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공유기의 와이파이(Wi-Fi)는 현대인의 일상을 책임지는 기술이다. 데이터 요금 폭탄 없이 빠른 속도로 접속 가능한 무선 기술이어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중요한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중요도가 높은 만큼 와이파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이지메시(EasyMesh)'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지메시는 공유기(라우터)를 2대 이상 사용해서 와이파이 신호가 약하게 잡히는 음영 지역을 줄이고 전체 와이파이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이다. 유사한 기술인 WDS (Wireless Distribution System, 무선 분배 시스템)는 설정과 관리가 복잡하고, 와이파이 익스텐더(Extender, 확장기)는 여러 장치를 연결하면 무선 대역폭이 감소하는 제약이 있는데 이지메시는 그런 문제점들을 극복하여 훨씬 효율적이다.

다만 아직 보급화된지 오래 되지 않은 기술이어서 근래에 출시된 고가(高價) 공유기나 메시 지원 공유기가 아니면 도입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기존 공유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지메시는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돌연히 이에프엠네트웍스가 자사의 ipTIME(이하 아이피타임) 공유기에 이지메시 기술을 추가할 수 있는 베타 펌웨어를 발표하였다. 새로운 공유기로 교체하지 않고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이지메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인데 이번 기사에서는 어떻게 아이피타임 공유기와 베타 펌웨어를 사용해 이지메시를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

아이피타임 메시(Mesh) 접속기로 펌웨어 업데이트

아이피타임 A8004T

현재 이에프엠네트웍스가 공개한 베타 펌웨어로 업데이트 가능한 아이피타임 제품(공유기와 와이파이 익스텐더)은 9월 18일 기준으로 총 15종이다.

이지메시 구성 시 중심이 되는 컨트롤러(액세스 포인트 또는 게이트웨이)와 에이전트(위성)용 모두 활용 가능한 제품은 10종(A9004M, A8004NS-M, A8NS-M, A8004T, A7004M, A6004NS-M, A6NS-M, A5004NS-M, A3004NS-M, A3008MU), 에이전트로만 쓸 수 있는 제품은 5종(A2003NS-MU, A2004MU, A2004NS-MU, Extender-GIGA, Ring-GIGA)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아이피타임 A8004T 공유기 3개를 활용해서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이지메시를 구성해보았다.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이피타임 메시(ipTIME Mesh) 접속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현재 유선 및 무선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장치를 감지하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아이피타임 제품이 있다면 가능한지 알려준다.

해당하는 아이피타임 공유기의 사용자 ID와 암호를 입력하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면 절차가 진행된다. 새로운 펌웨어 설치가 완료되면 프로그램 화면 상단에 'Mesh 미설정'이라고 표기된다. 컨트롤러와 에이전트로 사용할 공유기 모두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베타 펌웨어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펌웨어가 준비되었다면 그 다음에는 아이피타임 관리자 페이지(웹 브라우저 주소창에서 192.168.0.1 입력)에 접속해 이지메시를 설정할 차례이다.

좌측 메뉴에 있는 'Easy Mesh (이지메시)'를 선택하고 우측에 있는 'Controller mode (컨트롤러 모드)' 항목을 누르면 아래에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네트워크 이름'은 이지메시를 구성하는 모든 아이피타임 제품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SSID (무선 네트워크 이름)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적용'을 누르면 공유기가 재시작 과정에 들어가고, 완료되면 다시 아이피타임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서 'Easy Mesh 관리툴(이하 이지메시 관리툴)'을 실행한다.

에이전트로 사용하는 아이피타임 공유기들은 컨트롤러 모드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직관적으로 사용 가능한 이지메시 관리툴

이지메시 관리툴을 실행하면 웹 브라우저 새창에 기본 화면이 나타난다. 컨트롤러 모드를 설정한 아이피타임 공유기를 중심으로 유선이나 무선으로 부근에 있는 다른 아이피타임 제품을 감지하고 추가하는 방식이다. 유선으로 감지한 제품은 실선으로, 무선으로 감지한 제품은 점선으로 연결 상태가 표시되어서 구분하기 쉽다.

참고로 이번 기사처럼 모두 같은 공유기로 이지메시를 구성하면 각 제품이 혼동되는데 제품명을 클릭하면 나오는 정보창에서 'nickname (닉네임)'을 변경해 해결할 수 있다.

아이피타임 공유기 유선 연결 화면

아이피타임 공유기 무선 연결 화면

에이전트로 사용할 공유기는 클라이언트 공유기와 유선 연결 상태라면 '추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이지메시 연결 과정이 진행된다. 무선이라면 이지메시 관리툴에서 '연결 가능한 ipTIME 검색' -> A8004T, 추가 가능 -> 추가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고, 에이전트 및 클라이언트 공유기에 있는 WPS 버튼을 눌러서(최대 2분 이내) 연결할 수 있다.

이지메시 구성을 완료하고 와이파이로 네트워크 장치를 연결하면 위 화면처럼 표시된다.

현재 각 기기의 연결 상태를 직관적인 트리(tree) 구조로 살펴볼 수 있는데 메시 네트워크에는 더 많은 네트워크 장치를 연결할 수 있으며, 기존 에이전트 공유기를 중계기로 삼아서 또 다른 아이피타임 제품을 에이전트로 추가해 거대한 그물망(mesh)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지메시에 연결된 장치(스테이션)는 자동으로 와이파이 신호가 강한 쪽으로 연결되므로 편리하다.

아이피타임 공유기로 구성한 이지메시 테스트

아이피타임 A8004T 3개로 이지메시를 구성한 뒤 '와이파이 애널라이저(Wifi Analyzer)' 앱으로 사무실 주변 와이파이 상태를 살펴보았다.

관리자 페이지에서 설정한 네트워크 이름인 'ipTIME EasyMesh'로 SSID가 3개 표시되어서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듀얼밴드 지원 공유기여서 2.4GHz 주파수와 5GHz 주파수 와이파이가 동시에 구축되었지만 메시 네트워크 특성에 따라 채널이 본딩(bonding, 채널을 2개 이상 묶어서 안정성과 속도 향상) 처리되기 때문에 단말기(스테이션)에서는 단일 SSID로 표시된다.

이지메시가 실제로 효율적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속도 100Mbps인 환경에서 스마트폰으로 벤치비(Benchbee) 앱을 사용해 와이파이 속도도 측정해보았다. 위에 보이는 단면도에 표시한 것처럼 두 곳에서 와이파이 속도를 쟀으며 이지메시 구성 상태에서 먼저 측정하고 그 다음에 아이피타임 A8004T 단독(컨트롤러 위치에 있는 공유기)으로 측정하였다.

와이파이 속도 측정 장소는 양쪽 모두 거리가 클라이언트 공유기와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측정 장소1'은 콘크리트 벽이 이중으로 막고 있어서 와이파이 신호가 급격하게 약해지는 와이파이 데드존(음영 지역)이다.

측정 장소1에서 아이피타임 이지메시(좌)와 A8004T 공유기(우) 속도 비교

측정 장소1’은 메시 네트워크가 없을 때 다운로드 속도 6.34Mbps를 기록해 매우 열악하였다.

반면에 아이피타임 이지메시는 다운로드 속도가 50Mbps 이상이었고 업로드 속도도 상대적으로 높아서 유튜브 동영상 재생도 쾌적하게 할 수 있었다.

단독 공유기로 접속하면 와이파이 신호가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통과해야 하지만,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와이파이 신호를 에이전트1 공유기에서 컨트롤러 공유기로 중계해주므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측정 장소2에서 아이피타임 이지메시(좌)와 A8004T 공유기(우) 속도 비교

이어서 측정 장소2에서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속도를 쟀는데 A8004T 단독 측정이 다소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는 측정 장소2를 둘러싼 장애물인 플라스틱 파티션이 콘크리트 벽보다 와이파이 신호에 영향을 적게 주기 때문이며, 메시 네트워크에서 무선 에이전트는 컨트롤러 공유기와 백홀(Backhaul, 데이터 전용선)을 통하여 정보를 주고 받으며 무선 네트워크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물이 적은 장소에서는 공유기 단독 측정 속도가 다소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만약 속도를 중요시 하는 곳에서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컨트롤러 공유기와 에이전트 공유기를 LAN 포트를 통해 유선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제품 활용도 높여주는 아이피타임 이지메시

IT 업계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이 나온다. 기존에 불편하거나 부족한 점을 향상시켜주는 새로운 기술은 환영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신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많은 소비자들은 그림 속 떡을 보듯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피타임 이지메시는 매우 큰 이점을 제공한다. 해당하는 아이피타임 제품을 2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펌웨어 업데이트와 간단한 설정 과정을 거쳐서 이지메시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이다.

그리고 새로운 공유기를 구매하는 경우에도 단독 사용 시에는 와이파이 음영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가격대가 적당한 아이피타임 공유기를 활용해 이지메시를 구성해서 보완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범용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한편 이에프엠네트웍스는 앞으로 자사의 모든 IEEE 802.11ac 지원 제품에 이지메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를 통해 향후 많은 사람들이 기존보다 이지메시를 대중적인 기술로 받아들이고 간편하게 사용하는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