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작년에 접한 여러 기기 중에 인상에 남는 것이 골드문트에서 나온 PH3.8 넥스트젠이라는 포노 앰프였다. 일반적인 포노 앰프답지 않게 과감한 물량 투입과 엄청난 기술적 노하우가 들어간 덕분에 박스도 크고, 전원부도 별도로 설계되었다. 과연 이렇게까지 포노 앰프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에 대헤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LP를 듣는다고 하면, 음의 입구가 되는 턴테이블에 집중한다. 드라이브 메커니즘이 뭐냐, 톤암은 어떤 방식이냐, 카트리지는 뭘 선택하느냐 등에 관심이 쏠린다. 포노단의 경우, 일반 프리앰프에 옵션으로 들어간 것이나, 아주 작은 사이즈의 박스가 선택될 뿐이다.
하지만 PH3.8 넥스트젠을 들어보니, 상대적으로 포노 앰프가 이렇게 중요했나 깜짝 놀랐다. 이때 사용한 턴테이블은 프로젝트에서 나온 비엔나 필하모닉 175라는 모델이었는데, 억대의 턴테이블이 즐비하고, 또 그에 격이 맞는 PH3.8이지만, 음 자체의 퀄리티는 175의 수준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었다. 이 턴테이블에 억대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듯싶었다. 좀 과장이 섞였지만, 그런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번에 만난 옥타브의 신작 V16을 만나면서, 헤드폰 앰프로서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인데, 여기서 우리의 상식을 좀 뛰어넘는 제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일반적으로 헤드폰, 그것도 고가의 하이엔드 헤드폰을 운영한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헤드폰 앰프보다는 헤드폰에 더 시선이 쏠린다. 당연하다. 적어도 헤드폰이 헤드폰 앰프보다는 더 많은 비용이 투자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통상의 헤드폰을 운용하는데 드는 출력은 그리 높지 않다. 0.5~1W 정도면 충분할 정도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W 출력만으로도 다 커버한다. 그러므로 휴대폰이나 아이팟과 같은 작은 디바이스에 헤드폰을 걸어도 충분한 음량이 나온다.
그러므로 시중에 나온 헤드폰 전용 앰프라고 해봐야 주먹만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전원부 분리형의 거창한 시스템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좀 과하지 않나 싶다.
이런 와중에 만난 V16은, 기본은 인티 앰프지만, 헤드폰 앰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앰프의 주력이 스피커 구동을 전제로 한 후, 헤드폰 단자를 일종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데 반해, 본 기는 스피커와 헤드폰 모두를 메인으로 삼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헤드폰 중심으로 음을 들은 소감을 말하면, 마치 PH3.8 넥스트젠을 접했을 때의 놀라움이라고 할까? 헤드폰도 중요하지만, 헤드폰 앰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청에 동원한 젠하이저의 HD800은 매우 뛰어난 제품이다. 이쪽 분야에서 스탠다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나 역시 꼭 손에 넣고 싶은 모델이다. 단, 요즘에 와서 고가의 제품들이 연달아 출시되는 바람에, 원래는 하이엔드에 속했던 HD800이 지금은 미들급으로 내려앉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번에 V16을 만나면서 정말 고가의 제품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들려주고 있다.
또 헤드폰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소모품이고, 아무리 아껴서 쓴다고 해도 5년 정도 지나면 이런저런 부분이 닳거나 망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헤드폰 앰프는 한번 사두면 오랜 기간 쓸 수 있다. 가끔 새로운 제품을 듣고 싶을 때 얼마든지 사서 껴볼 수 있다. 이런 부분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Octave V16 Single Ended 본격탐구
일단 종래의 헤드폰 앰프와는 다르게 진공관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특히 3극관이 아닌 5극관을 투입한 싱글 엔디드 방식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거기에 클래스 A 방식의 설계로 완성했다. 따라서 출력이라고 해봐야 5~8W 정도에 그친다. 아주 감도가 높은 혼 타입 정도에나 어울리는 앰프인 것이다. 혹은 작은 북셀프를 걸어서 모니터하는 정도?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사는 프리 아웃단을 장착하고 있다. 이 경우, 바이앰핑이 가능해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자체 이퀄라이저를 통해 80Hz 이하는 별도의 앰프에 맡기고, 오로지 중고역만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3웨이 타입의 스피커라고 해도, 오로지 저역만 따로 앰프를 물려서 확실하게 구동하고, 중고역은 V16으로 커버하면 된다. 액티브 스피커의 경우, 저역만 액티브 타입일 때, 이 또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V16은 헤드폰 앰프의 성능에 따라 그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시청을 통해 결론부터 말한다면, 굳이 별도로 스피커를 걸지 않고 오로지 헤드폰 앰프로만 사용해도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헤드폰 앰프에서 필요로 하는 출력은 극히 작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무척 까다롭고, 센서티브하다. 다시 말해, 아주 미세한 양의 전기를 다루면서, 그 내용이 즉각 즉각 헤드폰에 반영되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앰프의 설계보다 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 기는 양이 아닌 질에 집중하고 있다. 대신 굳이 3극관이 아닌 5극관을 택한 이유는, KT120(이것이 기본으로 장착된다)과 같은 신관의 우수한 특성 때문이다. 리니어리티가 좋고, 안정성이 높으면서, 구하기도 쉽다. 그러니 이 녀석을 잘만 다루면, 진공관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통상의 진공관 앰프가 도달하지 못한 와이드 레인지의 실현이다. 대략 10Hz~100kHz까지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20Hz~20kHz 정도를 구현해도 모범적으로 인식되는 현황에 비춰볼 때, 이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다. 과거 빈티지 진공관 앰프로 가면 대역은 더 비좁다. 하긴 당시 스피커도 대역이 좁았으니, 앰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런 광대역을 실현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진공관에 필수로 따라오는 노이즈와 험을 어떻게 낮추면서, 음성 신호를 훼손하지 않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 동사는 여러 부분에서 독자적인 테크놀로지를 투입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일단 트랜스포머다. 동사가 옥타브라는 명칭으로 정식 오픈한 것은 1986년이지만, 그 배경엔 1968년에 시작한 호프만 트랜스포머가 있다. 즉, 이 회사의 뿌리는 트랜스 제조에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진공관 앰프 메이커가 갖는 독자적인 노하우이기도 하다.
물론 시중에 나오는 트랜스를 사다가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착하는 진공관의 특성이나 설계상의 독자성 등을 따지고 거기에 투입되는 부품의 퀄리티 등이 가세하면, 아무 트랜스나 걸 수가 없다. 또 진공관에는 전원 및 출력 트랜스가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컨트롤하냐가 관건이다.
예전에 옥타브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지하실에 별도의 트랜스 제조 시설을 갖춘 것을 본 적이 있다. 동사는 새 제품을 만들 때마다 그에 적합한 트랜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것이 진공관 앰프 제조의 정공법이다.
여기서 옥타브는 갭리스 트랜스포머(Gapless Transformer)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통상 EI 타입의 트랜스를 만들 때, 두 개의 스틸이 들어가는 것을 하나로 줄이면서, 변환 효율을 약 10% 이상 높인 것이 키 포인트. 또 드라이버 단이라던가 피드백 회로 등을 만지면서, 험과 노이즈를 낮추면서 광대역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클래스 A 방식의 장단점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정말로 음질만을 추구한다고 하면, 클래스 A가 제일 낫다. 이 부분을 부정할 애호가는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발열이 심하고,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등, 단점 또한 만만치 않다. 여기서 옥타브는 현명한 제안을 한다.
즉, 클래스 A 설계 방식을 추구하되, 매칭한 스피커의 로드나 헤드폰의 특징에 따라 35~100% 범위에서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즉, 타자로 치면 매번 100% 전력을 다해 스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성 신호의 성격에 따라 어떤 때엔 진루타를 노리고 가볍게 휘두르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엔 홈런을 노리고 강하게 휘두르는 것이다.
한편 음성 신호가 입력되지 않으면 30% 수준으로 낮춰서 전기의 사용을 억제한다. 이것을 에코 모드라고 부른다. 그러다 다시 음성 신호가 들어오면 100%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변환시키는 것이다.
헤드폰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아주 미세한 노이즈도 다 들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이런 부분에 민감한 분들은 약간만 험이 들려도 불편해한다. 따라서 본 기는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컨트롤해서, 거의 들을 수 없는 수준으로 내리고 있다. 정말 전기 사정이 열악한 곳에서야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본 기는 KT120이 기본으로, 그 외에 KT150, KT88, 6550 등도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다. 각 출력관이 가진 매력이나 음색이 상이함으로, 이 부분도 큰 장점이라 하겠다. 이번 시청에서는 과감하게 KT150을 꽂았다. 또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까지 동원했는데 그 결과 완벽한 정적, 정말 적막강산에 온 듯한 배경을 들려주고 있다.
시청
이번 시청에 동원한 헤드폰은 젠하이저의 HD800. 소스기는 룬을 이용, DAC는 스포르자토(Sporzato)의 DSP 050EX를 사용했다.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Rebecca Pidgeon - Spanish Harlem
Retrospective
우선 레베카 피전부터. 일단 잔향과 울림이 깊다. 보컬 자체는 달콤하면서 실재감이 대단하고, 가사 하나하나 내뱉는 대목이 무척 명료하다. 베이스 라인 또한 또렷하다. 기본적으로 베이스만 갖고 진행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하다. 중간에 나오는 바이올린의 애잔한 톤이나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 등도 매우 리얼하다. 하이엔드 헤드폰으로 듣는 극단적인 해상도를 경험하는 듯하다.
참고로 본 기에는 바이어스 및 아웃풋 하이라는 옵션이 있다. 전자를 작동시키면, 보컬보다는 그 주변의 앰비언트가 더 살아나는 듯하고, 후자의 경우 보컬이 더 앞으로 다가온다. 스탠다드로 듣다가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Anne Sophie Mutter - Zigeunerweisen
Symphonie espagnole
이어서 무터의 연주. 초반이 파도가 밀려오듯 오케스트라가 거대하게 다가온다. 그 스케일과 박력이 당차게 재생된다. 이후 극적인 무터의 등장. 밀고 당기고 보듬고 하는 다채로운 기교에 눈이 부실 정도.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파도를 타고 유유히 서핑한다고나 할까? 결 자체도 매우 곱고, 디테일이 명료하며, 대역 밸런스도 일품이다. 과연 이 정도 음을 일반 오디오로 재생하려고 할 때 얼마의 예산이 필요할까? 적어도 열 배, 아니 스무 배는 들지 않을까 싶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캐논볼 애덜리의 연주엔 마일스 데이비스도 가세했다. 두 명의 스타일이 완전히 딴판이다. 구수하고, 온화한 애덜리에 비해, 차갑고 지성적인 마일스는 여러모로 멋진 콤비다. 미디엄 템포로 시작해서, 중간중간 극적인 바톤 터치로 이어지는 신선하고 활력이 넘치는 연주. 과거 블루 노트가 이룩했던 높은 수준의 녹음이 여기서 제대로 파악이 된다. 그러고 보면 내 자신이 알프레드 라이온이 되어, 이 명인들의 연주를 플레이백하는 듯싶다.
Queen - Love of My Life
Bohemian Rhapsody OST
마지막으로 퀸. 영화에서 나온 장면을 풀 버전으로 들어본다. 일단 객석의 열기와 호응도가 후끈 시청실을 데울 정도다. 기본적으로 관객이 가수가 되어, 함께 열창하는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중간중간 머큐리가 노래하고 또 북돋고 하면서 진행되는데, 반주 악기는 달랑 어쿠스틱 기타 한 대.
그러나 그 정도면 족하다.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머큐리가 되어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관객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정도면 공간, 시간 모두 이동해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단계. 다시 한번 V16의 높은 퍼포먼스에 감탄하게 된다.
이 종학(Johnny Lee)
Powermplifier Specific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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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utput |
High Mode: 2 x 8 W RMS Low Mode: 2 x 5 W RMS |
Frequency Response |
10 Hz - 80 kHz @ 5 W 0 / -3 dB |
Total Harmonic Distortion |
0,5% bei 3 W an 4 Ohm |
Load Impendance Loudspeaker |
3 - 32 Ohm ( BIAS High - Low ) |
Load Impendance Headphone |
6 - 2000 Ohm ( OUT Low - High ) |
Gain |
26 dB |
Connections |
Inputs: 2 x Line Level / RCA 1 x XLR Line Level Outputs: 1 x Loudspeaker output 1 x Headphone output 6.3 mm jack 1 x Headphone output 4 pin XLR 1 x Regulated preamplifier output RCA (optional only ex factory) |
Features |
ECO Mode, Power Management |
Preamplifier Specificat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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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ut Sensitivity |
400 mV |
Input Impedance |
50 kOhm / Cinch, 25kOhm / XLR |
Crosstalk left/right |
40 dB |
Corsstalk Input/Input |
> 90 dB |
Output Impedance Pre Out |
40 Ohm |
Max. Level Pre Out |
5 V RMS |
Tube Complement Preamplifier |
1 x ECC 82, 2 x EF 800 |
Octave V16 Single Ende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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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로이코 |
수입사 홈페이지 |
|
수입사 연락처 |
02-335-0006 |
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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