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많은 오디오파일과 업계 관계자들이 어느 부스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에 익숙한 탱크같은 외모를 자랑하지도 않았고 그저 새로 출시된 일반 사이즈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였다. 사람들은 이 평범해 보이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마치 방금 탄생한 신생아를 보는 듯 신기해했다. 다름 아닌 심오디오 부스의 390D라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의 등장을 지켜보는 군중들의 모습이었다.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고해상도 음원 재생과 MiND2라는 독자적 스트리밍 모듈 등 충분히 군침을 당길만한 메뉴였다.
최근 10여 년간 심오디오의 성장세는 괄목상대하다. 일단 앰프 분야에서부터 보면 기존의 레전드급 앰프 제조사들이 활동이 조금 더디어가는 틈을 타 합리적인 가격대에 고품질 제품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또한 디지털 분야에서 DAC는 물론 독자적으로 설계한 스트리밍 모듈 개발을 통해 단숨에 네트워크 플레이어 시장에 연착륙했다. 사실 내게 심오디오는 각별한 메이커다. 2천 년대 초중반 당시 국내에선 뭔가 딱딱하고 심심하다는 편견 덕분에 인기를 끌지 못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구입해 사용하면서 그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같은 북미 지역의 토템, 패러다임 같은 메이커도 이때 함께 즐기면서 그들의 제품 완성도에 반했다.
1980년 빅터 시마(Victor Sima)가 설립한 심오디오는 이후 장 폴랭(Jean Poulin)이 인수한 후 혁신을 거듭하며 북미 최고 수준의 하이파이 앰프 브랜드로 성장했다. 초창기 셀레스테(Celeste)를 시작으로 문(Moon) 시리즈 그리고 문 에볼루션(Moon Evolution) 그리고 네오(Neo) 시리즈 등 착실하게 라인업을 구축했고 몇 년 전엔 모델 888 파워앰프 같은 하이엔드 모노 블록 앰프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심오디오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과거 금속 인클로저 스피커라면 쳐다보지 않던 국내 오디오파일이 많았지만 매지코와 YG 어쿠스틱스의 최근 인기는 이런 편견을 불식시키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고 트렌드도 기술도 변화하고 있다.
340iX 인티앰프
설계
이번 리뷰의 주인공 340iX 인티앰프를 처음 보자 심오디오의 로고가 정겹다. 워낙 많은 모델군을 직접 사용해보기도 했고 리뷰를 진행해본 브랜드이기 때문에 뭔가 새롭진 않지만 친근한 느낌이다. 특히 이 로고는 무척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대충 보면 모르겠지만 전면 패널 중앙에 위치한 로고를 볼 때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고 보면 높은 음 자리표를 형상화한 것임을 알아챌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이 로고는 심오디오의 심볼이 되었고 무엇보다 음악을 주제로 한 로고는 이들의 설계 철학을 대변했다. 실제로 음악에 대한 심오디오의 열정과 지독한 완벽주의적 설계와 제작 플랫폼은 신뢰가 간다. 더불어 납이나 석면 등 환경오염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이들의 친환경적 철학은 본받을만하다.
340iX 인티앰프는 기본적으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가 하나의 섀시에 담겨있으며 추가로 포노단과 네트워크 스트리밍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앰프다. 출력은 8옴 기준 100와트며 임피던스가 4옴으로 내려갈 경우 정확히 두 배인 200와트를 내주는 선형적인 증폭 능력을 갖추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앰프는 풀 아날로그 AB 클래스 증폭 방식을 채택했지만 5와트까지는 A 클래스로 작동하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다른 무엇보다 음질적인 부분을 우선한 설계다.
내부 구성을 보면 이런 선형적인 출력 특성과 음질 중시형 설계라는 점을 증명하듯 매우 정갈한 회로 디자인을 드러난다. 중앙 앞 쪽으로 이 정도 사이즈의 앰프 치곤 꽤 넉넉한 400VA 용량의 전원 트랜스포머를 장착해놓아 무척 든든하다. 그뿐만 아니라 40,000㎌ 용량의 커패시터 뱅크를 마련해 언제든 출력 트랜지스터에 충분한 전기를 흘릴 수 있도록 설계해놓았다. 출력 전 구간에서 A 클래스 증폭이 가능하면 더 좋겠지만 이런 충실한 전원부를 둠으로써 5와트까지 가장 좋은 음질의 A 클래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출력 트랜지스터 또한 심오디오는 상용품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심오디오 바이폴라 타입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네 발씩 사용한다. 하지만 보다 뛰어난 저역 주파수 반응 등 정교한 음질을 얻기 위해 개발한 특주 소자를 사용한다. ‘Moon Bipolar’로 불리는 이 트랜지스터에는 ‘Moon’이라고 쓰여 있어 여타 일반적 바이폴라와 구별되며 무척 뛰어난 게인 선형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340iX는 각 소자에 있어 매우 낮은 오차율을 자랑하며 피드백을 전혀 걸지 않고 커플링 커패시터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DC-coupled 설계를 취하고 있다. 요컨대 입력에서 출력까지 음질을 변질시킬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배제한 설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 온도는 매우 낮은 편으로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온도가 거슬리지 않는 편이다.
기능
340iX 인티앰프는 총 네 개의 RCA 입력단 및 한 개의 XLR 입력을 갖추고 있어 아날로그 출력이 있는 여러 장비들과 연결 가능하다. 출력의 경우 고정 출력(Fix) 및 가변 출력(Var) 출력을 별도의 RCA 단자로 마련해 단독 파워앰프를 사용할 경우 가변 출력단을 활용, 340iX 인티앰프를 프리앰프로만 사용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340iX 인티앰프는 AV 리시버 또는 AV 프로세서를 포함한 홈시어터 시스템에서 하이파이 2채널 스피커를 홈시어터 메인 프론트 스피커로 활용할 수도 있게 해준다. 입력단 중 A2를 선택 후 뮤트 버튼을 길게 눌렀다 떼면 바이패스(Bypass), 홈 시어터 용어로는 패스 스루(Pass-through) 모드로 진입한다. 이렇게 세팅하면 리시버나 프로세서의 프론트 스피커 출력을 A2에 연결하면 2채널 하이파이 스피커를 AV 프론트 스피커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면엔 1/4” TRS 헤드폰 잭을 마련해 간단히 헤드폰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1/8” 인치 미니 잭의 경우 MP, 즉 미디어 플레이어 입력단으로 일부 포터블 플레이어와 연동해 사용 가능하다.
사운드 퀄리티
니어 이스트 쿼텟 - 갈까부다
340iX 인티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대역간 밸런스가 무척 뛰어나면서 투명한 소릿결과 빠른 반응 속도다. 웨이버사 WNAS3와 브라이스턴 BDA3 DAC 그리고 포칼 스펙트랄 40 스피커를 통해 테스트한 사운드는 포칼의 영향으로 인해 더 민첩한 반응 속도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니어 이스트 쿼텟의 ‘갈까부다’를 들어보면 약 9시 방향 볼륨에서 충분한 볼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볼륨 자체는 아주 미세한 간격으로 움직이진 않지만 불필요하게 과장된 볼륨 스텝을 갖지 않아 방에서 사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대역별 균형감이 무척 평탄한 편이며 착색이 느껴지지 않는 정직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러 약음들도 놓치지 않는 해상력 또한 이 가격대 앰프로서는 무척 훌륭하다.
Cafe Zimmermann
Bach: Brandenburg Concertos
과거 초창기 심오디오의 경우 조금은 엷고 딱딱한 소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심오디오는 얇고 신경질적인 고역이 사라지고 해상력이 받쳐주는 투명한 중, 고역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촉촉하고 기름진 사운드는 아니며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 차갑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어떤 사람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 짐머만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어보면 커다란 사운드 스테이징 안에서 매우 시원시원한 사운드가 펼쳐진다. 역시 빠르고 정확한 소리로 미세 약음 포착 능력이 우수하며 음영 구분이 명확해 악기들의 음색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Larry Coryell - Moving of the carnival
Spaces Revisited
대개 인티앰프라고 하면 프리/파워 앰프 분리형에 비해 저역의 깊이, 권위감이 부족하며 응집력의 부족을 문제 삼는다. 심오디오 340iX의 경우 인티앰프지만 적어도 이 가격대에서 흠잡을 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래리 코리엘의 ‘Moving of the carnival’을 들어보면 스피드는 골드문트나 코드처럼 민첩하며 군더더기 없이 치고 빠지는 기민함을 보인다. 저역은 깊은 저역을 묵직하게 밀고 나가기보다는 아주 빠른 찰나의 순간 빠르게 저역 옥타브의 굴곡을 훑어나간다. 한편 이 위로 마치 가위로 오려낸 듯 정교한 기타 선율이 흐른다.
Manfred Honeck, Pittburgh Symphony Orchestra
Beethoven: Symphony No. 3
맨프레드 호넥 지휘, 피츠버그 오케스트라 연주한 베토벤 3번 교향곡을 들어보면 역시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부분은 재빠른 어택과 또렷한 펀치력이다. 만일 이런 간결하고 깔끔한 음색을 구사하면서도 절대 소란을 떨지 않은 단정한 소릴 좋아한다면 이 가격대에서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대신 중역은 약간 빠지는 편인데 오히려 이런 슬림하고 쭉 빠진 밸런스가 헤비하고 두터운 성향의 앰프보다 빛을 발할 때도 있다. 340iX 인티앰프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빠른 반응 특성과 투명도 그리고 이런 교향곡에서 입체적인 무대와 현장감일 것이다. 과거 에어리얼 어쿠스틱이나 펜오디오 등 다양한 스피커와 매칭했을 때도 그랬다. 따라서 이런 부분은 매칭과 관계없이 균질하게 드러나는 340iX의 특성으로 판단된다.
총평
처음 340iX 인티앰프가 국내 출시되었을 당시 아마 필자가 가장 먼저 제품을 테스트했는데 그때 들었던 것과 지금은 또 느낌이 약간 다르다. 그 사이 워낙 해상도의 기준이 올라갔고 이 가격대 제품에서 바라는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까다롭게 선별, 특주한 소재와 전통적인 설계를 존중하면서 음질과 타협하지 않는 독자적 설계의 적재적소 투입. 더불어 포노단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며 가격적으로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정직함. 아마도 최근 이런 앰프를 만드는 메이커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시 들어본 심오디오 340iX는 다시금 예전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반가웠다. 과거엔 야멸차게도 ‘차갑다’, ‘딱딱하다’ 또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음악성을 문제 삼았던 심오디오. 그러나 지금 심오디오는 과거 크렐과 마크 레빈슨을 위시로한 하이엔드 앰프군부터 미들 클래스를 대표하는 브랜드까지 대체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어나가고 있다. 특히 똘똘한 인티앰프를 찾는다면 340iX는 고성능 인티앰프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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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 Power at 8Ω |
100 W per channel |
Output Power at 4Ω |
200 W per channel |
Input Sensitivity |
370mV - 3.0V RMS |
Input Impedance |
11,000Ω |
Gain |
37dB |
Signal-to-noise Ratio |
110dB @ full power |
Frequency response (full range) |
2Hz - 90kHz +0/-3dB |
Simaudio 340iX Integrated Amplifi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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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소비코AV |
수입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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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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