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라벨 프린터 리뷰"다. 오프닝의 푸딩 사진에 설랬던 분들께 미리 사죄드린다.
커스터드 푸딩. 아주 달고 부드러운 간식이다. 제작 과정은 대략 계란, 우유, 설탕을 냄비에 넣고 저어 준 뒤 약한 불에서 쪄내고, 마지막으로 냉장고에서 식힌 뒤 먹게 된다. 즉 푸딩은 냉장 보관이 정석이다. 이 ‘냉장고에 들어간 푸딩’은 수많은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클리셰로 쓰인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냉장고에 보관되고 있는 남의 푸딩을 몰래 먹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후 등장인물의 성격만 고려해 이야기를 전개하면 손쉽게 해당 에피소드가 완성된다. 그런 푸딩 이야기는 제일 처음 남의 푸딩을 훔쳐먹는 과정에서 분기가 나뉜다.
푸딩 주인을 아는 경우, 푸딩 주인을 모르는 경우다.
전자는 푸딩의 훔쳐 먹은 인물의 뻔뻔함이 강조될 것이며, 후자라면 뻔뻔함은 마찬가지지만 주인이 없어 보였다는 궁색한 변명이 가능하다. 즉 냉장고에 있는 푸딩을 사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은,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표기해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사실 창작물 외에 실생활에서도 벌어진다. 산울림의 명곡 ‘어머니와 고등어’는 첫 소절이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다. 어머니가 아침에 자반 고등어를 구워 주시려 냉장고에 보관해 놨다는 훈훈한 내용인데, 실생활에서는 조금 변질될 수 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더니, 동생이 사다 놓은 거로 추정되는 바나나맛 우유가 냉장고에 보관돼 있네. 이후 전개는 뻔하다. 다음날 동생이 바나나맛 우유를 먹은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럼 동생 입장에서 이와 같은 불상사는 어떻게 방지해야 할까? 네임펜으로 큼지막하게 이름 표기? 더 좋은 수단이 있다. 라벨 프린터다. ‘내 것’을 확실하게 표시해 둘 수 있다.
귀여운 가정용 라벨 프린터 Epson LW-K200PK
Epson LW-K200PK(엡손 LW-K200PK, 이하 LW-K200PK)는 콤팩트 사이즈의 가정용 라벨 프린터다. 실생활에 유용한 라벨을 간단하게 뽑아내는 기기다.
주 사용 용도는 냉장고 및 각종 가정용품 정리, 아이들 물건, 선물 포장 외 각종 꾸미기 등이다. 귀여운 디자인에 조그마한 크기로 감성 아이템이다.
가로 173mm, 세로 109mm, 높이 58mm로 성인 남성 손바닥 정도의 크기라 휴대가 편하다. 무게도 400g에 불과하다. 전원은 AA 건전지 6개를 사용한다.
LW-K200PK의 색상은 핑크다. 전체적으로는 베이비 핑크 계열의 색상이며 시프트 정도만 핫핑크 색상이라 볼 수 있다. 성인 남성이 사용하기에는 조금 압박감이 들 수 있다. 그래도 최근에는 ‘남자는 핑크’가 대세이기에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항상 그랬지만
핑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성인 남성도 귀여운 걸 사용하는 건 죄가 아니다.
그렇다면 감성을 제외하고 LW-K200PK와 기존 일반 프린터와의 차이는 어떨까? 물론 일반 프린터로도 라벨을 뽑아낼 수 있다. 단, 일반 프린터는 A4 용지의 라벨지로 프린트한 뒤 직접 가위로 재단해야 한다. LW-K200PK는 그럴 일이 없이 그때그때 소량만 빠르게 뽑아낼 수 있어 편리하다. 측면의 버튼만 눌러 주면 가위질할 필요 없이 쉽게 잘린다.
그렇다면 어떤 문자를 출력할 수 있을까? 키보드만 봐도 감이 잡힌다. 숫자, 한글, 영어를 출력할 수 있다(공식 스펙에는 일어, 중국어도 지원된다고 표기된다). 거기에 각종 기호도 지원된다. 부호, 약호, 괄호, 도형, 단위, 아트문자, 숫자, 그리스, 유럽 등이다.
그렇지만 핵심은 역시 귀여운 이모티콘이다. 토끼, 돼지, 새 등의 동물부터 붕어, 달팽이, 새우 등의 기타 동물과 함께 꽃/나무, 운송수단, 음식, 잡화, 취미, 달력, 계절, 생활 등 수많은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테두리도 결정할 수 있다. 평범한 테두리부터 고양이, 양, 악어 등이 들어간 귀여운 테두리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출력물은 카트리지에 따라 성격이 크게 변한다. 일단 크기로는 4mm, 6mm, 9mm, 12mm, 18mm로 나뉜다. 네이밍은 4mm를 사용하며 표지 및 마킹으로는 대략 18mm를 사용한다. 크기 이외에 디자인과 재질로도 나뉜다.
일반 카트리지 이외에 리락쿠마, 마스킹, 리본, 옷다림질, 귀금속 컬러, 진줏빛 컬러 등 다양한 디자인의 카트리지를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마스킹 테이프, 리본 테이프, 옷다림질 테이프는 재질이 폴리에스테르다.
실사용했던 리본 테이프는 말 그대로 리본이었다. 접착력이 없고 리본처럼 묶어둘 수 있다. 선물용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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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라벨 프린터를 사용 시 출력물의 글씨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글씨 크기를 키워서 출력할 수도 있다. LCD 창을 보며 글씨 크기를 확인해 키우면 된다. 단 4mm 테이프 등 크기가 작은데, 글씨를 크게 키울 경우 글씨가 테이프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즉 적당히 조절해서 써야 한다. 출력 시 속도는 최대 6mm/sec로 크게 느리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가정용으로는 충분하다.
반려견의 생활환경을 개선해 주자
반려견의 생활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계획이다. 반려견의 밥그릇에 라벨지를 붙이려 한다.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반려견의 밥그릇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우리 반려견에게 제대로 된 ‘자기 것’을 잠시나마 만들어 주고 싶었다. 텍스트를 입력한 뒤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간식을 담아 주니 좋아한다. 사진을 찍기 좋다.
다음으로는 반려견의 목에 리본을 매달아주려고 했는데, 완강하게 거부해서 대신 강아지 인형 목에 리본을 달았다.
하지만 리본은 반려견의 질투심으로 오래 가지 못했다. 리본 테이프를 뽑을 때는 충분히 간격을 둬야 길게 뽑을 수 있어 묶기 좋다.
냉장고 안에도 라벨의 갬성~
냉장고 내부에 바나나맛 우유처럼 생긴 무언가와 쁘띠첼 과일 젤리가 들어 있다.
애플 시나몬맛 우유였다. 오다 주웠다는 무심하지만 따뜻한 말이 가슴을 울린다. 마셔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쁘띠첼 과일젤리 복숭아맛. “상한거 먹으면 죽음”이라 붙어있다. 쁘띠첼을 지키려는 얄팍한 거짓말로 보인다.
하지만 밀봉되어 있고, 유통기한을 보니 넉넉하다. 쁘띠첼은 맛있었다. 뒷일은 모른다.
새로 출시된 펩시 제로가 냉장고에 들어 있다. 그런데 간장이라 붙어 있다. 콜라병에 간장을 보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흔들어 보니 탄산이 올라온다. 탄산이 올라오는 간장은 없다. 이제 마시고 혼나면 된다.
라벨 프린터의 갬성~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관건!
LW-K200PK는 제법 쓸 만한 라벨프린터다. 우선 디자인이 아주 귀엽다. 선물 포장 시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냉장고 안 식품의 주인이 누구인지 표기해 둘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바나나맛 우유를 귀엽게 선물해 두기에도 적합하다. 제품 상태와 다른 정보를 장난삼아 적은 뒤 나름대로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할 수도 있다. 삶을 조금이나마 더 재미있게 바꿔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김도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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