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고장났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본가를 찾았다. 본가는 자주 찾아가는 편인데, 거기서 굳이 PC를 쓸 일은 없어 딱히 눈여겨보지 않았다. 아니. 사실 봐도 모른다. 아버지의 방은 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익숙했으니까. 그런데 PC가 고장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좀 놀랐다. 새삼스럽지만, 아버지의 물건도 나이를 먹는구나. 아버지는, 아버지의 물건은 항상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냥 익숙해진 거다. 아버지의 흰 머리가 언제부터 났는지 기억도 못 하는 것처럼.

PC는 전원은 들어오는데 화면이 들어오지 않았다. 케이스를 여니 쿨러에 잔뜩 끼어 있는 먼지가 보인다. 대충 털어내고 메모리를 탈착 후 골드핑거를 닦고 다시 장착했다. 똑같다. 외장 그래픽카드도 안 쓰는 PC니까,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거 안 되겠어요” 고칠 수 없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잠깐 생각을 해 봤다. 2코어 4스레드 CPU에 DDR3 4GB 메모리. 그냥 새로 사는 게 낫겠다. “하나 새로 해 드릴게요”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굳이 비싼 건 안 사줘도 된다고 손을 저었다. 그런데, 좀 미안했다. 우리 집 PC는 12코어 24스레드 CPU에 RTX 3080 Ti다. 그런데 아버지 PC는 오래된 2코어 4스레드 CPU, 내장그래픽, 4GB 메모리다. 내가 저걸 쓰면 속이 터지겠지. 아버지는 그걸 그냥 당연한 줄 알고, 혹은 참고 쓰신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빠른 PC로 맞춰 드리고 싶다. 이번 시간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미니 PC를 소개한다.

최고의 선물용 CPU 세잔

효도폰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화면이 크고 기능이 단순한 폰을 말한다. 피처폰 시절부터 시작된 해당 개념은 스마트폰까지 이어진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스마트폰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 큰 화면을 지니고 비교적 쓰기 쉽게 만든 폰이 효도폰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스마트폰에 익숙해졌다. 어르신들도 카카오톡, 유튜브 정도는 보통 자유자재로 다루신다.

그렇다면 현세대의 효도폰은 무엇일까? 이제는 어르신들이 쓰고 싶어하는 스마트폰이 효도폰이라 볼 수 있다. 즉 선물로 받고 싶어하는 폰이 효도폰이다.

그렇다면 PC는 어떨까? 선물로 받고 싶어하는 효도폰처럼, 선물로 받고 싶어하는 PC를 찾아야 한다. 최근 사람들은 스마트폰과는 달리 PC의 사양에 대해서는 보통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PC에 익숙하다면 선물용으로 원하는 사양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물용 PC에 바라는 것은 대략 자신이 주력으로 즐기는 게임, 작업을 구동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거기에 디자인이 예쁘면 더 좋다.

즉 보편적으로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고성능 CPU가 필요하다. 거기에 내장 그래픽이 고성능이면 더 좋다. 그래픽카드를 고려하지 않고 예쁜 케이스를 선택할 수 있다. 추가로 선물용 PC는 자주 교환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므로, 보급형보다는 메인스트림, 하이엔드 CPU가 좋은 선택이 된다.

현시점에서 보급형 CPU 제품군은 2코어 4스레드, 4코어 8스레드 등으로 나뉜다. 4코어 8스레드 정도라면 과거의 하이엔드 CPU 사양이었던 만큼 사용하는 데 지장은 없다. 단 오래 쓸 PC를 구성한다면 6코어 12스레드, 8코어 16스레드 CPU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오버 스펙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사양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 고성능 PC는 오랜 시간 누구에게나 쾌적함을 보장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라이젠 5000 프로세서 ‘세잔’이 정답이 될 수 있다. 세잔은 7nm 젠3 코어 아키텍처 기반으로 전 세대 라이젠 르누아르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레이븐 릿지, 피카소, 르누아르로 진행된 APU의 완성형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L3 캐시 메모리가 최대 16MB로 크게 늘었다. 전작 르누아르보다는 두 배 더 많다. 거기에 전력 소모가 적고 클럭이 높아 체감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 CPU 성능이 뛰어나 미디어 편집 등의 작업도 할 수 있다.

라이젠 5 5600G는 6코어 12스레드로 베이스클럭 3.9GHz, 부스트클럭 4.4GHz로 동작한다. L2+L3 캐시는 19MB며 TDP는 65W다. 코어 i5-11600보다 평균 27% 콘텐츠 제작 성능이 높고, 생산성은 평균 16%, 성능은 평균 36% 더 높다. 내장그래픽 성능이 뛰어나 온라인 게임도 잘 된다.

라이젠 7 5700G는 8코어 16스레드로 베이스클럭 3.8GHz, 부스트클럭 4.6GHz로 동작한다. L2+L3 캐시는 20MB며 TDP는 65W다. 코어 i7-11700보다 평균 23% 콘텐츠 제작 성능이 높고, 생산성은 평균 16%, 성능은 평균 39% 더 높다. 내장그래픽 성능도 아주 뛰어나다.

선물용 미니PC를 만들어 보자

이번 시간에는 세잔으로 선물용 PC를 구성하려 한다. 그것도 평범한 데스크톱이 아닌 미니 PC로 구성한다. 참고로 선물용 미니 PC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우선 파워서플라이만한 크기의 미니 PC라 다들 신기하게 본다. 그런 PC가 성능도 뛰어난 것을 알게 되면 반응은 더 좋다. 케이블 연결도 아주 쉽고, PC를 옮긴 뒤 청소하기도 쉽다. 마지막으로 CPU가 세잔이라는 점. 세잔은 미니PC에서도 고사양 데스크톱 못지않게 폭발적인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 거기에 경쟁사 CPU보다 저전력이라 안정적이다.

사양

CPU – AMD 라이젠 5 5600G

RAM – TeamGroup 노트북 DDR4-3200 CL22 ZEUS (8GB) x2

SSD - 마이크론 Crucial P5 M.2 NVMe 대원CTS (500GB)

케이스 - ASRock DeskMini X300 120W 에즈윈 (베어본)

해당 사양의 특징으로는 메인보드 가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인보드는 케이스인 ASRock DeskMini X300 120W 에즈윈 (베어본)에 탑재된다. 덕분에 미니 PC를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성할 수 있다. 참고로 쿨러도 ASRock DeskMini X300 120W 에즈윈 (베어본) 내부에 동봉된다. 그리고 구입 시 ASRock DeskMini X300 120W 에즈윈 (베어본)의 바이오스가 세잔 지원 버전으로 업데이트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기본 쿨러는 애슬론 쿨러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쿨링 성능을 강화하고 싶다면 AMD 라이젠 5 5600G 구입 시 함께 동봉되는 레이스 스텔스 쿨러를 개조해 탑재하는 방법도 있다. 성능 및 정숙성을 강화하려면 녹투아 NH-L9a-AM4를 선택해 장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SSD는 마이크론 Crucial P5 M.2 NVMe 대원CTS (500GB)로 안정성이 뛰어난 제품이다. 효도컴 SSD는 안정성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해당 SSD는 안정성이 아주 뛰어나며 성능도 그에 비례한다.

메모리는 TeamGroup 노트북 DDR4-3200 CL22 ZEUS (8GB) x2으로 선택했다. 메모리 클럭 3200MHz에 듀얼 채널 구성이다. 덕분에 메모리가 넉넉하며, 내장 그래픽 성능도 높게 끌어올렸다.

조립이 간단하다

▲ 케이스 후면의 나사 4개만 풀면 쉽게 메인보드를 꺼낼 수 있다.

▲ CPU, 메모리, SSD만 장착하면 된다.

▲ 라이젠 5 5600G를 장착했다.

▲ TeamGroup 노트북 DDR4-3200 CL22 ZEUS (8GB)를 두 개 장착했다.

▲ M.2 SSD인 마이크론 Crucial P5 M.2 NVMe 대원CTS (500GB)와 함께 CPU 쿨러를 장착했다. 이후 다시 케이스에 넣고 나사로 잠그면 미니 PC 조립이 끝난다. 이 정도면 PC 조립 중에서도 가장 쉬운 편이다. 물론 쿨러 교체 시에는 조금 복잡해지는데, 그것도 어려운 편은 아니다.

성능은 어떨까

성능 테스트는 라이젠 5 5600G, 라이젠 7 5700G 두 종류를 장착 후 진행된다. 쿨러는 기존 ASRock DeskMini X300 120W 에즈윈에 동봉된 기본 쿨러를 사용했다. 또한 바이오스에서 쿨러를 퍼포먼스 모드로 변경했다. 더 정숙하고 높은 쿨링 성능을 원하다면 레이스 스텔스 쿨러나 녹투아 NH-L9a-AM4를 장착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CPU-Z

▲ 6코어 12스레드의 라이젠 5 5600G.

▲ 8코어 16스레드의 라이젠 7 5700G.

3DMARK

▲ 세잔은 데스크톱 CPU 내장 그래픽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편이다. 라이젠 7 5700G 파이어 스트라이크 점수는 대략 GTX 750 Ti 급이라 볼 수 있다.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마치며

세잔으로 구성된 미니PC는 크기와 달리 고성능에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거기에 조립도 쉽고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작은 덩치에 안 되는게 없다. 그렇게 뭐든지 잘 되기에 누구에게나 잘 어울린다. 즉 라이젠 5 5600G는 선물로 주기에 손색없는 PC에 적합한 제품이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부모님을 넘어 친구, 지인 등 고성능 PC를 선물하려 할 때도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 맨즈랩(http://www.manzlab.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