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정치연] 개인적으로 폭스바겐 CC 같은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두 장르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개념의 차보다는 '세단'이나 '쿠페'처럼 명확한 장르의 차를 선호해서다.
반면 영상 촬영을 위해 시승에 함께 나선 PD는 CC가 '현실적인 드림카'란다. 쿠페처럼 잘 빠진 디자인과 뛰어난 연비가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CC는 'Comfort Coupe'의 약자다. 안락한 세단과 역동적인 쿠페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합했다고 폭스바겐은 강조한다. 편견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개념의 세단 CC를 타봤다.


더 젠틀해진 디자인 매력적
과거 CC를 별로라고 생각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의 영향이다. 세련된 쿠페 형상이지만 둥글둥글한 전후방 램프 등 디자인적 디테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 시승한 CC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DNA를 적용해 이러한 점을 완전히 극복해 낸 듯하다. 직선으로 잘 다듬은 그릴과 깔끔하게 단장한 전후방 램프가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14개의 LED를 이식한 헤드램프와 LED 리어램프도 매력적이다.
측면은 4도어 쿠페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더 뚜렷하게 다듬은 사이드 라인은 선명하고 강인한 인상을 준다. 직선과 수평 라인을 강조한 후면은 쿠페형 디자인을 채용한 탓에 전·후면보다 차체가 다소 좁아 보인다.


세미 버킷 타입의 시트는 코너링에서 몸을 잘 지지해준다. 시승차 시트의 경우 화이트와 브라운 컬러의 조합인데, 겨우 5000km를 주행한 신차임에도 엉덩이가 닿는 화이트 부분은 이미 오염돼 있었다. 투톤 컬러가 예쁘긴 하지만, 관리 면에서 시트는 블랙 컬러를 선택하는 게 나을 듯싶다.
실내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넓다. 앞뒤 좌석 모두 성인 남자가 탑승하기에 큰 불편이 없을 정도다. 다만 뒷좌석은 3명이 앉기에는 좁고, 머리 공간도 다소 부족하다. 트렁크는 의외로 널찍하다. 골프백 4~5개 정도는 무난히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쿠페와 세단의 중간 맛?…4모션 안정감 '일품'
시승차는 CC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인 '2.0 TDI 블루모션 4모션(MOTION)'이다. 이 차는 직렬 4기통 2.0ℓ TDI 디젤 직분사 터보엔진과 6단 DSG 변속기를 조합했다. 구동방식은 네 바퀴 굴림이다. 4모션이라 불리는 능동형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가볍게 쭉쭉 뻗어 나간다. 6단 DSG 변속기는 부드럽지만 재빠르게 변속을 진행한다. 최고출력은 4200rpm에서 177마력, 최대토크는 1750~2500rpm 사이에서 35.7kg·m가 뿜어져 나온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8초대에 주파할 만큼 일상 주행에는 넘치는 힘이다.
승차감은 쿠페와 세단의 중간 정도로 보인다. 기존 골프 등 폭스바겐 모델들에 비하면 서스펜션은 소프트한 설정이다. 노면을 잘 읽어내면서도 방지 턱을 만나면 상당히 부드럽게 넘어간다. 기어박스 우측에는 서스펜션을 'C(Comfort)'와 'S(Sport)'로 설정하는 버튼도 있다.


CC는 도로와 주행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서스펜션 상태를 조정하는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시스템(DCC)을 기본 장착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주행 상태를 유지해준다. 고속으로 갈수록 묵직해지는 스티어링 휠은 안정감을 준다. 응답성이 좋은 브레이크도 만족스럽다.
정숙성은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특히 저속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 들어서면 요즘 디젤차와 비교해 상당히 시끄럽다. 다만 고속으로 갈수록 소음은 줄어든다. 고속에서의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일반적인 중형 세단의 기준으로 보자면 거슬린다.
연비는 복합기준 ℓ당 15.1km다. 시내에서는 13.6km/ℓ, 고속도로에서는 17.6/ℓ를 주행할 수 있다. 실제 시승 날은 계기판상 ℓ당 11~12km가 찍혔는데, 이는 촬영을 위해 오래 정차한 상황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다만 최악의 경우에도 리터당 10km 이상을 주행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쿠페 vs 세단' 당신의 선택은?
자동차의 선택은 개인적인 취향이 큰 몫을 차지한다.
타고 내리기 불편한 쿠페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 편안한 승차감의 세단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CC는 이 두 가지 취향을 가진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다.
쿠페를 타고 싶으나 함께 타는 가족도 배려해야 하는 가장이라면 CC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인 CC 2.0 TDI 블루모션 4모션의 가격은 5180만원. 상시 사륜구동 세단치곤 가격도 나쁘지 않다.
정치연 기자 chiyeon@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