이 뚜렷한 베이스 라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정 대역에 강조감 없는 우수한 밸런스, 세세한 가닥추림으로 오케스트라의 파트가 생생하게 가늠됩니다.
레가 Brio-R: 젠틀한 브리티시 사운드
매칭 때문일까? 조수미가 부른 로시니의 Semiramide에서 Bel raggio lusinghier는 미묘한 뉘앙스는 덜하지만 대신 굵은 필치로 쓱쓱 난을 치듯 대가의 자신만만한 에너지감과 아우라가 뿜어져 나옵니다.
톤컬러와 밸런스, 밀도와 촉감 면에서 성악을 매력적으로 재현합니다. 말하자면 성악 리사이틀의 믹싱작업을 하는 프로듀서가 숙고 끝에 톤 밸런스를 확정했을 때의 그런 소리랄까....
비교 앰프중 가장 젠틀한 브리티시 사운드의 느낌이 강합니다.
George Enesco의 Roumanian Rhapsody No.1에서 대편성에서 음장의 전개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저역은 다소 흐릿해졌습니다.
어린 안네 조피 무터가 독주 바이올린을 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독주 바이올린 파트에서 기분좋게 무두질된 바이올린의 음영 서린 중고역이라서 PMA-2020AE나 오라노트 V.와 같은 요염한 색기(色氣)는 덜했습니다.
반면, 밥딜런의 음반에선 여봐란 듯 걸걸한 메인 보컬과 코러스의 백업, 일렉기타와 드러머의 약동하는 움직임이 기민하면서도 약동감있게 펼쳐졌습니다. 디테일을 파고드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포크락이 지닌 삐딱선을 타는 반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나왔습니다.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이랄까?! 음반 제작자라면 하나의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비범한 모니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TB2S+의 팝뮤직과 보컬 사운드에 대한 높은 추종성과 적합성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하는 테스트였습니다.
로텔 RCX-1500
밥딜런의 Wiggle Wiggle에서 비교한 앰프 중 상대적으로 온후한 음을 들려주는데, 그럼에도 배경은 의외로 클리어합니다.
조수미가 부른 로시니 Semiramide의 아리아 Bel Raggio Lusinghier는 앞서 레가 Brio-R과 오라노트 V.2의 중간 성향을 보여주면서 유연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고음부를 보여주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답지 않게 배경이 명료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어린 안네 조피 무터가 독주 바이올린을 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바이올린 재생음에선 다소 슬림한 바이올린의 독주음을 들려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앞서 두 음반에 비해 더 서늘하고 더 이지적이고 더 여성적입니다.
결론: 아티스트의 혼신을 다하는 열정에 감촉하는 니어필드 모니터
TB2S+는 목소리 대역의 음악 즉 팝뮤직과 성악서 유독 강점을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클래식 음악에서는 대편성 오케스트라보다는 앙상블과 협주곡에 더 어울렸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스피커의 체적과 재생음의 스케일에 비해 저역의 양감이 많다는 점은 대편성 관현악을 일시분란하게 쿵쾅거리게 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시 말해 ATL 특유의 느직한 저역과 적당히 통울림을 이용하는 영국 계열의 센스도 느낄 수 있는데 다만 이 PMC TB2S+의 경우엔 유독 진공관 앰프나 속도감이 다소 느린 A클래스 파워보다는 이처럼 AB클래스나 스위칭 증폭에서 더욱 장점을 발휘했습니다.
여기서 필자가 오늘 테스트에 동원한 앰프들이 PMC가 프로용 모니터를 제작하면서 주로 테스트하는 브라이스턴과 같은 PA계열의 대출력 앰프는 아니었다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보컬 대역의 팝뮤직, 성악, 그리고 기악 앙상블에서는 치밀한 음색으로 고유의 음색이나 가수의 기량을 코 앞에서 들여다 보는 듯한 리얼함이 돋보였습니다.
분명 림샷이나 하이햇은 날카롭고 선연한 울림이었으며, 중역에 관한 한 미세한 레벨의 음들까지 청자의 감관을 압박할 정도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BBC의 보컬 검청용 스피커로 개발된 LS3/5A가 그렇듯이 일정한 구동력을 갖춘 솔리드 스테이트 타입의 앰프를 투입한다는 전제하에, TB2S+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니어필드 모니터 바로 그것입니다.
오디오는 단순한 전자 제품이 아니기에, 세계적인 뮤지션과 프로듀서가 사랑하는 브랜드라는 PMC의 후광은 스튜디오 모니터에 대한 로망을 지니고 있는 오디오파일에게 무언의 아우라를 발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곡되지 않은 음, 가수가 작업의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듣는 바로 그 소리를 원하는 골수 하이파이 매니아에겐 무늬만 스튜디오 모니터가 아닌 리얼 프로페셔널 기종이 절실할지 모릅니다.
TB2S+는 이런 모니터 사운드 매니아를 위한 현대 보컬 검청용 스피커로 그 쓰임새를 규정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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