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7 스피커 부문 인사말 - 리뷰어 김편
2017년 스피커 시장은 마치 만화경을 보는 듯했다. 우선 한켠에서는 YG어쿠스틱스, 윌슨오디오, 매지코 등 ‘미국 빅3’ 하이엔드 스피커 제작사들의 초하이엔드 신예기들이 줄을 이었다. 하나같이 대형기에 넘사벽 가격대를 자랑했다. 또 한켠에서는 유럽 명문가들의 개성을 듬뿍 담은 스피커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시됐거나 국내에 본격 소개됐다. 소너스 파베르, 보자티브, PMC, 마르텐, 그리폰, 엘락, 레가 등이 바로 그들이다.
2017 하이파이클럽 어워즈 스피커 부문은 필자를 비롯해 하이파이클럽과 여러 오디오 전문지에서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학씨와 코난씨가 각자 2017년에 리뷰한 제품 중에서 3~5기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분의 추천기종을 미리 살펴보니 전체적인 윤곽은 필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사 고유의 테크놀로지를 마치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파헤친 ‘초하이엔드파’와, 브랜드를 대표하는 독자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고집스레 확장해오고 있는 ‘개성파’,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절묘하게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중도파’로 3분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하이엔드파’ 중에서는 YG어쿠스틱스의 4타워 대형기인 ‘Sonja XV’가 2명(이종학 코난)의 추천을 받아 가장 눈길을 끌었고, ‘개성파’ 중에서는 역시 2명(이종학 김편)의 추천을 받은 풀레인지 백로드혼 설계의 독일 보자티프 제품들이 단연 돋보였다. 이종학씨가 꼽은 포칼의 ‘Sopra No.3’, 코난씨가 꼽은 PMC의 ‘BB5SE’, 필자가 꼽은 마르텐의 ‘Duke2’는 ‘중도파’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총 13기종이 2017 하이파이클럽 어워드 ‘올해의 스피커’로 선정됐다.
*리뷰 게재 가나다순(김편 - 이종학 - 코난)
Sonus Faber Lilium Speaker : 김편
아름다운 스피커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원한다면 소너스 파베르는 언제나 1순위다. 2016년 하이파이클럽 선정 올해의 스피커에서 ‘Il Cremonese’를 선택한 데 이어 2017년에도 소너스 파베르의 ‘Lilium’이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레드 혹은 월넛 목재를 쪽매로 이어붙이고 그 위를 두터운 투명 래커로 마감한 대목은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고급가구를 연상케한다. 그리고 마치 무심한 듯 툭툭 덧댄 가죽이나 알루미늄, 강화유리 등은 보면 볼수록 스피커에 시각적 산뜻함과 리듬감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에만 치중한 게 아니라 제진대책과 리니어한 재생음 설계에 만전을 기한 첨단 음향공학의 결정체라는 사실이 더 감동적이다. 트위터 1개, 미드레인지 1개, 우퍼 3개, 서브우퍼 1개, 패시브 래디에이터 1개가 장착된 3.5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어에서, 서브우퍼는 상단에, 패시브 래디에이터는 하단에 단 복잡한 구조의 106kg짜리 육중한 스피커에서 그토록 자연스럽고 우아한 소리가 흘러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Lilium’이 들려준 아름다운 소리는 결국 제진과 리니어리티 확보를 위해 투입된 튠드 매스 댐퍼, 제로 비브레이션 트랜스미션, 스텔스 리플렉스 시스템 같은 소너스 파베르 기술력의 총아다. 역시 소너스 파베르 서열 3위의 스피커답다.
Marten Duke 2 Speaker : 김편
구매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필자는 단언컨대 마르텐의 스탠드마운트형 스피커 ‘Duke2’를 고를 것이다. 2017년 5월 뮌헨오디오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피커가 마르텐의 대형기 ‘Coltrane Tenor2’였는데, 공교롭게도 뮌헨행 비행기에 올라타기 직전 하이파이클럽에서 시청한 스피커가 바로 ‘Duke2’였다. 아큐톤 유닛의 섬세하고 투명한 사운드가 누긋하고 편안하게 들려온 것은 두 기종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Duke2’의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며칠 잠을 못이뤘다. 식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소유욕’이 꿈틀거렸기 때문이었다.
‘Duke2’는 마르텐의 기라성 같은 스피커 라인업 중에서 유일한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형. 독일 아큐톤사의 1인치 세라믹 트위터와 7인치 세라믹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로 구성된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로, 재생주파수 대역은 북쉘프 스피커로는 이례적으로 38Hz~40kHz에 달한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여느 2웨이 스피커보다 상당히 높은 3kHz에서 이뤄지고, 네트워크 차수는 ‘-12dB’라는 비교적 가파른 감쇄특성을 보이는 2차 오더를 선택했다. 감도는 88dB, 공칭임피던스는 4옴. 지금도 ‘Duke2’가 들려준 그 웰메이드 북쉘프 스피커 특유의 선명하고 쫄깃한 이미징이 너무나 그립다.
J&A Acoustics Aero700 Speaker : 김편
2017년에 또 깊은 인상을 남긴 아큐톤 유닛 스피커는 대한민국 신생 제작사인 J&A어쿠스틱스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Aero700’이었다. 세계 최초로 청동(bronze)으로 둥근 알 모양의 인클로저를 제작, 화제를 모은 2웨이 모델 ‘Aero500’에 이어 10인치짜리 스캔스픽 우퍼를 별도 하단 인클로저 안쪽 측면에 장착한 3웨이 모델이었다. 그리고 6.5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알 모양 청동 인클로저에, 1인치 세라믹 트위터가 그 위의 챔버에 수납됐다. 전작과는 달리 미드레인지 유닛이 완전 밀폐형 인클로저에 담겼다. 30Hz~30kHz, 감도 88dB, 임피던스 6~8옴.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저음을 기분좋게 터뜨려줬고, 로시니의 눈물 변주곡에서는 하늘거리며 피어오르는 여린 음들의 쾌감이 좋았다. 아큐톤 유닛의 깨끗한 음들이 밀폐형 청동 인클로저를 만나니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했다. 한톨의 노이즈도 없이 음들이 그냥 술술 터져나왔다. 여기에 꼭 필요할 때 세게 한방식 터뜨려주는 10인치 서브우퍼의 대견함. 이 스피커로 들은 안네 소피 폰 오터의 ‘Baby Plays Around’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토로라 미국 본사 기술부사장 출신 제작자의 하이엔드 스피커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Voxativ Zeth Speaker : 김편
오디오파일의 숨겨진 로망 중 하나는 바로 ‘풀레인지 백로드혼’일 것이다. 어차피 음질열화가 불가피한 크로스오버 없이 유닛 하나로만 자연 그대로의 사운드를 철저하게 음미하고픈 것이다. 여기에 백로드혼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구수하면서도 풍성한 저역의 매력은 차라리 비현실적이다.
독일 보자티프의 ‘Zeth’는 8인치 풀레인지 유닛을 위쪽에 달고 백로드혼 포트를 바닥면에 낸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재생주파수 대역은 40Hz~20kHz에 그치지만 감도는 97dB를 자랑한다. 그런데 중저역용 콘 위에 고역용 보조 콘(휘저)이 붙어있는 유닛의 모습이 로더(Lowther)를 빼닮았다. 더욱이 휘저 안에는 로더 유닛과 마찬가지로 고역의 원활한 방사를 위한 원뿔 모양의 페이즈 플러그가 붙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자티프 설립자가 로더 애호가였고 로더 유닛 그 이상의 사운드를 얻기 위해 2005년 보자티프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쉬지않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Zeth’의 소리는 너무나 맑고 투명하고 깨끗하며 생생했다. 지금까지 필자가 들어온 거의 모든 스피커의 소리를 보기 좋게 배반하고 뒤집어엎는, 일체 잡맛이 없는 그런 사운드였다. 마이크도 없고, 앰프도 없고, 심지어 스피커도 없이 오로지 육성과 실연으로 듣는 듯한 그 고졸한 사운드. 필자는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이 ‘Zeth’에서 보았다.
YG Acoustics SONJA XV Speaker : 이종학
매년 1월이 오면 가슴이 설렌다. 무엇보다 라스 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의 유혹 때문이다. 처음 갔을 때엔, 베네시안 호텔의 타워도 모자라서 샌즈 전시장을 이용했고, 일부 객실도 부스로 전환해서 전시했다. 그 수많은 부스를 다니는 와중에, 일종의 별책 부록이라 할 수 있는 T.H.E. 쇼까지 둘러보면 팔 다리 어깨 모두 저릴 지경이 된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꾸준히 탐방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CES가 시시해졌다. 이제는 오디오가 아닌, 첨단 인공지능이니 드론이니 스마트 폰의 세상이 되었다. 방문객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도무지 베네시안 타워로 건너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2017년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 일종의 페어웰 투어로 다시 CES를 찾았다.
예상대로, 부스 여러 군데가 비었고, 중간중간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관련 업체가 비집고 들어왔다. 정말 김이 샜다. 샌즈는 이미 타 업종으로 가득찼고, 마지막 타워 지역도 조금씩 방어망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한 부스에 도착한 순간, 적잖이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무엇보다 그 음에 반해서 몇 번이고 가서 들었다. 실은 이 부스에 참전한 모든 메이커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 따라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소파에 몸을 파묻고, 그래도 이 추운 겨울에 여기를 찾은 보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로지 이곳에 오기 위해 그토록 장시간 비행을 하고, 숱한 부스를 돌아다닌 듯했다. 그 부스의 주인공이 바로 소냐 XV다.
이미 많은 리뷰와 인터뷰 기사가 나가서 새삼 따로 소개할 일은 없을 것같다. 개인적으로 YG가 갖고 있는 듀얼 코히어런트의 장점이 무시무시하게 발휘되어 있다고 본다. 대역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심지어 별도의 우퍼 타워까지 갖췄지만, 여기서 재생되는 음은 평탄한 주파수 특성과 정확한 위상을 자랑한다. 뭐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또 발군의 하이 스피드는 실연을 방불케 한다. 또 넓고 깊은 무대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듯하다.
사실 이 제품을 듣고 있으면, 마치 NBA 농구를 실제 관람했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게 된다. 몇 년 전, 스테이플 센터에서 직접 참관할 일이 있었는데, 보는 내내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저런 거구의 플레이어들이 공중 부양하듯 빠르게 질주하고 또 허공에 점프를 할까? 심지어 골을 누가 넣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다. XV는 분명 대형기임에도 작은 소형 스피커 못지 않은 포커싱과 스피드를 자랑한다. 들을 때마다 경탄하고, 확실히 세대가 바뀌었구나 절감하게 된다. 크다고 느리다? 천만의 말씀. 올해엔 XV의 기술력을 이양한 2 시리즈가 차곡차곡 런칭된다고 하니, 그 또한 기대가 된다.
VOXATIV HAGEN Speaker : 이종학
가끔 스피커에 대한 리뷰를 쓸 때, 아이디얼한 형태는 풀레인지다, 라는 표현을 쓴다. 실제로 단 하나의 유닛에서 전대역을 커버한다는 발상은 이상에 가깝다. 무릉도원이나 가야 들을 수 있는 스피커라 해도 좋다. 현실에 오면 어쩔 수 없이 대역이 좁고, 장르를 타는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10여 년전에 런칭된 보자티브라는 회사는 매우 유니크하다. 창업자이자 설계자인 홀거 아들러씨로 말하면, 1960년대, 본인이 10살 무렵이 될 때부터 스피커를 자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올해로 약 50여 년의 내력을 갖고 있다. 심지어 벤츠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15년이 기간 동안 받은 돈으로 오로지 스피커를 연구하고 또 회사 창업 자금을 위해 모았다고 한다. 그 사이 영국의 로더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밀하게 연구했다. 독일인이 뭐 하나에 몰두하면 어떤 결과를 내는지는 여기서 새삼 언급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대단한 집념이다.
그 결과, 보자티브는 이제 미국의 마켓에서도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스테레오파일의 추천작 리스트에 올라가고, 수많은 리뷰는 호평 일색이다. 오로지 풀레인지 드라이버만 만들어서 그럴까?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대역이 넓고, 반응이 빠르며, 현대적인 해상력과 다이내믹스도 갖추고 있다. 결코 케케묵은 스타일이 아니다. 빈티지적인 느낌도 아예 없다. 이를 위해 드라이버부터 인클로저까지 모든 부분을 손봤는데, 특히 스탤스라 이름붙인 기술이 흥미롭다. 내부의 정재파를 덕트로 빼지 않고 열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도료를 개발한 것이다. 거기에 쉬머 피아노에서 직접 처리하는 래커 마감은 눈이 부실 정도다.
만일 300B나 2A3와 같은 3극관의 투명함을 좋아하고, 그러면서 현대적인 스펙을 갖춘 음을 듣고자 한다면, 현재로서는 보자티브밖에 대안이 없다. 특히, 설치가 용이하고, 가격대도 적절한 하겐을 적극 추천하겠다. 베일을 몇 겹 벗긴 듯한 투명도와 해상도는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FOCAL SOPRA N.3 : 이종학
요즘 포칼의 기세가 무섭다. 해외 오디오 쇼에 나가보면 항상 좋은 자리에서, 넉넉하게 공간을 장악하고, 최상의 일렉트로닉스를 붙여서 시연한다. 당연히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수많은 관람객들이 포진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마켓의 반응도 뜨겁고, 저널 또한 찬사일색이다. 포칼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브랜드는 아니다. 역사도 오래되었고, 드라이버 메이커로서의 명성도 높았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야 정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느낌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실은 본 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그간 구축해온 수많은 기술들이 만개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단순히 음질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주거 공간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아울러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많은 리뷰가 기술적인 부분에 할애되고 있는데, 이에 못지 않게 디자인적인 요소도 다뤄줘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본 기는, 최상급 유토피아의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절묘하게 조정한 것이 큰 매력으로 보인다. 또 기능과 형태가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일단 3개의 챔버로 나누되, 트위터부는 뒷부분에 금속 그릴을 삽입하면서 용적의 한계를 넘어섰다거나, 패러데이 링을 붙인 마그넷 시스템의 도입 등, 요소요소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있다. 거기에 약간 전위적인, 어떤 면에서 뮤지엄의 오브제로 보이는 외관은 매끈하면서 신선하다.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모마(MoMA)에 전시되어도 손색이 없는 만듦새다.
단, 본 기를 들이면 거실이건 룸이건 주변 인테리어를 새로 바꿔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다 버리고, 깨끗한 원색 톤으로 소파와 탁자를 맞춰줘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내나 여친의 몫이므로, 그들의 손이 바쁘도록 놔둬라. 우리는 음악에 취하기만 하면 된다.
TAD MICRO EVOLUTION ONE : 이종학
해마다 5월에 열리는 뮌헨 하이엔드 쇼에 가면, 꼭 들리는 부스가 하나 있다. 바로 TAD다. 나는 이 브랜드를, 적어도 한국에서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만듦새, 음, 디자인, 가격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만, 그 한편으로는 별로 이윤이 남지 않는 수입 구조에 일본제라는 오명이 더해져서, 여간해서 소비자들의 손을 타지 않는 것이다.
그간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앰프나 소스기 소개를 하면서 TAD의 제품을 사용했고, 그 때마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꼭 사고 싶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판매 실적이 부진한 것을 보면,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뮌헨으로 시선을 돌리면, 정말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차 있다. 무엇보다 음이 좋다. 매우 자연스럽고, 풍부한 음악성을 자랑한다. 또 처음에는 대형기를 만든 다음 계속 다운 그레이드(?)해서, 어느새 본 기에 이르렀다. 정말 이래도 사지 않을 것이냐, 라는 느낌도 있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주거 환경을 생각하면, 이만한 스피커가 또 있을까 싶다. 그야말로 니어필드 리스닝에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사실 외관을 보면, 영한사전 크기라고나 할까? 높이는 41Cm에 넓이는 25Cm에 불과하다. 그런데 무게는 20Kg이나 한다. 자세히 보면, 상단에 있는 드라이버가 동축형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16Cm 구경의 우퍼가 붙는다. 그 결과 36Hz~60KHz에 달하는 와이드 레인지를 얻고 있다. 이 사이즈에 36Hz까지 내려가는 저역이라니!
실제로 뮌헨 쇼의 부스가 상당히 큰 데다가 50여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몰려들었지만, 이 제품은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이, 멋진 음을 들려줬다. 공간 구석구석을 풍성하게 음으로 채우고 있었다.
따라서 객석의 반응도 긍정적이 되었다. 그래, 이 정도면 우리 집에서 사용할 수 있어, 모두가 자신감을 가진 표정이다. 나 또한 주저없이 좁은 방에서 악전고투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하이엔드의 퀄리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공간적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좋은 선택이라 확신한다. 한편 본 기를 통해 TAD의 진가가 조금씩, 그러나 확고하게 우리애호가들에게 알려지길 희망한다.
DYNAUDIO SPECIAL FORTY : 이종학
다인오디오 하면, 이미 하이파이뿐 아니라, 스튜디오, 카,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이즈나 매출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스피커 업체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대 메이커에서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 겨우 북셀프라니, 어디 말이 되는가? 아니, 면도 서지 않는다.
하지만 음을 들어보면, 금세 생각이 달라진다. 쉽게 말해, 그간 쌓아온 동사의 내공을 듬뿍 담아서, 일종의 쇼 케이스로 만든 것이다. 특정 아티스트의 베스트 앨범이라 해도 좋다. 비틀즈로 치면, <예스터데이> <렛 잇 비> <헤이 쥬드> 등이 몽땅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우선 주목할 것이 새로운 드라이버의 투입. 트위터는 본 기를 위해 에소타 포티라고 새로 개발한 것을 넣었다. 구경도 늘리고, DRS라는 특수 물질로 코팅까지 했다. 덕분에 다인오디오만의 진하면서 개방적인 맛이 물씬 살아나고 있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17Cm 구경의 미드베이스는 동사만의 특허인 MSP 물질로 제조. 빠르고, 단단하며, 밀도가 높다.
이래서 고작 36Cm의 높이에 8Kg이라는 무게를 가진 북셀프로는 이례적으로 41Hz~23KHz 사이를 넉넉하게 재생한다. 1차 오더로 마무리된 네트워크를 통해, 거의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럽고, 활달한 음이 나온다. 특히, 저역의 단단함은 동사가 지향하는 다이내믹스 재현의 표본과도 같다. 일견 평범해보이지만 실은 무척이나 비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셈이다.
사실 다인오디오는 전설적인 북셀프 타입을 많이 발표했다. 처음에는 드라이버 메이커로 알려졌지만, 차츰 스피커 회사로 각인되는 데에는 이런 걸작 북셀프들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그게 바탕이 되어 차츰 대형기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의 창립 40주년을, 자신들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생각해서, 이렇게 멋진 북셀프로 이정표를 세웠다고 생각한다. 특히, 매칭되는 앰프를 별로 가리지 않고, 소출력이라도 넉넉히 구동이 되므로, 니어필드 리스닝이란 개념으로 치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부속된 스탠드도 함께 구입하는 편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라 본다.
Magico M3 : 코난
캘리포니아 헤이워드에 위치한 매지코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최근 접해본 몇 개 모델에서 충격적인 사운드를 경험했다. 일체의 공진을 제거하고 나노그래핀 등 최첨단 소재를 사용하며 특주 유닛을 통해 어떤 하이엔드 메이커도 도달하지 못했던 사운드를 직조해내고 있다. 그 중 M3 는 2014년부터 매지코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M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좀 더 진화된 설계와 소재, 제조 공법을 모두 쏟아 부은 제품이다.
우선 기존에 알루미늄 위주의 인클로저에서 벗어나 카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클로저 사이즈를 줄이면서 내/외부 회절, 공진 등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더불어 유선형의 아름다운 조형적 아름다움은 차가운 이미지에서 좀 더 친근한 이미지도 다가온다. 유닛은 독보적인 다이아몬드 코팅 베릴륨 트위터를 사용해 현존 최강의 광대역 주파수 특성을 갖는다. 더불어 미드레인지와 우퍼엔 꿈의 소재로 알려진 나노그래핀을 최초 도입해 기존 스피커 유닛으로서는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의 중, 저역 퍼포먼스를 구현했다.
몇 달 전 내한한 매지코 부사장 피터 메케이와 인터뷰에서 나는 최정상 스피커 메이커의 자신감과 긍지를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A시리즈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정식 리뷰는 매지코 S3MKII로 진행했고 굉장한 퍼포먼스에 놀랐다. 하지만 M 시리즈로 올라서면 S시리즈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또 다른 반열에 올라선 사운드스펙트럼이 기다리고 있다. 매지코 M3 현대 물리학과 음향기술이 오디오파일의 이상과 만나 이룩한, 실로 놀라운 매직이다.
YG Acoustic Sonja XV Speaker : 코난
가을이 깊어가던 올해 9월초 YG 어쿠스틱스 Sonja XV 가 드디어 국내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GLV 메인 시청룸에서 모습을 드러낸 Sonja XV 는 온라인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압도했다. 매지코와 함께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의 정상에 선 YG 어쿠스틱스. 그 중에서도 플래그십 Sonja XV 는 가정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정교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가장 극단적인 설계를 밀어부친 Sonja XV 는 우선 초저역 베이스 모듈을 완전히 분리했다. 따라서 한 쪽 채널당 두 대의 거함이 소리를 재생한다. 더불어 기존 모델에서 유닛도 일제히 업그레이드되어 한층 더 완벽을 기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앨블럼을 연상시키는 부품을 통한 트위터 업그레이드 및 토로에어 기술을 사용한 크로스토크 설계, 튜얼 코히어런트 기술로 완성한 완벽에 가까운 주파수/위상 특성 등 모든 것이 극단적 설계사상 아래 완성되었다. 당시 MSB Select II DAC 및 비올라 Bravo II 파워앰프와 함께 Sonja XV로 시연한 사운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명장면이었다.
Wilson Audio Alexx Speaker : 코난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했을 때 카운터 펀치를 맞는 법이다. 윌슨 오디오 Alexx 가 올해 나에게 그런 펀치를 멋지게 선사했고 즐겁게 맞아주었다. 데이브 윌슨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거장 중 거장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레시피와 메뉴는 조금 식상해졌다. 그러나 심기일전해 만들어낸 Alexx 는 과거 와트퍼피 5 또는 알렉산드리아의 충격을 재현했다. 데이브 윌슨의 규범과도 같은 시간축 정렬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고 우레와 같은 저역 펀치력은 청음 순간순간 뇌리에 정전을 일으켰다.
표면적으로 Alexx 는 기존 Maxx3를 대체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저 체스처에 지나지 않았다. Alexx 는 Maxx3 의 단순한 대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내부 설계 그리고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Alexx 는 윌슨 오디오 역사상 또 하나의 새로운 DNA를 잉태했다. Alexx 는 저역을 두 개의 서로 다른 사이즈 유닛으로 분할해 거대한 스케일에 슬램한 저역을 구사한다. 더불어 중고역은 MTM 기법을 활용, 트위터를 중심으로 역시 두 개의 서로 다른 미드레인지를 대칭으로 위치시켰다.
이 외에도 최상위 WAMM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XLF 등 윌슨의 최상위 기종들에서 소재는 물론 독보적인 기술을 총망라했다. 비구면 그룹 딜레이, 크로스-로드 플로우 등 플래그십 기종에서 수혈 받은 기술과 데이브 윌슨의 결벽증적 튜닝 기술은 Alexx에서 윌슨의 2막 1장을 힘차게 열어젖히고 있다.
Vivid Audio G3 S2 Speaker : 코난
비비드오디오가 하이엔드 스피커 분야에 몰고온 변화와 혁신의 물결은 거셌다. 붉고 푸른 또는 새야한 색상부터 포니테일 머리 모습을 한 헤드부분은 마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멋진 자연 풍광의 원초적인 느낌을 닮았다. 밀림을 헤치듯 남아프리카로 들어간 비비드오디오의 엔지니어는 로렌스 디키다. B&W 의 노틸러스, 바로 그 앵무조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비비드오디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그들이 다시 등장한 것은 유닛을 모두 업그레이드한 이후였다. 새롭게 탄생한 G1은 Spirit 모델로 G2와 G3 등은 S2 로 진화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세포를 증식하고 더 많은 정보 처리와 행동 규범을 익혀나가듯 개선 버전들의 성능은 수직상승했다. 특히 G3 S2 는 그 중에서도 국내 일반 가정에서 가장 운용이 쉬우면서도 비비드오디오의 독보적인 설계 기법을 응축하고 있다. 언뜻 작아 보이는 G3 S2지만 무려 4웨이 5유닛 시스템으로 각 주파수 대역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회절을 극도로 줄인 인클로저 하단 양쪽에 초저역 우퍼를 탑재하고 있는 모습.
테이퍼드 튜브 형태로 유닛 후방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감쇄시킨 디자인은 로렌스 디키며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인클로저는 마치 갤러리에 전시된 조각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올 한해 컨스텔레이션 및 벨칸토 앰프와 매칭해 시연했고 나의 저서 [고음질 가이드북] 출간기념 행사에서도 매력만점의 사운드를 제공했던 비비드오디오. 아름다운 외관만큼이나 하이엔드 사운드의 역사를 몇 발자국 더 진보시킨 그들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작이다. 비비드오디오만의 독특한 문법과 수사로 완성한 에스닉 스타일의 매력은 신선하다 못해 치명적이다.
PMC BB5SE Speaker : 코난
영국 오디오 메이커들은 미국의 그것과는 다른 역사적 서사 안에서 발전해왔다. 수많은 모니터 스피커를 필요로 하는 BBC 방송국의 모니터 스피커부터 탄노이, B&W 등의 스피커들은 그들 스스로 정통임을 부르짖는다. 영국만의 규범적이고 합리적이며 실리를 우선시하는 스피커들 중 PMC 는 비교적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튜디오와 홈오디오 양 쪽을 아우르는 모니터 스피커의 대표주자로서 자리매김했다.
BBC에 납품하기 위해 PMC의 에이드리언 로더가 처음으로 제작했던 스피커 BB5는 이제 우리 앞에 BB5SE 로 소개되었다. 그들만의 규범은 오서독스하면서도 진보적이다. 약 4미터에 이르는 트랜스미션라인을 통해 저역 품질의 기준을 세웠으며 래디얼 우퍼는 낮은 온도에게 굉장히 효율적인 작동을 선보였다. 17Hz 라는 초저역에서 25kHz 까지 광대역을 구사하지만 능률이 높아 제동 자체는 어렵지 않은 대형 모니터.
1950년대 에드가 M. 발처의 AR이 있었다면 1970년대 들어서는 BBC 모니터 하베스, 로저스 등이 있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시작된 모니터 스피커에선 B&W 등과 함께 PMC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 최고봉에 BB5SE가 있다. 최신 고해상도 음원을 가장 정확히 구현해줄 모니터 스피커를 거론할 때 BB5SE를 빼놓고 생각할 순 없다. BB5SE는 21세기 스튜디오 모니터의 새로운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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