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모니터의 두 가지 계열
▲ JBL 4312G 스피커
JBL은 올해로 창업 75주년을 맞이한다. 이 뜻 깊은 해를 기억하기 위해 큰 이벤트가 진행중이다. 혹 기회가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 나중에 소개하려고 한다. 지금은 신작 4349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한데 본 기에 역사적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 바로 JBL이 자랑하는 스튜디오 모니터 시리즈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모니터? 아마 생소한 분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JBL은 일반 컨슈머, 이른바 민생용 제품이 있고, 또 스튜디오 모니터 라인도 병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모두 컨슈머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JBL의 전체 제품군을 보면 우리가 모르는 모니터 계열이 많기는 하다. 그중에서 민생용으로 써도 좋은 제품들을 일반 오디오 시장에 소개할 뿐이다. 어떤 기기는 모니터 용이면서 민생용으로 더 인기를 끈 것도 있다. 4312 계열이나 4343, 4344, 4425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권에서 왜 이런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가 의아했다고도 한다.
실제로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1970년대에 JBL이 컨슈머 시장에 야심차게 L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대신 모니터 계열을 오로지 스튜디오에만 공급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미국인들은 L 시리즈에 친숙하다. 단, 모니터 시리즈는 주로 PX를 통해 외국에 전파되었다. 미군이 주둔한 우리는 PX를 통해 4312 계열을 접했다. 따라서 우리는 L 시리즈보다는 모니터쪽이 더 친숙한 것이다. 사태가 이러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모니터 시리즈를 일종의 민생용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뭐, 태생이야 어떻듯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면 되니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단, 지금도 JBL은 스튜디오 모니터를 중심으로 한 프로페셔널 오디오쪽을 만들고 있고, 별도로 민생용도 만들고 있다. 여기서 일단 라이프스타일이나 해드폰, 사운드 바 등은 제외하자. 그런데 이런 모니터쪽을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 프로용이 있고, 일반 가정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은 제품이 있다. 즉, 두 가지 계열이 존재하는 것이다. 당연히 4349는 후자쪽이고, 앞서 언급한 제품들도 후자쪽이다.
▲ JBL의 프로페셔널용 스피커, M2
하지만 진짜배기 기술은 완전 프로용에서 나온다. 특히, 마스터 레퍼런스 모니터라는 시리즈는 매우 중요하며, 현재 M2라는 모델이 상징적으로 런칭된 상태. 여기서 개발한 드라이버와 각종 기술이 우리가 접하는 모니터 및 민생용으로 이양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 기처럼 모니터 계열로 나온 제품은 사실 얼마나 마스터 레퍼런스 모니터의 기술을 이양받았나가 핵심인 셈이다.
기억하라 1971년!
▲ 월남전에서 한국군을 찍은 사진 (Photo by Phillip Kemp)
그럼 올해 나온 4349의 기원이 되는, 즉 바로 50년 전인 1971년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일단 그때 전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좀 훑어봤다.
우선 한국의 상황을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면서, 유신 체제가 발령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때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저 유명한 실미도 사건도 일어났다.
국제적인 정세도 국내만큼이나 무척 불안했다. 월남전은 이제 점차 호치민의 월맹쪽이 우세하게 되어, 우리나라도 철군을 시작하게 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격렬한 전투를 벌여 그 결과 방글라데쉬가 탄생하게 된다. 한편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지속했던 브레튼 우즈 체제를 종식시킨다. 그러면서 중국에 내렸던 금수 조치를 풀면서, 국제 사회에 중국이 보다 개방적인 외교를 지향하도록 유도한다. 그 덕분에 중국이 UN에 가입하면서 그 대신 대만이 퇴출되는 일도 발생한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탄생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저가 항공의 효시가 바로 이 회사다.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항공사가 많아졌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참 많은 회사를 만났다. 그 효시가 바로 1971년에 시작되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즉, 국제 정세는 불안정했지만, 그 한편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오디오쪽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럼 JBL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선 이 회사가 창립된 1946년부터 1969년까지를 나는 제1기 혹은 클래식 JBL 시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전설적인 짐 런이 런칭하고, 약 3년간 운영하면서 그는 JBL의 주요 기술들을 확립했다. 사실 이미 알텍에 근무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한꺼번에 풀어냈다고 해도 좋다.
JBL D101 풀레인지 드라이버
이 시기에 D101이라는 15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가 나왔고, D175 혼과 D130 미드베이스가 나왔다. 이게 기반이 되어 패러곤, 하츠필드, 올림푸스와 같은 명기가 줄줄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이후 1969년에 하만 카든에 인수되면서 제2기 JBL이 시작된다. 편의상 하만 JBL이라고 부르자. 사실 이런 거대 기업에 JBL이 들어가면서, 정책상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클래식 JBL 시대에는 주로 역사적인 명품 중심이었다면, 이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두 개의 시장을 주목한 것이다.
우선 첫 번째가 바로 스튜디오. 록과 팝이 전성기로 치달으면서 정말로 많은 스튜디오들이 건립되었다. 이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여기서 터를 닦으면 자연스럽게 극장이나 스타디움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공연 시장도 아울러 크게 성장세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프로페셔널 오디오라는 광맥을 주목한 것이다.
▲ JBL 4310 스피커
두 번째는 홈 오디오 시장의 성장이다. 이제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이 적극적으로 하이파이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심지어 그 물결은 우리나라에까지 밀어닥쳐서, 이른바 혼수용으로 TV, 세탁기, 에어콘, 냉장고에다 오디오까지 더해진 것이다. 시집 보내는 부모님들의 허리가 잔뜩 휘는 상황이었지만, 대신 오디오 메이커들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바로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대형 스피커보다는 중소형 제품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일.
이래서 나온 것이 4310과 4320이 있다. 물론 스튜디오 모니터 타입이다. 그래서 1971년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4311을 거쳐 4312로 진화한다. 또 언급할 것은 L100과 L200의 탄생. 이것은 향후 북미 시장에서 주로 가정용으로 보급되어 큰 성과를 얻는 L 시리즈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레였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4325의 탄생. 이것이 나중에 4343, 4344, 4345 등 대형 스튜디오 모니터쪽으로 연결되는 제품의 출발이었다. 바로 1971년에, JBL은 향후의 행보를 결정짓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킨 것이다. 기억하라, 1971년이다. 그러므로 본 기 4349도 향후에 아울러 기억될 것이다.
12인치 삼총사의 탄생
▲ JBL 4349 스피커
2017년 우리의 삼성이 하만 카든을 인수하면서, 드디어 JBL이 우리 품안에 들어왔다. 창업한지 근 70년이 되는 시점에서 드디어 우리도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들을 한꺼번에 움켜쥐게 된 것이다. 전통의 JBL과 하이엔드 앰프의 대명사 마크 레빈슨, 해드폰의 명가 AKG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 외 인피티니, 레벨, 렉시콘 등 주목할 만한 브랜드가 많다. 마치 로또에 당첨이라도 된 듯, 전설적인 오디오 메이커가 폭우가 쏟아지듯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는 JBL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2017년 이후를 나는 감히 뉴 JBL이라 부르겠다. 이전 시대와 어느 정도는 선을 그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뉴 JBL이 탄생한 이후, 1971년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 즉, 올해 2021년에 1971년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이미 2017년이라는 시점부터 그 유산을 재해석한다는 사업이 이미 진행된 것이다.
그 덕분에 4312는 G 형번을 달고 새롭게 변신했으며, L100도 클래식을 붙여 그 유산을 현 시점에 맞게 업데이트에 성공했다.
두 제품 모두 12인치짜리 우퍼를 탑재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3웨이 사양으로 별도의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를 갖추고 있지만, 핵심은 12인치 우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럴까?
사실 현대 스피커들의 지향점은 하이 스피드다. 즉, 우퍼의 구경을 줄이고 대신 여러 발을 쓰면서 인클로저의 폭을 좁히고, 시간축 일치를 꾀하면서 다이내믹스를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2인치 대형 우퍼를 상대적으로 작은 몸체, 즉 북셀프 타입에 탑재한 4312G와 L100 클래식은 어떤 면에서 시대착오적인 제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뉴 JBL로 오면서, 이런 불리함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킨 점에 나는 주목하고 있다.
사실 저역이라는 것은 묘해서 단순히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베이스도 있지만, 바닥을 때리고 심장을 울리는 베이스도 있다. 후자쪽을 들으려고 한다면 역시 유닛의 사이즈가 커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공기를 진동시키는 사이즈가 커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압박감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대편성 오케스트라, 록과 재즈의 공격적인 임팩트를 체험하고 싶다면 최소 12인치 구경의 드라이버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차에 12인치 시리즈의 마지막을 알리는, 일종의 끝판왕이 등장했다. 바로 4349인 것이다. 이로써 3총사가 완성되면서, 각각 성격과 내용을 달리한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쉽게 말해, 밴텀급부터 웰터급까지 일거에 정리가 된 것이다.
4349의 포지션
▲ JBL 4349 스피커
복싱으로 치면, 4349는 웰터급에 해당한다. 미들급으로 그보다 상위의 4367이 있고, 해비급으로 DD67000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4367부터는 본격적인 공간이 필요하고, 이것저것 만져줄 것도 많다. 운용이 쉬우면서, 설치 면적의 제약을 받지 않고, JBL이 자랑하는 혼을 장착한 모델을 고르라면 바로 4349다. 쉽게 말해 전설적인 복서 슈가 레이 레너드를 연상하면 된다. 빠르고, 정확하면서, 한 방도 있다. 두루두루 복서의 교과서와 같은 존재인 바, 바로 JBL의 모든 것을 담은 최첨단 머신의 가치를 4349는 갖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본 기의 포지션이 절묘하다. 4312G와 L100에서 4367로 넘어간다고 하면, 갑자기 900만원 이상의 갭이 존재한다. 중간에 쉬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을 메꿔줄 카드로 등장한 것이 이번에 만난 4349인 것이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정말 절묘하게 런칭했다고 봐도 좋다.
사실 본 기는 본격 혼을 장착한 북셀프라는 점에서 1985년에 발표되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4425를 연상케 한다. 분명 그 혈통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4425와 다르다.
4425는 당시 혼 기술의 한계 때문에 12인치 미드베이스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고역이 16~17KHz 대역에 머물고 있다. 저역은 꽤 양호한데, 고역이 좀 아쉬운 것이다. 또 의외로 중역대가 허한 약점도 갖고 있다. 이것은 뉴 JBL 이전의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본 기는 상급기 4367의 장점을 많이 이양받고 있다. 이 부분이 정말 특필할 내용이라고 본다.
▲ JBL 4349 스피커의 미드베이스
우선 12인치 미드베이스를 탑재한 2웨이 혼 타입이라는 컨셉에서, 과연 고역 특성을 어떻게 개선할까가 문제가 된다. 참고로 4367은 무려 15인치 우퍼를 탑재했다. 혼이 가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듀얼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발명이다. 기본적으로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직진성이 좋은 대신 대역이 좁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듀얼로 투입하면서, 대신 진동판의 면적을 넓힌 것이다. 그 결과 무려 3인치에 달하는 면적을 확보하고 있다. 15인치 드라이버에 맞서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바로 이런 컨셉을 4349에서 응용하고 있다. 단, 15인치가 아닌 12인치에 맞서는 만큼 3인치 구경의 커다란 진동판은 오버다. 그러므로 듀얼 컴프레션 드라이버 방식을 사용하면서 1.5인치 구경으로 정리하고 있다. 북셀프 타입으로 혼을 쓰면서 대역이 넓은 제품은 4349가 최고라고 본다. 당연히 끝판왕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하다.
4349 둘러보기
▲ JBL 4349 스피커
본 기의 외관은 아주 심플하다. 전통적인 박스 디자인에 블루 베플이 일단 수려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꿈에서도 만나는 블루 배플이다. 상단에 혼, 하단에 미드베이스 드라이버가 장착된 2웨이 타입. 원래 JBL의 출발이 풀레인지 및 이런 2웨이 컨셉의 혼 타입이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은 혼에 집중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음성 신호를 담당하는 미드베이스의 역할도 따져봐야 한다. 거의 풀레인지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표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한편으로는 15인치 미드베이스를 장착한 4367을 북셀프 타입으로 축소한 느낌도 든다. 그만큼 차이가 근소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스펙만 봐도 4349가 별로 뒤질 게 없다. 4367이 30Hz까지 저역을 담당하고, 본 기는 32Hz까지 처리한다. 고역에서 좀 차이가 나지만, 이 정도 스펙이면 커다란 리스닝 룸이 확보되지 않은 다음에야 굳이 4367을 동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본 기를 쓰다가 공간과 자금이 확보되면 그 다음에 올라가도 늦지 않다.
드라이버의 구성을 보자. 상단의 혼에 달린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듀얼 방식이다. 따라서 마그넷 시스템도 듀얼이다. D2415K라는 진동판이 투입되었는데, 1.5인치 사양이다. 한편 4367은 그보다 큰 D2430K가 장착되었다. 이것은 3인치 구경이다. 전술했지만, 12인치짜리 미드베이스와 커플링을 한다면 굳이 3인치까지는 필요없다. 1.5인치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장착된 혼은 HDI라 불리는 웨이브 가드다. 이것은 “High Definition Imaging”의 약자로, 혼 특유의 직진성을 살리면서도 왜곡이나 공진에 철저하게 대응해서 만든 장치다. 이 진동판을 테오넥스(Teonex)라고 부르는데, 링 다이어프램 형상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두 개나 투입해서 대역을 넓히고, 에너지를 올린다는 발상은 참으로 절묘하며, 실제로 음을 들으면 들을수록 탄복하게 된다.
▲ JBL 4349 스피커의 미드베이스 유닛
한편 미드베이스는 JW300PG-8이라는 형번을 가진 12인치 구경이다. 퓨어 펄프 콘 타입으로, 반응이 빠르고, 분할 진동이나 공진을 적극적으로 억제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로써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는 트위터와 절묘한 시간축 일치를 이룩하고 있음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다. 즉, 고역과 중저역이 따로 논다는 현상이 일체 없는 것이다. 과거의 혼 타입이 가진 태생적인 단점을 극적으로 커버했다고 봐도 좋다.
이 미드베이스는 JBL에서 만든 1200FE 계통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페라이트 자석을 장착한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 JBL이 지속적으로 개발한 SFG 저왜곡 자기 회로가 채용되었다. 강력한 마그넷에 퓨어 펄프 콘을 어셈블리한 방식이다. 이로써 다이내믹한 리스폰스를 갖추면서, 왜곡을 극적으로 저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써 본 기는 32Hz~25KHz에 달하는 광대역을 구축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1.5KHz. 다시 말해 미드베이스가 풀레인지와 같은 성격을 갖고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본 기의 감도는 8옴에 91dB. 최대 300W의 출력에 대응하며,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도 상성이 좋다. 앰프의 선택 범위가 무척 넓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서 나는 이번에 완결된 12인치 삼총사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새로운 타입의 보이싱(Voicing)에 주목하고 싶다. 전통적으로 JBL은 빼어난 고역 특성과 육중한 저역을 자랑했는데, 중역대가 약한 허한 느낌이 있었다. 그것이 앰프를 잘 만나면 해결이 되고, 잘못 만나면 귀가 아플 정도로 빽빽거리는 현상을 불러왔다. 따라서 앰프 선정이 좀 까다로웠다. 미국제나 일본제는 괜찮았지만, 영국과 유럽쪽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뉴 JBL 시대로 오면서, 중역대의 밀도나 에너지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렇다고 JBL 음이 아닌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저역이 빵빵하게 받쳐주면서 고역이 끝없이 솟구침으로서, 정말 전망이 좋고, 장대한 스케일의 호방한 음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떤 장르던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스피커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재즈와 록, 팝 등에서 강점을 가지면서도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클래식에서도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올린을 들으면 살집이 적당하면서 매혹적인 감촉이 묻어나고, 피아노의 영롱하면서 우아한 모습도 멋지게 연출하고 있다. 따라서 앰프쪽에서도 그간 상성이 좋지 않았던 브리티쉬와 저머니 계열도 별 무리없이 아우르고 있다. 이 부분이 뉴 JBL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편 전통적인 JBL의 톡 쏘는 고음을 그래도 즐기고 싶다고 하면, 부속된 어테뉴에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본 기는 고역(HF)과 초고역(UHF)으로 나눠서 조절할 수 있게 해놨다. 전자는 0.5dB 단위로, 후자는 1dB 단위로 움직인다.
▲ JBL 4349 스피커
북셀프라고 하지만, L100 클래식보다 더 큰 점은 역시 웰터급다운 중량감을 연출하고 있다. 높이가 737mm로, L100 클래식에 비하면 10mm 정도 더 크다. 무게도 10Kg 정도 더 나가는 바, 정확히 37.7Kg이다. 혼자서 들기엔 다소 버거울 것이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전용 스탠드가 부속된다는 점. 당연히 별매로 구해야 하지만, 본 기의 장점을 최대한 발현시킨다고 할 때 꼭 구입해야 할 품목이다. 이 자체는 100Kg까지 커버하는 만큼, 나중에 다른 스피커를 올려놔도 별 무리가 없다.
본격적인 시청
본 기와 가장 추천되는 조합은 마크레빈슨의 제품이다. 함께 하만 산하에 있는 만큼,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 많은 리뷰가 이런 조합으로 행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나는 전통적인 매킨토시와의 매칭으로 가봤다. 마침 MA 12000이 있었으므로, 여기에 마란츠의 SACD 30N을 붙여서 CD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Carlos Kleiber - Beethoven Symphony No.7
첫 곡은 클라이버 지휘, 베토벤의 <교향곡 7번 1악장>. 예전에 4425와 MA 6200의 조합을 즐겨 들었던 내게, 오랜 세월 동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두 회사의 매칭은 확실히 남달랐다. 현대 하이엔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과거의 좋았던 뉘앙스와 색깔을 잃지 않은 부분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일단 포실하게 오케스트라가 떠오른다. 현은 아름답고 고혹적이며, 관악기의 기세도 대단하다. 전체적으로 품위가 있고, 고급스런 음색이다. 역시 뉴 JBL의 성격을 반영한 중역대의 높은 밀도는 정말 빈틈없이 시청 공간을 장악한다. 저역의 표현력도 대단해서, 정말 펀치가 묵직하다. 미들급 혹은 라이트 헤비급 까지도 통용될 만큼 주먹이 맵다. 분명 스튜디오 모니터를 표방한 만큼 정확성과 중립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매킨토시와 조합을 통해 매우 사려깊고, 엘레강스한 클래식이 재생되는 부분은 정말 특필할 만하다.
Sol Gabetta, Helene Grimaud - Brahms Cello Sonata No.1
이어서 그리모와 가베타가 함께 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 1악장>. 과거의 JBL은 현에 취약했다. 바이올린은 너무 얇아서 모기 소리를 냈고, 첼로는 중량감이 없이 허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옛말이다. 뉴 JBL은 이런 부분을 완전히 극복하고 있다. 마치 탄노이나 하베스에서 재생되는 첼로의 품격과 아름다움이 여축없이 재현되고 있다. 과연 이게 JBL이 맞냐 싶지만, 맞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매킨토시의 프리단에 장착된 진공관의 음색이나 감촉이 분명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다 클래시컬하고, 단아한 느낌을 추구하고 싶다면 파워단까지 진공관을 쓴 앰프도 노려볼 만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5극관 PP 타입이 정답이지만, 구사하기에 따라 845와 같은 3극관 싱글도 괜찮다고 본다.
Diana Krall - S’Wonderful
한편 이젠 장르를 바꿔 다이애나 크롤의 을 들어본다. 비교적 최신 녹음으로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는데, 일체 흐트러짐 없이 정교한 분해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배후의 오케스트라가 포진한 부분과 그 앞의 캄보 밴드가 놓인 부분이 구분되며, 그 앞에 보컬이 있는 부분은 정말 리얼하게 다가온다. 절대 평면적이지 않다.
최신의 드라이버가 보여주는 해상도와 다이내믹스도 눈부시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의 존재감이 빼어난데, 다른 스피커에서 들을 수 없었던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보사 노바 재즈풍으로 연주하는 악단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은 바로 이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분이다. 이 부분이 제외되면 정말 심심한 재생이 되는 것이다.
보컬의 달콤함과 촉촉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다. 말랑말랑하면서 영롱한 피아노의 울림도 빼놓을 수 없다. 12인치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약동적이고, 리얼한 베이스 라인은 곡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절로 발 장단이 나온다.
Sonny Rollins - You Don’t Know What Love Is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사실 예전의 JBL은 혼 악기에 강했지만, 상대적으로 피아노가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 여기서는 그런 결점마저도 완전히 극복하고 있다. 롤린스와 반대되는, 고상하면서, 멜랑콜리한 톤이 나온다. 즉, 연주자의 개성을 정확하게 드러내면서 피아노라는 악기의 장점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찰랑거리는 심벌즈의 조합. 왜 재즈하면 JBL인지, 여기서 새삼 서술할 필요가 없으리라.
결론
▲ JBL 4349 스피커
본 기 4349는 매우 역사적인 제품이다. 저 멀리 1971년에 시작된 JBL의 변신, 스튜디오 모니터를 제작해서 이쪽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이 여기서도 낱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2인치 드라이버에서 재생되는 묵직한 저역과 밀도감 높은 중역은 듀얼 컴프레션 드라이버로 무장한 1.5인치 트위터와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한편 앰프의 선정에 있어서도 높은 자유도를 보여주는 부분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다. 이제는 브리티쉬나 저머니 계열의 앰프도 충분히 커버한다. 완전한 전천후 요격기라고나 할까? 뉴 JBL의 높은 기술력과 퍼포먼스를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이라 하겠다.
Specific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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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
2-way monitor loudspeaker |
Low Frequency Driver |
12" (300mm) Pure Pulp cone woofer (JW300PG-8) |
High Frequency Driver |
D2415K, 1.5-inch (37.9mm) annular ring, Teonex® diaphragm compression driver with |
advanced HDI™ geometry horn molded in Sonoglass |
|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25 - 200 WRMS |
Impedance |
8 Ohm |
Loudspeaker Sensitivity |
91 dB/2.83V/1m |
Frequency Response |
32 Hz - 25 kHz (-6 dB) |
Coverage Angle, -6 dB @ 20kHz |
80 x 70 Degrees (Hor x Vert) |
Coverage Angle, -6 dB @ 10kHz |
100 x 100 Degrees (Hor x Vert) |
Crossover Frequency |
1.5 kHz |
Enclosure Type |
V-braced front-ported cabinet |
Grille Feature |
Monitor style to match horn mating features, supplied in dark blue (with walnut cabinet) and black (with black cabinet) |
HF Tone Control |
-1 dB to +1 dB in 0.5 dB increments from 1.5 kHz to 6 kHz |
UHF Tone Control |
-1 dB to +1 dB in 0.5 dB increments from 5 kHz on up |
Input Type |
Dual sets of gold-plated binding posts with shorting straps |
Warranty |
5 Years |
Matching stand |
JS-120 |
Product Weight |
37.7 kg |
Dimensions with grille |
736.6mm x 444.5mm x 317.5mm |
수입원 |
하만럭셔리 총판 HMG (02 - 780 - 9199) |
판매처 |
하이탑AV (02-1544-9758) |
가격 |
990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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