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나 아이폰처럼 익숙한 스마트폰 대신 낯선 제품, 특히 중국 스마트폰을 하나 고른다고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샤오미를 고르지 않을까?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갤럭시 반 값의 고성능 스마트폰'처럼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샤오미의 스마트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소식으로 듣던 것에 비해 국내에서 실제 샤오미의 제품을 접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샤오미의 미(mi)5는 샤오미의 얼굴이나 다름 없는 제품이다. 미 시리즈는 샤오미의 스마트폰 중 최상위 그룹, 그러니까 플래그십을 맡고 있다. 대개 스마트폰들이 고성능에 초점을 맞추면 1백만원을 넘나드는 가격대에 자리잡고, 가격을 내리면 프로세서나 디스플레이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산 스마트폰은 전자에, 중국 스마트폰은 후자에 더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그 경계를 허물고 나온 게 샤오미다. 샤오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갤럭시S4 반값에 등장한 미3를 즈음해서다. 재미삼아서 사 볼 만한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중국은 물론이고,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면서 성장했다.
미3는 ‘제법 쓸만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세계적으로 샤오미에 쏠리는 관심에 따라 미4에는 성능 뿐 아니라 디자인과 고급화에도 신경 썼다. 그리고 올해 미5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를 무대로 삼아 출시하면서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스마트폰 자리에 올랐다.
다섯번째 제품, 변화는 ‘고급화’
미5 역시 고성능과 고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요즘 스마트폰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알루미늄 재질의 케이스를 쓴다. 손에 쥐는 첫 느낌이 차갑다. 전체가 금속은 아니고 옆을 둘러싼 테두리만 알루미늄이고, 뒷판은 강화유리를 썼다. 그래서 앞으로 두었을 때는 꽤나 고급스러운데, 뒤집어 두면 한없이 깨끗한 뒷판이 상대적으로 밋밋해보일 수도 있다. 물론 케이스를 씌우면 해결되는 부분이긴 하다.
디자인은 갤럭시와 아이폰을 섞어놓은 것 같다. 특히 지문인식 센서를 겸하는 홈버튼과 뒷면 모서리의 곡면은 갤럭시S7을 떠올린다. 손에 쥐었을 때 느낌도 질감을 빼고는 비슷해서 모난 데 없이 손에 들어온다. 지문인식 속도는 빠른 편이고, 쓰는 동안 딱히 인식 문제 때문에 속을 썩이는 일은 없었다. 센서 때문인지 버튼 자체는 조금 튀어 나와 있어서 버튼 위치를 찾기 좋고 지문을 읽기 편리하다.
전반적으로 미5의 디자인은 아주 깔끔하고 단단하다. 그리고 가볍고 손에 착 붙는 느낌이다. 다소 묵직해야 고급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미5는 가벼우면서도 꽉 짜여진 느낌이 있어서 싸 보이지 않는다. 샤오미에 대한 평가들이 과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쯤 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분류하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적어도 단순한 ‘짝퉁폰’이라는 이미지의 과거 샤오미 제품 이미지는 씻어냈다고 봐도 좋다.
샤오미라고 하면 ‘대륙의 애플’같은 수식어가 주로 붙곤 한다. 샤오미의 제품이나 마케팅, 경영 등 많은 부분이 애플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미4의 경우에도 아이폰을 떠올리는 부분이 많았는데, 미5는 OS를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갤럭시S7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만하다. 프로세서도 일부 갤럭시S7에 쓰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20 칩을 쓰고 있고, 홈버튼과 뒷판의 곡면 디자인 등 많은 부분들이 갤럭시를 떠올린다.
눈에 띄는 스냅드래곤 820의 성능
화면 크기도 5.15인치로 사실상 5.2인치 갤럭시S7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2560x1440의 QHD 해상도 대신 1920x1080의 풀HD 해상도를 낸다. 해상도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지만 사실상 스마트폰에서는 풀HD와 QHD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고, 해상도는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의 발열과 배터리 이용 시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언뜻 봐서는 해상도 구분이 쉽지 않을 만큼 화질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는 강력하다. 미5는 모두 세 가지 제품으로 나뉘는데, 저장공간과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에 따라 제품이 갈린다. 테스트에 쓴 제품은 32GB 제품으로, 기준 클럭이 1.8GHz로 작동한다. 64GB 제품은 2.15GHz로 작동하고, 128GB 제품은 메모리도 3GB에서 4GB로 끌어올린다. 이름도 ‘미5프로’로 따로 부른다. 이 때문에 용량에 따라서 성능 차이도 있으니 구입하기 전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벤치마크 테스트가 전부를 말하지는 않지만 상위권에 들어가는 성능을 보여준다. 안투투(Antutu) 벤치마크 점수로 약 10~11만 점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현재 나와 있는 스마트폰 중에서 높은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2.15GHz 대 제품들은 14만 점을 넘나든다. 게임 성능도 좋다. 3D마크 모바일 점수는 2천 점 정도까지 나온다.
하지만 성능이 너무 높아서인지 벤치마크 결과가 그리 고르게 나오진 않았다. 테스트를 돌릴 때마다 많게는 10~20%까지 차이가 생겼다. 열에 따라서 성능이 조절되는 쓰로틀링(Throttling)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쓰로틀링이 걸린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웬만한 고성능 스마트폰보다 빠르지만 성능이 고르지 않다는 점은 신경이 쓰이긴 한다.
이는 사실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발열은 문제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쓰면서 3D 게임을 계속 돌리면 기기가 전체적으로 뜨거워진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를 쓴 몇몇 기기에서도 비슷하게 지적됐던 부분인데, 스냅드래곤 820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기본 성능 자체가 높기 때문에 미5를 두고 성능을 논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듯 하다. 또한 앞으로 안드로이드에서 3D 그래픽 성능을 높여줄 불칸(Vulkan)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 프로세서 자체가 불칸 API에 미리 대비해서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안드로이드M이 나오는 시점에서는 더 높은 게임 성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접근 쉬운 중국폰, 그리고 샤오미라는 이름값
미5는 MiUI라는 샤오미의 자체 안드로이드를 쓴다. 중국에서 만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안드로이드가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앱 서랍이 없다는 점이다. 미5의 안드로이드인 MiUI 역시 아이폰처럼 모든 앱이 바탕화면에 깔리고, 위젯과 앱 아이콘이 섞이는 구조다. 런처 방식은 개인 취향이 강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안드로이드와 다르기 때문에 적응이 쉽진 않다.
구글 나우 런처를 비롯해 별도 런처를 이용하는 편이 쓰기에 수월하다. 런처를 바꾼다고 해서 알림 막대의 모양이나 운영체제의 세부 사항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바탕화면과 앱 서랍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MiUI의 편의성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미5는 따로 평가를 내릴 필요가 별로 없을 만큼 잘 만든 스마트폰이다. 무엇보다 미5는 여전히 가격 자체가 공격적이다. 기본형인 32GB가 1999위안으로, 환율 그대로 접하면 우리 돈 36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64GB라고 해야 41만원이 조금 넘는다. 물론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배송비와 관세 등을 포함하면 50만원이 넘기 쉽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플래그십 제품들에 비해서 저렴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5가 ‘현재 구입해서 쓰기에 가장 좋은 스마트폰이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단 잘 만들었고, 튼튼하고, 성능 좋은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세대로 분류되는 갤럭시S7이나 G5에 비하면 아직까지 조금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은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성능이나 전반적인 경험은 비슷하기 때문에 막말로 미5를 사서 쓰다가, 이후에 나올 미6을 한 대 더 사더라도 갤럭시S7 하나 값 정도라는 점은 쉽게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기도 하다.
미5는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도 괜찮은 기기다.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A/S 등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스마트폰 치고는 이용자가 많고, 그에 따른 한글화와 시스템 최적화 등의 노하우가 많이 갖춰져 있다. 또한 중국 버전을 구입한 뒤 롬을 교체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한글과 구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hongdev@danawa.com)
글 / 테크니컬라이터 최호섭(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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