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지인으로부터 진돗개 새끼 1마리를 떠맡았다. 어미의 젖을 뗀 지 이제 막 1개월 지났을까? 아직 사회화도 되지 않은 어린 새끼였다. 개를 키울 준비가 안 돼 있던 필자의 가족은 부랴부랴 개집과 용품을 마련하고 인터넷으로 ‘새끼 개 키우는 법’을 검색하며 이왕 키운 개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 오늘의 리뷰어 ‘두부’ 소개 ◈
다행히 진돗개 ‘두부’는 필자의 집에 잘 적응했다. 가족들이 모두 직장인인지라 홀로 집을 지키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도 묵묵히 집을 지켰고, 우리는 그런 두부에게 미안해서 두부의 밥그릇에 사료와 간식을 가득 담아두었다. 문제는 두부가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의 대형견이라는 점과 필자 가족이 야근 잦은 직장인이라는 점이었다.
성장기 대형견 새끼에게 밥을 그냥 줬더니… 이런 비극이!
두부는 밥을 세 끼로 나눠서 먹을 줄 몰랐다. 당연한 얘긴가? 어쨌든… 그래서 출근 때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채워놓고 가도 귀가하면 두부는 늘 빈 밥그릇을 코로 툭툭 치며 뱃속의 헝그리 알림을 울렸다. 이런 상황을 1개월 이상 지속하자 두부는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식탐 강한 개가 되어버렸고, 필자의 가족은 두부가 비만이 되지 않을까, 소화불량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을 달고 살았다.
식탐을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정한 시간에 맞춰서 밥을 급여하는 것이라는데, 두부처럼 어린 강아지는 일찍 훈련을 시킬수록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급식기를 써보기로 했다. 사람 대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밥을 주는 급여 이모라고 하면 될까?
식사 훈련을 대신 시켜줄 상냥한 이모! 펫이랑 6구 스마트 자동급식기
‘펫이랑 강아지 6구 스마트 자동급식기’는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트레이에 종이컵 1컵 분량의 사료를 담을 수 있는 6개의 식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을 설정해두면 각 시간에 맞춰서 밥이 6번 급여되기 때문에 과식을 방지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도록 훈련할 수 있다. 또한 보호자의 목소리를 녹음해 급여 시간마다 재생 시켜 반려견의 관심을 끌고, 불안함을 줄여줄 수 있다. 디테일하게 살펴보자.
▶ 제품 디테일
제품은 4개의 C형 알카라인 건전지로 작동된다. 별도 구매해야 하며, 건전지를 바닥 면에 있는 투입구에 넣고, 전원 스위치를 ‘ON’ 쪽을 옮기면 작동된다.
측면에는 현재 시간과 급여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조작부가 있다. 시간을 나타내는 LCD, 급여 시간을 설정하고 저장하는 ‘SET’ 버튼, 디스플레이를 전환할 수 있는 ‘MODE’ 버튼, 급여 시간 시작 버튼인 ‘START NOW’ 버튼, 음성을 녹음하고 들을 수 있는 ‘REC’ 버튼과 ‘PLAY’ 버튼 등이 있으며 음성 녹음이 가능한 마이크도 있다. 참고로 설정을 초기화하고 싶으면 바닥 면의 전원을 껐다 켜면 된다.
6개의 식기에는 최대 종이컵 1컵 양의 사료를 넣을 수 있는데, 입구가 작은 편이라 소형견이나 중형견에게 적당할 듯 보인다. 두부는 아직 새끼라 괜찮지만 몸집이 더 커지면 얼굴이 낄 것 같다.
▶ 사용 방법
1) 전원 켜기
제품 바닥 면에 건전지를 넣고 전원 스위치를 on으로 돌리면 급식기 뚜껑이 자동으로 열린다. 내부에는 6개의 식기가 있는데 1번부터 6번까지 자동으로 돌아간다. 회전이 멈추면 6번 식기가 보이는데, 만약 중간에 멈출 경우(예를 들어 3번 식기가 보일 경우) 뚜껑을 180도 회전 시켜 덮어줘야 한다.
2) 시간 설정
다음으로 현재 시각을 설정해야 한다. ‘SET’ 버튼을 3초간 누르면 LCD에 시(hour)를 나타내는 숫자가 깜빡거리는데, 이때 ‘MOD’ 버튼을 눌러 현재 시각을 설정한다. 그 후 다시 ‘SET’ 버튼을 눌러 시(hour)를 저장한다.
시(hour)가 저장되면 분(minute)을 나타내는 숫자가 깜빡인다. ’MOD’ 버튼을 눌러 분(minute)을 설정하고, ‘SET’ 버튼을 눌러 저장한다. LCD에 설정한 현재 시각이 깜빡 거리면 성공이다.
3)급여 간격 설정
이 제품은 사용자 편의에 따라 12시간제 혹은 24시간제로 변경할 수 있는데, 제조사에서는 24시간제를 추천한다. 처음 사용이다 보니 필자 역시 이 모드를 선택해 진행했다. 현재 시각이 깜빡이는 상태에서 ‘MOD’ 버튼을 꾹 누르면 오전, 오후를 나타내는 PM, AM이 사라지면서 24시간제로 설정된다.
4)급여 시간 설정
다음으로 급여 시간을 설정한다. ‘MOD’ 버튼을 누르면 LCD에 첫 번째 자리 숫자와 두 번째(ex 1, 13) 자리 숫자가 나오는데 첫 번째 숫자는 식기 번호를, 두 번째 숫자는 급여 시간을 의미한다. 참고로 시간은 1~24시로 표시된다.
‘SET’ 버튼을 꾹 누르면 1번 식기의 급여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가 깜빡 거리는데, ‘MOD’ 버튼을 눌러 시간을 설정한다. 그 후 ‘SET’ 버튼을 눌러 급여 시간을 저장한다. 필자는 15시로 설정했다. 이제 15시가 되면 1번 식기의 사료가 두부에게 급여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음 식기 번호와 급여 시간 숫자가 나오는데, 앞에서 설정한 순서와 동일하게 타이머를 적용해주면 된다. 이렇게 1번부터 6번까지 모든 식기의 급여 시간을 설정한다.
5) 음성 녹음
다음은 음성 녹음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제품은 보호자의 음성을 녹음해 급여 때마다 반려견을 호출할 수 있다. ‘REC’ 버튼을 누르면 녹음/저전압 표시부에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버튼을 누른 상태로 반려견을 호출할 메시지를 녹음한다. 필자는 ‘두부두부두부 밥’으로 녹음했다(무슨 주문 같다).
음성 녹음은 최대 6초까지 가능하며, ‘PLAY’ 버튼을 누르면 녹음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이 음성은 사료가 급여될 때마다 재생된다.
6) 식기에 사료 채우기
제품 상단 뚜껑에 있는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슬라이드 커버를 분리한다. 다음으로 각 식기에 사료를 넘치지 않도록 채운 뒤 다시 뚜껑을 닫고 잠금장치를 잠그면 된다. 이것으로 자동급식기를 사용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급식기인데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강아지라 그런지 설정 때부터 주변을 알짱거리며 엄청난 호기심을 보인 두부. 여기에 사료까지 넣어두니 곁을 떠날 줄 모른다. 급여 시간이 지나면 뚜껑이 닫히는데, 코로 뚜껑을 툭툭 치고 머리로 밀며 연신 꼬리를 흔드는 두부를 보니 왠지 급식기가 아니라 장난감을 준 기분이 든다. 소형, 중형견은 괜찮겠지만 두부가 성견이 되거나 보통 대형견들에는 장난감 취급을 당해 금방 망가질 것 같다는 불안감도 든다.
음성 호출 기능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급여 시간 텀이 길다 보니, 밥 먹는 시간이 되어 급식기의 뚜껑이 열려도 두부가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때 필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니 두부가 쉽게 알아채고 급식기 앞으로 달려왔다.
아무리 제시간에 맞춰 급식기가 잘 작동해도 반려견이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첫날에는 급식기에서 필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부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나 사용한 지 3일 정도 지나니 적응한 듯 익숙하게 밥을 먹었다.
협찬 없이 냉정하게 평가하는 펫이랑 6구 스마트 자동급식기
▶ 외형
▲ 전대물 느낌의 컬러 디자인이다 (출처: 에이원무역)
필자의 전공이 디자인이라서 그런지 제품 비주얼이 너무 아쉬웠다. 6종류의 컬러 옵션이 있긴 하지만 유광의 원색 디자인은 모던, 심플함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와 거리가 멀고, 외형 디자인 또한 매력적이지 못하다.
굳이 다른 색으로 포인트를 주느니 한 가지 컬러로 통일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요즘에는 애견용품도 집안 인테리어와 얼마나 조화로운지를 고려해 구매하기 때문에 비주얼을 좀 더 세련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트레이 모양이 로봇청소기와 비슷하니 로봇청소기 같은 디자인도 좋겠다.
▶ 성능 및 조작
낭낭한 크기를 자랑하는 6개의 식기와 보호자의 편의를 고려한 섬세한 급여 시간 설정, 음성 호출 성능은 매우 만족스러웠으나 이 기능을 설정하는 조작 버튼이 아쉽다.
제품 내 모든 시간(현재 시각, 급여 시간, 12시간제 , 24시간제) 설정은 ‘SET’ 버튼과 ‘MOD’ 버튼만 가지고 조작해야 하는데 식기가 많다 보니 5, 6번 식기 시간을 설정할 때는 ‘내가 ‘MOD’ 버튼을 눌렀는지, ‘SET’ 버튼을 눌렀는지’ 헷갈렸다. 버튼을 직관적으로 바꾸고, 타이머 설정도 지금보다 좀 더 단순하게 바꾼다면 고령의 보호자들도 사용하기 한결 편하지 않을까.
▶ 위생 및 안전
사료를 보관하는 식기에 제습 기능이나 밀폐 기능이 없다. 추운 겨울은 괜찮겠지만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자칫 사료가 부패하거나 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 정식 수입된 제품은 kc 인증을 받았다 (출처: 에이원무역)
또한 아무래도 전력을 사용해 작동되기 때문에 관련 안전성에 대해서도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필자가 리뷰한 제품은 ㈜ 에이원 등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 정식 수입될 경우 KC 인증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반려동물이 급식기에 소변을 보거나 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실내에서만 사용하길 권한다. 또한 제품 소재가 플라스틱이고 트레이 입구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형견보다는 소형, 중형견에게 적합하다.
▶ 유지관리
배터리 충전식이 아니기 때문에 건전지가 방전될 때마다 새로 교체해줘야 한다. 보통 C형 알카라인 건전지 4개가 5,000~7,000원 정도 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번 건전지를 사서 끼워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정확한 교체 주기는 알 수 없으나 LCD 왼쪽 작은 램프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새로운 건전지로 교체해줘야 한다는 신호라고 하니 참고하자.
결론
사료 보관에 아쉬운 점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상황보다 출근 때문에 규칙적으로 밥을 챙겨줄 수 없는 상황에 더 추천하는 제품이다. 가격 대비 성능은 괜찮다. 급여 시간 설정에 대한 보완과 디자인 개선이 이뤄지면 만족도가 더 올라갈 것이다. 사실 사용이 어려운 건 아닌데, 복잡한 조작법 때문에 제품의 매력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필자의 두부는 열흘 정도 자동급식기를 사용했는데,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적어도 필자가 귀가한 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일은 사라졌다. 보름 정도 더 사용하면 식탐 개선에도 효과적일 거라 기대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사진 / 권하은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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