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니스트 김성일]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주말이면 100대가 넘는 차들로 레이싱 경기장, 일명‘서킷(Circuit)’이라 불리는 곳에 어느샌가 일반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레이싱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서킷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았다. 서킷을 아예 즐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주말에 누구나 서킷을 즐길 수 있는 일명 ’서킷데이’가 많지도 않았고 즐기는 인구도 극소수였기 때문에 주변에 ‘나 저번 주말에 서킷 다녀왔어’라는 말은 대단히 생소한 말이었다.

하지만 2010년 전라남도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F1 서킷에서 개최되었던 F1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누구나 서킷을 즐길 수 있는 서킷데이 문화가 발전하였다. 2013년 5월에는 인제스피디움도 오픈, 서울 경기권에서 영암보다 훨씬 인접한 강원도 인제군에 서킷이 개설되어 보다 쉽게 서킷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선수가 아니라면 사실상 체험하기란 거의 힘들었던 서킷을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서킷을 가려고 한다면 막막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단 한 번도 서킷을 가본 적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디서 어떻게 신청하고, 가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준비물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스포츠카만 서킷주행이 가능하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재 아반떼와 같이 일반 도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는 물론 SUV로도 참가할 수 있는 아마추어 경기가 있을 만큼 차종을 불문하고 서킷은 다양한 차종으로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서킷에 들어가면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는 법. 도로에서 달리는 그 어떠한 차로도 서킷을 경험할 수 있으니 차의 성능보다는 경험에 포커스를 맞춘 뒤 부족한 부분을 나중에 채워나가는 것을 권장한다. 물론 서킷에 가보면 서킷에 특화된 레이싱카부터 억대에 이르는 슈퍼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반드시 레이싱카나 고급 스포츠카로만 서킷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준비물
서킷에 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보다 단순하다. 헬멧, 글러브, 긴 팔, 긴 바지, 그리고 운동화가 전부이다. 많은 분이 서킷에서는 레이싱 슈트를 입은 모습을 상상하지만,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스포츠 드라이빙, 즉 서킷데이에서는 필수사항이 아니다. 물론 차를 극한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 불이 날 수도 있으므로 안전상 입는 것이 가장 좋으나, 고가에 속하므로 일 년에 한번 즐길까 말까 한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워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입지 않는다.
헬멧은 가격대가 높을수록 안전성이 뛰어나고 멋지긴 하지만, 10만 원 전후로 판매 중인 국산 오토바이 헬멧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대여도 가능하다. 인제 스피디움 같은 경우 하루 10,000원에 헬멧을 대여해주고 있다. 글러브는 레이싱 글러브를 10만 원 초반대에 구입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부담스럽다고 한다면 일반적은 가죽 글러브도 사용할 수 있다. 운동화는 브레이킹과 엑셀링의 감각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밑창이 얇고 효율적인 풋워크를 위하여 얇은 형태의 운동화를 추천한다.

서킷
우리나라에 서킷은 총 네 군데다. 인천 BMW 드라이빙 센터와 안산 스피드웨이가 있지만, BMW 드라이빙 센터는 사실상 BMW 영업을 위한 공간이고, 탑기어 서킷으로도 불리었던 안산 스피드웨이는 공사 중 부도로 사용 불가한 공유지 임에도 현재 유치권을 행사 중인 채권단이 불법으로 대관해 준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사실상 운영이 정지된 상태이고 시설도 서킷이라고 불리기에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므로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서킷에서 제외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킷은 영암서킷이라 불리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F1 서킷과 인제서킷이라 불리는 인제스피디움, 태백에 있는 태백 레이싱파크, 그리고 용인에 있는 용인 스피드웨이 총 네 군데인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서킷은 2곳에 불과하다.
기존에는 태백과 용인에서 주로 개최되었으나, 태백 레이싱파크는 영암과 인제의 등장으로 운영 및 시설 노후로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고, 용인 스피드웨이는 에버랜드 바로 옆에 위치, 거리도 가깝고 수천억을 들여 리모델링 하였기 때문에 시설도 좋아졌지만, 일반인에게는 열지 않고 있으므로 사실상 폐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킷을 즐기기 위해서는 영암이나 인제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 (영암 : http://www.koreacircuit.kr/ 인제 : http://www.speedium.co.kr/)에서 온라인신청을 받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달력으로 행사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접수신청 메뉴에서 주행신청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서킷을 처음 방문하면 1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는 라이선스(약 10만 원)를 발급받아야 하므로 참고하도록 하자. 이용비용은 20~25분에 35,000원에서 45,000원 정도이다.
보통 적게는 3타임에서 많게는 5타임정도 주행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들이 처음에 ‘에이 20분 4번 해봤자 80분인데? 거기까지 가서 아까워’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20분을 긴장한 상태에서 4타임을 타면 체력적으로 생각보다 힘들고, 쉬지 않고 극한의 주행을 할 경우 차량에 대단한 무리가 발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서킷은 한 번쯤 꼭 경험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서킷을 타면 자신의 차량의 한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차량의 메인터넌스, 평소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물론 타이어에 대해서도 조금이지만 큰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거창한 차와 준비물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어서 차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경험해보자.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모터스포츠 후진국이다.
무한도전과 같은 인기 예능을 통하여 모터스포츠가 많이 발전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전 세계 3대 스포츠라 불리는 F1마저도 중계권료와 흥행을 이유로 2014년부터는 국내에서 개최에 실패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후진국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비해서도 훨씬 뒤처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필자가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 예로 사람들은 ‘부릉부릉’ 소리만 나더라도 “어우 시끄러워” 라고 말하며, 조금만 순정과 다른 모습을 취하더라도 ‘양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서킷이 서울 경기권에서 멀리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소음 때문이다. 그래서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터스포츠를 축구와 야구처럼 하나의 스포츠와 문화로 인식하지 않으면 모터스포츠는 절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케토시닷컴’ 블로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 네이버 자동차 파워 블로그 1세대에 선정되었고, 다수 방송출연 및 자동차 전문 객원기자 등 각종 기고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