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최고의 화학자 가운데 한 명이라 불리는 독일의 에밀 피셔는 여러 천연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풍성한 화학의 세계를 열었다. 만약 그의 연구와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쓰고 있는 살충제, 염색약 그리고 다양한 당류는 없었거나 한참 늦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연구 백미는 화학을 넘어 요즈음 생물학이나 생화학 영역으로 불리는 효소(Enzyme)연구였다. 1894년에 관련분야에서는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물쇠와 열쇠 모형(lock and key model)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열쇠가 자신의 모양에 맞는 자물쇠만 열 수 있는 것처럼, 효소는 특정한 기질에서만 촉매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몇 년이 지나 노벨 화학상까지 받았다.
역사에는 if, 즉 만약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만약 피셔가 요즈음 살았다면, 뛰어난 시설과 기술 덕분에 훨씬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또 한 번 만약 스마트 자물쇠를 보았으면, 아마도 더 이상 자물쇠와 열쇠 모형을 말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자물쇠에는 반드시 열쇠가 필요하다는 상식을 완전히 깨버리는 제품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노키(Noke)라는 이름처럼, 노키 스마트 패드록(Noke Smart Padlock)은 열쇠가 필요 없는 스마트 자물쇠다. 간단한 생김새지만 스마트 자물쇠의 끝판왕이라 불릴만한 강력함과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블루투스 자물쇠이기도 하다.
사양
통신 : 블루투스 4.0
배터리 : 2032 동전 배터리 (일 년 이상 사용 가능)
걸 수 있는 직경 : 8mm
앱 : iOS 4이상 / 안드로이드 4.3이상
방수 : IP66
작동온도 : -23도씨에서 65도씨
크기 : 83.8 * 54.75 * 19.2mm / 319g
값 : $59
판매처 : 아마존
이미 살펴본 스마트자물쇠와 마찬가지로 Noke 역시 블루투스를 이용한 스마트자물쇠다. Padlock은 Padle Lock, 즉 일반 자물쇠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생김새는 매우 심플하고 극단적으로 단순한 생김새다. 크기는 한 손을 잡을 정도로인데, 직접 고리에 넣어 잠그거나, 체인을 이용해서 잠그는 쓰임새 모두에 적당한,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기본적으로 스틸재질로 튼튼하고 묵직하다. 아무리 스마트기능이 있어도 자물쇠는 튼실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아무런 외부버튼이 없이, 열 때는 자물쇠 윗부분, 그러니까 고리나 와이어에 실제로 닿는 위쪽 튀어나온 은색 부분을 살짝 한 번 눌러주면 부드럽게 열린다. 찰칵.
제품에는 LED가 달려있어 배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작동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열고 닫을 때 파란색 LED가 깜빡인다. 물론 본격적인 스마트제품답게 앱이 없으면 무용지물. 따라서 먼저 앱부터 설치하고 모든 설정을 한다. 배터리는 기본으로 들어있고, 약 1년 이상 제법 긴 수명이라고 하니, 그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스마트 자물쇠로 보인다.
그렇다면 스마트 자물쇠의 장점은 무엇일까? 열쇠로 여는 자물쇠는 안심이기는 하지만, 항상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하고,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 비밀번호를 이용한 자물쇠는 그런 염려는 없지만, 항상 비밀번호가 노출될 위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 자물쇠는 바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 그래서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앱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제품을 페어링해주면 기본적인 작업은 모두 할 수 있다. 앱은 상당히 정교하고 꼭 필요한 기능은 모두 담았다. 이렇게 연결된 스마트폰이 이제부터는 이 제품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열쇠 이름을 바꾸거나, 사진을 미리 정해놓을 수도 있고, 정확한 위치도 표시된다. 처음 설정할 때 이메일로 확인을 하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도 갖추고 있다.
스마트 자물쇠가 염려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방전될 때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강제로 감져있는 제품도 있고, 일단 배터리를 교체한 다음 처음부터 설정을 하는 제품도 있다. 블루투스 연결 기능만 있는 일부 저가형 제품은 이럴 때 그냥 열리기도 한다.
Noke는 만약 배터리가 방전될 때의 대비도 철저하다. 자물쇠 잠금 쪽에 미리 암호설정을 해둔다. 마치 모스 부호를 넣듯 길고 짧게 또독 또독 똑 똑 똑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를 탭코드라고 부르는데, 미리 8자리를 등록해 두면,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때 이 탭 코드를 눌러주면 기계적으로 배터리가 없어도 자물쇠가 열린다. 그 다음 새로 배터리를 바꿔주면 된다.
이 탭 코드의 또 다른 쓰임새는 배터리가 없을 때는 물론, 블루투스 자물쇠를 여는 열쇠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아도 스마트자물쇠 기능을 그대로 써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퀵 클릭 기능은 참으로 스마트하다. 도저히 예전 자물쇠는 따라하지 못하는 기능이다.
일단 여기까지 아주 스마트하다. 하지만 진짜 스마트한 기능은 따로 있다. Noke는 문이나 창고 등에도 쓸 수 있겠지만 자주 열고 닫고, 풀렀다 묶었다 하는 곳에 어울린다. 바로 자전거가 좋은 예다. 자전거는 문이나 다른 어떤 곳보다 훨씬 자주 열고 닫기에, 그리고 훔쳐가고 잃어버리는 일도 많다. 당연히 자물쇠, 열쇠에 대한 불편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제조사 역시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별매품으로 자전거 전용 케이블과 자전거에 묶어두는 행거도 파는데 아쉽게도 품절이라 구하질 못해 다른 철제 와이이로 대체했다. 결국 하는 일은 같아 문제가 없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친구가 잠깐 빌려 탈 때도 있다. 이때 자신의 스마트폰이 없어도 주인이 권한을 부여해주면 친구도 자물쇠를 열 수 있다. 잠시 권한을 공유하는 것이다. 내가 허락한 사람에게만 자물쇠를 열 수 있게 하고, 어느 시간이 지나면 그 권한을 없앨 수도 있다.
Noke를 쓰기 좋은 또 다른 곳은 바로 사물함이다. 사물함에 책이나 공책을 깜박 두고 왔을 때, 친구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한다면 굳이 다시 사물함으로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잠시 열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일반 자물쇠라면 미리 열쇠를 줘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열고 닫은 기록이 모두 남으니, 사무실처럼 여러 사람이 쓰는 곳에서 누가 먼저 문을 열었고, 누가 제일 늦게 놔왔는지도 알 수 있다. 자물쇠에 필요한 스마트한 기능은 모두 다 담아두었다고 봐도 좋다. 심지어 계속 권한을 줄 것인지, 아니면 이번 한 번만 줄 것인지 등을 자세히 정해둘 수도 있다.
외부에서 쓸 것을 염두에 두고 방수기능도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정도면 스마트 자물쇠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제품이다. 평소에 열쇠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거나 자주 잃어버리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화학자 피셔는 노벨상을 받았지만, 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든 이들은 노벨 자물쇠상이 있으면 당당히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c)IoT와 친해지는 방법. IoT다나와 (http://www.iot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