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4 E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3.0리터 V6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의 전동화를 선도하면서 라인업 확대를 추구한 것이 포인트다. 포르쉐 파나메라4 E 하이브리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포르쉐의 세분화와 전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카이엔과 마칸이 SUV 스포츠카로서 브랜드 볼륨 모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란투리스모라고 칭하는 4도어 쿠페형 모델 파나메라도 스포츠투리스모라는 슈팅 브레이크 타입의 모델을 추가했다. 파나메라에는1세대 모델에서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을 추가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파나메라4는 물론이고 파나메라 터보S에도 PHEV 버전을 추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 해 등장할 배터리 전기 SUV 인 타이칸은 세분화와 전동화 전략을 동시에 수행한다. 더 많은 포르쉐 사용자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스포츠카 브랜드답게 0-100km/h 가속성능 3.5초로 가공할 성능을 자랑한다. 첫 해 생산 목표를 2만대, 연간 판매 목표는 4만대다. 타이칸에는 유도 충전방식, 즉 비 접촉 무선 충전 시스템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의 전동화 전략은 양산 브랜드들보다 빠르다. 우선은 카이엔에 이어 오늘 시승하는 파나메라의 PHEV 버전의 판매가 예상 외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파나메라 가운데 2017년 6월 출시된 파나메라 E하이브리드가 전체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70%, 오스트리아는 80% 이상, 벨기에에서는 90%, 노르웨이는 90%, 핀란드는 85%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미션 E 크로스투리스모’도 생산이 결정됐다. 타이칸을 베이스로 CUV(Cross-Utility Vehicle)를 표방하고 있는 모델이다
포르쉐는 E-모빌리티를 위해 2022년까지 6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목표는 2025년에 전동화차의 비율을 전체 생산대수의 50% 로 늘리는 것이다. 이는 디젤차 판매 중단 선언과 함께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포르쉐는 배터리 전기차의 성능이 이미 가솔린차를 웃돌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는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포르쉐가 전동화를 서두르는 데는 테슬라의 추격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테슬라는 2018년 3사분기 출고 대수가 8만 3,500대로 포르쉐의 6만 6,000대보다 많았다.
포르쉐가 2019년 말까지 미국 내 딜러와 고속도로에 500개 이상의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자 한 것도 테슬라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내 443개의 급속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포르쉐가 미국 내에 설치하는 급속 충전시설 가운데 189 개소는 포르쉐 딜러, 나머지는 고속도로에 설치된다. 장기적으로 골프장과 호텔 등 포르쉐 오너가 이용하는 시설에 급속충전기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설에서는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급속 충전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충전요금을 무료로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전소 설치를 위해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고려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무관하게 지금 포르쉐는 잘 나가고 있다. 2018년 연간 판매대수가 2017년보다 4% 증가한 25만 6,255대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의 기록이다.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둔 911시리즈가 10% 증가한 3만 5573대, 718 박스터와 718 카이맨이 총 약 2만 5000대가 팔렸다. 신형 파나메라가 전년 대비 38퍼센트 증가한 3만 8천 443대 판매되며 성장을 주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시장이 12% 증가한 8만 108대로 절대적 위치에 올랐다는 점이다. 포르쉐는 2009년 상해모터쇼를 통해 파나마라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었다. 당시 포르쉐의 전체 판매대수는 10만대 가량이었는데 지금은 25만대를 넘었다. 중국시장의 가능성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이 포르쉐였던 것이다. 지금 포르쉐가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파나메라는 Space Coupe를 표방하고 있다. 장르상으로 4 도어 그란투리스모, 4인승 스포츠카, 4도어 4인승 스포츠 쿠페 등 다양한 구분이 가능한 모델이다. 911이나 박스터, 카이맨과는 달리 엔진이 차체 앞쪽에 있는 모델이다. 2009년 데뷔했으며 현행 모델은 2017년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이다.
오늘 시승하는 모델은 그란투리스모를 베이스로 한 PHEV 버전으로 외관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측면에 E-Hybrid라는 로고와 연두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새로운 부분이다. 뒤쪽의 머플러 형상이 원형이 아닌 사각형으로 바뀐 것도 보인다. 고속에서 솟아 오르는 리어 스포일러도 채용되어 있다.
인테리어도 어드밴스드 콕핏(Porsche Advanced Cockpit)을 기본으로 하이브리드를 위한 계기판의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달라진 것은 없다. 터치 컨트롤이 가능한 12.3 인치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전기 에너지의 소모 및 회수 용량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5개의 클러스터를 사용한 포르쉐만의 레이아웃도 그대로다. 가운데 커다란 엔진회전계만 아날로그 방식이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상의 스위치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피아노 블랙 패널을 바탕으로 한 센터 페시아와 플로어 페시아는 여전히 신선한 감각이다. 포르쉐라는 브랜드라서 이런 디지털화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다. 다만 내비게이션 의 검색 기능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해 포인다. 전체적인 디지털 감각을 손상시키고 있다.
E- 하이브리드에는2,894cc V6 DOHC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이 베이스다. 최고출력 330ps, 최대토크 45.9kgm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디커플링 클러치로 최고출력 136ps, 최대토크 40.8kgm 의 전기모터와 조합된다. 전기 모터는 교류 동기 전동기로 카이엔과 같다. 시스템 출력과 토크는 462ps/71.4kgm. 2차 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축전 용량 14.1kWh로 기존 모델보다 4.6kWh가 늘었다.
출력 수치로 서열을 구분하는 포르쉐의 정렬법에서 E하이브리드는 2.9리터와 3.0리터 V6보다 상위에 위치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PHEV 시스템을 사용한 모델도 성능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파나메라 터보S에도 E 하이브리드 버전을 라인업해 680ps/86.7kgm의 시스템 출력/토크를 발휘하는 것이 그런 의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변속기는 8단 PDK(DCT). 구동방식은 4WD이다. 1세대 파나메라S 하이브리드와 PHEV 버전에는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가 조합됐었다. 구동방식은 대부분이 전자제어 다판 클러치를 사용한 가변식 풀 타임 4WD인데 기본형에는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도 있다.
우선은 드라이브 모드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스티어링 휠 스포크 오른쪽 아래의 다이얼로 조정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는 E 파워, 하이브리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가솔린 모델과 구성이 다르다.
E파워 모드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그 거리는 국내 기준으로는 33km, 유럽의 NEDC모드로는 약 50km 정도다. 이는 다시 순전히 배터리 용량에 의존해 달리는 모드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파워는 한정적이다. 하이브리드 모드에는 하이브리드 오토와 E홀드, E차지 모드가 있다. E홀드 모드는 배터리 잔량을 현재 상태로 유지해 주며 E차지는 엔진회전에 의해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주행한다.
E파워 모드로 달리는 것은 배터리 전기차다. 최고속도 140km/h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지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가솔린 엔진도 작동한다. 시내 주행에서 무심코 E파워 모드로 주행하다가는 배터리가 지나치게 낮아질 수도 있다. 때문에 정숙성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통상시에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하는 것이 좋다. 효율적인 파워 배분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선택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배터리를 가장 빨리 충전하고 싶으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하고 달리면 된다.
스티어링 칼럼 왼쪽의 시동키를 돌리면 가운데 계기판 가운데 있는 회전계 아래 부분 디플레이창에 연두색의 READY표시가 뜬다. 하이브리드 버전에 있었던 아날로그 타입의 변속기 표시가 아래 부분의 디스플레이창에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속도와 드라이브 모드도 같이 표시된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8단 1,600rpm. 레드존은 6,8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5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0km/h에서 2단, 80km.g에서 3단, 13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이 속도를 한 번에 읽지 못했다. 그만큼 빠르다. 제원표상의 0-100km/h 가속성능은 4.6초인데 체감상으로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포르쉐의 브랜드 이미지는 속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시내주행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도 노면이 평지 상태라면 전기 모드로만 주행하는 비율이 높다. 물론 배터리가 충분한 상태에서다. 전기 모드라고 해도 무음 주행은 아니다. 속도를 올리면서 노면 소음에 묻히기는 하지만.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됐던 코스팅 기능도 있다. 엔진 시동 후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발의 힘을 빼면 코스팅 상태로 이행한다. 그 상태를 일부러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만큼 매끄럽게 전환된다.
일반도로로 나가면 전동화 모델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사운드와 섀시의 반응 등이 2.9리터 V6모델보다 상위 모델이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특히 가속하는 순간은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기대하는 연료저감효과는 아이들링 스톱과 발진시 또는 코스팅 기능으로 인한 엔진 정지, 그리고 감속시의 에너지 회생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포르쉐가 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라인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세대 하이브리드 버전 시승 때도 그랬지만 제원표상에 표기되는, 더 정확히는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하이브리드 버전에 비해 E파워 모드가 별도로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훨씬 낮은 배기가스 수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주행시의 느낌은 좀 더 강력한 파나메라다라는 생각이 강하다. 전기모터의 강력한 토크와 트윈 터보 엔진의 조합이 만들어 낸 느낌이다. 계기판에서 순간 연비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을 확인하기에는 오른발에 대한 차체의 반응이 운전자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드라이브 모드와는 별도로 섀시도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세 종류를 설정할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이 상황에 따라 차고와 감쇄력을 조절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맘껏 즐길 수 없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스포츠카의 맛을 사운드로라도 느끼고 싶으면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시동을 걸고 달리면 된다. 조금은 무거운 듯한 거동으로 인해 고속도로에서 주위 차들과 어울려 가감속을 즐기는 맛은 718카이맨에 비해 덜하다.
록 투 록 2.7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앞 275/40R20, 뒤 315/35R20 사이즈의 거대한 타이어와 더불어 진정한 플랫 라이드를 즐길 수 있다.
ADAS 장비로는 ACC가 아닌 크루즈컨트롤 기능과 나이트 비전, 차로 유지 보조장치, 차선변경 보조장치 등이 채용되어 있다. ACC는 옵션으로 설정된다.
내연기관차의 도심 진입 금지가 추진되고 있는 도시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나메라 E하이브리드의 정체성이 확인된다. 시승 중 평균 연비가 10km/리터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분명한 세일즈 포인트다. 갈수록 강화되어가는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스포츠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제원 포르쉐 파나메라 4 E 하이브리드
크기 전장Ⅹ전폭Ⅹ전고 : 5,050Ⅹ1,935Ⅹ1,425mm.
휠 베이스 : 2,950mm
트레드 앞/뒤 : 1,671/1,651mm
공차 중량 : 2,24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