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2.5,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사 마스크, KF80, KF94, 헤파필터… 예전에는 낯설던 이런 단어들이 이제는 일상의 단어가 되어 가고 있다. 맑고 푸른 하늘은 이제 사진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되고 있고, 유독 날이 맑거나 해외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SNS에는 푸른 하늘 사진이 도배하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삼한사온'이라는 말 대신, 사흘은 춥고 아닌 날은 미세먼지가 있다는 '삼한사미'라는 말이 유행이고, 하루가 멀다고 미세먼지 경감대책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그렇다고 중국만 탓하기에는 우리의 잘못도 결코 적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같은 것이 없는 까닭에 더욱더 답답한 것이 현실이다.
공기 질이 좋지 않은 날은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를 쓰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실내라고 특별히 안전한 것도 아니다. 실내 공기 질을 책임진다는 공기청정기는 예전에는 봄철 황사에나 잠깐 쓰던 계절가전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365일 항상 틀어놓는 생활가전으로 성격이 바뀐 지 오래다. 시장이 커지면서 공기청정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기업은 물론, 삼성이나 LG 같은 가전회사가 이 시장에 뛰어든 지 오래다. 샤오미 같은 스마트기업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공기청정기를 선보인다. 공기청정기라는 것이 원리가 비교적 간단한 덕분이다.
토종 스타트업인 '브런트(Brunt)'는 이미 스마트 소켓 등을 선보인 회사로 이번에는 과감하게 공기청정기를 내놓았다.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기능은 기본, 심플한 멋이 느껴지는 깔끔한 디자인과 무엇보다 작은 크기로 나만을 위한 제품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제품이다.
사양
제품명 : 에어젯S
필터 : 프리필터 / HEPA H13 필터 / 탈취 필터
필터 사용주기 : 1일 24시간 사용 시 6개월. 최장 1년.
청정능력 : 99.95% 이상 미세먼지 제거 (PM2.5 / PM10 등)
정화면적 : 18.2제곱미터
제어 : 수동 / 자동
먼지 측정 센서 : 최소 0.3 마이크로미터 입자식별 (레이저 방식)
온도 측정 센서 : 최대 허용오차 +- 0.5℃
습도 측정 센서 : 최대 허용오차 +- 5.0%
IoT 스마트기능 : 있음
실외 대기 / 날씨 정보 제공 : 있음
정격전압 : DC 12V, 2A
소비전력 : 최대 8W
통신방식 : WiFi (802.11 bgn)
크기 : 180mm X 185mm X 180mm
작고 예쁘게…
보통 공기청정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작은 박스처럼 생긴 투박하고 하얀 플라스틱 덩어리에 위쪽에는 팬이 돌아가는 그런 생김새다. 샤오미를 비롯한 대부분 회사에서 선보이는 제품들도 그렇게 생겼다. 공기를 거르는 필터와 강제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다. 그러다 보니 보통 바닥에 두는 생김새며 생각보다는 자리를 제법 차지하는 편이다.
브런트 에어젯S는 그런 점에서 바닥보다는 책상 위나 식탁 위에 올려두고 쓰기에 딱 알맞은 생김새다. 굳이 제품을 정의한다면 미니 공기청정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다는 것은 이 제품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필터의 크기와 팬의 크기가 자동차의 배기량이나 CPU 클럭처럼 성능을 결정적으로 가름하는 공기청정기 특성상, 이 제품을 가정용 공기청정기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제조사가 밝힌 정화면적을 평수로 환산하면 약 5~6평 정도니, 원룸이나 작은 사무실에 두고 쓰기에 딱 알맞은 크기와 성능이라 하겠다. 혹은 집에서 거실에 공기청정기 하나를 두고, 방에 두는 쓰임새 정도로는 알맞다. 혼자 사는 이들이 늘고, 개인용 가전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은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이다.
에어젯S는 얼핏 봐서는 공기청정기라기보다는 예쁜 화분을 떠올리게도 한다. 브런트가 선보인 다른 제품들도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 제품 역시 그런 흐름이 이어진다. 설명 없이 이 제품이 뭔가하고 물어보면 블루투스 스피커라고 대답하는 이들도 적잖았을 정도다. 차량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지금껏 만나본 공기청정기 가운데서는 매우 작은 편에 속한다.
작은 크기를 최대한 살린 디자인 요소도 가득하다. 보통의 공기청정기에서는, 아니 가전제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가죽끈이 있다. 이 가죽끈은 디자인적으로는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제품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쓰기 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냉정하게 생각하면 공기청정기를 얼마나 옮겨가며 쓰는가 하는 점은 좀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또 하나 디자인에서 재미있는 것은 비스듬하게 뉘어서 쓸 수 있는 거치대다. 검정 플라스틱으로 그리 특이할 것이 없는 디자인인데, 여기에 제품을 뉘어주면 묘한 각도로 눕게 된다. 참고로 아래쪽의 환기구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를 통과해서 위쪽으로 정화된 공기를 뿜어내는 구조이므로, 뉘어서 쓸 경우에는 앞쪽으로 깨끗한 공기가 나오는 구조다. 물론 굳이 뉘어둔다고 해서 성능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공기 방향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작고 강하게…
앞서 설명한 대로 공기청정기는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다. 성능의 핵심은 필터와 팬이다. 위쪽의 작은 검정 커버를 떼어내면 팬을 꺼낼 수 있다. 구조가 매우 간단하고, 자석으로 되어 있어 조립은 무척이나 쉽다. 참고로 필터는 공기와 닿으면 그때부터 수명이 줄어든다. 그래서 따로 비닐 포장이 되어있다. 처음 에어젯S를 쓸 때는 커버를 분리해서 필터의 비닐 포장을 벗겨내야 작동한다. 처음 제품을 사면 꼭 필터의 비닐 포장부터 벗겨내자.
필터 역시 상당히 작은데, 보기는 간단해도 나름의 기술이 모여있다. 일단 좋은 공기청정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3중 필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장 바깥에는 프리 필터로 큰 먼지를 걸러내고, 가장 안쪽에는 탈취 필터로 냄새를 잡는다. 필터의 핵심은 중간에 자리 잡은 HEPA H13 필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미세먼지 99.95% 이상을 제거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이런 HEPA H13 필터는 고성능 공기청정기에 쓰이는 필터다. 필터 교체는 너무 쉬워서 5-10초 정도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자석을 써서 마치 에어팟이 케이스에 들어가듯 쉽고 편하게 필터를 장착할 수 있다.
에어젯S는 제조사 설명으로는 24시간 사용 시 약 6개월 정도 필터를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던 지난 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약 일주일 정도를 써본 결과는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그런지 제조사가 말한 수명보다는 좀 더 빨리 필터를 갈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필터 수명 등은 나중에 설명할 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성능의 핵심인 팬은 제조사가 솜씨를 부린 7중 날개가 들어있다. 덕분에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위쪽의 버튼으로 1단, 2단, 3단, 그리고 가장 센 터보까지 단계를 나눠서 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오토 모드에 두고 쓰면 공기 질에 따라서 알아서 팬 속도를 맞춰주니 쓰기에 편하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 꼭 생각해야 하는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음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라고 하더라도 소음이 심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이는 거의 전적으로 얼마나 팬에 많은 투자를 했느냐와 팬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의 두 가지의 문제다. 필터라는 것이 사실상 표준처럼 정해져서 다른 제조사의 것을 쓰기 쉽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제조사가 가장 많은 정성을 기울인 부분 가운데 하나가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에어젯S는 일반적인 쓰임새에서는 상당히 조용하다. 다만 3단과 터보 모드에서는 소음이 제법 있는데 터보 모드에서는 제법 심하다는 점은 알아두면 좋겠다. 리뷰를 진행한 기간이 워낙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런지 거의 터보 모드로 작동하다 보니 예상보다는 제법 소음이 있었다.
작지만 똑똑하게…
에어젯은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아날로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에어젯A'와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더한 '에어젯S'로 나뉜다. 리뷰로 살펴본 모델은 '에어젯S'다. 디자인을 비롯해 대부분 기능은 거의 같지만 '에어젯S'에는 센서와 와이파이 기능을 더해 모든 기능을 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기 전에 아래쪽에 보면 작은 LED가 두 개 있는데 Outdoor라고 되어 있는 곳은 실외의 대기 상태를, Indoor는 실내 공기 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요즘은 IoT기기가 워낙 흔해 별로 신기하지 않지만, 공기청정기는 좀 쓰임새가 많은 편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 다음, 집안의 공유기와 연결해주면 설치는 끝이다. 와이파이로 연결된다는 것은 이 제품을 외부에서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블루투스의 경우 근처에서만 제어할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IoT라고 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대부분의 IoT 제품이 그렇듯 이 제품 역시 5G는 지원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2.4G로만 연결해야 한다. 공유기나 와이파이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헷갈리는 부분이다.
앱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이 제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아우른다. 간단하게 제품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공기 상태, 습도, 온도 등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외부 공기 질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좋다. 필터의 남은 수명을 알아 교체 시기를 가늠할 수도 있다. 아마도 가장 쓰임새가 많지 싶은 기능은 스케쥴링 기능이다. 이를 이용하면 정해진 시간에 켜지고 꺼지는 것을 정해둘 수 있어 편하다.
스마트한 기기답게 요즈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해 쓸 수도 있다. 제조사 설명으로는 다양한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해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19년 1월 기준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네이버 클로바다. 한 번 연결해두면 그다음부터는 말로 쉽게 부려먹을 수 있다.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
지금도 좋지만 조금 더 발전했으면 하는 것은 먼저 앱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도 매우 간결하고 쓰기 좋은 앱이지만, 기왕이면 외부 공기 질이 나쁘면 알아서 켜지고 꺼지는 기능을 더하면 좋을 것이다. 일부 IoT 공기청정기에서 이미 볼 수 있는 기능으로,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서 알아서 켜지고 꺼지는 식이다. 이 제품이 가정용이라기보다는 혼자 사는 이들 같은 이른바 개인용 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이런 기능은 필요하다.
전기가 필요한 제품이라 외부 전원이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데 뭔가 살짝 불안한 듯한 디자인이다. 이는 내부 기판과도 연계된 문제라서 쉽게 고칠 수는 없겠지만 다음 버전에서는 위치 변경이나 어댑터 변경을 한 번은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아래쪽에 끼울 수 있는 구조라면 더 안정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공기청정기는 투박하고 비교적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제품이었다. 브런트 에어젯S는 이런 시장이 아니라 원룸, 작은 방, 소형 사무실, 소형 오피스텔 등을 겨냥한 제품이다. 워낙 작아서 그 성능을 의심했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정화능력은 나름 괜찮았다. 작은 방이나 사무실 정도는 넉넉하게 책임지고 깨끗하게 공기를 걸러준다. 여기에 간결한 디자인과 버전에 따라 IoT 기능을 더했다. 그러면서도 공기청정기가 갖춰야 할 기본에 충실하다. 너무 큰 공기청정기에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 권하기에 충분한 제품이다.
<제공: iot 다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