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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은 다 가졌다 Von Schwekert Audio Endeavor SE

2021.06.22.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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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다이아몬드와 알버트 폰 슈바이커트,
그리고 VSA(Von Schweikert Audio)

알버트 폰 슈바이커트(Albert Von Schweikert)는 1945년생 미국 기타리스트 겸 스피커 엔지니어다. 그는 1960년대 말~70년대 초 미국 레전드 싱어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는데, 12살 때부터 스피커를 제작해온 그가 어느 날 닐 다이아몬드를 위해 무대 스피커를 만들었다. 이 스피커 소리를 들은 닐 다이아몬드의 한 마디가 알버트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당신은 훌륭한 기타리스트이지만 거장(virtuoso)까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스피커는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역대 최고의 스피커입니다. 사업을 시작해 이 스피커를 만들어보세요.”

VSA(Von Schweikert Audio)의 설립자, 알버트 폰 슈바이커트(Albert Von Schweikert)

결국 알버트 폰 슈바이커트는 프로 기타리스트의 길을 접고 명문 칼텍공대(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 진학, 스피커 디자인과 음향심리학을 배웠다. 그리고는 1970년대 말에 “제대로 된 스피커는 마이크로폰과 정반대 기능을 해야 한다”(A loudspeaker should function like an inverted microphone)라며 AIR(Acoustic Inverse Replication) 이론과 기술을 완성시켰다. 

이후 1980년대와 90년대 초, 미국 스피커 명가 인피니티와 JBL, 루카스 사운드에서 일한 알버트 폰 슈바이커트는 1993년 마침내 자신의 회사를 세웠으니 그것이 바로 VSA(Von Schweikert Audio)다. 현재 VSA는 그의 아들 데이먼(Damon)과 그가 발굴한 기타리스트 겸 엔지니어 레이프 스완슨(Leif Swanson)이 이끌고 있다. 알버트 폰 슈바이커트는 2020년 5월 29일 타계했다. 


레이프 스완슨과 인데버(Endeavor)

레이프 스완슨(Leif Swanson)

레이프 스완슨은 기타리스트이자 PA 사운드 엔지니어, 그의 아내는 가수다. 2000년대 초 그는 PA 스피커 제작을 위한 CNC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마침 같은 곳(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에 자리 잡고 있었던 VSA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알버트는 레이프를 보자마자 그의 재능을 알아챘고, 이후 레이프는 VSA에서 스피커 디자이너로 10년 가까이 일하며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유지했다. 

레이프는 잠시 VSA에서 독립해 인데버 오디오(Endeavor Audio)라는 자신의 스피커 제작사를 차렸다. 인데버 오디오에서 레이프는 E-5와 이보다 작은 E-3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를 제작했지만 자금난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2015년에 VSA에 인수되고 말았다. 레이프가 다시 VSA에 합류한 것, 그리고 VSA에서 인데버(Endeavor) 시리즈를 내놓은 것은 이때부터다.  

VSA의 플래그십 울트라 11(Ultra 11) 스피커

현재 VSA 라인업을 보면 최상위 울트라 레퍼런스 라인(Ultra Reference Line)부터 시작해 VR 레퍼런스 라인(VR Reference Line), 인데버 & 유니필드 라인(Endeavor & Unifield Line)으로 이어진다. 플래그십 울트라 11(Ultra 11)의 경우 전면에 9개 유닛, 후면에 1,000W 서브우퍼 2발을 포함해 5개 유닛이 포진한 초대형기다. 

  • Ultra Reference Line : Ultra 11, Ultra 9, Ultra 55
  • VR Reference Line : VR-55
  • Endeavor & Unifield Lines : Unifield 2 MKII, Endeavor E-3 MKII, Endeavor SE, Endeavor E-5 MKII

Endeavor SE 본격탐구

이번 시청기인 인데버 SE는 결국 알버트 본 슈바이커트가 깔아놓은 VSA 무대에서 그의 멘티인 레이프 스완슨이 연주한 악기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레이프가 인데버 오디오 시절 선보인 E-3 스피커가 원조이며 현행 인데버 E-3 MKII의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이 바로 인데버 SE다. 

인데버 SE는 기본적으로 3웨이, 4유닛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이고 후면에 앰비언트 트위터로 3인치(75mm) 알루미늄 리본 트위터가 달렸다. 전면 유닛 구성은 베릴륨 돔 트위터, 6.5인치(165mm) 케블라 콘 미드레인지, 7인치(175mm)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콘 우퍼 2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 바이와이어링 스피커 터미널 플레이트 위에 나 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처음 본 인데버 SE는 높은 가격대를 감안해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특히 하이글로스 래커 마감 인클로저의 럭셔리한 자태가 압권인데, 내부 정재파를 줄이기 위해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을 취했다. 스탠드와 인슐레이터 역시 허투루 만든 제품이 아니다. 앰비언트 트위터를 제외한 유닛은 모두 덴마크 스캔스픽(Scanspeak) 제품이며, 스피커 터미널은 WBT 넥스트젠 골드 바인딩 포스트를 썼다. 

공칭 임피던스는 4Ω, 감도는 89dB, 주파수응답 특성은 28Hz~22kHz. 크로스오버는 각각 250Hz와 2.2kHz에서 이뤄진다. “대역간 겹치는 구간이 많으면 방사대역이 좁아지고 디스토션이 늘어난다”(레이프 스완슨)는 이유로, 네트워크 설계를 4차 오더(-24dB)로 해서 대역간 겹치는 구간을 최소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높이는 112cm, 전면 폭은 23cm, 안길이는 38cm, 무게는 개당 43kg. 

왼쪽부터 Endeavor SE의 전면 트위터, 후면 트위터

설계 디자인을 짚어 보면, 인데버 SE는 고음 특성이 좋은 베릴륨 돔 트위터를 채택했고 앰비언트 특성 강화를 위해 후면에 별도 리본 트위터를 장착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러한 후면 앰비언트 트위터야말로 인데버 시리즈를 포함한 VSA 스피커들의 최대 시그니처다. 플래그십 울트라 11에도 후면에 5인치 알루미늄 리본 슈퍼트위터가 달렸다. 

트위터는 베릴륨 진동판의 경우 고역대의 치찰음을 없애기 위해 얇게 세라믹으로 코팅했다. 마그넷은 자력이 센 네오디뮴(Neodymium)을 썼다. 유닛 자체는 별도 챔버에 수납됐는데 후면파 흡수를 위해 챔버 안을 유리섬유(fiberglass)로 채웠다. 참고로, 인데버 E-3 MKII는 베릴륨 트위터가 아니라 듀얼 링 패브릭 라디에이터를 채택했다. 

왼쪽부터 Endeavor SE의 미드레인지, 우퍼

미드레인지와 우퍼는 모터 시스템(보이스코일+마그넷+스파이더)에 패러데이 링(Faraday Ring)을 삽입했다. 구리로 만든 패러데이 링은 1) 마그넷의 자력을 높여, 2) 왜곡을 줄이고, 3) 주파수에 따른 임피던스 커브를 리니어하게 만들어준다. 미드와 우퍼 진동판 가운데에 붙은 큼지막한 알루미늄 페이즈 플러그(phase plug)는 콘 타입 진동판에서 발생하는 위상 왜곡을 줄이는 동시에 보이스코일에서 발생한 열을 식혀준다.   
 
끝으로 인클로저는 내부에 격자 브레이싱 처리를 했고, 각 유닛마다 챔버를 마련했다. 인클로저 재질은 예를 들어 MDF 같은 한 가지 재료가 아니라 여러 복합 섬유(fibrous composite)를 페놀 레진(phenolic resin)으로 압착해 만들었다. 공진 주파수가 서로 다른 이종 재질의 결합을 통해 인클로저 공진을 없애기 위해서다.


시청

VSA 인데버 SE 스피커 리뷰는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소스기기는 오렌더의 W20 SE와 토탈 DAC의 d1-direct DAC, 앰프는 몰라몰라의 Makua 프리와 Kaluga 모노 파워를 동원했다. 

Rickie Lee Jones - I’ll Be Seeing You
Pop Pop

배경이 까맣고 음에 온기가 있다. 케블라 콘 미드에서 배경의 적막함이 느껴진 것, 베릴륨 트위터에서 가수의 체온이 느껴진 것 모두 의외라면 의외다. 후면 리본 트위터가 청감상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대역밸런스도 좋은데, 이는 테이퍼드 인클로저 설계로 내부 정재파를 줄여 특히 저역대 응답특성을 플랫하게 만든 덕이 크다. 각 악기의 스테레오 이미징도 잘 잡힌다. 이어 칼라 브루니가 부른 ‘Stand By Your Man’을 들어보면 인데버 SE가 제값을 하는 스피커임이 확실해진다. 칼라 브루니 특유의 비음이 이날 따라 상쾌하게 들리고 소릿결은 낭창낭창 그 자체다. 노이즈가 휘발된 무대도 눈에 띈다. 

Sting -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Ten Summoner’s Tales

인데버 SE가 기본적으로 해상력이 받쳐주는 스피커임을 알게 됐다. 스팅의 목소리나 기타 연주 그 어디에서도 소위 색 번짐이 없다. 체감상 저역이 상당히 밑으로 내려가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 파워나 펀치감도 충분하다. 몇 dB 감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파수응답 특성상 28Hz 저역 하한이 괜한 수치가 아닌 셈이다. 심지가 곧고 밀도감이 좋은 음이다.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를 들어보면, 무대는 탁 트였고 음상은 곳곳에서 정확히 맺힌다. ‘가랑비에 옷 젖듯’ 고운 음 입자들이 필자를 흠뻑 적시는 쾌감도 상당하다. 디테일, 정숙, 투명, 좋은 것은 다 가진 스피커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다이내믹스 표현은 어떨까? 먼저 들어본 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는 대만족. 저역 퍼커션들의 탄력감이라든 에너지, 파워, 여기에 팽팽하게 당겨진 스킨의 질감까지 생생하다. 저역을 양감으로 승부하는 스피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또한 들을수록 인클로저 사운드가 1도 개입되지 않는다. 내입력도 무척 강하다는 인상. 어느 힘 센 앰프가 후비고 들어와도 다 받아줄 것 같다. 이는 쇼스타코비치 5번 4악장도 마찬가지여서 총주에서 쏟아지는 거의 모든 정보를 넉넉히 받아준다. 두 우퍼 사이가 유난히 떨어져 있는 것도 이같은 음 만들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편성 듣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Collegium Vocale - Cum Sancto Spiritu
Bach Mass in B Minor

갑자기 건강한 숲에 들어온 듯 상쾌하다. 기대했던 남녀 혼성 합창곡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후면 앰비언트 트위터를 포함해 5개 유닛이 필요했던 이유가 비로소 납득이 간다. 악기 수, 사람 수가 많을수록 질주 본능이 살아나는 스피커다. 음은 폭신폭신, 매끈매끈, 그 자체. 끝으로 들은 마리아 피레스, 오귀스탱 뒤메이, 지안왕이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은 미세먼지가 사라진 비 온 다음 날 아침 풍경과도 같았다. 다만 이 소 편성 곡은 오히려 프리앰프 볼륨을 높여 들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소출력으로 달래가며 듣는 스피커는 절대 아니다. 


총평

고백컨대, VSA 스피커는 처음 들어봤다. 이번 인데버 SE의 경우 베릴륨 트위터, 케블라 미드, 알루미늄 우퍼, 여기에 앰비언트를 위한 리본 트위터까지 인기 유닛은 총출동했다. 스페셜 에디션이 되면서 링 라디에이터 대신 베릴륨 트위터를 채택했고, 이 결과 주파수응답특성상 고역 상한은 내려갔지만 보다에어리한 고역 질감을 얻었다. 7인치 우퍼 2발이 일궈낸 28Hz 저역은 기대 이상으로 단단했다. 공진 제거에 힘쓴 인클로저 역시 이 스피커의 깨끗한 음과 조용한 무대를 만들어낸 공신이다. 

간간히 VSA 스피커가 실력기라는 유저 평을 접했었는데, 인데버 SE를 통해 그 진가를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스피커인 만큼 진지한 청음을 권해드린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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