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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세컨드 제너레이션의 출발점 Ruark Audio R1 Mk4

2021.04.05. 14:30:57
조회 수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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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으로 떠나는 R1 Mk4


일단 본 기는 사이즈가 적당하다. 그렇다고 배낭에 넣고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휴대성 하나는 뛰어나다. 하지만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음향 쪽의 배려가 상당하다. 본격 오디오를 만드는 회사다운 노하우와 자존심이 제대로 투입된 것이다.

자, 이런 디바이스가 왜 필요하냐? 내가 생각하는 차박은 이렇다. 구형 SUV 중 큰 녀석을 골라, 2열과 3열을 탈거한다. 그리고 평탄화 작업을 한다. 여기에 무시동 히터니 에어컨이니 태양광 패널 등을 장착할 수 있지만, 되도록 소규모로 진행하자. 100이나 200A 급 정도의 인산철 배터리만 준비하면 된다. 단, 시동을 켜거나 주행 중 충전을 할 수 있는 장치까지는 마련해야 한다.

이 정도 용량이면, 커피를 끓이고, 컵 라면 정도는 먹을 수 있으며, 전기장판이나 선풍기까지 돌릴 수 있다. 어차피 잠만 자자. 아침 정도는 차 안에서 먹고, 점심과 저녁은 사 먹으면 되지 않은가? 혹시나 싶어서 포티포타 정도를 준비해서 비상시에 대비하는 정도? 그렇다면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왼쪽부터 루악오디오 R1 Mk4 Espresso, Light Cream 마감

문제는 야간 시간. 이 좁은 공간에 앉아서 뭘 한단 말인가? 나는 갤럭시 탭 10인치짜리를 이미 갖고 있으므로, 여기에 미리 저장해둔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계획이다. 무려 512GB 짜리 마이크로 SD를 넣을 수 있으므로 상당한 소프트 웨어를 저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운드는? 그렇다. 바로 이때 작지만 당찬 본 기 R1 Mk4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루악의 이정표 R1 시리즈


나와 같은 좀 오랜 오디오파일들에겐 루악이란 회사는 그냥 하이파이 스피커 전문 회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특히, 중저가에서 워낙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들을 많이 내놔서, 한두 모델 정도는 써본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올인원 쪽에서 최근 루악이 이룩한 엄청난 성과에 대해선 좀 생경할 것도 같다.

반면 현재의 루악에만 친숙한 분들에겐 이 회사가 한때 스피커 제조에 있어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고, 브리티시 오디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라고 하면 또 낯설 것이다. 이런 완벽한 변신의 예는 오디오 역사에서도 매우 드문 편이라 이래저래 약간의 설명은 필요할듯싶다.

2016년에 출시한 루악 오디오 창립 30주년 기념작 Swiss Red R1-30

무엇보다 본 기 R1 시리즈는 하이파이 스피커 전문 제조사에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오디오계의 총아로 군림하게 된 일종의 이정표에 해당한다. 동사의 창립 30주년 기념작으로 R1이 선택되어 특별한 “스위스 레드” 버전이 출시된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다. R1 자체가 상당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원래 루악은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뮤지션인 아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회사다. 부친은 브라이언 오루크, 아들은 앨런 오루크다. 1985년에 창업해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음악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꾸준히 어필해왔다. 그러다 점차 회사가 성장하면서, 미들 클래스 정도의 제품도 충분히 발매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다. 계속 이 분야에 매진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새천년이 되어 부친 브라이언이 타계하고, 오디오계에서도 격변이 몰아치는 가운데, 회사 내에서도 방향 전환에 대한 의견이 개진되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영국의 상황을 보면, 아날로그 FM 방송 대신 디지털 FM 방송이 송출되면서, 상당히 퀄리티가 좋은 디지털 라디오 방송국이 많이 생겼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을 DAB라고 한다. 최근에는 DAB+라고 해서 보다 퀄리티가 좋은 스펙을 확보하고 있다.

R1 시리즈의 전신에 해당하는 R1 DAB 라디오

창업 20주년이 되는 2006년에 정식으로 출시한 R1은
기존의 라우드 스피커와 구별하기 위해 Vita Audio라는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스피커 제조에 노하우가 많은 회사라, 이런 DAB 시장에 뛰어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심플한 디자인으로 완성된 R1 DAB 라디오다. R1 시리즈의 전신에 해당한다. 이 해가 바로 2004년. 그런데 이 제품이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자, 창업 20주년이 되는 2006년에 정식으로 R1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비단 루악뿐 아니라 영국 오디오 업계 전반을 뒤흔드는 대사건으로 발전한다. 드디어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상당한 지각 변동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애스턴 마틴에 버금가는 명품이란 찬사가 쏟아졌을까?

사실 R1 이전만 해도, 이런 제품은 일종의 장난감이나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그냥 휴대성이 뛰어나 잠깐잠깐 음악을 듣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R1을 전환점으로 해서 이런 제품을 본격적인 오디오의 범주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만드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또한 블루투스 기술의 진화라던가 이어서 스트리밍 오디오의 만개 등 숨 가쁘게 이 세계가 진화하기 때문에 당연히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R1은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제품이라는 점만은 확인하도록 하자.


R1이 가져다 준 충격

왼쪽부터 루악오디오 R2(2007), R4(2008), R2i(2009)

일단 루악으로 말하면, 하이파이 스피커 제조는 조금씩 뒤로 돌리고, R1을 중심으로 새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한다. R2(2007), R4(2008), R2i(2009) 등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이 부침이 심한 마켓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에 이른다.

왼쪽부터 루악오디오 New R1(2010), R1 Mk3(2014)

루악오디오 MR1(2013)

왼쪽부터 루악오디오 Nordoff Robbins Orange R1(2012),
Swiss Red R1-30(2016), Limited Edition Sea Grean R1(2017)

그에 따라 R1의 버전 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New R1(2010), R1 Mk3(2014) 등이 나온 가운데, MR1이라고 해서 R1을 스테레오 버전으로 만든 제품까지 탄생했다. 또 이들 제품의 외관을 변형한 스페셜 에디션도 다양하게 나왔다. 이를테면 오렌지 R1, 스위스 레드 R1, 시그린 R1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R1 자체의 진화 과정을 보면 그동안 4년을 주기로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14년에 Mk3를 내놓은 후, 무려 6년 만에 신작이 나왔다. 바로 2020년에 나온 본 기 R1 Mk4가 그 주인공이다. 이렇게 기존의 사이클을 깨고 좀 더 신중하게 본 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외관을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전혀 다른 모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루악 디자인에서 과감하게 결별, 이제는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 대한 준비랄까, 예시와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아무튼 본 기 이후, R2를 비롯한 여러 제품에 과감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진정한 세컨드 제너레이션의 출발을 알렸다고나 할까?


R1 Mk4의 주요 기능

일단 수려한 외관부터 살펴보자. 일종의 인클로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목재를 소재로 한, 매우 공들인 만듦새를 보인다. 목재 스피커를 주로 만든 루악다운 모양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드라이버가 있는 전면에서 점차 폭이 좁은 형태로 뒤로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역시 정재파와 같은 방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 하겠다. 한편 밑을 보면 큼지막한 덕트가 있고, 네 귀퉁이에 발이 나 있다. 즉, 똑바로 세워 두면 본체가 발을 통해 어느 정도 바닥에서 떠 있는 형태로, 그 중앙에서 덕트를 통해 저역이 사방에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구조다.

본 기의 가장 주요한 기능은 역시 기본적인 라디오 성능과 블루투스 장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전자를 보면, FM, DAB는 물론 DAB+까지 커버하고 있다. 또 4개의 방송을 미리 세팅해서 원할 때마다 원터치로 조작하도록 했다.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 DAB가 제공되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FM 쪽은 들을 만한 것이 많다. 4개 정도를 미리 선정해두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다. 실제로 FM을 청취해보니 성우의 목소리가 무척 선명하다. 음악의 퀄리티도 꽤 만족스러웠다.

이어서 블루투스 기능. 이것은 나 자신이 무척 기대하는 부분이다. 일단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런 디바이스의 불만 사항인 음향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해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중에 좁은 침대에 걸터앉아 혹은 차박중 뒷좌석에 누운 상태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감상한다고 하면, 본 기는 더없이 요긴할 것 같다. 사이즈에 대한 부담도 없으면서 기본적인 성능은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음질에 대한 부분은 좀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일단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런 제품에 클래스 D 방식을 쓴다. 물론 별로 불만은 없다. 또 이 기술이 최근에 진화를 거듭해서 아날로그 파워 못지않은 음악성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본 기에는 이런 리니어 파워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일단 눈에 띈다. 또 원래 루악은 드라이버를 스스로 만드는 곳이라, 본기에도 자사의 제품을 넣고 있다. 워낙 R1의 상징성이 대단하기 때문에, 상당히 공들여 만든 드라이버가 투입된 것이다.

한편 주목할 만한 기능으로는 내장 EQ가 있어서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상단에 부착된 노브를 보면 메뉴 항목이 있다. 여기서 시스템으로 들어가 오디오를 찾으면 총 세 개의 옵션이 나온다. 저음부, 고음부 그리고 저역 보강이다. 각각 조절해가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컨트롤하면 된다.

전면에 OLED 디스플레이창이 있어서 이 또한 유용하다. 한글로 플레이되는 노래 제목이 나오는 부분은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언어 선택 영역이 있는데, 꽤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두 개의 알람을 설정할 수 있는 부분도 여행용으로 쓸 때 당연히 필수적이다. USB-C 단자를 통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고, 거기에 양질의 헤드폰 단자까지 제공된다. 특히, 상단에 위치한 큼지막한 노브는 만지는 재미도 준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다.


본격적인 시청


그럼 블루투스를 통해 주로 유튜브를 이용해서 음악을 들었다. 아마 좀 더 퀄리티가 좋은 스트리밍 서비스 쪽을 사용하면 더 높은 만족도를 얻을 것이다.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MWV O14 - 1. Allegro molto appassionato

첫 곡은 안네 조피 무터 연주,〈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가운데, 중앙에 강력한 존재감으로 바이올린이 어필해온다. 심지가 곧고, 에너지가 출중하다. 약간 요염한 기운도 가미되어 듣는 맛이 좋다. 배후의 오케스트라와 일체 엉킨 부분이 없으며, 주력이 되는 바이올린에 정확히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모노라는 한계는 있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별로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어떤 응축된 에너지가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

Cassandra Wilson - Love Is Blindness / Blue Moon Daughter

이어서 카산드라 윌슨의〈Love Is Blindness〉. 기타의 지판을 짚는 손길이 세밀하게 포착되고, 두툼한 베이스가 꽤 임팩트 있게 전달된다. 보컬은 일종의 주술을 거는 것처럼 몽환적이며, 중간에 나오는 정체 모를 혼 악기의 울림은 영혼을 뒤흔든다. 정교하게 녹음된 트랙인데,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 중역대를 알차게 채워서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뻗게 하는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의 튜닝 기술이 여기서 멋지게 발휘되고 있다.

Rolling Stones - Let It Bleed (Remastered 2019)

롤링 스톤즈의〈Let It Bleed〉. 초반에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시원시원한 스트로킹에 육중한 드럼 그리고 홍키통키풍의 피아노.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멋진 리듬을 배경으로 록 특유의 활기가 가득하다. 보컬과 악기들이 오소독스하게 엮이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다. 일종의 마이크로한 세계지만, 바로 앞에서 듣기 때문에 전혀 작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기타 솔로의 경우, 입체적으로 유닛을 뚫고 나온다. 정말 깜짝 놀랐다.

이문세 - 광화문 연가 / 이문세 5집

마지막으로 이문세의〈광화문 연가〉. 이 곡을 듣고 적잖이 감동했다. 과연 가요의 재생에 있어서는 압도적이다. 가요 특유의 처연하고, 센티멘털한 감성을 충분히 포용하면서, 매우 투명하고, 아름다운 음향을 자랑한다. 어찌 보면 한국인이 튜닝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심금을 울리고 있다. 덕분에 몇 곡의 가요를 더 듣고 말았다. 만일 본 기로 가요를 듣는다면, 손수건도 아울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결론


어떤 면에서 본 기 R1 Mk4는 약 17년에 걸친 루악의 변화를 새롭게 이끌 내용과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다. 특히, 외관상의 변화는 눈부실 지경이며, 단순한 휴대용 디바이스를 뛰어넘어 일종의 명품으로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세컨드 제너레이션의 출발점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가요의 경우,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이 문세를 필두로, 이소라, 들국화, 양희은 등을 두루두루 들었는데, 정말 술 한 잔 생각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높은 휴대성까지 생각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라 하겠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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