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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음료, 칼피스의 모든 것

2018.11.06. 10: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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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즘. 그는 음료에 있어서는 스윗가이지만 영화에 있어서는 박평식보다 짜다”

특히 일본 영화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일본 영화를 보고 만족했다면, 그것은 영화 속에서 라무네나 칼피스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을 때다. 오늘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가 그렇다. 집 냉장고에 칼피스를 얼려서 샤베트로 긁어먹는 장면에 반해버렸다.

영화를 보고 나자 칼피스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급히 일본에 파견된 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칼피스… 칼피스 사와요” 친절한 그는 칼피스를 사다 주었다. 그것도 종류별로. “맙소사 내가 칼피스 사달랬지 칼피스들을 죄다 사오랬니?”


이쯤 되면 아득해진다
대체 칼피스가 뭐길래?

(칼피스의 상징인 하얀 바탕에 파란 땡땡이는 은하수라고!)

칼피스(カルピス)는 1919년 미시마 카이운(三島海雲)이라는 사업가가 만든 일본 최초의 유산균 음료다. 몽골에 방문했을 때 마셔본 산유(주로 젖산균으로 우유를 발효한 음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한 음료다. 칼피스는 원액 형태로 제공되었기 때문에 상할일이 없었고,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양이 많아 인기가 많았다.

일본이 기억하는 칼피스의 맛은 ‘첫사랑의 맛’이다. 1922년 칼피스의 광고 카피로 달콤함도 새콤함도 아닌 ‘첫사랑의 맛’이라는 생뚱 한 문구를 걸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게 참 잘 먹혀들었다는 것. 첫사랑의 맛이라고 하면 뭔가 아름답고, 애틋하고, 순수할 것 같은 느낌이란 것은 첫사랑이 못해본 사람도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칼피스
그 첫사랑이 너무 많은 걸

(칼피스 원액을 바리에이션했는데도 이렇게 많다)

하지만 첫사랑… 아니 칼피스가 한자리에 너무 많이 왔다는 것이 문제다. 칼피스의 오리지널 버전인 ‘칼피스 원액’만 가져왔는데도 한가득이라니. 여기에 칼피스 워터, 칼피스 소다까지 왔다면 냉장고 입주 음료가 모두 칼피스였을 것이다. 요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칼피스 버터와 칼피스 모찌도 발견했지만 마실 것이 아니어서 사 오지 않았다”라고. 잘했다. 그렇게 수고비와 재료비 2만원이 떠나갔다.

칼피스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종류가 나온 것일까? 그것은 오리지널 칼피스가 ‘물에 타서 마셔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하지만 칼피스는 물에 희석한 순간 단말마의 유통기한이 되어버렸다. 이를 보완한 것이 70년대에 나온 ‘칼피스 소다’ 그리고 90년대 ‘칼피스 워터’다.


너무 많다 칼피스
일단 마셔보자

(우유라면 혼났겠지만 칼피스이기에 가능)

잡설이 길었다. 드디어 대망의 칼피스를 마셔볼 시간이다. 일단 오리지널 칼피스 원액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원액의 양도 제법 많아 보이는데 물에 희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칼피스는 물과 1:4 내지는 1:5 정도의 비율로 희석해서 마신다. 나의 경우는 칼피스를 진하게 느끼고 싶어서(빨리 다 마셔야 해) 1:4의 비율로 만들었다.

칼피스 원액 덕분에 투명한 물이 새콤한 향기가 나는 음료가 되었다. 평소 귀차니즘으로 얼음컵에 아메리카노도 타서 마시지 않는 나이건만. 이 광경만은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다. 아니 봐야만 한다. 나는 칼피스 만수르이기 때문에.

(하지만 나의 냉장고에는 칼피스 말고도 암바사, 밀키스도 있는 걸)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사랑의 맛을 느껴볼 시간이다.(아마) 너무 오래되어서 잊혔을 맛을 다시 되돌려 주는 건가. 칼피스를 마셨다. 음. 요구르트. 쿨피스. 밀키스가 떠오른다. 사실 이 녀석들은 내 첫사랑과도 같은 음료였지. 그렇다. 음료덕후 마시즘의 첫사랑은 역시 음료였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칼피스 사와는 왜 안 사 왔어?

우리의 요원은 한 가지 실수를 했다. 무릇 칼피스와 관련된 음료를 사 오려고 했다면, 최근에 나온 알코올 버전의 칼피스. ‘칼피스 사와’를 사와야 했던 것이다. 분명 내가 ‘칼피스 사와’라고 똑똑히 말했건만(그 의미가 아니잖아). 칼피스만 사 왔을 뿐. 사와를 사 오지 않았다.

역시 원하는 음료를 마시려면 직접 일본에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옆자리 동료가 알려줬다. 칼피스 그거 삐에로 쇼핑에 판다고(네?). 칼피스 사와인가 뭔가도 삐에로 쇼핑에 있다고(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인에게 2만원의 칼피스를 주문했던 것일까?

그렇다. 분량 실패다. 어서 이 글을 마치고 삐에로 쇼핑을 향해 떠나야겠다. 첫사랑 칼피스는 마셨으니. 나의 끝사랑 칼피스 사와를 찾아서.

일본의 국민음료, 칼피스의 모든 것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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