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무척이나 고민 많은 질문이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삶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식사하셨습니까?’라는 말은 단순히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음에서도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먹느냐, 어떤 것을 먹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도 식생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잘못된 식습관이 건강에 해가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살을 뺀다고 갑자기 식사량을 줄이거나, 반대로 배고프다고 폭식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해롭다. 밥을 먹으면서 물을 너무 자주 마셔도, 너무 적게 마셔도 몸에 좋지 않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허겁지겁 지나치게 밥을 빨리 먹는 것을 꼽는 의사들이 많다. 지나치게 빠른 식습관은 위 건강에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한국인들의 식사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3-4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로, 우리는 빨리 먹는다. 거의 밀어 넣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인 80%가 20분 안에 식사를 마친다고 한다. 엄청 빠른 속도다. 누군가는 전쟁 이후로 빠른 식습관이 생겨서, 산업화 과정에서 일할 시간이 부족해서라고도 말한다. 빨리 빨리 문화가 비단 식습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서둘러 먹는다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결국 위에 부담이 되고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위가 음식을 잘게 부수고 섞는데 걸리는 시간은 음식 종류마다 달라, 2시간에서 최대 6시간까지 걸린다. 위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는 입안에서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침, 보다 정확히는 침 속의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와 잘 섞이도록 해야 한다. 스님들의 식생활이 좋은 예다. 그런데 빨리 먹으면 먹을수록 이 과정이 대충 지나가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위가 지게 된다. 한국인이 위장관련 질환이 유독 많은 것은 단지 맵고 짠 음식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유 없는 식생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렇게 빨리 먹는 사람들에게 좀 천천히 먹으라고 좋은 식습관을 길러주는 포크가 나왔다. 사실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검색하면 제일 처음 선보일 정도로 잘 알려진 제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뉴스로만 접했을 뿐 실제 써본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포크가 우리 식생활 습관과는 그리 잘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좀 심하게 말하면 뚱뚱이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 비만인구 2,300만 명 1/3이 넘는 8백만 명이 미국과 그 언저리에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6%가 사는데 비만 인구의 33%라니 정말 엄청나다. 홍콩회사가 Hapifork라는 제품을 미국을 겨냥해 선보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숨어있다.
사양
전원 : 충전식 리튬 폴리머 배터리
크기 : 20cmes * 2.5cm * 1.7cm
무게 : 63.5g
값 : $68.07
구매처 : https://www.amazon.com
특별한 설명이 없다면, Hapifork는 전혀 사물인터넷제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좀 투박해 보이는 포크다. 제조사에서는 제법 여러 가지 컬러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색상을 고르면 그만이다. 특별히 어린이용이나 여성을 위한 작은 사이즈도 없다. 일반적인 포크보다는 좀 큰 편이다.
제품을 받으면 IT제품답게 우선 충전부터 해야 한다. 스마트폰 충전에 흔히 쓰는 마이크로 USB타입으로 충전한다. 충전을 하면서 제품을 살펴보면 흔히 포크라고 우리가 부르는 부분과 손잡이 부분으로 나뉜다. 두 부분은 분리되며 포크부분, 그러니까 음식을 찍고, 입에 넣는 부분은 말 그대로 그냥 포크다. 밥을 아니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이 부분만 세척하면 그만이고, 식기세척기에도 넣을 수 있다. 안전한 재질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충전하는 부분은 좀 복잡하다. 이 부분은 포크 안쪽으로 들어가며, 리튬폴리머배터리, 진동모터, 프로세서, LED 등이 달려있다. 포크 기능을 제외한 모든 핵심은 여기에 담겨 있는 셈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부분은 물에 닿으면 그 다음부터는 그냥 포크로만 써야한다. 값도 비싼데.
포크 끝부분에는 작은 버튼이 달려있다. 2초 정도 누르면 불이 들어오면서 한 번 진동한다. 이제 이 제품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LED가 반짝거리면서 식사해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참고로 LED로는 배터리 충전상태도 알 수 있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꺼진다. 물론 스마트제품답게 약 15분 정도 쓰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저절로 꺼진다. 참고로 보통의 식사습관이면 약 2주 정도 배터리를 쓸 수 있다. 하루 세끼를 기준으로 데이터 역시 2주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도 안에 담겨있지만, 그전에 미리 미리 데이터는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옮겨두면 좋다.
사물인터넷 제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스마트폰 어플은 물론 PC와 맥도 쓸 수 있다. 이때는 PC와 USB케이블로 연결해 데이터를 연동하면 되지만, 아무래도 스마트폰과 함께 쓰는 것이 훨씬 편하다.
앱도 설치하고 충전도 마쳤으면, 이제 식사할 시간이다. 되게 있어 보이고 복잡해 보이지만, Hapifork의 기능은 밥 먹는 속도, 보다 정확히는 포크질을 늦춰주는 것이 전부다. 제품에 달린 센서와 프로세서는 음식을 찍어서 입에 넣기까지의 속도를 계산한다. 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싶으면 우선 빨간 불이 들어온다. 1차 경고다. 다음 음식을 찍을 때 포크가 진동한다. 차 경고인 셈.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사를 천천히 하도록 유도한다. 음식을 자연스럽게 좀 더 오래 씹도록 코칭하는 셈이다. 대쉬보드 역시 단순한 알림으로 볼 것인지, 코칭을 택할 것인지롤 고를 수 있다. 코칭모드에서는 매일의 식사계획, 영양 섭취, 운동 노하우 등을 포함해서 15일짜리 코칭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Hapifork다 측정하는 데이터는 얼마나 오랫동안 음식을 먹는지, 분당 먹는 음식량, 포크로 먹는 빈도를 계산한다. 계산된 데이터는 미리 등록해 둔 사이트에 전송해서 이를 추적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한마디로 식사속도 조절도우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식사속도를 조절해서 천천히 오래 많이 씹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빨리 먹는 식습관을 줄인다는 원리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래서 뉴스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단점도 만만찮다. 포크가 어울리지 않는 우리네 식습관은 둘째치고라도, 먹는 음식의 종류나 기타 영양성분 분석은 전혀 없이 오로지 먹는 속도, 음식물을 씹는 속도만으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셀러드와 고기를 먹는 속도가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값도 제법 만만찮다. 본디 값이 우리 돈으로 거의 10만원이다. 물론 요즈음에는 값이 많이 내려 절반 정도면 살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식 먹는 속도만 잴 수 있는 포크 하나를 이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이 제품은 음식 먹는 속도라도 늦춰서 조금이나마 살 좀 빼보겠다는 이들을 위한 호사스러운 사치품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게다가 빨리 먹는다고 계속 진동이 울리면 포크전원을 눌러 꺼버리면 그냥 평범한 포크로 변신하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참고로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에서도 스마트 젓가락 개발에 한참이다. 주된 기능은 불량식품을 가려내는 것이다. 젓가락 끝의 센서로 산도, 온도, 염도, 기름함유량 등 4가지 데이터를 잴 수 있다. 음식 먹는 속도만 재는 포크보다는 훨씬 쓸모있어 보인다. 단, 언제 나올지 얼마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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