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북경, 상하이에 이어 심천이라는 도시를 자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심천은 광동성 남부 주장 동쪽에 위치한 도시로 광동성과 홍콩의 경계를 이루며 주룽 반도의 북부를 흐르는 선전강 연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심천의 면적은 1,953k㎡로 서울의 약 3배 정도의 크기이고 인구는 약 1,300만명입니다. 심천(深圳)이라는 도시명은 문자 그대로 강과 호수가 많아 지어진 이름입니다.
역사적으로 심천은 중국 내에서 비중 있는 도시로 언급된 적이 없으며 근대에 들어와서도 홍콩과 마카오 경계 도시로 출입하면서 주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거점 지역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심천이 중국내에서 영향력 있는 도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8월 26일, 덩샤오핑(鄧小平)의 개방 정책에 따라 중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특구(經濟特區)로 지정되면서 부터입니다.
심천이 중국 최초의 경제 특구로 지정된 것은 1997년 홍콩과 마카오를 영국으로부터 반환받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습니다. 이후 심천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의 장점과 화교의 자본,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시설 투자에 힘입어 중국 내에서 가장 근대적인 공업도시로 변모하였습니다. 심천은 지난 10년간 GDP 성장률이 9%를 상회, 2014년 기준 1인당 소득이 25,000달러를 넘어서 중국 본토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심천은 최근 10년간 저임금 저기술 공업 지역을 시외곽으로 밀어내고 하이테크 산업 단지를 집중 육성해 중국 최고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입니다. 전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DJI를 비롯해 중국의 삼성으로 불리고 있는 레노버, 스마트폰 업계의 떠오르는 다크호스인 화웨이, ZTE, 바이두, 텅쉰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IT 기업을 포함 800여개사의 제조 공장이 주둔해 있습니다.
심천 공항 역시 중국 타 공항, 관공서와 마찬가지로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제재합니다. 구공항의 경우 A동은 국내선, B동은 국제선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신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한 건물에 통합되어 있고 층으로만 구분을 해 놓았습니다. 아시아나, 대한항공 등 국내선은 하루에 한번씩만 운행을 합니다. 인천 공항 - 심천 국제 공항간 비행 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로 홍콩, 광저우와 비슷합니다.
1호선 끝은 심천 공항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역은 구공항이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구공항으로 이동하면 안됩니다. 구공항은 이용객 대비 규모가 상당히 작아서 항상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만, 2013년 11월 28일부로 대규모 신공항이 문을 열었고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신공항으로 이전을 한 상태입니다. 구공항에서 신공항간의 거리는 약 10km 정도입니다. 신공항은 아직 지하철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공항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호우루이역까지 이동한 다음 공항으로 가는 버스(약 15분 소요, 2위안)로 갈아타면 됩니다.
공항 내부에 중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혼다 주요 차량이 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모델명, 디자인 모두 우리가 흔히 보는 혼다차와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내에는 크로스오버, SUV가 유행인데, 혼다 역시 현지 상황에 맞게 휠베이스를 확장한 크로스오버와 중대형 SUV를 주력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넓은 도로 역시 중국 타지역과 대비가 되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심천은 출퇴근 시간과 중심가 일부를 제외하면 교통 체증이 거의 없어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좋습니다. 또 인도가 잘 구비되어 있어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도보로 이동할 수 있고(여전히 전기 자전거, 스쿠터 등이 인도로 질주를 하지만) 주변 환경도 청결하고 쾌적합니다.
또 폭우가 쏟아지면 곧바로 도로가 침수되는 상하이나 광저우와 달리 심천은 관계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비가 어지간히 와도 도로가 침수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홍콩, 광저우와 근접해 있어 전형적인 아열대성 몬순기후를 보이지만 주변 환경이 비교적 청결하고 인구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광저우, 홍콩 대비 좀 더 쾌적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신도시답게 심천의 지하철은 편리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심천 지하철은 1호선에서 5호선까지 운행됩니다. 1호선은 심천 공항(구공항)에서 홍콩 경계지역인 로후역까지 운행하는 노선으로 심천 지하철의 기본이 되는 노선입니다.
심천 지하철은 광저우, 북경과 마찬가지로 2위안부터 가장 먼거리의 경우 11위안의 요금을 받습니다. 지하철 이용 방식 역시 중국 타 지역과 같습니다. 자동 매표기를 이용해 표를 구입하는 구조인데, 기계에 따라 5위안 지폐와 동전을 사용하기도 하고 5위안, 10위안 지폐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심천에서 지하철을 쉽게 이용하려면 5위안 소액권을 다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하는 발권기는 영어 메뉴를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하철 패스 역시 타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플라스틱 동전 모양입니다. 출입구 센서에 대면 차단기가 열려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심천 지하철도 엑스레이 장치로 짐검사를 해야합니다. 내릴 때에는 동전 모양의 구멍에 패스를 넣으면 됩니다.
심천 지하철은 광저우나 북경과 달리 노선에 따라 이용자수 차이가 큽니다. 외곽지역의 경우 드문드문 승객이 보일 정도로 한산한 반면, 시민중심(市民中心, Civic Center), 전람중심(展览中心, Zhanlan Zhongxin) 등 중심가는 수많은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이 북적거리기도 합니다. 심천 지하철은 쾌적하고 깔끔하며 전동차 상태도 훌륭합니다. 배차 간격 역시 1분~2분 사이로 촘촘하며 역간 거리는 우리나라 지하철의 2배 정도입니다.
중국 지하철은 보통 11시 20분에서 40분 사이에 운행을 종료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종착역까지 운행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지하철이 운행하다가 종료 시간이 되면 해당 역에서 운행을 종료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충분한지 사전에 미리 계산을 해야 합니다.
지하철 운행이 종료되면 역사 밖으로 나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정식 면허 없이 승용차로 불법 운행을 하는 차들을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 택시와 달리 이들은 목적지까지 요금을 사전에 합의하는데, 일단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면 따라다니면서 집요하게 승차할 것을 강요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눈길을 주거나 차량 이용에 대한 문의를 하지 말고 정식 택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심천 지하철 1호선 끝 역은 로후역입니다. 이 역은 홍콩과 경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역입니다. 로후역에는 광저우 짠시루 시장과 비슷한 짝퉁시장 中国 深圳 罗湖商业域(luó hú shāngyèchéng)가 위치해 있어 더욱 유명합니다.
로후 짝퉁 시장은 큰 건물 전체가 이미테이션 제품을 취급하는 초대형 짝퉁 전문 시장입니다. 가방, 신발, 시계, 선글래스 등 다양한 모조 제품들이 판매되는 곳인데, 대부분의 물건이 광저우에서 유입되며 품질은 그리 좋은 수준이 못됩니다. 가격 역시 실제 거래되는 시가의 3배 정도를 부르기 때문에 밀고 당기는 흥정의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쓸만한 제품을 찾겠다는 생각보다는 중국 여행의 기념품 정도를 구입하겠다는 의도로 이용하기에는 나름 재미있는 곳입니다.
심천 택시는 토요타 코롤라, 폴크스바겐 파사트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간간히 EF 소나타, 기아 옵티마도 눈에 띄었습니다. 기본 요금은 10위안(약 1,800원)입니다. 구간별 요금은 우리나라 택시 대비 약 2/3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속도로를 지날 경우 택시 요금 외에 통행료가 부과됩니다. 통행료 역시 우리나라 대비 약 2/3 정도 수준입니다. 심야에는 기본 요금이 13위안으로 오르며 구간 요금도 약간 비싸집니다.
구형 모델들을 사용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생산된 택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철창(광저우)이나 아크릴 보호판(상하이)으로 둘러져 있었던 타지역 택시와 달리 운전석이 오픈 되어 있다는 점이 이채로웠습니다. 심천 역시 생활 영역에서는 영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택시를 이용할 때는 중국어로 적힌 목적지 숙소와 숙소 명함을 소지해야 합니다.
심천의 중심인 시민중심(市民中心)입니다. 심천인민정부청사(시청사)를 중심으로 주변에 광장, 공원, 업무용 빌딩이 분포되어 있는 행정, 업무의 중심부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시청사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시청사 옆으로는 심천역사박물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박물관 규모는 우리나라 시청 정도로 매우 큽니다. 이곳에 심천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연화산공원이 위치해 있습니다. 연화산공원은 1992년 착공해 1997년 개장했습니다. 전체 면적이 194 헥타르에 이르는 매우 큰 공원입니다.
독특하게 생긴 건물은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희래동주점입니다. 희래동은 영어로 Sheraton을 의미합니다. 시민 광장에서 보이는 건물 대부분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 건물들이며 우리나라 코엑스와 비슷한 전람중심(展览中心)도 이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 세계 마천루 베스트 10 가운데 중국에만 5개의 마천루가 세워져 있습니다. 중국 소주의 729미터 중남중심, 무한의 636미터 무한녹지중심, 상하이의 632미터 상해중심센터 그리고 심천의 660미터 평안국제금융센터입니다.
심천시 푸텐구에 건설 중인 국제금융센터(平安囯際金融中心)는 2010년 착공되었으며 115층 660미터 높이의 1동과 66층 320미터 높이의 2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안국제금융센터 외에도 심천에는 100층 441미터 높이의 징지 100 센터를 비롯해 많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곳곳에서 공사중인 고층 건물들로 연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세계지창 (Window of the World 世界之窓)은 심천 관광의 대표 코스중 하나입니다. 지하철 Window of the World 世界之窓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세계지창으로 바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1인당 중국돈으로 180위안(오후 5시 30분 이후 60위안)으로 대략 3만 8천원 정도입니다. 세계지창은 홍콩중국여행 그룹과 화교성그룹이 투자해 건설한 대형 문화 풍경구로 1994년 6월 18일 개관했습니다.
48만 평방미터의 넓은 대지 위에 아시아구, 대양주구, 유럽주구, 아프리카주, 아메리카주, 세계조각공원, 국제 보행 거리, 세계 광장 등 8개 구역으로 나눠 세계 명승지를 축소해 놓은 테마파크입니다. 약 130개의 관광 포인트와 민속 문화 활동, 대형 공연 등의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에펠탑 모양의 철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계절에 맞춰 할로윈 축제, 크리스마스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립니다.
세계지창 건너편에는 대형 쇼핑 센터가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역사 내에 다양한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등 수많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어 식사와 휴식을 즐기기 적합합니다. 여행 일정이 여유롭다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긴 하지만,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구태여 시간을 쪼개어 방문을 할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닙니다.
금수중화도 심천의 명소중 하나인데 금수중화는 중국의 명승고적과 자연풍광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82개의 중국 명승고적이 재현되어 있으며 중국내 다양한 민족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심천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심천의 물가를 알아보겠습니다. 시승자의 숙소 주변에 까르푸가 있어 상하이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필품 가격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산품 가격은 광저우, 북경과 비슷합니다. 세계 최고의 생산 공장을 보유한 중국답게 생필품 가격은 눈에 띄게 저렴한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코카콜라는 355ml 캔이 400원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좀 더 저렴했고 가죽으로 제작된 구두는 4-5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책값은 우리나라 대비 상당히 저렴했는데, 대부분의 서적들이 20위안(약 3,700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LCD TV는 중국 현지 브랜드 제품 기준 49인치 제품이 3,000위안 내외(약 55만원대), 55인치 제품이 5,000위안대(약 92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세탁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5kg~8kg 용량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저가형이 700위안(약 13만원), 고급형이 2,000위안(37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고 냉장고는 200리터 용량의 제품이 1,800위안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드론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는데, 주로 10만원 미만의 보급형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오랜지와 사과는 500g당 5위안(약 920원) 키위 역시 6위안(약 1,000원)으로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기타 다른 과일들의 가격도 우리나라 대비 20~30% 정도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계란은 15개 단위로 포장되어 있으며 15위안(2,700원)에서 20위안( 약 3,700원)사이의 가격 분포를 보였습니다. 우유 가격은 우리나라 대비 약 20% 정도 저렴했고 소시지를 비롯한 육가공품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10kg 포장의 쌀은 68위안(약 12,500원)에서 100위안(약 18,500원)으로 우리나라 대비 약간 저렴하지만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육가공품은 중국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500g 단위로 판매되었습니다. 생오리의 경우 500g당 15위안(약 2,700원)이고 생닭 역시 15위안(약 2,7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돼지 고기는 부위별로 500g당 18위안(약 3,300원)에서 35위안(약 6,400원)으로 광저우, 북경보다 약 15~20%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심천 역시 대형 마트에서 살아 있는 장어를 비롯해 개구리, 거북이 등 생소한 식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와 책상 다리 외에 요리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중국 사람들의 폭넓은 식생활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외에 의류는 국내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을 형성하고 있었고 음식의 경우 백화점, 대형 쇼핑몰의 경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대를, 간이 음식점의 경우 우리나라와 가격은 비슷했지만 음식의 질이나 양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아열대 몬순기후답게 과일을 갈아 만든 천연 주스의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30% 정도 저렴했습니다. 상점 사이로 한글 간판이 제법 많았는데, 김밥천국, 카페베네, 명동칼국수 등 익숙한 상호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중심성은 심천시 푸티엔(Futian, 福田)구에 있는 상업지구로써 심천 지하철 1, 4호선이 만나는 회전중심(Huizhanzhongxin, 會展中心)역과 이어집니다. 중심성은 심천 최대의 명품 상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국의 럭셔리 브랜드와 대형 식당이 입점해 있으며 곳곳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입점해 있는 상점이나 음식점의 가격대는 우리나라 대형 쇼핑몰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심천의 집값은 지난해 대비 57%까지 상승했는데, 심천의 부동산 가격은 중국 100개 도시 평균 가격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북경과 상해가 100개도시 평균보다 1.4배가량 높은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시내 중심가의 집값은 그야말로 중국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만큼 높은데, 아파트 경우 30평대 집 가격이 10억에 육박할 정도로 최근 부동산 거품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홍콩 기사에서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심천은 홍콩과 경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심천을 통해 홍콩으로 들어가거나 홍콩을 통해 심천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먼저 심천에서 홍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중국 국경과 홍콩 출입국을 통과해야 합니다. 심천에서 홍콩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심천 공항에서 공항 버스를 타고 홍콩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 터보젯(페리)으로 이동하는 방법, 셔틀을 이용하는 방법,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뉩니다.
심천에서 홍콩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로후역 외에도 황강, 푸티엔, 썬전, 써커우 5군데입니다. 전철을 이용할 경우 로후역, 버스, 벤을 이용할 경우 심천 터미널, 황강 터미널, 페리를 이용할 경우 써커우를 통해 홍콩으로 집입하게 됩니다.
홍콩에서 심천으로 비자 없이 들어갈 경우 5일짜리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160위안(약 30,000원)입니다. 5일비자는 심천 지역에만 있는 특수 비자이기 때문에 입국자 국적에 따라 비용이 다릅니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적자는 발행이 안되고 남미 국적자의 경우 500위안(약 43,000원) 이상을 받기도 합니다. 미국인도 지문 날인 문제로 5일 비자 발급이 안됩니다.(물론 미국인의 경우 복수 비자 발급 조건이 매우 좋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경우 비자 발급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시승자의 경우 1년 복수비자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추가 비용 없이 홍콩과 심천을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현지인의 경우 심천과 홍콩의 경계 지역에 위치한 1호선 로후역(羅湖)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도보로 홍콩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벤을 이용할 경우 홍콩 중심부 또는 공항까지 1인당 약 200위안(약 37,000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7인승 벤에 6명의 승객이 모일때까지 기다린 후 정원이 차면 벤을 타고 중국 국경과 홍콩 출입국을 통과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법입니다.
심천 중심부의 호텔에서 홍콩으로 들어갈 경우 로비에서 셔틀을 신청하면 200위안(약 36,000원)을 결제하고 셔틀표를 받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되면 호텔 벤이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을 진행해주는 벤을 탈 수 있는 심천 또는 황강 터미널까지 이동을 해주고 이후의 절차는 동일합니다. 승용차도 이용할 수 있는데 차량 종류에 따라 600위안(약 110,000원)에서 900위안(약 165,000원)을 내야 합니다.
벤을 탑승할 수 있는 터미널(공항 버스 터미널에 영업용 벤이 집결해 있습니다.)에 도착하면 간이 테이블에서 국경 통과시 제출해야 하는 출국/입국신고서를 작성한 후 벤에 올라 중국 국경과 홍콩 출입국을 차례로 통과하게 됩니다. 두 관문을 통과하는데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기사가 출국 신고서와 여권을 거둬 출입국 직원에게 건네면 한사람씩 여권과 탑승자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미그레이션 절차가 진행됩니다.
홍콩 출입국 역시 동일한 절차가 진행되며 입국 신고서와 여권을 제출, 탑승자와 대조후 이상이 없으면 통과하는 방식입니다. 벤을 이용해 심천 중심부(시민 중심, 회전 중심 부근)에서 홍콩 센트럴로 이동할 경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지하철로 홍콩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역시 심천과 홍콩의 접점인 로후역에서 하차한 다음 A3번 출구를 이용해 역 밖으로 나와 홍콩으로 진입하는 출입국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출구 방향을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방향이 홍콩으로 집입할 수 있는 출구여서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심천과 홍콩은 아주 짧은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도보로 1분이 채 걸리지 않을만큼 거리가 가깝습니다. 심천에서 홍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교복을 입고 홍콩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못지 않은 중국의 교육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중국 국경을 먼저 통과하기 위해 출국 신고서와 여권을 출국 심사국에 제출한 뒤 짐검사 이후 중국 국경을 통과하면 됩니다. 외국인보다는 내국인, 영주권자가 훨씬 많아 외국인의 이미그레이션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됩니다.
중국 국경을 통과하면서 해외 여행시 주의 사항을 고지하는 대사관 문자와 통화 요금을 고지하는 통신사 문자가 다시 쇄도합니다. '홍콩과 중국은 실질적으로 다른 나라'라는 말이 다시 한번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중국 국경을 통과하면 바로 홍콩 출입국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통로를 따라가면 홍콩 출입국 검사대가 바로 나오고 이곳에서 입국 신고서와 여권을 제출한 뒤 홍콩으로 진입하면 됩니다. 역시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의 수가 적어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심천에 숙소를 두고 홍콩을 자주 드나들 계획인 여행객들은 출국, 입국 신고서 여러장을 미리 작성해두면 이미그레이션 시간을 제법 단축할 수 있습니다.
심천이 제조업의 매카로 불리는 이유는 산업 디자인, 기구 설계, 전자회로 설계를 저렴하고 입맛에 맞게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백 개의 디자인 하우스가 있고, CNC, 진공 주조로 소량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주는 공장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2008년 설립된 심천 시드스튜디오의 경우 최소 10개부터 10,000개까지 중국내 공장 대비 10~20%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 시제품을 제작해 주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여의치 않은 스타트업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제조사에 열려있는 협력 환경은 하드웨어 개발의 본질적 목적인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가능케 해줍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도 확실합니다. 중국 정부는 하드웨어 관련 제조업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외국 기술력을 도입하기 위해 합자법인 설립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신생 기업 또는 개인들이 심천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으며 '창업자보다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다'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로 스타트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최고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잉단(硬蛋, IngDan)’ 역시 심천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국내 스타트업 열풍이 부는 이유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을 기조로 “창업은 모든 것의 기초”라 설파하는 리커창 총리와 중국 정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큰 리스크 없이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현재 중국은 스타트업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창업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풍부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심천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해물질 대기환경보전법, MAS 시험, 친환경, 안전 인증, 소음 진동 배출시설 기준 마력, 부가세 중간 예납 제도 등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합리성을 상실한 인증 제도는 종소기업을 비롯해 제조 관련 스타트업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증 기관의 난립으로 인증 부실화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8개 부터 19개 법정의무인증제도가 실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전자 제품에 적용되는 전파 인증도 KC 인증의 한 분야입니다. KC 인증 제도는 현재 가전기기, 의류, 완구, 자동차 등 295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KC 인증을 받은 제품은 공식적으로 20만개가 넘습니다.
기본적으로 전기와 주파수를 이용하는 제품은 KC 전파 인증을 필해야 하는데, 휴대폰을 비롯해 태블릿, 노트북 PC, 신용카드조회 단말기, 드론,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키보드, 이어폰 그리고 1만원에 불과한 블루투스 셀카봉까지 KC 인증을 받지 않고서는 국내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제되어 있습니다. 인증 비용은 인증 절차, 주파수 사용 범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스마트폰 수입 대행의 경우 인증 비용 3,300만원, 수수료 165,000원을 내야하며 생활용 무전기의 경우 600만원 이상의 인증 비용을 내야 합니다. TV, 모니터와 같은 생활 용품 역시 인증 비용이 150만원에 달합니다. 모든 인증은 해당 제품에만 유효하며 신모델이 출시될 경우 동일한 절차의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전파 인증을 필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민간 인증이 활성화돼 있는데, 산업별로 적합성 선언 및 자발인증제도가 보편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에서 인증을 강제하는 경우는 드물며 군용품, 육류, 의약품, 항공기 관련 부품, 인공호흡장치 등 특수 제품군에 한해서만 정부 차원에서 인증이 요구되고 나머지 전자 제품이나 생활 용품에 대해서는 민간 인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유럽 기술 표준화 전략의 일환으로 CE 마크를 통합해 사용하고 있고 독일(TUV), 프랑스(NF) 등도 자율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KC 인증처럼 정부가 강제하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전기용품안전법을 토대로 JIS 인증을 강제하고 있고 캐나다는 CSA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2002년 5월부터 CCC 인증을 정부에서 강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중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중 강제성 상품 인증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제품은 반드시 CCC 인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CCC 인증은 해당되는 상품 종류가 비용 면에서 우리나라 KC 인증 대비 단순하고 훨씬 저렴하며 인증에 소요되는 기간도 짧기 때문에 인증 문제가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을 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인증 제도는 '해외에서 엄격한 인증을 거친 제품'에까지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큰 고충이 따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무역투자 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여전히 규제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심이 되면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새로운 개념의 제품은 일단 시장에 출시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시장에서의 상황을 지켜본 후 사후에 인증 규격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윌, 기업의 신산업 투자와 관련한 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두 개선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새로운 제품에 대한 규제가 불분명한 경우 그 적용 여부를 30일 이내에 회신토록 의무화하는 방침을 발표한바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기술표준원 내에 범부처 인증 대표 창구를 개설해 기업들이 손쉽게 인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한다고 고시했습니다.
하지만 일선에서 체감하는 '규제 철폐'는 여전히 요원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올 4월 1일부터 새롭게 개정된 ‘전기용품 안전관리 운용요령’의 부칙 ‘별표 2 제10호’를 통해 내장 리튬이차전지 에너지밀도 400Wh/L 이하인 모든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도록 법을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는 리튬 전지 400Wh/L 이하 용량을 탑재한 제품에 대해서는 '배터리 안전'에 대한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었으나 새롭게 법령이 개정되면서부터 리튬 배터리를 내장한 대부분의 제품이 '전파 인증'에 더해 '배터리'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전파 인증과 별도로 국제 안전 시험에 합격한 소형 2차 배터리의 안전 인증을 재차 요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배터리 인증에 해당하는 품목은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이어폰, 전기면도기, 전동칫솔, 보청기 등 일상 용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으며 해당 제품을 수입하는 중소업체들은 전파, 전원 인증에 더해 배터리 CB 인증서 취득, 셀안전실험 등을 위해 품목당 수백만원의 추가 지출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배터리가 기판에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제작되기 때문에 배터리만 교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변경된 KC 인증 제도로 인해 많은 제품들이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과 함께 '네 마리의 용 국가'로 불리며 동아시아의 기적(The East Asian Miracle)이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4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소득불평등에 따른 빈부 격차, 노동문제 등으로 구매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일본형 저성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창업 열기로 뜨거운 시기입니다. 근본적 구조 개혁이나 규제 철폐를 선행하지 못한채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대규모 특구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공염불'이나 다름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혁신을 이루는 심천의 모습은 우리 정부가 제조업, 노동 시장, 서비스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개혁(핵심 규제를 철폐)을 서둘러야 함을 전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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