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사실상 중국에서 철수한 다음, 중국의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기기에 최적화한 OS를 가지고 영업을 시작했다. 물론 그래봤자 구글 안드로이드를 개조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구글의 중국철수와 자체 OS로 가장 큰 이익을 거둔 회사는 누가 뭐래도 샤오미다. 샤오미가 그토록 자랑하고, 샤오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MIUI도 따지고 보면 안드로이드의 별종이다.
이런 이유로 구글과 샤오미가 손을 잡고 미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셋탑박스를 선보였다는 뉴스는 상당히 쇼킹했다. 샤오미로서는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첫 번째 제품이 스마트폰이나 IoT제품이 아닌 셋탑박스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구글 역시 예전에 넥서스 플레이어라는 셋탑박스를 만들었고, 스트리밍 기기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엄연히 크롬캐스트라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의외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적의 적은 친구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샤오미 미 박스3을 알아보자.
사양
프로세서 : ARM 홀딩스 코어텍스 A53 2.0GHz 쿼드코어
GPU : ARM 홀딩스 말리 450 750MHz
램 : 2GB DDR3
ROM : 8GB
OS : 구글 안드로이드TV 6.0
보안 : Widevine L1 + PlayReady 3.0
통신 : 와이파이 802.11a/b/g/n/ac, 듀얼밴드 와이파이 (2.4GHz / 5GHz), 블루투스 4.0
출력해상도 : 최대 4K 60FPS
인코딩 : H.265 4K 2K @60
비디오포맷 : RM, RMVB, FLV, MOV, AVI, MKV, TS, M2TS, MP4, 3GP, MPEG
사운드 : 돌비 디지털 플러스, DTS 2.0 + 디지털출력, 최대 7.1패스
포트 : HDMI 2.0a (HDCP 2.2), SPDIF, 3.5mm 오디오, USB 2.0, 전원 포트
크기 / 무게 : 101*101*19.5mm / 176.5g
전원 : 외부 어댑터
리모트 : 블루투스 보이스 리모트 컨트롤
값 : $99.99 (미국버전) $66.47 (중국어버전)
파는 곳 : 아마존
2016년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이 제품은 몇 차례 출시 연기를 거쳐 정식으로 미국시장에 선을 보였다. 그리고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미국 TV시장, 보다 정확히는 TV를 보는 방법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안테나로 TV를 보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케이블TV나 IPTV를 이용해 TV를 본다. 이 경우 셋탑박스를 보통 회사에서 가져와서 설치하며 한 달에 얼마하는 식의 요금에 따라 볼 수 있는 채널이 달라진다. 특별한 채널이나 영화 등은 따로 요금을 내서 보곤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워낙 땅덩이가 커서인지, 지역마다 서비스 제공자가 다 다르다. 그리고 유료채널이 우리에 비해서 훨씬 발달해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에 비해, 셋탑박스 등을 써서 스트리밍이나 동영상을 즐기는 것이 훨씬 발달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TV를 내놓았고 크롬캐스트를 선보였으며, 아마존이 파이어TV를, 애플이 애플TV를, 그리고 수많은 스트리밍업체나 컨텐츠제공회사들이 TV에 연결해 무엇인가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를 선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땅덩이가 큰 중국도 비슷하다. 단, 중국시장은 미국처럼 컨텐츠에 엄격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묘하게 닮았고, 묘하게 다른 구글과 샤오미의 만남은 이렇게 서로 비슷한 시장에서 싸워온 경험과 애플TV, 아마존 파이어TV 등 공통의 적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무튼 야무진 박스 안에 담긴 미박스3는 무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받았다는 미박스3의 기존 버전과 같다. 항상 샤오미하면 접미사처럼 붙는 것이 베꼈다는 말인데, 샤오미가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셋탑박스가 아주 독특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일 필요는 없지만, 어딘지 한 번 본 듯한 디자인인 것은 꼭 샤오미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하드웨어만 보면 단순한 셋탑박스라고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고사양이다. 이는 이 제품이 4K UHD급 영상을 처리하는 제품인 까닭이다. Full HD급에 비해 4K UHD는 적어도 4배의 연산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 제품은 TV를 보는 것은 물론,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어지간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비슷하다. 기본으로 들어있는 리모컨으로 마치 닌텐도 위처럼 게임을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버전의 경우 중국 최대 TV채널인 GiTV와 협력해. 약 15만개가 넘는 컨텐츠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중국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구글과 협력을 통해 구글캐스트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최신 안드로이드 TV 6.0 버전으로 구글의 다양한 컨텐츠나 영상도 즐길 수 있다. 박스에 화려하게 다양한 컨텐츠 제작사 로고를 당당하게 새길 수 있는 이유다. 즉, 샤오미로서는 그렇게나 그들을 괴롭혔던 라이선스에서 구글로부터 당당히 면죄부를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두 회사의 협력은 단순히 미박스에서 그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TV 셋탑박스들은 리모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앱으로 모든 것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물론 스마트기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는 리모컨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TV로 뭔가를 조작하고 보는 데는 여전히 리모컨이 편하다.
샤오미는 쩨쩨하지 굴지 않고 리모컨을 기본으로 담았다. 심지어 리모컨은 얼마 전 살펴본 아마존 파이어 TV스틱처럼 마이크도 달려있다. 아마존의 그것이야 알렉사를 부르는 쓰임새가 있지만, 미박스3의 리모컨은 순수한 음성인식이다. 아무리 뭘 외쳐도 인공지능이 답해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음성인식까지 달아두었다는 것은 놀랍다.
심지어 구글과 손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간도 크게 살짝 외도를 했다. 다름 아닌 애플 에어플레이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안드로이드는 물론 아이폰과도 연동해 써먹을 수 있다. 깍쟁이 같은 애플TV의 경우 반드시 애플컨텐츠, 애플기기와만 연동되는 것을 생각하면 대인배도 이런 대인배가 없다. 미국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게다가 샤오미 특유의 가성비는 여전하다. 아마존 등에서 파는 값은 100달러가 넘지 않는다. 다른 4K 하드웨어에 비해서는 상당히 싼 편이다.
물론 구글은 유투브 4K HDR영상은 이 제품에서는 아직 볼 수 없는 등 몇 가지 제약을 걸었다. 이제 막 선보인 구글 크롬캐스트 울트라와 직접 경쟁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제품을 샀다고 미국 소비자들처럼 쓰기에는 적잖은 제약이 있다. 사용 환경이 다른 까닭이다. 게다가 중국버전의 경우 한국어는 고사하고 영어로 설정도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근본적으로 TV를 보는 환경이 미국이나 중국과 크게 다른 우리 실정에서는 과연 얼마나 쓸모 있는 기기가 될지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 컨텐츠에 관심 있는 이들의 장난감이 될 확률이 높다.
다행히 샤오미 4K TV와 미박스가 국내에 정식 출시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미박스는 정식 인증을 거쳐 우리 시장에 맞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결국 미박스3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셋탑박스 시장이 하드웨어 경쟁이 아니라 컨텐츠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제 중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와 경쟁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고 있다. 아직도 샤오미하면 저질 카피 중국산의 대명사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만 떠올렸다면 이제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제품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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