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제 세 번째 차를 정리하고, 한동안은 '자동차 없이 다녀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저 이야기가 얼마나 말같지도 않은 이야기인지를 잘 아실 텐데요. 자동차를 정리한 뒤 채 1달도 안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렇게 머리를 굴렸던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는 1달이라는 기간동안 벌어진 일. '현대 액센트 사러 가서 현대 에쿠스 계약하고 나온다' 는 말 같지도 않다고 느낀 이야기가 제 현실임을 깨닫게 됐지요.
제일 처음에 생각한 구매 후보는 쉐보레 스파크였습니다. 사진에 나온 차량은 쉐보레 스파크 S지만, 제가 생각한 후보는 쉐보레 스파크 LPG 수동이었습니다.
저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경이로운 실연비,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여지를 아주 조금은 남겨두는 수동 변속기, 차량 구매 후 지출 비용도 적단 장점이 있었죠. 그리고 머리를 굴렸던 것 중 하나는 신형으로의 풀모델체인지가 머지 않았기 때문에 '구형 LPG 수동을 재고 할인 받아 사면 되겠다!' 란 계산까지 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쉐보레 스파크 LPG 수동은 풀모델체인지를 앞두고 올 해 초에 단종이 된 상태였고, 그로 인해 신차 구매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돈을 벌어다준다는 차였기 때문에 중고 가격 역시 마음 편히 사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었죠. 정말 비쌌거든요.
사실 중고차를 사게 된다면 가격적인 메리트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000만원이 넘는 돈으로 중고 경차를 사고 싶진 않았습니다. 차량 구매 이후 드는 기타 비용에 있어서 확실히 이점이 있는 경차지만, 제 명의로 경차를 샀을 때 자차를 넣는다는 조건에서의 자동차 보험료가 100만원이 넘게 나오는 걸 보고 포기.
쉐보레 스파크 LPG 수동이 생각 이상으로 비싼 덕분에 구매 후보에 부합하는 조건을 정리하게 됐는데요. 이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운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많은 후륜구동일 것, 둘째, 예상 못한 고장이 나지 않을 것과 혹시라도 고장났을 경우 감당할 수 있을 것, 셋째, 차량 가격이 2,000만원 이내일 것, 넷째, 자동차 구매 후 발생되는 기타 지출 비용(자동차세, 등취세, 특히 보험료 등)이 감당 가능할 것입니다.
저 조건만 놓고 보자면, 사실 구매할 수 있는 국산차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사실 저 조건은 그동안 제가 자동차를 사면서 고려했던 조건이었는데, 이례적인 조건 하나는 더 이상 수동변속기를 고집하진 않는다는 것. 수동변속기가 분명히 재밌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365일 내내 만족스럽진 않거든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첫 번째 차이자 유일한 국산차는 바로 현대 제네시스 쿠페였습니다. 늘 사고 싶었던 차였고, 언젠가 살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유류비를 제외하면 큰 걸림돌은 없을 거라고 봤죠. 사실 중고차 가격이 쉐보레 스파크 LPG 수동 중고차보다 더 저렴하기까지 했으니 고려 안할 수 없었죠.
요즘 들어 '취향을 저격한다' 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현대 제네시스 쿠페가 정말 그랬습니다. 언제든 뒷 바퀴를 미끄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갖춘 3.8리터 람다 엔진, 운전자의 조작에 확실하게 부응해주는 6단 수동변속기, 라디에이터 그릴만 바꿔주면 흠 잡을 데 없어지는 외관과 이 차에 대한 여자친구의 호감이 큰 힘을 싣어줬는데요.
애석하게도 이상적인 것만 고려하다보니 놓치게 된 너무 기본적인 조건이 있었습니다. 현대 제네시스 쿠페는 네 번째 조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동안 자동차의 명의를 아버지 혹은 회사 명의로 놓고 탔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제 명의로 사야하는 상황이었기에 문제가 됐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현대 제네시스 쿠페는 큰 어려움 없이 포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동차 보험료 때문이었죠. 차량 가액 1,200만원에 불과한 제네시스 쿠페 380GT의 보험료를 조회해본 결과, 자차를 포함했을 때 무려 750만원이 나오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지요. 사실 그렇게 보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타고 싶진 않았습니다.
- 2세대 렉서스 IS250은 요즈음 판매되는 차들과 비교해보더라도 빠지지 않는 편의장비를 갖춰두고 있으며, 꽤 운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2세대 IS250의 성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 만약 한국에 2세대 IS350이 정식으로 판매됐다면 그만큼 매력적인 차가 없었을 겁니다.
두 번째로 생각한 차는 렉서스 IS250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네 가지 조건에 다 부합하는 차였고,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차였기 때문에 소유욕이 불타오르게 됐었죠. 그래서 6월부터 렉서스 IS250 매물을 쭉 찾아보게 됐습니다. 보배드림, 엔카, 렉서스 IS 클럽 등 렉서스 IS250 매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펴보게 됐는데요.
이미 렉서스 IS250을 경험하신 재율아빠님께 렉서스 IS250에 대한 장황한 자문을 구하기에 이르고, 차량 유지비용에서부터 유지 방법 등에 관해 정말 논문을 쓸 기세로 디테일하게 묻게 됩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렉서스 IS250 아닌 차들은 차도 아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신앙심이 생긴 셈.
그러던 중 2007년식이지만, 주행거리는 9,700km, 패널 무교환에 이르는 말도 안 되는 차를 만나게 됩니다. 그 외에도 동급 매물들을 보긴 했지만, 저 차만큼 상태가 좋은 차를 볼 수는 없었죠. 그러나 저 조건탓인지 중고 가격이 다른 동급 매물에 비해 무려 500만원이나 비쌌고, 그로 인해 조금 더 고민하는 시간을 본의 아니게 가지게 됐습니다. 차량 가격 때문에 쉽게 팔리지 않을거라 생각했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시간이 지난 뒤에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이 차를 보러 수원에 갔던 게 6월 말. 실질적인 구매 시기는 8월 초로 잡았습니다. 7월에 있는 일정들을 소화한 이후에 조금 더 할인 받아 사겠다는 계획을 세웠죠.
그런데 정말 애석하게도 7월 중순에 차가 팔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부랴부랴 다른 후보를 찾게 됩니다. 일본 중고차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수입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높은 편입니다. 사실 2007년식에 9,000km대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차가 나왔던 것이었으니 논외로 쳐야겠지요. 그렇다 해서 찾은 차가 중고차 딜러 전산망에 등록된 2007년식, 68,000km대의 차를 보러 경기도 평택까지 갑니다.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긴 했지만, 상사에 오랜 시간 묵혀있었다는 점이 거슬렸고, 앞 좌석의 쿨링 시트 기능이 너무도 약한 점, 운전석 메모리 시트 기능이 먹통이라는 점이 거슬려서 결국엔 포기.
그러던 중 '같은 돈으로 뛰어난 성능을 경험해보자!' 라는 생각에 찾게 된 세 번째 후보는 바로 인피니티 G35 스포츠였습니다. 국민 마력 300마력대를 개척해 준 차이며, 스포츠 모델에 기본 적용된 패들 시프트, LSD는 굳이 튜닝을 할 필요가 없게 해줬죠.
검색 끝에 2007년식, 50,000km대의 패널 교환 없는 인피니티 G35S를 보러 가기 위해 부랴부랴 길을 나섰습니다. 절친인 제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부랴부랴 중고 매물이 있는 대전으로 내려갔죠. 사실 민트급 렉서스 IS250을 놓친 이후, '더 이상은 놓치고 싶지 않다' 는 생각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차는 신기하리만치 외관 도장 상태가 깨끗했는데, 담당 딜러의 이야기가 차량을 가져온 뒤에 전체 도색을 했다는 겁니다. 사실 자동차 모르는 입장에서는 '전체 도색' 이라는 게 고마울 수 있겠지만, 자동차 좋아하는 입장에서 전체 도색은 꺼림칙한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죠.
이 날도 그렇게 허탕을 치는 줄 알았는데, 이 곳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우연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죠. 제가 차를 보러 갔던 대전 매매 단지에서 KSF 참가를 통해 알게 된 안진우 형을 보게 된 겁니다. 이 형이 중고차 사업을 대전에서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매매 단지가 같은 곳일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거든요.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인피니티 G35S를 보러 왔다는 이야기를 하니 화들짝 놀라시는 겁니다. 안 그래도 며칠 전 2010년식 인피니티 G37S를 가져왔는데, 혹시 생각 있으면 싸게 줄 테니 가져가라고. 사실 그 조건은 동급 매물에 비해 500만원이나 싼 가격이었습니다.
조건이 말도 안 되게 좋았으니 안 가져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제가 생각한 셋째 조건에 부합할 때 가능한 이야기였지요. 사실 인피니티는 사고율이 높고, 사고가 날 경우 거의 전손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은 차량 중 하나입니다. 거기에 24살에 불과한 제 연령, 고작 1년밖에 인정받지 못한 자동차 보험 가입 이력 등은 자동차 보험료 조회를 무섭게 만들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자동차 보험 가입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한 결과 거의 하루당 1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가면서 차를 탈 수 있게 됐습니다. 늘 그랬듯 이 차도 충동적이었죠.
1달이라는 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어찌 됐건 1달이라는 기간동안 쉐보레 스파크 LPG 수동에서 인피니티 G37S로 끊임없는 저울질 끝에 다시 한 번 카라이프를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 차에 대한 소개는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P.S : 제 자동차 구매에 직간접적으로 조언과 도움을 주신 많은 지인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