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국내 출시한 QM3 RE 시그니처는 기존에 판매됐던 QM3와 다르다.

그립 컨트롤 기능으로 노면 상태에 따라 최적화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얼핏 보면 고저차가 큰 우리나라 도로 구조에 어울리는 기능이다. 유럽서 판매되는 푸조 2008 스페셜 에디션도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그립 컨트롤 기능이 적용됐다. 과연 이 그립 컨트롤은 어떤 노면에서든 쓸만하다고 볼 수 있을까?

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 주말, 르노삼성의 QM3 RE 시그니처를 몰고 나왔다.

QM3 RE 시그니처의 그립 컨트롤은 르노 캡터의 익스텐디드 그립(Extended Grip)과 역할이 같다.

동작 모드는 로드와 소프트 그라운드, 익스퍼트 모드로 구성돼 있다. 로드 모드는 일반적인 도로 주행에서 사용되는 기본 설정 값이며, 소프트 그라운드는 눈이나 진흙, 모래 등 표면이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그립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준다. 익스퍼트 모드에선 안전 운전을 위한 전자 장치가 일부 개입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모드는 소프트 그라운드 모드다. 노면 상태에 따라 엔진 토크와 제동력을 자동으로 조절해 앞 바퀴의 구동력을 최대한으로 실어준다. 휠 스핀을 허용하는 셋팅이기 때문에 장착된 타이어에 따라 앞 바퀴가 헛돌 수 있다. 이 점은 운전자가 숙지해야 한다. 익스퍼트 모드는 운전자 스스로 엔진 토크와 가속력을 조절하는 전문가 모드다. 이 상태선 기본 값인 로드 모드보다 제동력이 좋다.

단, 주행 속도가 40 km/h가 넘으면 모두 기본 설정 값인 로드 모드로 전환된다. 30~40 km/h 이하로 저속 주행하는 구간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제한된 특수 기능이다.

▲ QM3 RE 시그니처 - 그립 컨트롤 주행 영상.

흙탕물이 흥건한 저수지 샛길로 QM3 RE 시그니처를 몰았다.

로드 모드(오토 모드로 표시)에서 10 km/h 내외로 저속 주행해 봤다. 가속 페달 압력을 고르게 유지藍지만, 나타나는 엔진 회전 수와 속도는 일정하지 않았다. 원치 않은 시점에서 엔진 브레이크가 개입돼 가속 페달을 붙였다 떼어줘야 했다.

소프트 그라운드 모드(논 그립 모드로 표시)로 바꾸면 가속 페달을 덜 밟아도 속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엔진 브레이크 개입이 줄어 진행하는 속도 그대로 스티어링 휠을 틀어주면 된다. 일반 모드보다 가속 페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운전하기 편해진다.

▲ 금호타이어의 솔루스 KH25 시리즈가 장착됐다. QM3의 순정 타이어와 같다.

▲ 미끄러운 야트막한 오르막에선 앞 바퀴만 헛돌았다.

QM3 RE 시그니처로 샛길을 지나 중턱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왔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차를 세웠던 곳에서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오르지 못했다. 소프트 그라운드 모드에서 허용되는 휠 스핀만 생겼다. 차를 뒤로 빼서 다시 시도藍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미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린 탓에 타이어의 접지력이 좋을 리 없었다. 빗물이 흥건한 진흙과 자갈 때문에 미끄러워 오르지 못했다. 경사도는 사진으로 보다시피 얼마되지 않는다. 경기도 성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오르막길보다는 야트막하다.

그립 컨트롤을 설명한 해외 내용에선 진흙과 모래, 눈밭을 비롯해 접지력을 잃기 쉬운 환경은 아예 전용 타이어를 쓰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 다루기도 했다. 일부 극한 환경에선 그립 컨트롤로 앞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QM3 RE 시그니처를 부러워할 내용이 있다면 상품성이다.

QM3 RE 시그니처는 내장재로 천연 가죽 시트가 들어간다. 마린 블루 색상으로 판매 중인 2015년형 QM3 RE도 천연 가죽 시트 커버를 제공하는 마당인데 말이다. 외장재로 추가된 프론트 및 리어 실버 스키드 플레이트, 다크 인테리어로 포인트를 준 것도 같은 QM3 운전자로선 부러운 구성이다.

외장 색상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할리 한센 스페셜 에디션처럼 바디 컬러를 플레임 레드로 사용했다면 조금 더 특별한 QM3가 나올 뻔했다. 소닉 레드는 사방이 훤한 날씨엔 다홍색, 햇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날씨엔 붉은색이 무척 진하다. 빛에 따라 색상이 오묘하게 바뀌는 그로시 타입이라 운전자에 취향에 따라선 만족할수도, 그렇지 못할수도 있다.

르노삼성의 QM3 RE 시그니처는 특별한 QM3다.

그립 컨트롤은 어느정도 울툴불퉁한 노면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할 수 있다. QM3만의 탄탄한 온로드 주행 성능에 제한적으로 오프로드를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천연 가죽 시트를 비롯한 상품성도 기존 QM3보다 더 좋다.

그렇지만 주행 속도 40 km/h를 넘기면 그립 컨트롤은 의미가 사라진다. 스노우 그라운드와 익스퍼트 모드는 30~40 km/h 안팎의 저속 주행에서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40 km/h 이후엔 기존 QM3와 똑같은 로드 모드로 바뀌어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험로가 많은 도로를 다니는 운전자라면 전자식 4륜 구동 SUV를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차로 출퇴근하는 평일엔 QM3의 우수한 연비, 주말엔 가끔 교외로 빠져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운전자라면 QM3 RE 시그니처를 택하는 것도 괜찮겠다. QM3 RE보다 나은 상품성, 특별한 스타일을 원했던 운전자라면 이 차를 알아보길 바란다. 국내 판매 중인 QM3 RE 시그니처의 가격은 2,57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