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술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빚는다'고 표현한다. 그까짓 알코올 조금 섞인 물이 뭐라고 도자기 마냥 빚는다는 호사를 누리나 싶지만, 술을 만드는 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술은 '발효'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맥주는 고대 이집트 왕국의 문서에 기록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발효의 산물이다. 우리가 편의점이나 치킨집에서 쉽게 마시는 맥주일지라도 보리, 밀을 원료로, 맥아, 홉 등을 혼합해 복잡한 발효 과정을 거친 고대의 유산, 인고의 결과물이라는 말이다.
▲ 서울에서 열린 국제주류박람회 참여 업체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대규모 공장에서나 만들법한 맥주를 단순히 취미 삼아, 혹은 소규모 업장을 운영하기 위해 직접 만드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만큼 맥주 제조에 동원되는 장비의 인프라도 탄탄해지는 추세다. 또한, 그동안 국산 맥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라거 계열의 속칭 '보리맛 발포주'에서 탈피해 페일 에일이나 IPA, 스타우트 같은 다양한 맥주에 열광하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 지난 7월 출시된 LG 홈브루 <출처 : LG전자 보도자료>
여기에 발맞춘 행보인지는 몰라도 지난 7월 LG전자는 '집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수제 맥주 제조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고 'LG 홈브루'를 세상에 내놓았다. 가전의 제왕이라는 LG전자가 이제 술에 손을 대다니, 살짝 당황스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대기업' 아니겠는가? 뭔가 있으니 내놓았겠지?
배송 기사분은 로켓티어였던가?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이래저래 정신없는 와중에 399만 원에 이르는 LG 홈브루가 특송으로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무거운 LG 홈브루를 아무런 군소리 없이 가져다주는 우리나라 배송 시스템, 배송 기사님께 경의를!) 헌데, 첫인상은 보도자료 사진과는 달리 매우 투박하다. 크기는 540mm x 465mm x 410mm(트레이 포함)로 일반 가정의 주방이나 싱크대에 올려놓기엔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다.
▲ LG 홈브루를 등에 메면 하늘을 날 수 있을 듯?
이상한 발상이지만, LG 홈브루를 위에서 내려보면 마치 1992년 개봉했던 '인간 로켓티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좌우에 탱크 같은 실린더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그들을 중앙 쪽 탭 레버와 동그란 액정 부분이 붙잡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배송 기사분이 LG 홈브루를 등에 메고 날아왔을 리는 만무한 노릇. 이상한 상상은 이제 하지 말자.
좌우 실린더 부분과 가운데 트레이를 열어보면 대충 용도가 짐작된다. 좌측 실린더는 완전히 밀폐되는 구조로 맥주가 발효되는 부분이고 우측 실린더는 물을 공급하는 탱크 역할을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은 캡슐 형태로 제공되는 첨가물이 삽입되는 곳으로 추측된다.
가운데 캡슐 삽입부는 모두 3개다. 또한, 삽입부 안쪽에는 무언가를 뚫을 것 같은 요철 구조가 있어 요플레처럼 캡슐의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리고 제일 하단의 삽입구 외곽에는 갈색 원이 그려져 있다. 실제 홈브루 단계에서 정체가 밝혀지겠지.
좌측 밀폐형 실린더는 입구가 매우 좁다. 내부 용적에 비해 입구가 좁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 어떻게 맥주가 발효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이 또한 실제 브루잉 과정에서 밝혀지겠지.
우측 실린더는 역시나 물탱크가 들어간다. 최대 용량은 5ℓ로 스펙에 명시된 1회 발효 용량과 동일하다. 얼핏 발효된 맥주가 이 탱크로 들어가나 싶지만, 밀폐형이 아니라서 맥주 보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듯. 단순히 물 공급용으로 사용될 것 같다.
가운데 액정 부분은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 쓴 느낌이다. 라운드 타입 액정에 다양한 상태를 표시하므로 누구나 쉽게 브루잉 작업에 임하게 만들어놨다. 거기에 버튼이 아니라 다이얼 방식으로 컨트롤하기 때문에 남녀노소(성인 기준)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IT 기기가 아닌 가전의 축에 속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그래도 LG 홈브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은 탭 레버다. 호프집 알바생이 항상 젖히고 있던 그것. 바로 그것의 모양과 똑같다. 아마 맥주 발효가 끝나고 결과물이 나오는 곳이겠지? 여튼 외관 스캔은 이쯤에서 끝내고 바로 브루잉에 들어가 보자.
뭐니뭐니해도 신선한(?) 재료가 중요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