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등록제로 내장 인식칩을 이식 중인 강아지 (출처: 서울시청)
2019년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면서 인식 칩(=마이크로칩)을 이식한 반려묘, 반려견들이 늘고 있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인식 칩에는 반려동물 이름, 품종 및 보호자의 번호와 주소 등이 등록돼 있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인식 칩을 태그하면 즉시 보호자의 정보를 확인해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로써 반려동물의 유기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의 순기능은 또 있다. 보통 반려동물을 등록하면 체내에 이식하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이나 외장형 식별 장치인 팬던트, 인식표 중 1가지를 택할 수 있는데, 이 인식 칩을 통해 반려동물의 급식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 물론 그냥은 안 되고, 특수한 식기가 필요하다.
다묘, 다견 가정의 고민! '큰애가 작은애 밥까지 다 먹어요'
두 마리 이상의 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한 번씩은 고민하는 문제. 바로 밥이다. 사람도 그렇듯 동물에게도 서열이 존재하는데, 특히 동물들은 서열 때문에 자신 몫의 밥까지 뺏기는 경우가 많다.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서열이 높은 동물이 어린 동물의 밥까지 모두 먹어서 급식이 어렵다는 사연을 종종 접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호자의 엄격한 교육이지만 24시간 내내 동물들에게 붙어서 훈육을 하기도 어렵다.
오늘 리뷰할 제품인 '슈어피드 마이크로칩 자동 급식기(SureFeed Microchip Pet Feeder)'는 이처럼 급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묘, 다견 가정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동물이 장착한 마이크로칩을 인식해 뚜껑이 개폐된다. 예를 들어 급식기에 A 동물이 장착한 인식 칩을 등록하면 오직 A 동물이 접근했을 때만 급식기의 뚜껑이 열리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비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설득력이 없는 제품일지도 모른다. 사람이야 'A는 저 밥을 먹어도 되지만 B는 안 돼'라고 말하면 이해하지만 인간의 2~3세 지능을 가진 강아지들에게는 그 설득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밥을 뺏어 먹는 일 외에도 키우는 동물들의 나이가 다르거나 체질이 달라서, 병이 있어서 급식을 달리해야 하는 경우, 이러한 인식형 급식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그마치 4,300개 리뷰의 찬사를 받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아마존 반려동물용품 카테고리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제품이다. 자그마치 4,328개의 고객 후기가 등록됐으며 별 5개 중 4.4개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만족도 높은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다묘 가정에서 선호도가 높은데 건강이 좋지 않거나 비만이라서 따로 처방식을 먹여야 하는 동물이 있을 때 유용하게 사용되었다는 후기가 많다.
첫인상, 요트를 닮은 아름다운 밥그릇
스펙상 사이즈와 무게가 21cmx32cmx15cm(사료그릇 16cmx10.5cmx3cm), 2.2kg라고 적혀 있어서 크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였다. 작고 가벼워 보이며 깔끔한 외형이 마치 잘 빠진 요트를 닮았다. 당장이라도 물 위에 띄우면 동동 떠다닐 것 같은 날렵하고 멋있는 디자인이다. 다만 전기를 꽂아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서 별도로 C타입 건전지 4개가 필요하다(별도구매).
유지비용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 같으나 필자의 경우 케이블에 구속되지 않고 공간의 제약 없이 어느 곳이든 깔끔하게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듯해 크게 마이너스가 되진 않았다.
편리한 관리, 심플한 구성
포장된 연두색 박스를 열어 급식기를 꺼냈다. 제품 본체, 싱글형 그릇, 분리형 그릇, 실리콘 매트, RFID 목걸이형 태그, 매뉴얼까지 총 6개의 구성품이 들어 있다. 복잡한 것을 칠색 팔색 싫어하는 필자에게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일단 합격이다. 참고로 매뉴얼은 영문으로 된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한글 매뉴얼을 원하는 사람은 SureFeed사 홈페이지(www.surepetcare.com)에 접속해다운로드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C타입 건전지 4개를 사용해 기계가 작동한다. 본체 아랫면을 확인하면 양쪽으로 건전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제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해외 리뷰를 보면 4~5개월간 지속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필자가 구입한 듀라셀 일회용 건전지(2개 3,020원)를 기준으로 1년 유지 비용을 계산하면 약 12,000원 정도가 발생하는 셈인데 이보다 저렴한 건전지도 있고, 충전형도 있으니 건전지는 편의에 따라 선택해 사용하자. 참고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할 때는 알람이 울리기 때문에 달력에 하루하루 날짜를 표시할 필요는 없겠다.
가운데에는 급식기 뚜껑의 개폐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슬라이더가 있다. 보통은 중간 단계로 설정해놓기를 권장하지만 필자의 반려견은 겁이 많아서 필자는 슬라이더를 가장 느린 단계인 (III)로 설정해두었다. 덕분에 뚜껑을 천천히 닫을 수 있다.
급식기 뚜껑이 자동으로 오픈되게 하려면 반려동물 마이크로칩을 기기에 인식 시켜 등록해야 한다. 필자의 반려견 푸디는 지난해 5월 동물등록을 하면서 외장 칩을 받았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동물등록을 할 때는 인식표와 외장 칩, 내장 칩 3가지 형태로 선택이 가능하다. 아무리 수의사 선생님이 내장 칩을 추천하더라도 강아지 몸 안에 칩을 심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던 필자는 외장 칩을 선택했다.
우선 외장칩을 등록하기 위해서 본체 뒤쪽에 부착된 3개의 버튼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장 왼쪽에 있는 버튼은 마이크로칩이 없어도 급식기의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기능을 한다. 가장 오른쪽에 학사모가 그려진 버튼은 반려견이 급식기에 빨리 적응해 먹이를 잘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트레이닝 모드다. 가운데 동물 얼굴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외장 칩을 등록할 수 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급식기 뚜껑이 열리고 녹색 표시등이 깜빡인다. 이로써 등록이 완료됐다.
슈어피드 마이크로칩 자동 급식기는 최대 32마리의 반려동물 인식 칩을 등록하고 저장할 수 있다. 만약 반려동물들이 같은 사료를 먹어도 된다면, 즉 단순히 서열 낮은 동물의 식사량을 보호해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1대에 각각의 인식 칩을 등록해 사용하면 되지만, 아예 다른 종류의 급식을 해야 한다면 2대 이상 구입해 각각의 인식 칩을 등록해 사용하면 된다. 혹시 내·외장 동물등록칩이 없다면, 구성품 안에 동봉된 RFID 목걸이형 태그를 사용하면 된다. 이 태그는 별도 구매가 가능하다.
겁많은 동물에게 너란 존재...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존재...
자, 이제 푸디에게 간식을 줘보기로 한다. 싱글형 그릇과 분리형 그릇은 사용 전 세척을 해줬다. 잘 말려둔 뒤 물기가 없어지면 용도가 맞는 그릇에 강아지에게 먹일 간식이나 사료를 담아 본체에 넣어주면 된다. 참고로 이 그릇의 테두리는 실리콘으로 마감돼 있어 뚜껑을 닫으면 완벽한 밀폐 용기가 된다. 이로써 습식 사료도 장시간 변질 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푸디가 좋아하는 덴탈껌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고구마&소고기 간식을 싱글형 그릇에 넣어주고 푸디에게 보여주며 급식기 근처로 유인했다. 본체 뚜껑을 열어 간식을 넣어준 다음 푸디가 접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푸디는 급식기 근처를 빙빙 돌며 필자에게 애처로운 눈빛만 보냈다. 필자는 이 눈빛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 엄마, 나 간식 먹고 싶어요. 근데 저건 뭐예요? 어떻게 먹어야 돼요?
안타까워서 푸디 몸을 급식기 앞쪽으로 억지로 밀어 넣었더니 센서가 반응해 급식기 뚜껑이 열렸다. 그런데 그걸 보고 더 놀란 푸디. 아무리 좋아하는 간식이라지만, 겁쟁이 푸디는 기계에서 멀찍이 떨어진다. 발만 동동 구르며 급식기를 바라보는 푸디. 이걸 어쩌면 좋을까?
걱정하며 매뉴얼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이런 일은 우리 푸디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닌 듯하다. 앞서 언급했던 트레이닝 모드가 그래서 필요했던 것. 푸디에게 급식기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푸디가 새로운 그릇에 익숙해질 수 있게 급식기에서 그릇을 꺼내 급식기 앞에 두었다. 푸디가 이렇게 경계심이 많을 줄이야...
아무래도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듯해 한동안은 그냥 뚜껑을 열어둔 채 사료나 간식을 넣어주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트레이닝 기능을 활용해 계속해서 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매뉴얼은 알려주고 있다.
다행히 빠르게 적응했다. 위 이미지는 이튿날에 촬영한 모습이다. 고개를 쑥 내밀어 목걸이를 태그하고, 뚜껑을 열어 간식을 먹는 영특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총평
▲ 에, 제 점수는 말이져~
-세련된 디자인
-케이블이 없어서 집안 어디든 배치 가능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감전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
-급식 때만 뚜껑이 열려서 위생적인 사료 보관 가능
-다견, 다묘 가정의 경우 동물별 개별 급식 가능(한 마리만 사료 독식 방지)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이크로칩 인식에 따른 개별 급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 필자는 건전지 작동을 장점으로 꼽는다. 우선 전원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동물들이 전선을 씹거나 장난을 치다가 감전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요즘 강아지를 데리고 캠핑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전기선이 필요하지 않아 아웃도어 생활을 하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겁이 많은 친구라면 급식기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과 시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끝까지 적응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우려가 있다. 때문에 평소 예민하거나 겁이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이 급식기와 유사한 장치를 사용해 테스트를 해보고 구입하기를 권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사진 / 김효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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