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소프트(UBI Soft)의 톰 클랜시 시리즈 최신작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Tom Clancy's Ghost Recon Breakpoint)'가 전작에 이어 오픈월드 밀리터리 슈팅 게임으로 돌아왔다.
어쌔신 크리드, 디비전, 파크라이, 와치독스 등 이미 다양한 프랜차이즈 대작 게임들을 출시했던 유비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와 '와치독스 리전'을 꼽았는데, 그 첫 출발인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는 출시 초반부터 게임 미디어와 커뮤니티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성공한 프랜차이즈 게임에서 호평받은 요소를 다른 게임 시스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비소프트 정책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은 것일까? 직접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이하 브레이크포인트)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살펴봤다.
*본 리뷰는 유비소프트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 PC 버전을 기준으로 하며 모든 스크린샷은 PC 버전으로 촬영되었습니다
가상의 섬 오로아를 배경으로 하는 오픈월드 슈팅
브레이크포인트 시작은 드론 관련 기술을 가진 스켈 테크가 자리잡은 오로아 제도 주변에서 USS 세이호가 원인불명의 침몰을 당하자 CIA가 '그린스톤 작전'을 시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작이 실제 존재하는 볼리비아 국가 이름과 지형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가상의 섬 오로아 제도를 배경으로 했다.
주인공 '노마드'는 32명의 고스트 요원으로 구성된 특수부대 팀의 리더로서 오로아의 통신을 복구하기 위해 헬기로 비행하는 도중 드론들의 습격을 받아 동료들을 잃고 홀로 고립된 상태로 각종 미션을 수행해나가면서 적의 음모를 파헤치고 정착민들을 보호하게 된다.
특히 전작에서 든든한 AI 동료들이 초반 헬기 침투 실패로 모두 사라지면서 플레이어 홀로 오로아 제도를 접수하고 스켈 테크를 손에 넣은 노마드의 옛 동료이자 현재 울브즈의 리더인 메인 빌런 콜 D. 워커 중령을 비롯해 강력한 용병 집단들과 싸워나가야 한다.
다만 이번 작품은 초반에 논란이 됐던 유료 아이템 판매와 함께 메인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고 추가 콘텐츠(DLC)로 이어지는 형태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이 많다.
메인 스토리 외에 다양한 인물과 관련된 사이드 미션을 깨고 여러 증거들을 수집하면서 유비소프트가 지도 곳곳에 뿌려놓은 떡밥을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메인 스토리가 중간에 끊어지면 완전한 요리가 되기 어렵다.
또한 오픈월드 게임은 대개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 진행과 엔딩이 달라지는 분기점이 생기는데, 브레이크포인트는 주인공의 대화 선택 항목은 존재해도 상대방의 대사만 달라질 뿐 스토리 진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아쉽다.
서바이벌 요소 어렵다면 쉽게 플레이 가능
브레이크포인트는 오픈월드 환경에 홀로 내던져진 고스트 요원의 생존을 다루기 위해서인지 위험한 지형, 피로도, 부상 요소와 같은 기능을 도입했다. 이동 중에 수시로 만나는 적 순찰차량과 가끔 하늘을 지나가는 헬기와 정찰 드론은 재빨리 은폐하지 못하면 발각되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대부분의 오픈월드 게임이 그렇듯 브레이크포인트도 메인 미션 외에 수 많은 사이드 미션과 탐험할 장소가 지도 상에 존재하며, 플레이어의 레벨업이 필요한 장소도 많아 이를 하나씩 공략하다 보면 스토리를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브레이크포인트는 지도와 목표 모음을 통해 인물, 사건을 중심으로 미션을 추적할 수 있으며, 최대 3가지 목표를 화면에 표시할 수 있다. 지도에서도 미션 종류에 따라 마커 색상이 다르므로 메인 스토리를 빨리 깨고 싶은 사람은 사이드 미션을 무시하고 노란색 메인 스토리 마커 위주로 빠르게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홀로 고립된 오픈월드라고 해도 각 지역별로 야영지를 파악하면 해당 장소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개인 정비와 장비 구입, 탈 것 등도 야영지에서 바로 쓸 수 있어 플레이어는 오직 미션을 깨는데 집중하도록 배려했다.
또한 게임 속 서바이벌 요소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가이드 옵션을 켜고 난이도를 낮추면 목표 지점 방향과 거리도 화면에 표시하고 물이나 음식, 의료품을 계속 사용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익숙하게 녹아든 유비 게임 시스템
유비 소프트가 만든 게임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면 여러 프랜차이즈를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유저들의 호평을 받은 게임 시스템을 다른 작품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좋게 보면 완전히 생소한 게임 시스템에 새롭게 적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되지만 반대로 보면 어딘가 이미 플레이 해본 게임의 식상함도 느낄 수 있다.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는 파크라이 같은 자연 환경을 어쌔신 크리드처럼 탐험하면서 스플린터 셀처럼 잠입해서 와치독스처럼 정보를 모으고 디비전처럼 아이템을 수집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게임 배경 스토리가 오로아 제도에 파견된 32명의 고스트 부대가 전멸하고 홀로 남은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는데 비해 에레혼이라는 정착민 피난처에서 수백 명의 다른 노마드가 돌아다니고 무기도 마음껏 찍어내는 것을 보면 마치 전염병이 퍼진 뉴욕에 '홀로 비장하게 파견된 줄 알았던 수십 만 명(?)'의 디비전 요원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필자는 유비소프트 게임 중에서 디비전과 어쌔씬 크리드 오딧세이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브레이크포인트의 바뀐 시스템에 큰 불만은 없다. 아이템 레벨이 존재하므로 현재 보유한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커스트마이즈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아이템 설계도를 입수하면 언제든지 현재 레벨에 맞는 무기를 새로 만들 수 있다.
물론 게임 속 가상 화폐가 아닌 실제로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상점 기능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도 많다. 단순한 캐릭터 치장 아이템 뿐만 아니라 게임 진행을 수월하게 만드는 무기와 부품 설계도가 포함되고, PVE와 PVP 아이템이 구분되지 않으므로 비용을 지불해 PVP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Pay to Win'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클래스와 스킬, 아이템을 이용하는 전투
브레이크포인트는 게임 초반에 캐릭터 성별과 외형을 정하는 것 외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경험치를 모아 주인공의 클래스(병과)와 스킬(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클래스는 야전 의무병, 돌격병, 흑표범, 명사수 등 4가지이며 클래스 선택에 따라 기술 및 아이템, 숙련도 보너스를 받게 된다. 또한 스킬 트리를 따라가는 스킬 업그레이드와 추가 아이템 해금, 게이머 레벨에 맞춰 올라가는 적 레벨과 수집 아이템 레벨 증가도 전투 시스템의 핵심이다. 다만 일부 스킬은 PVP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이템은 적을 쓰러뜨리거나 해당 지역 내 아이템 보관함을 열어서 습득할 수 있으며, 가끔 도로 상으로 이동하는 적의 무기 수송 차량을 습격하거나 하늘로 이동 중인 드론을 저격해 얻을 수도 있다. 무기나 복장 등의 아이템은 희귀 레벨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표시되므로 적이 아이템을 드롭할 때 기대치도 높아진다.
클래스와 스킬 선택은 게이머의 전투 스타일과 멀티플레이에서 본인의 역할에 따라 원하는 쪽으로 잡아주면 되는데, 싱글 플레이 위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잠입이나 저격에 관한 스킬을 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때로는 적의 눈을 피해 몰래 잠입해 미션만 수행하거나 아이템만 얻고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강력한 적의 드론 탱크는 로켓 런처나 지뢰, EMP 수류탄으로 공격할 수 있으며, 일부 기지에 있는 무인 발사기는 기지 내 전력공급장치를 파괴해 무력화시킬 수 있다. 탈 것을 이용하는 경우 멀티플레이에서 차량이나 헬기에 탄 운전자 외에 다른 플레이어가 화기를 조작해 이동 중에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 답게 많은 지역과 미션이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싱글 플레이로 혼자 진행하다보면 전투 스타일이 단조롭게 고정되기 마련인데, 멀티플레이로 여러 명이 함께 미션을 수행하면 다양한 방식과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는 멀티플레이
브레이크포인트는 전작 와일드월드에 등장했던 AI 동료들을 초반 헬기 침투 작전에 잃어버리고 플레이어 홀로 광활한 오로아를 돌아다니면서 강력한 적들과 맞서 싸워야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첫 캠프 에레혼에 들어가면 주인공과 같은 처지인 다른 플레이어들과 멀티플레이 팀을 꾸려 함께 전장에 나설 수 있다. 멀티플레이는 PVE와 PVP 모드를 제공하는데, 전작과 달리 플레이어 장비가 따로 구별되지 않는다. 심지어 지도 상에서 언제든지 멀티플레이에 참여할 수 있게 화면 상단 우측에 항상 멀티플레이 메뉴가 표시된다.
문제는 PVE 멀티플레이가 특정 지역이나 미션 공략을 위해 팀원을 모을 수 없고 일단 모인 팀원끼리 뭘 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나 지인이 아니라면 함께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플레이어 이름에 진행 중인 미션이 표시되지만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무작위로 모인 팀에서는 무시되거나 바로 해체되기도 한다.
아마 유비소프트가 전작의 AI 팀원들을 빼면서 도입한 오픈월드 협력 플레이는 팀원들이 치밀한 사전 역할 조율과 실시간 소통을 통해 실제 특수부대 요원처럼 임무를 수행하면서 레인보우식스 시즈나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처럼 멋진 공략을 해주길 바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랜파티 문화가 활성화된 외국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오픈월드 멀티플레이에서 친한 친구나 클랜이 아니라면 그만큼 손발이 잘 맞고 대화가 통하는 4인이 무작위로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필자도 게임을 하면서 여러 번 PVE 멀티플레이를 시도했지만 무작위로 매칭했을 때는 로딩 시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매칭이 되도 나도 상대방도 뭘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있는 상태다.
어차피 디비전 시스템도 가져왔으니 필자 개인적으로는 싱글 플레이를 기반으로 특정 미션만 인스턴트 멀티플레이로 참여했다가 임무를 완료하면 자동으로 해산하는 디비전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싱글플레이도 본인이 맞는 난이도를 선택하면 왠만한 미션은 다 깰 수 있지만 베히모스 드론 공격 같은 레이드 요소는 역시 동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PVP는 일정 레벨 이상을 올리면 참여할 수 있으나 역시 고인물들의 양학 장소이니 본인이 고인물이 되겠다는 굳은 의지와 신념이 없다면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게 함께 한 팀원들에 대한 배려다.
멀티가 아닌 싱글로도 즐길 거리는 많다
사실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서 함께 치밀한 전략을 세울 친구 없이 오픈월드 협력 플레이를 요구하는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를 싱글플레이로 한다는 것은 게임의 절반만 즐기겠다는 뜻과 같다. 간신히 무작위로 모인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나가버리면 와일드랜드에서 잃어버린 AI 동료들이 매우 그리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포인트의 싱글플레이는 코드가 맞는 유저들에게는 날마다 조금씩 미션을 깨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요소다. 메인 스토리가 짧다는 지적도 다양한 사이드 미션과 수집 요소, 에피소드별 전투 보상 등을 통해 장시간 즐길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유비소프트가 강조한 오픈월드 협력 멀티플레이는 일단 접어두고 이 게임을 '어쌔씬 크리드: 고스트리콘' 또는 '디비전: 브레이크포인트'라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나름 정도 붙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PVE나 PVP 플레이에 연연하지 않으니 친구 찾기나 소액 결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게임 진행 중 간혹 눈에 거슬리는 버그(탄약을 줍지 못하거나 반대로 계속 탄약이 생성되는)나 사다리 오르기 같은 조작 문제가 거슬렸으나 어차피 제작진도 에피소드 형태로 길게 끌고 갈 생각을 했을테니 꾸준한 패치와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는 공식 한국어 자막 지원으로 PC, PS4, Xbox One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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